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한 능력이 OS-55화 (54/334)

55화

-망연자실(茫然自失) (4)

관리국 직원이 당황하며 내게 말했다.

“이, 이지완 씨? 일단 손 떼시고 뒤로 물러나 계세요.”

나는 그의 말에 눈을 떴다.

뭐야?

내 눈을 의심했다. 직원의 말대로 잠시 뒤로 물러났다.

슈우웅.

수정 기둥이 소리를 내며 빛이 사그라들었다. 직원이 점검을 위해서인지 수정 기둥에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댔다.

웅!

서서히 빛을 발하더니 붉은색이 됐다.

붉은색이면 E등급이다.

와, 이런 개떡 같은 일이…….

점검이 끝났는지 직원이 내게 다시 말했다.

“자, 긴장 푸시고. 최대한 힘을 쏟아 넣는다 생각하세요.”

나는 등급기에 다가가 손을 대며 최대로 힘을 쏟아부었다.

웅.

“왜 안 되냐고!”

수정 기둥의 빛깔은 처음 했을 때와 똑같이 연한 노란색이었다.

이, 이럴 리가 없다. 그동안 내 노력이 고작 F도 아니고 또 번외란 말인가?

나를 지켜보던 감정사들이 하나둘 말하기 시작했다.

“빙한 계열 아닙니다.”

“대지 계열 해당 없음.”

“바람 계열 아니네요.”

“물 계열 아닙니다.”

“불 계열도 아닙니다.”

“수인화 아닙니다.”

“정신 계열 아니에요.”

“강화 계열 해당 없습니다.”

마지막 남자가 나를 유심히 봤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전격 계열 역시 아닙니다.”

꿈인가? 난 분명 몇 개 빼곤 다…….

쾅!

누군가 검사실 문을 박차고 들어서며 소리쳤다.

“뭔 개소리들이야!”

그는 다름 아닌 일신 길드 소영삼 부길드장이었다. 아마도 옆방 관찰 유리창을 통해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가 씩씩대더니 마지막 감정사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내 눈으로 뇌격을 봤는데! 너 이 자식, 돈 처먹었어!”

감정사가 버럭 소리쳤다.

“이봐요! 여기가 어디라고 막말입니까!”

내가 문을 보니 어느새 문창표와 김규석, 그리고 뒤로 기자 몇 명이 보였다.

이름: 김규석

등급: S-

고유능력: 강탈, 에너지 월, 체인 라이트닝, 콜드. 아이스 포그, 프로즌, 스톤 블레스트, 락 다운, 스톤 엣지, 망자의 환각, 가스트, 슬로우, 신체강화. 사일런스, 워터 스피어, 통솔자의 외침, 독 내성, 파이어 볼, 프레임 버스트, 익스플로전, 파괴본능…….

HP: 257120

MP: 212370

몬스터다! 무슨 고유능력이…….

말도 안 되는 수의 고유능력을 유심히 살펴보자, 이제야 이해가 갔다.

놈의 고유능력은 어쩌면 한 개였을 것이다.

김규석과 딱 어울리는 능력이다.

강탈!

분명 상대의 능력을 빼앗은 거다. 저 많은 고유능력을 타고날 리 없다.

얼마나 많은 각성자 능력을 빼앗았을까?

이때, 김규석이 소영삼을 보며 소리쳤다.

“소영삼 부길드장! 여기서 소란을 피우면 어쩝니까!”

“죄,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게 말이 됩니까?”

문창표가 나를 보다가 다시 소영삼을 보며 말했다.

“일단 진정하고 소영삼 부길드장이 등급기를 확인해 보시죠.”

소영삼은 성큼성큼 수정 기둥에 다가가 손을 댔다.

우웅!

나와 달리 소리가 우렁찼다. 곧이어 수정 기둥에서 빛이 나더니 보라색을 넘어 파란색으로 변했다.

아, S급이 파란색인가?

소영삼이 손을 떼자 다시 등급기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곧이어 김규석이 피식 웃으며 수정 기둥에 손을 가져다 댔다.

우우웅!

그의 수정 기둥 빛깔은 하늘색이었다.

그렇구나. S급은 푸른빛이구나.

김규석이 싸늘하게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지완 길드장님. 장난 그만하고 다시 해 보시죠.”

나는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시도했다.

웅.

S급 놈들과 비교도 안 되는 조그만 소리.

“으아아아!”

나는 오기가 생겨 미친 듯이 힘을 쏟아부었다.

그러자 감정사들이 또다시 평가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그들은 한결같이 아니란 말만 내놓았다.

그 순간 문창표가 크게 웃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거, 이지완 길드장님은 여전히 번외 등급이군요.”

기자 한 명의 말이 들렸다.

“정 기자, 아까 그 입구에서 있던 일, 그거 짜고 친 거 아니야?”

“그러게? 감정으로 사람 이름까지 맞출 때 이상하다 했더니.”

내가 버럭 소리치려 하자 문창표가 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제야 나는 이성을 찾았다.

