소설리스트

귀농 후 먼치킨-133화 (133/154)

133화 진우를 찾는 사람들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것?

뭣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홍삼 캔디라던가 양갱 같은 것들을 챙겨 가겠지만 요즘 트렌드는 다른 법.

이제 천억 원 정도는 영구 능력치 상승의 약초 하나만 수확하면 금방 벌 수 있게 된 진우다.

가지고 있는 금액이 커진 만큼 씀씀이도 적을 수야 없지 않겠는가?

게다가 진우는 어린 시절 석우와 함께 자주 놀러 다니면서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아주 잘 파악하고 있었다.

“몸에 좋은 거라면 아주 환장하시지.”

예로부터 몸에 좋다면 가리는 것 없이 먹는 것이 바로 한국인.

아니, 전 세계의 모든 이들의 공통 사항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부분에 있어서 진우는 프로 중의 프로라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흐음, 그럼 뭘로 드리는 편이 좋을까나?”

작물, 약초, 벌꿀 등.

몸에 좋은 거라면 셀 수 없을 정도로 직접 수급이 가능해진 진우다.

이 중에서 그저 골라서 드리면 될 뿐.

다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거나 막 드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르신들은 각성자가 아닌 일반인이시니까.”

영약들이 아무리 몸에 좋다고는 해도 몇몇 약초는 그 효과가 너무 강하다 보니 일반인은 오히려 역으로 화를 당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답은 하나이지 않겠는가?

“좋아, 너로 정했다!”

꺄꺄! 꺄꺄꺄꺄!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린 진우.

그 모습에 원조 약초맨 천묵이가 뿌리를 흔들며 좋아라 했다.

* * *

“얘는 돈 벌면 자기를 위해서 써야지. 얼마 못 가 떠날 늙은이들한테 뭔 선물을 주겠다고…….”

“아부지. 그냥 좋으면 좋다고 솔직하게 말씀하셔요. 저밖에 없는데 뭘.”

“에잉, 시끄럿!”

“그래도 진우가 좋은 마음으로 주겠다는 건데 그냥 받아요. 안 받으면 그게 오히려 섭섭할 수도 있으니까.”

“큼큼!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고.”

아들 석우의 말에 성질 아닌 성질을 부린 이장은 이내 마나님의 말씀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을 스피커를 두드린다.

그덕에 시골 깡촌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다소 낡은 스피커의 공지 사항.

마을회관의 집합 방송에 어르신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었다.

그야 그렇지 않겠는가?

“안 그래도 심심했는데 잘 됐구만.”

“간만에 대화 좀 해 보겠어.”

“오랜만에 윷놀이로 장 영감 혼쭐을 내줘야겠구먼!”

제대로 된 놀거리라고는 윷놀이나 바둑, 장기를 두거나 대화하는 것 정도가 전부인 시골이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라고는 해도 집 주위 위치한 농지로 인해 꽤나 인가마다 거리가 떨어지기도 한데다가, 일을 하다 보니 바쁜 탓에 여간한 기회가 아니고서야 쉽게 모이는 일이 적었다.

그런 상황에 마을회관으로의 집합이라니.

거기에다가 그 집합의 주체도 다름 아닌 진우.

하나둘 마을회관에 도착한 이들은 이어서 보이는 풍경에 입을 떡하고 벌렸다.

어르신들의 눈에 보이는 마을회관.

그것은 더 이상 그들이 기억하고 있던 낡고 너덜너덜한 마을회관이 아니다.

건축물에 문외한인 어르신들이 보기에도 무척이나 튼실하고 걸출해 보이게끔 보수 작업이 이루어진.

아니, 정확히는 아예 옛것을 허물고 새것으로 반들반들하게 완성된 마을회관의 모습이었다.

이 기묘한 일의 원인은 굳이 먼 곳까지 갈 필요도 없다.

“여어, 아가씨랑 꼬맹이들 왔는감?”

“그룩 영감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이 친구랑 같이 마을회관 좀 손 좀 봤지.”

“크헐헐! 반갑군. 만트 데름일세.”

“그러면 만트 영감이라고 부르면 될까?”

“그렇게 하도록 꼬맹이.”

“80살 먹고 꼬맹이 소리 들을 줄이야…….”

“드워프한테는 20대나 80대나 꼬맹이지 뭐.”

“하나도 보기 힘든 드워프를 둘이나 볼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했구먼.”

자그마한 두 명의 난쟁이 드워프인 그룩과 만트의 합작품.

제작계의 비대칭 전력인 둘이 힘을 합쳤는데 마을회관을 뜯어고치는 일 정도야 일도 아니지 않겠는가?

