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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한 능력이 OS-269화 (269/334)

269화

-거대한 편법 (1)

그렇지, 본캐의 말대로 현재 황혼의 틈새는 첫 층부터 다시 올라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만약 새로운 능력 ‘던전 선택’이 가능하다면?

“로렐라이. 혹시 황혼의 틈새도 원하는 곳을 뚫을 수 있어?”

그녀는 잠깐 눈을 깜빡이더니.

“지완이 가 본 곳까지 가능할 것 같아.”

-본캐 들었지?!

-오케이!

대박이다! 이로써 황혼의 틈새를 오르내리는 시간 낭비가 줄었다.

아차차, 이럴 때가 아니지, 빨리 가야겠다.

얼른 구멍으로 들어가자 던전 입구 바로 옆에 구멍이 나 있었다.

놀랍지만 감탄은 나중에 하자.

빠르게 던전 밖으로 달려 나와 인벤토리에서 차를 꺼내 광산으로 향했다.

달리는 중에도 마크 쉘비의 관찰지를 살폈다.

그가 도착하려면 대략 2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 나는 여기서 10분이면 도착이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급하게 하늘로 솟구쳤다. 본캐의 능력이 향상되었지만 내가 하늘에 떠 있을 시간은 고작 5분.

없는 것보단 낫다.

천천히 둘러봤지만 지상에서 어디 쉽게 금이 보이겠는…….

미친! 금이 노출되어 있잖아!

빠르게 지상으로 내려가 광산 근처 흐르는 개울을 노려봤다.

광산에서는 금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근처 개울의 돌에서는 상당량의 금이 함유되어 있었다.

빠르게 물로 뛰어들어 인벤토리에 커다란 돌들을 마구잡이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선택 감정이 보이는 곳마다 손을 뻗으며 닥치는 대로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한숨 돌리자…….

더는 금이 보이지 않았다.

됐다. 일단은 그가 알아챌 가능성을 없앴다.

남의 땅에서 금을 담았으니 도둑질이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마크 쉘비가 살펴볼 광산에는 금이 없다. 다만 재수 없이 여기라도 왔었다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가 발견할 확률은 이제 제로다.

신이 숨긴 금은 적어도 직선거리로 9Km는 파고 들어가야 금이 나온다.

감정창과 도움말을 이용해 그 깊이를 알 수 있었다. 인류가 가장 깊숙이 파고 들어갔던 공식적인 기록이 12Km지만 그것도 관을 통과시켰을 뿐이다.

내가 구매한 던전 근처에도 금은 있지만 각성자도 아닌 마크 쉘비가 미치지 않고서야 땅을 파헤쳐 가며 금을 찾아낼 리 없다.

고로 일단은 안심할 수 있다는 거다.

마크 쉘비가 죽어라 살펴본들 내가 그곳을 구매하려는 이유를 더는 알긴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현재 그와 만나는 것 또한 좋지 않다.

내가 다급해 보이는 모습으로 비칠 게 뻔하니까.

그것보다는 완다 헤밀턴이 어떻게 내 계획을 알았는지 의문이다.

젠장, 동료를 의심하긴 정말 싫은데…….

* * *

“그래서 완다 헤밀턴이 제대로 분탕질했습니다.”

회의실에 모인 4명은 내 말이 끝나자 그 어느 때보다 표정이 어두웠다. 지금까지 모든 계획이 망가졌으니까 말이다.

잠시 후 육지호가 회의실의 무거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크 쉘비가 광산을 팔지 않을 것 같군요. JW길드가 골치 아픈 던전을 매입했으니 마수로부터 위협이 사라졌죠.”

“말대로입니다. 더 최악은 내가 어째서 광산을 매입하려 했는지 광산을 면밀히 살피는 듯하더군요.”

관찰지로 그의 행동을 살펴봤다.

그는 지진계까지 동원해서 자신의 광산을 살펴볼 계획인 듯했다.

한 마디로 최악 중의 최악이다.

그때, 민석 선배가 민감한 문제를 들췄다.

“문제는 그게 아니지. 이 내용을 아는 사람은 이 회의실에 있는 5명뿐이었어.”

모두 표정이 굳자 얼른 민석 선배의 말을 받아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 이 안에 범인은 없을 거다.

그렇게 믿고 싶고, 그런 일은 있어선 안 된다.

“그 문제보다 합법적인 방법으로 그의 광산을…….”

왕혜선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손을 들며 내 말에 끼어들었다.

