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화
-선택의 기로 (1)
민석 선배가 황당한 듯 손으로 얼굴을 감싸다가. 기관총처럼 말을 쏴 댔다.
“피치를 500억에 인수하고 개발비 2천억을 밀어 넣겠다고? 제정신이야? 돈이 많아서 감각이 어떻게 된 거냐고?!”
“아주 말짱합니다.”
그가 잠깐 숨을 들이켜고 차분한 어투로 나를 달랬다.
“지완아, 개발비가 많다고 빠른 진척을 이루는 게 아니야.”
“그럼 피치 직원 6명으로 갈까요?”
“물론 그럴 수는 없지.”
묵묵히 듣기만 하던 육지호가 말문을 열었다.
“마켓템 모바일 부서를 신설하고 개발자는 늘리죠. 대신 이지완 이사님께서 하실 일이 있습니다.”
“뭔가요?”
“일신 혹은 이도와 협업이 필요합니다.”
육지호 나름대로 피치 OS가 나갈 길에 대해 구상했나 보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지 둘에게 물어봐야겠다.
“만약 두 회사 외에 다른 곳을 찾는다면요?”
“뭐?”
“왜, 있잖습니까. 테크팬.”
“그 망해서 이름뿐인 회사를?”
육지호가 안경을 잠시 벗고 미간을 만지작대더니 푹 숨을 내뱉었다.
“인수를 생각한다면 관두시죠.”
“왜요? 인수가가 턱없이 싸던데요.”
“부채 1,100억 원을 떠안아야 하니까요. 게다가 한 번 나락에 떨어진 회사 이미지는 구매자로선 부정적입니다.”
싼 데는 이유가 있구나.
그걸 알고 있단 건 육지호도 이미 알아봤단 말이겠지.
처음에 반대하길래 걱정했더니, 괜한 생각이었네. 한 번 결정 나면 번복하지 않는구나.
그나저나 결국에는 선택지가 둘밖에 없다는 말인데…….
그때, 민석 선배가 말했다.
“왕태평 회장을 만나 보는 게 어때?”
“이번은 힘들 것 같은데요.”
“너 구라 잘 치잖아.”
“와! 구라라뇨?”
“너 뒤에는 OW가 있잖아. 그걸 이용해 보든지.”
선배의 말에 육지호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다시 진정하며 말했다.
“피치를 인수한 ‘탐욕의 마왕’. 그의 안목은 먹힐 거 같은데요. 일단 믿음이 다르지 않습니까?”
이론만 보자면 그렇긴 한데. 벌써 가시밭길이 시작된 건가?
“그럼, 아주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제 손에 쥐여 주십시오.”
“언제까지?”
“빠르면 좋겠지만, 그보단 최대한 단단한 느낌과 단순했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디자이너 아니랄까 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습니다. 많은 기능도 필요도 없습니다. 임펙트 있는 것 하나면 됩니다.”
육지호가 볼펜을 툭툭거리더니.
“해 보죠.”
그럼 이 문제는 됐고.
마켓템에 인원이 대거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제법 경영도 안정적이다. 그렇다면 사옥을 짓는 건 지금이 적기 같은데…….
그러다 민석 선배를 봤다.
“아직도 경매 들여다보십니까?”
“왜? 돈 좀 만지니까 부동산에 눈이 돌아가냐?”
“그럼 안 됩니까?”
“아파트라도 사려고?”
“우리 사옥 지으려고요.”
내 말고 함께 두 사람이 동시에 머리를 쥐어 잡았다. 그러다 육지호가 내게 매달리듯 말했다.
“몇 번을 말하지만 이제 겨우 안정화됐습니다.”
반면 민석 선배는 핀잔을 줬다.
“경영이 부루마블이야? 주사위 던져서 막 사고 싶어?”
“인원 늘어나면 필요하잖아요.”
“왜, 이 기회에 상장도 하시지?”
내가 실실 웃자 그가 불안한 듯.
“농담인 거 알지?”
“언젠가 나스닥 상장하면 그림이 너무 좋을 것 같은데요. 흐흐흐.”
“주 이사님! 왜 자꾸 일을 만드십니까?”
“일이 많아야 육 대표님도 연애를 그만두겠죠. 크크크.”
“여친 친구들이 소개팅 물어봤는데, 주 이사님은 일이 많아서 안 되겠죠?”
“뭔 소리, 없는 시간도 만들어야지.”
“그 없는 시간도 일해야죠.”
“나, 나도 맛집도 가고 영화도 같이 보고 싶다고. 육 대표, 나 외로워. 힘들다고.”
“그러신 분이 남의 행복을 마구 짓밟으려 했습니까?”