덧붙여 드워프의 일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원한다면 자네들 집도 이런 식으로 손봐 주려고 하는데 어떤가? 기간은 1채당 5분도 안 걸리니까 맡겨만 달라고.”

“우리 집을?”

“그럼. 저번에 전구 고치러 갔을 때도 보수 작업하고 싶어서 혼났다니까.”

“하지만 이 정도 되는 리모델링 비용을 지불할 수가…….”

“껄껄! 걱정 말라고. 비용이라면 이미 진우가 드워프 맥주로 값을 치른 상태니까 말일세. 보수 작업을 딱히 받지 않더라도 드워프 맥주는 환불해 주지 않을 예정이니 선택은 자네들 몫이라고.”

진우의 선물.

거기에는 단순히 몸에 좋은 음식이나 약초만 준비한 것이 아니다.

모름지기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필수 요소인 의식주.

그중에서도 주거지의 경우 무려 두 명이나 드워프를 동료로서 둔 진우에겐 누워서 떡 먹기나 다름없다.

“살아가는 환경이 좋아야 더욱 장수하는 법이라고도 하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정령의 연못이나 정령의 카페처럼 이번에 재건축한 마을회관도 어김없이 시설로서 ‘아이템화’가 적용되었다.

[정령의 마을회관(유니크)]

* 분류 : 시설

* 마을회관에 입장한 대상의 피로를 해소시킵니다.

* 마을회관에서 쉬는 이들의 기분을 상시적으로 안정시킵니다.

- 정령과 이름 모를 장인 둘의 힘으로 완성된 건축물입니다. 회복과 안정감을 상승시켜 줍니다. 고된 노동으로부터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의 장소입니다.

눈앞의 마을회관과 마찬가지로 다른 어르신분들의 집도 전부 다 시설로 재건축한다면 그만한 도움과 선물이 또 있을까?

물론 어디까지나 이 재건축 사업은 진우가 준비한 시작을 알리는 축포에 불과할 뿐.

드릴 것들은 아직 차고 넘치는 상태다.

“다들 회관에 들어가시기 전에 하나씩 가져가세요.”

“오메, 진우야 이게 다 뭐시여?”

“리본 비단 수건이에요. 항시 몸에 두르고 계시면 몸에 좋습니다.”

“집도 손봐 준다는데 이런 것도 주는겨?”

“진우야 이렇게 막 퍼줘도 되는겨? 한참 돈 벌어야 될 때 아닌가? 장가도 가야 할 거 아니여.”

“괜찮습니다. 그만큼 제가 많이 감사해서 그렇죠. 다들 하나씩 받아 가셨으니 부담가지지 마시고 받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고맙게 잘 쓸게, 진우야.”

“네.”

주거지에 이어서 어르신들 대부분이 좋아하시는 수건까지.

덧붙여 이 수건도 평범한 물건과는 거리가 멀다.

리본 누에들이 뿜어낸 실들을 만트 데름이 직접 가공해서 제작한 수건.

기본적으로 생명의 힘이 깃든 리본 누에의 실로 만들었기에 병마 해독 기능이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다. 그러니 자연히 몸에 좋을 수밖에 없을 터.

“그럼 모두들. 오래오래 사시고 늘 감사합니다.”

“어머머, 우리가 해 준 게 뭐가 있다고 참.”

“거참. 우리 아들보다 진우가 백 배 낫다니까.”

“백 배가 뭐시여. 백만 배지.”

“고럼, 고럼!”

이른바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라고나 할까?

주거지와 수건, 그리고 회관 모임 하면 빠질 수 없는 먹거리들까지.

의식주.

삼박자를 골고루 갖춘 선물.

다행스럽게도 이번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 * *

때아닌 S등급의 변종 게이트의 발생.

헌터 협회에 관측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엄청난 사건인데, 거기에 더해서 몬스터 웨이브까지 발생했다.

심지어 사전 방지를 위해 막고자 준비해 둔 각성자들도 강력한 몬스터의 힘에 겁을 먹고 달아나기 바빴다.

사실상 그곳에 있는 모든 일반인이 대피는커녕 전부 다 몬스터의 먹이가 되도 이상하지 않았을 처참한 참사.

그러나 참사는 그곳에 있는 한 명의 S등급 헌터로 인해서 상당량 제지되었다.

물론 사람의 몸에는 한계가 있기에 모든 이들을 전부 다 구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한들 일개 개인의 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실력.

그 모든 것들은 영상으로서 남은 진우의 채널에 고스란히 남은 상태.