이거 어쩌면 내 돌파구가 된 거 아닌가? 하지만 이대로면 나는 던전을 정식으로 들어갈 수…….

아니지, 모울로 들어가고 나머진 우리 길드원에게 맡기면 되잖아?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잠깐 소영삼을 봤다.

그래, 계획이 조금 변경됐지만 2차전이다. 그동안 준비했던 첫 번째를 선보일 시간이다.

나는 감정사들에게 너스레를 떨며 물었다.

“저기 혹시 일신 길드 두 분은 어떤 계열인지 알 수 있을까요?”

모두가 나를 봤다. 소영삼이 기가 찬 듯 내게 말했다.

“이봐! 어디서 건방지게…….”

문창표가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우리 감정사들을 두 분이 믿지 못하니 간단히 시험해 보시죠?”

김규석이 난색을 보이며 말했다.

“저는 빼 주시죠. 대신 우리 부길드장을 테스트해 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길드장님 굳이 제가 받을…….”

김규석이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

“그냥 받으세요. 확실히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소영삼이 마지못해 수정 기둥에 다시 다가가 힘을 줬다. 등급기에서 빛이 나자 감정사들이 하나둘 말하기 시작했다.

“불 계열 아닙니다.”

“물 또한 아닙니다.”

“바람 계열 두 개입니다.”

소영삼이 피식 미소를 띠었다.

“대지 계열 아닙니다.”

“정신 계열 두 개 있습니다.”

소영삼이 수정 기둥에서 손을 때려 하자 감정사 한 명이 말했다.

“전격 계열 능력 하나 있습니다.”

소영삼이 멍청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눈썹을 한껏 치켜올린 김규석이 감정사를 보며 물었다.

“내가 지금 잘못 들었나?”

“전격 계열 능력자 맞습니다.”

정신을 차린 소영삼이 분통을 터트리며 감정사의 멱살을 잡았다.

“이 미친놈이 뭔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이거 놔요!”

내가 문창표를 보며 물었다.

“저기, 일신 길드에서 털렸다던 던전 범인이 전기? 그거 사용자라면서요?”

문창표가 소영삼을 노려봤다.

“그 손 놓으세요, 당장!”

소영삼은 당황하며 손을 놨다.

김규석은 그래도 제 식구라고 커버를 치려 했다.

“문 부장님. 이 친군 내가 잘 압니다. 감정사가 오판한 게 맞습니다.”

문창표가 문밖에 직원들을 불렀다.

“일단 소영삼 씨는 관리국에서 조사를 좀 해야겠습니다.”

“허참, 문 부장. 이럴 겁니까?”

“김규석 길드장님. 관리국이 우습게 보이나 봅니다?”

소영삼이 정신을 차리고 나를 원망스럽게 노려봤다. 나는 소영삼을 지긋이 보며 중얼거렸다.

“정신 공유.”

잠시 후 문창표가 말했다.

“뭣들 해! 데려가지 않고!”

소영삼이 화가 치미는지 주먹을 꽉 쥐었다.

옳지, 내 뜻대로 되는구나.

순간 소영삼의 주먹에서 뇌격이 일어났다.

파지직!

S급이 내뿜은 뇌격은 바닥 대리석에 닿자마자 불꽃이 튀었다.

모두 놀라 뒤로 물러났다. 김규석이 소영삼을 멍하게 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너 이 새끼. 지금껏 날 속인 거냐?”

“그,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그런데 왜 전격이 튀어나와!!”

소영삼이 망연자실하더니 나를 돌아봤다.

“그래, 이게 다 저 새끼 때문이야!”

쩌억! 파앙!

갑자기 그가 내게 달려들자 바닥 대리석 파편이 튀어 올랐다.

소영삼이 내게 주먹을 내지르며 소리쳤다.

“네놈이 꾸민 짓이지!”

나는 눈을 감았다.

퍼엉!

콰아앙!

눈을 떠 보니 김규석이 내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소영삼이 벽에 처박혀 버렸다.

정신공유는 내 생각을 전달받은 상대가 자신의 의지로 착각하게 만드는 능력이라 일부러 공격당한 건데, 이거 의도치 않은 수확이었다.

문창표가 소리쳤다.

“당장 구속해!”

소영삼은 김규석에게 달려들며 소리쳤다.

“네놈이, 네놈이 어떻게 내게 이래!!”

김규석에게 접근한 그는 곧바로 발기술을 걸었다. 김규석이 벌러덩 넘어지자 소영삼이 마구잡이로 밟기 시작했다.

쾅! 쾅쾅 쾅!

김규석이 몸을 웅크려 소영삼의 발길질을 최소로 막았다.

소영삼이 바닥을 밟을 때마다 굉음이 울려 퍼지며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 모습을 본 기자들이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었다. 당연하다. 두 S급 간의 싸움은 일반인에겐 공포 그 자체니까.

사실 일반인에게 그들의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을 것이다.

기회를 엿보던 김규석이 소리쳤다.