둘의 만담 같은 말에 피식 웃고 말았다.
* * *
커크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지완, 골렘은 어떻게 된 거야?”
“안 그래도 저번에 관리국에 양도받은 ‘어리석은 자’ 던전에 가 보려고.”
그제야 커크가 활짝 웃었다.
“이제 숨 좀 돌릴 수 있겠네.”
“일이 너무 많지?”
“잡다한 일을 오토마타에게 시키면 괜찮을 거야.”
그런데 오토마타가 그렇게 간단한가? 녀석의 저 무모한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물론 마석 발전기도 녀석의 무모함에서 나온 거지만.
커크가 재빨리 달려 나가더니 짐수레를 밀고 들어왔다. 수레 위에는 얼핏 사람 크기의 무언가가 천에 덮여 있었다.
그가 씩 웃으며 천을 젖혔다.
와! 커크 이 자식. 대박이네?!
수레 위에는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된 인간형 오토마타가 놓여 있었다.
커크가 자신감을 뽐내며 말했다.
“그동안 틈날 때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힘순이’야!”
“……이름이 뭐라고?”
“힘순이. 한국식으로 지었지.”
아놔! 작명 센스가 왜 그 모양이냐!
녀석이 싱글벙글거려서 차마 말을 못 하겠네.
휴, 던전이나 들어가 봐야겠다.
* * *
인사동 모울의 2번째 문을 통해 ‘어리석은 자’ 던전에 들어서자 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빠르게 검을 휘둘러 골렘의 다리 관절을 베더니 낮게 허리를 굽혀 발목을 칼로 베어 나갔다.
챙 챙 챙 창-!
우워어 쿵!
결국 샬롯의 검에 골렘이 괴성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역시 열심히구나.
하지만…….
그녀의 등급은 여전히 B급이다. 대호마저 어느새 B등급이 됐다.
아마, 극도로 초조하겠지.
샬롯이 검집에 검을 넣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어깨를 들썩이는 걸 보니 조금 안쓰러웠다.
그렇지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없다.
꽈드득 뚜둑 뚝.
부서진 돌 골렘이 서서히 맞춰지더니 주변을 경비하듯 서성거렸다.
골렘은 실로 독특한 존재다.
놈을 이루고 있는 마력 핵을 부수지 않는 이상 조금 전처럼 공격당해도 무한히 재구축된다.
그런데 이런 녀석을 어떻게 해야 만들 수 있을까?
골렘이 존재하는 던전은 워낙 희귀하지만, 문제는 마수도 없고 한 번 아이템이 털린 던전은 그저 껍데기뿐이란 거다.
그래서 대부분 이런 던전은 헌터의 수련 장소로 쓰일 뿐이다.
그녀가 시위라도 하듯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빼 들었다.
“샬롯 오늘은 여기까지 하면 안 될까?”
그녀는 내 말을 무시하고 또다시 골렘에게 뛰어들었다.
휘릭-!
그녀가 공중에 높이 도약하더니 몸을 비틀며 골렘의 뒤로 착지했다.
샬롯은 벽을 등지고 골렘과 싸우겠단 생각 같았다.
저 녀석, 너무 극한으로 몰아넣는 것 같은데.
골렘이 무작위로 주먹질해 댔다.
창창창창 챙. 챵!
그녀는 방어 없이 검으로 놈의 무한히 뻗어오는 주먹을 마구잡이로 쳐 냈다.
동체 시력이 대단하구나.
그러다 골렘이 크게 주먹을 휘두르면 검으로 주먹을 비켜 치며 가볍게 흘려 버렸다.
확실히 그녀의 검 센스는 뛰어나다.
촤아악!
그녀는 빠르게 골렘의 가랑이 사이로 미끄러지듯 빠져나왔다. 그리고 놈을 조금씩 유인하며 벽돌로 이루어진 미로 입구에 들어섰다.
조심히 미로 벽 위에 올라서 그녀를 봤다. 샬롯의 반대편에서 골렘 두 놈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도 골렘이 다가오는 것을 알 것이다. 왜냐면 내 능력 ‘위저드 아이’를 그녀에게도 부여했으니까.
아마, 이곳 미로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겠지.
골렘 하나가 크게 주먹을 휘두르자 그녀가 목과 허리를 뒤로 젖혔다. 놈의 주먹은 미로 벽을 크게 울렸다.
콰아앙-!
그녀는 또다시 주먹을 피해 왼쪽 통로로 들어섰다.
그렇지, 3기의 골렘에 둘러싸여도 샬롯이 저 다음 통로로 들어가면 한 놈씩 처리할 수…….