“암만 해도 원인은 저인 것 같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몰렸다. 이건 모두에게 좋지 않다.

“왕 전무님, 지금 잘잘못을 따지는 시간이 아닙니다.”

“이 회장님. 일전에 제가 묵고 있던 호텔 방에 오셨죠?”

모두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아니 갑자기 이야기가 묘하게 끌려가잖아.

“왕 전무님. 오해성 발언은…….”

“그날 제가 1시간 뒤에 방문을 요청했었죠. 기억나시죠?”

“그, 그랬죠.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제가 숙소에 있었을 당시를 곰곰이 떠올려 보니 창문은 열려 있지 않았어요.”

아! 기억났다. 그녀가 바람 때문인지 서류가 온통 흐트러졌다고…….

그런데 그때 승현이와 있던 게 아니었나? 서류는 핑계인 줄 알았는데?

“왕 전무님. 그때 누군가와 같이 있던 건 아니었고요?”

“네? 그게 무슨……?”

이런, 나만의 착각이었다고?

그렇다는 말은 그 방에…….

지금껏 듣고만 있던 필리쁘가 말문을 열었다.

“완다 헤밀턴 짓이군요.”

“그게 말이 됩니까? 그녀는 일반인이고, 관리국 부장인데 굳이 일을 벌일 이유가 있을까요?”

“그녀가 다룰 수 있는 관리국 직원은 일반인이 아니죠. 호텔 내부와 통로 그리고 외부 CCTV를 확인해 보면 될 겁니다. 이 일은 제게 맡기시죠.”

입술을 잘근거리다가 왕혜선에게 질문을 던졌다.

“서류 내용에 금이 있었습니까?”

이게 가장 중요하다. 나는 이건 절대 표기하지 말라 했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다.

내 질문에 그녀가 처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맙소사…….

“죄송합니다. 기록을 중시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따로 정리…….”

“그걸 왜 표기……!”

급격히 언성이 올라간 육지호의 말을 잘랐다.

“왕 전무님. 거기까지면 충분히 상황은 알았으니 그만하시죠.”

얼른 육지호를 보며 말을 이었다.

“저는 이 일로 회의실에 큰 소리가 들리는 것 원치 않습니다.”

지금까지 달려왔던 일련의 과정이 모두 물거품이 된 순간이다.

그렇다고 일 잘하던 직원을 질타 해 봤자 시간이 돌아올 리 없다.

마크 쉘비는 미친 듯이 금을 찾아 헤맬 것이다. 내가 접근할수록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고.

지금은 무관심이 최고다.

이 모든 문제는 완다 헤밀턴이 가져온 것이다.

후, 용서가 안 되는데…….

필리쁘가 혼자 중얼거리더니 내게 확인하듯 질문을 던졌다.

“한미소 헌터님은 싱크홀을 만들 수 있다던데요. 이 회장님은 어떻습니까?”

“저도 가능합니다.”

“깊이 9Km에 있다고 했던가요?”

“상상 초월의 깊이죠. 9km부터 11Km까지 금이 묻혀 있고요.”

달로 때려 박았는데 어떻게 딱 지표에만 박혀 있는지 그것 또한 기묘하다.

지구는 여러 번의 지각 변동을 거쳤을 텐데 말이다.

내 말을 확인한 그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마법 휴대폰을 꺼내 상태창에 손가락으로 던전 2개와 중간에 광산을 그렸다.

“이 회장님, 광산을 구매하려는 것은 그 아래에 금이 있어서라고 했죠?”

“맞습니다.”

“그 금은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 형태고요?”

“네, 그렇습니다.”

여기서 그런 확인을 하려 드는 이유를 모르겠네.

“어차피 인간이 가진 힘으로 그곳까지 파고들어 갈 방법은 없습니다.”

필리쁘의 말이 옳다. 하지만 나라면 창조신의 축복과 홀을 이용하면 어떻게든 가능하다. 정확히는 본캐의 힘이지만.

“현재 제가 가진 힘으로 가능합니다.”

그는 손가락으로 던전에서 광산 방향으로 죽 선을 그었다.

어? 잠깐만. 이거 불법이긴 한데 완전 쇠망치에 맞는 기분인데?

그가 또다시 확인하듯 물었다.

“이 회장님의 물건을 꺼내는 능력 말입니다. 저번에 집도 한순간에 집어넣었죠?”

내가 허탈하게 입을 뻐금거리자 육지호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땅을 파고 들어가 금만 빼 오겠단 말입니까?”