“그 사람이 저희를 구했습니다.”

“그분은 모두의 은인이십니다. 그분이 없었더라면 제 딸과 아내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겠지요.”

“흐음, 전리품을 챙기고자 하는 것 아니었을까요? 어쨌든 농부라고는 해도 그도 헌터니까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랬다면 사람을 구하는 게 아니라 몬스터를 죽이는 것에 집중하셨겠지요. 전리품에 대한 욕심보다도 사람의 목숨을 먼저 생각하는 위인이셨어요. 은인을 안 좋게 말씀하지 마세요. ”

“아, 그런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덧붙여 실시간으로 인터뷰 되어 기사화된 진풍 놀이동산 사건 당시의 생존자 증언까지.

[S등급 헌터의 힘을 뛰어넘은 농부 김진우의 위엄.]

[김진우. 한국에서 최초의 SS등급 헌터의 사례를 만들어 내는 것인가?]

[김진우 강함의 비결, 전성의 프랜차이즈 카페에 그 비밀이 있다!]

전성의 부회장인 수아가 예상했던대로 진우의 이미지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현시점.

거의 쏟아지다시피 흘러나오는 언론사의 내용들.

이것만으로도 알게 모르게 진우의 입지가 서서히 커져 가는 것이나 다름없는 꼴이었다.

허나 이러한 언론사들의 관심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건은 따로 있었으니,

“신기하군. 정말로 이게 가능한 일인가 알레시아?”

“……나도 몰라. 이런 건 어머니에게도 듣지 못했다고.”

“하긴, 이게 가능했더라면 진작에 했을 테지.”

진풍 놀이동산을 찾은 한 유럽인 무리.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들이었다.

심지어 개중에 ‘알레시아’라 불린 한 명은 유독 인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이질적인 뾰족한 귀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특수한 장비를 달고 있어 제대로 된 마력을 갖추지 못한 이들에게는 평범한 인간의 귀처럼 보였겠으나, 그들의 앞을 막아선 헌터 협회장 신승혁에게는 얘기가 달랐다.

“귀하신 분께서 말도 없이 이곳까지 찾아오실 줄 몰랐습니다, 블라트 나자르프.”

“흠흠, 역시 자네의 눈을 속일 수는 없는 건가. 그래, 몬스터 웨이브에 대해서 듣고 찾아왔지. 그런데 정말 놀랍군.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한 게이트를 완전히 닫아 버리다니. 그것도 환경의 동화까지 적용된 것도 없었던 일처럼 제거가 되었고 말이야?”

“그건 상관없는 일 아닙니까?”

“상관이 없을 리가 있겠나.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우리나라. 러시아의 막혔던 성장도 엄청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인데!”

러시아의 S등급 헌터 출신이자, 현 러시아의 대통령인 블라트 나자르프는 거친 열변을 토해 낸다.

그는 사리사욕만 챙기려 드는 한국의 정치인들과는 달리 진심으로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크흠, 이거 실례했군. 어쨌든 이렇다 보니 김진우, 그자를 만나고 싶은데 어떻게 만남을 조율해 줄 수는 없겠나?”

허나 그렇다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러시아의 사정일 뿐이다.

“죄송하지만 김진우 군은 한국의 중요한 인재입니다. 진우 군에게 개인적으로 허락을 받은 경우라면 모를까. 저희 측에서 협력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래도 안 되겠나?”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뇌물을 받지 않는다는 걸?”

“쯧. 안 그래도 이렇게 나올 줄 알았어. 안 그래도 그 쪽에게 도움을 구할 생각은 없었으니 방해나 하지 말라고.”

“불법적인 일로는…….”

“끄응! 우리가 중국처럼 무식한 줄 아나?”

스타일은 비슷하지 않나?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올 뻔한 신승혁이지만 가까스로 참아 낸다.

상대는 불곰국이다.

미국에게도 꿀리지 않는 군사력과 헌터 병력를 보유한 강대국.

괜히 긁어 부스럼을 일으켜 봤자 헌터 협회로서 좋은 꼴은 못 볼 터.

한국의 개인 1명과 협회 전체.

협회장의 위치에 있는 신승혁으로서 누구를 지켜야 할지는 명백했지만, 그저 가만히 순응하고 있기에는 성미에 맞지 않았다.

“그래도 국진이에게 귀띔 정도는 해 두는 편이 좋겠지.”

자신이 직접 나서지 못한다면 인맥을 이용하면 그만일 뿐.

전성의 정국진 회장을 통해 신승혁은 진우에게 러시아 대통령의 방문과 목적을 슬며시 전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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