“락 다운!”

쩌저저적! 쿵.

건물 천장을 뚫고 나타난 커다란 바윗덩어리가 소영삼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는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김규석이 숨을 헐떡이며 일어났다.

나는 겁먹은 연기를 했다. 김규석이 나를 보며 물었다.

“이지완 씨. 괜찮습니까?”

“네? 네!”

김규석이 문창표를 보며 말했다.

“소영삼 씨는 오늘부로 일신 길드 사람 아닙니다. 체포하세요. 저는 내부 정리가 필요할 것 같군요.”

김규석 이 자식, 곧바로 꼬리 자르기를 시전하는구나.

그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그리고 문창표를 보며 말했다.

“기물 파손은 일신 길드에서 전액 부담하겠습니다.”

문창표가 언짢은 듯 말했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그보다 이 사건으로 일신 길드에 페널티는 각오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김규석이 끌려 나가는 소영삼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문창표가 다가와 김규석에게 약 올리듯 말했다.

“채수진 힐러님께 치료받고 가시죠.”

“됐습니다!”

김규석은 분노를 삭이는 듯했다. 가만 보면 문창표도 짓궂다.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한 채수진에게 치료받고 가라니……. 악마가 따로 없었다.

김규석은 입구로 걸어가다 떨고 있는 기자들을 보며 말했다.

“여기 일 잊으세요. 광고 다 끊기기 전에.”

기자들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끄덕였다.

나는 속을 쾌재를 불렀다.

그때였다.

“이지완 길드장님. 등급과 능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체력 검사를 해 봐야겠습니다만?”

나는 문창표의 말에 깜짝 놀랐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김규석이 발길을 멈추고 돌아섰다.

아니 아저씨! 왜 갑자기 열정적으로 파고드는 건데? 다 끝났잖아!

문창표가 다시 내게 말했다.

“아까 전 입구에서 우리 A등급 직원 두 명이 이지완 길드장 하나를 감당 못 하더군요.”

김규석이 문창표에게 물었다.

“사실입니까?”

“사실이죠.”

나는 문창표의 의중을 알아차리려고 노력했다.

이대로 덮을 수 있던 걸 그가 다시 들춰냈다. 문창표가 내 편이라면 뭔가 뜻이 있을 거다.

문창표는 나를 보며 물었다.

“그 많은 오거들. 어떻게 해치운 겁니까?”

그렇구나. 문창표의 생각을 알 것 같았다.

지금은 다들 정신이 없어 지나간다 해도 차후 다시 짚고 넘어갈 문제였다.

차라리 정신없는 지금이 더 나을 수 있다.

김규석이 나를 노려봤다. 그를 보니 뭔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나는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그러게요. 등급만 생각하다가 제가 남들보다 힘이 강하단 것을 잊어버렸네요.”

김규석이 내 말을 듣다가 피식 웃었다.

“왜 웃으십니까?”

“일반인보다야 당연히 강하겠죠.”

나는 그를 도발하듯 물었다.

“그럼 제 순수한 힘이 김규석 부회장님께 얼마나 통할까요?”

나는 또다시 말했다.

“능력이라곤 시간 확인밖에 없지만. 힘은 웬만한 각성자보다 강할 겁니다.”

나는 문창표를 힐긋 봤다.

그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문창표는 거짓 판별을 쓰고 있는 중이었다.

“이지완 씨. 능력도 없이 강해져봤자…….”

문창표가 끼어들며 말했다.

“그럼, 붙어 보면 되겠군요.”

“문 부장!”

“아이고 내가 목적어만 말해서 오해하셨나 봅니다?”

문창표는 직원들과 나를 번갈아 보며 말을 이었다.

“당연히 관리국 직원이 이지완 길드장님을 상대해야죠.”

나는 아쉬운 듯 말했다.

“휴, A급보단 S급 주먹맛을 보고 싶었는데…….”

내 말을 들은 문창표가 그거 아니란 듯 당황하더니 살짝 손을 들어 엑스 자를 그었다.

그는 이 기회에 내가 던전이나 드나들 수 있게 만들 계산이었겠지.

생각해 보니 현재 일신 주식은 출렁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을 더 끌 필요가 있다.

고개를 돌리자 김규석이 매섭게 나를 노려봤다.

오호라 열 좀 받으셨네? 그럼, 한 번 더.

“뭐 오늘만 날이겠습니까? 김규석 부회장님과는 뭐로든 마주칠 텐데요.”

그가 한숨을 쉬었다.

오호라 참는단 말이지? 그럼 이건 어떠냐?

“예를 들면 이인화 차장 검사랄지.”

“뭐?”

깜짝 놀랐는지 멍하게 나를 바라보는 김규석. 그런 놈을 향해 방긋 웃으며 말했다.

“최근에 알았습니다. 김규석 부회장님께 좋은 매…….”

“나하고 붙어 봅시다.”

“네?”

“이지완 길드장님. 내가 직접 상대해 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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