가만, 지금 뭐 하자는 거야?
그녀는 다음 통로로 빠지지 않고 앞뒤로 골렘에게 포위당했다.
골램 3기가 사방에서 미친 듯이 주먹을 날려 댔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주먹을 피해 검을 휘두르고, 또다시 허리를 굽혀 놈들의 하체를 공격했다.
그렇게 반보씩만 제자리에서 왔다 갔다 움직이며 놈들의 미친 듯한 주먹질을 검으로 막고 흘리고 쳐 냈다.
갈수록 움직임이 격해지고 그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창창창 챙. 창 치엥-!
쾅쾅쾅 콰앙 퀑 콰카캉!
미친! 골렘 3놈을 계속해서 상대하겠다고? 능력도 없이?
저건 더 이상 수련이 아니다. 그저 자신을 괴롭히는 것뿐.
손을 뻗으며 중얼거렸다.
“창조신의 축복.”
그녀 앞뒤로 거대한 흙벽을 생성하자.
꽈득 꽈드득 턱.
샬롯이 버럭 소리쳤다.
“뭐 하는 거야!!”
미로 위를 빠르게 달려 그녀에게 착지한 후 샬롯을 들쳐 메고, 다시 미로 위로 뛰어올라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녀를 내려놓자 씩씩거리며 나를 노려봤다.
“샬롯, 도가 지나친 것 아닐까?”
“…….”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래?!”
“저깟 골렘에게 죽을 거면, 내 실력이 딱 거기까지겠지.”
휴, 어린애도 아니고, 그걸 말이라고 하다니.
“죽음이 얼마나 두려운지 모르지?”
“그러는 넌 알아?”
아주 잘 안다. 지금도 그 공포는 잊을 수 없으니까. 그래도 말해 봤자 소용없겠지.
그녀가 돌아서 모울로 가려 하자 냉정하게 물었다.
“당분간, 뉴욕에 가는 건 어때?”
그녀가 멈춰 서며 나를 봤다.
현재,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그렇다면 에밀리 녹스에게 수련받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샬롯은 비아냥대듯 내게 말했다.
“그렇겠지. 등급도 안 오르는 길드원은 필요 없을 테니까.”
“샬롯, 억지 쓰지 마.”
그녀는 휙 뒤돌아서 모울로 빠져나갔다.
휴, 동료가 늘어날수록 뭐가 이렇게 복잡다단(複雜多端)해지는지.
콰아앙!
조금 전 임시로 만들었던 흙벽이 골렘의 주먹에 부서졌다. 그리고 골렘들이 각자 자신의 정해진 자리에서 맴돌았다.
골렘에게 다가가다 멈춰 섰다.
아놔! 미치겠네.
샬롯이 맘에 걸려서 일이 손에 안 잡힌다!
* * *
문창표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참나, 이젠 하다못해 네 녀석 길드원들 관리까지 내가 해야 하냐?”
“알아볼 곳이 여기밖에 없잖아요.”
그는 태블릿으로 우리 길드원을 하나둘 살펴보더니.
“복도 많구나. A등급 힐러도 생기고? 뭐 채수진 힐러와 비교는 안 되겠지만.”
이 양반아, 재생 가능한 힐러가 그렇게 흔하겠냐?! 가만 보면 은근히 자부심을 느끼고 그러시네.
그러다 체념하고 그에게 말했다.
“은고지 아디는 꽉 찬 B등급 힐러였거든요.”
“녀석아, 그래도 A등급 힐러면 일반 각성자로 따지면 S등급이잖아.”
“채수진 씨와 비교 불가잖아요.”
“으하하, 당연하지.”
참나, 그렇게 좋을까?
그가 다시 태블릿을 꼼꼼히 봤다.
“다들 매우 순조롭게 등급을 올리고 있군. 타 길드와 비교하면 말도 안 되는 성장이다.”
“샬롯 그린은 어떤가요?”
“3속성 계열에……. 응? 검사라고?”
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마력 계열이 왜 검사야? 마검사를 잘못 적은 건가?”
“순수 검사 맞습니다.”
“잠깐만. 마력 뒀다 뭐 하고?”
“저도 답답합니다. 혹시 순수 검사로서 등급을 올릴 방법은 없나요?”
“능력에 맞게 마수를 퇴치해야 효율이 생기지. 이건 불 속성이 빙 속성을 배우겠다는 거잖아.”
“혹시 특이 사례의 각성자는 없나요?”
“내가 알기론 없는데.”
그는 태블릿을 보다가 중얼거렸다.