육지호가 왜 저렇게 인상을 쓰는지 잘 안다. 그는 정당한 거래를 통해 움직이는 인물이니까.

하지만 필리쁘는 물러서지 않았다.

“현재 이 방법 외에 딱히 방법이 있을까요?”

“뭐라는 거야? 엄연히 범죄인데.”

민석 선배의 말대로 범죄다.

하지만 내가 현재 취할 방법 또한 이것밖에 없다.

서류에 황금이 있다는 것까지 상대가 알게 된 이상 마크 쉘비가 포기할 리 없다.

무리수지만 해야 한다.

“거대한 황금 덩어리가 제 인벤토리에 들어가는 순간 거대한 땅 꺼짐이 생길 겁니다.”

“야, 이 회장!”

민석 선배의 말에도 묵묵히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인벤토리에서 다른 물체를 꺼내 채워 넣을까 합니다. 선배, 엄청난 양의 돌과 흙을 구해 주시죠.”

“너 아무리 그래도…….”

“저는 그래도 해야겠습니다.”

“이 회장!”

“언젠가 제가 이러는 이유를 알게 될 날이 올 겁니다.”

이들에게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알려 줄 수 없다. 욕을 먹더라도 해야 한다.

“제가 비밀리에 준비하겠습니다.”

왕혜선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고 싶은 거겠지.

손해는 크지만 그래도 내 사람들이 허튼짓을 한 게 아니란 것만 해도 다행이다.

계획은 물론 틀어졌고, 의견 또한 두 가지로 나뉘었지만.

“그럼, 왕 전무님께 일임하겠습니다. 준비되면 알려 주세요.”

필리쁘와 왕혜선은 불법이더라도 목적을 맹목적으로 쫓아 들어가 쟁취하는 성격이다.

반면 육지호와 민석 선배는 원리 원칙으로 문제를 풀어내려 한다.

“육 대표님 그리고 주 이사님. 이번 한 번뿐입니다. 부디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법을 어기는 게 더 쉽고 편한 방식이다. 그걸 알아도 내 나름대로 규칙을 정하고 답답해도 지켜 가려 했다.

하지만 이번만은 힘겹다.

“이 회장님. 저와 이야기하시죠.”

육지호가 처음으로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모두 회의실을 나가고 그와 둘만 남았다.

“제가 아는 이지완 회장님은 이렇게까지 타인의 것을 탐하는 성격이 아닙니다. 지금도 아니라 확신하고 있고요.”

“…….”

“오히려 쫓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알려 주시면 안 됩니까? 왜 이토록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시는지.”

“조만간 결혼도 해야 하고 아이도 태어날…….”

“제가 그렇게 약한 사람으로 보였습니까?!”

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봤다.

“……이걸 듣고도 평상시대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그 절망에 대해 알려 주시죠.”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알루에게 들었던 내용을 그에게 털어놓았다.

육지호는 놀라면서도 상당히 차분하게 내 말을 경청했고, 평소와 달리 배를 문지르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문창표 총장님과 저희의 적이었던 김규석까지 아는 사실을. 가장 가까운 저희에게는 숨긴 겁니까?”

“미안합니다.”

선의의 마음이라도 서운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약한 일반인이다. 약한 마수조차 이들에겐 한없이 무서운 존재…….

육지호는 팔짱을 끼더니 의외의 질문을 던졌다.

“지금 제 앞에 있는 이 회장님은 부캐겠죠?”

“맞습니다.”

“한 대만 힘껏 때려도 됩니까?”

“저도 아픔을 느낍니다. 어차피 하나거든요.”

“앞으로는 뭐든 알려 주시죠. 아무것도 모른 채 종말을 맞이하는 일은 겪고 싶지 않군요.”

“…….”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건 해 보겠습니다.”

“무섭지는 않고요?”

그가 양팔을 들어 올렸다.

“보시다시피 일어나지 않아서 감흥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

그렇구나, 나는 피부로 느끼는 일이지만 그에겐 비현실적일 수 있겠다.

그가 옅게 미소를 띠더니.

“진작 말했다면 그냥 훔치자고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설마요.”

“상황도 모르고 원리 원칙만 지키려 했으니 답답했겠군요.”

“다 같이 사는 세상이니까요.”

그는 무거운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농담을 던졌다.

“어떤 신인지 참 치졸합니다. 세기말 심판도 아니고 본인 금 때문에 이 난리라니.”

그의 뜻밖의 말에 피식 웃어 버렸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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