“노대호? 일전에 봤던 그 녀석이군. 으응? 얜 뭔데 이렇게 등급이 빨리 오른 거지? 뭐야, 능력도 은신 계열이고 공격자도 아닌데.”
“걘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
“노대호란 애가 특이 사례 아니냐?”
응? 대호가 특이하다고?
그가 타블릿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다시 말했다.
“생각해 봐. 공격형도 아닌데 이렇게 빨리 등급이 올라갈 순 없다.”
듣고 보니 이상하네.
대호는 어째서 등급이 오르는 거지?
* * *
인사동 모울 테이블에 앉아서 대호를 지켜봤다.
그때, 이숙자가 소리쳤다.
“노대호! 아이템 구분해서 두라고 엄마가 말했지!”
녀석은 헐레벌떡 아이템을 이리저리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녀석이 등급을 올릴 만한 포인트를 모르겠단 말이지.
이름: 노대호
등급: B-
고유능력: 의태화, 끈끈이, 백신, 잠복, 그림자밟기, 은신, 은밀, 단칼.
HP: 3250
MP: 3680
어쩌다 녀석의 능력이 죄다 저따위냐? 모조리 숨는 거밖에 없잖아.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 그러자 녀석이 나를 보고 씩 웃었다.
“대호야, 이리 와 봐.”
“왜요, 형?”
“마수 얼마나 잡아 봤어?”
“어…….”
녀석이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했다.
“승현이 형 따라다니면서 1500마리 조금 안 돼요.”
“정확하게 어떻게 퇴치하는데?”
“은신이나 잠복으로 숨어 있다가 끈끈이로 잡고 검으로 딱! 헤헤 그럼 끝이에요.”
이 자식 뭐지? 천잰가? 일반 각성자들보다 확실히 많이 잡긴 했는데. 저런 고유능력으로 그런 방법을 생각해냈다고?
“너 따로 수련하는 거 있어?”
“아뇨.”
와! 어이없네.
이러다 대호가 A등급이라도 되는 날엔 샬롯 가출한단 말 나오겠다.
이때 노주혁이 소리쳤다.
“노대호! 얼른 아이템 안 챙기고 뭐 해!”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헐레벌떡 아이템을 챙겨 노주혁을 따라갔다.
진짜 미스터리네. 설마 아이템 챙기면 등급이 올라가나?
이런 바보 같은 그런 게 있겠냐?!
머리를 움켜쥐며 별의별 생각을 해 봤다.
어? 잠시만.
대호는 자기 능력을 사용해 마수를 퇴치했다. 그리고 능력도 거의 공통된 것들이고. 반면 살롯은 본인의 능력은 쓰질 않는다.
오로지 검 센스만으로 싸울 뿐.
고유능력도 검과 거리가 너무 멀고…….
만약 검과 관련된 능력으로 그녀의 고유능력을 모조리 바꿔 준다면?
* * *
급하게 샌프란시스코 모울 문을 열며 외쳤다.
“샬롯! 방법이 있을 것 같아!”
저스틴이 입을 후후 불어 댔다. 테이블을 보니 그는 한참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샬롯, 던전에 들어갔습니까?”
“당분간 뉴욕으로 간다고 떠났네.”
“언제 갔나요?”
“흠, 어젯밤에 나갔지.”
휴, 그녀가 돌아오면 시도해 봐야…….
잠깐, 샬롯은 에밀리에게 수련받는다고 했다. 그리고 에밀리는 검과 관련된 능력이다. 그럼, 이게 기회일지도 모르는데…….
“저도, 뉴욕을 갔다 와야겠군요.”
“응? 무슨 일 있나 보지?”
와! 미국인들은 개인주의라서 그런가, 아니면 이 가족이 이상한 건가? 딸이 왜 떠났는지 모르나?
그러다 그에게 대충 말했다.
“저도 에밀리에게 검술이나 배워 볼까 해서요.”
“하하하, 포기하게.”
“어째서요?”
“에밀리는 절대 타인에게 검술을 가르치지 않아.”
“샬롯은 배우러 갔잖습니까.”
“에밀리에게 샬롯은 타인이 아니거든.”
“그, 그렇군요.”
그가 쿨피스를 마시고 장난기 섞인 얼굴로 내게 말했다.
“크리스 녀석을 흔들면 될지도?”
“크리스를 흔들라고요?”
그는 빙긋 웃으며 다시 떡볶이를 하나 집어 먹었다.
아, 그렇지! 크리스와 에밀리는 부부 사이였지. 가만 보면 저스틴은 은근히 지략가 타입이구나.
매운 떡볶이 때문에 입술이 퉁퉁 부은 저스틴에게 말했다.
“좋은 결과 가져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