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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었더니 S급 여친이 너무 많음-127화 (126/216)

〈 127화 〉 두 번째 초대(4)

* * *

‘설마 화련이 걔가 다 말한 건가?’

정말 창졸간이었다.

숱한 상념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빵빵한 풍선 마냥 불안함이 부풀어 올랐다.

풍선은 한계치까지 몸집을 불려 곧있으면 터질 것만 같았다.

‘화련이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말할 것 같지는 않는데.’

이솔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강화련의 오른팔이자 의붓 언니에 가까운 이솔까지 모르는 눈치였던 것으로 미뤄 생각해 봤을 때 역시 강철환에게 직접적으로 언급했을 가능성은 낮았다.

‘마음 같아서는 정신감응능력을 사용해서 강철환을 떠보고 싶어. 하지만 지금 내 능력으로는 어림도 없겠지. 잘못하다가는 강철환에게 들킬 수도 있고.’

나는 침착한 마음을 유지하며 강철환을 흘끗흘끗 곁눈질 했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르게 강철환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음? 한 서방 왜 그러나?”

별안간 내가 눈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강철환은 인자한 웃음과 함께 다소 낫낫한 표정을 지었다. 저 표정의 저의를 꿰뚫을 수 없다. 나는 잠시 목을 가다듬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강철환의 반응이 너무 시원치 않다.

이상하리만큼 미적지근하게 행동하고 있다.

방금 툭 내뱉었던 말이 거짓인 것 마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태연자약한 강철환의 모습에 여러 가지 생각이 표홀 했다.

‘후…… 아무튼 일단은 진정하자.’

나는 마음속으로 마른세수를 하면서 천천히 머릿속을 정리했다.

‘어차피 강철환이 전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 하에 대응책을 마련해뒀잖아. 이제 와서 바보처럼 놀랄 것 없어.’

이제 와서 강철환이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대응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나 생각하도록 하자.

‘그런 그렇고.’

나는 슬쩍 강철환의 눈치를 보았다.

‘강철환의 반응이 생각 이상으로 너무 밋밋해. 일부러 연기하는 건가?’

가족을 끔찍이 아끼는 강철환의 입장에서는 내가 딸내미를 희롱하고 가지고 논 파렴치한으로 보일 것이 자명했다.

그러나 강철환은 별 일 아닌 것처럼 시종일관 태평한 모습으로 찻잔을 기울일 뿐이었다.

‘아니 잠깐만. 설마 그거 때문인가?’

설핏 강철환의 성격과 목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강철환에 대해서 조사해본 결과 꽤 재밌는 사실을 알아냈으니까.

그의 야망과 관련된 일이었다.

“한 서방. 그렇게 가만히 있지 말고 식기 전에 들게나.”

“예. 알겠습니다.”

강철환의 낮은 목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별안간 음식을 먹을 것을 권유하는 강철환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본 나는 천천히 젓가락을 움직였다.

일말의 시간 동안 음식을 맛보았다.

강철환은 조용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한 서방.”

“예.”

“반응이 영 시원찮군.”

“예?”

뜬금없이 나를 부르던 강철환은 쯧 하고 혀를 차며 못마땅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분위기 좀 전환할까 하여 이 늙은이가 농을 한 번 던진 거네만…… 한 서방 자네 반응을 보아하니 실패했나보군.”

“농…… 말이십니까?”

한낱 우스갯소리에 불과하다며 헛헛 웃는 강철환이었지만 진심일 리가 없었다. 강철환은 확신하고 있었다. 나에게 다른 여자들이 있는 사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반응하고 행동한다는 것은 한 가지를 의미했다.

……설마 진짜 그것 때문인가?

내가 생각했던 다섯 가지 시나리오 중 상당히 의외의 시나리오인데.

“자, 한 서방. 한 잔 하게나.”

“예.”

일말의 시간 동안 저녁 식사를 반복하던 와중 강철환은 나를 향해 술을 권장했고 나는 반듯한 자세로 손을 뻗어 술을 받았다.

청명하고 투명한 술을 받아낸 후 살짝 고개를 돌려 조심스레 홀짝여 보았다.

그런데.

“……!”

꿀꺽, 하고 삼키는 순간이었다.

목젖이 시뻘겋게 타오르는 격통이 느껴졌다.

마치 용암이 식도를 타고 흘러내려 직장까지 다다라, 온몸을 활활 불사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산업혁명 시절 노동자가 실수로 공업용 알콜을 꼴깍꼴깍 삼켰을 때 이러할까싶을 정도였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허리를 반쯤 숙이고 있는 힘껏 술과 위액을 게워냈을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행동하기도 전에 인사불성이 되어 쓰어졌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래봬도 몇 년간 훈련을 받은 헌터였다.

또한 지현이 클랜에 들어감으로서 더 엄격한 수련을 받았다.

한 마디로 말해 능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범인의 신체능력과 궤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 정도는 떳떳한 얼굴로 전혀 괘념치 않게 들이킬 수 있었다.

……아니. 사실은 좀 많이 힘들긴 하다.

수술용 알코올 농도가 80% 가량이라는데 이 빌어먹을 술은 한 90% 이상은 될 것 같았다.

나는 술을 전부 뱃속으로 흡수한 후 뜨듯한 숨결을 내뱉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강철환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사내답게 잘 마시는 군. 보기 좋아.”

“감사, 합니다.”

꽤 독한 술이었지만 어찌어찌 버틸 수 있었다.

“이 술은 폴란드 보드카인 스피리터스라네. 알코올 농도는 96.5% 정도 되지.”

사람이 먹을 만한 수준이 아닌데?

이 정도라면 날 죽일 생각으로 먹인 게 아닐까.

“좋은 보드카는 무색(無色), 무미(無味), 무향(無?)이라지만 나는 살짝 다른 맛을 첨가해서 마시는 걸 좋아한다네.”

강철환은 슬쩍 술잔을 들어올렸다.

“한 서방. 나도 한잔 따라줄 수 있겠나?”

“아, 예.”

나는 강철환의 요청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조심스레 술병을 집어 들어 조르르 따르기 시작했고 강철환은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내 술잔을 망설임 없이 기울었다. 와. 진짜 잘 마시네.

“하, 좋군, 좋아.”

몇 번이나 더 술을 비워낸 강철환은 별안간 입 꼬리를 슬쩍 들어 올렸다. 보아하니 알코올을 해독한 것 같지도 않았다. 위장이 손상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지경이다.

“훌륭한 식사와 맛있는 술…… 오늘은 좋은 날이군. 안 그런가?”

“예. 오늘 저녁식사에 초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 그런가…….”

저 독한 몇 잔이나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태연한 얼굴을 한 강철환은 조용히 창문 바깥을 내다보았다.

으스름한 어둠이 지천을 물들이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암영과 함께 요요한 초승달이 휘광했다.

……강철환은 술잔을 기울이며 초승달을 한 번 올려다보다가 나를 향해 질문을 건넸다.

“한 서방. 이 늙은이가 질문 하나 해봐도 되겠나?”

“예. 편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그래 고맙군…….”

말 꼬리를 살짝 늘어뜨린 강철환은 보드카를 차차로 들이킨 후 입술을 달싹였다. 강철환의 눈동자가 달빛을 받아 요요하가 번뜩였다.

“후우…… 한 서방은 흑산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흑산회라고 말씀하신다면?”

“어렵게 생각할 거 없다네. 말 그대로의 의미니까. 자네에게 있어서 흑산회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군.”

“…….”

갑작스러운 질문.

때문에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용솟음쳤다.

아까 우연히 마주쳤던 옆집 여자의 반응이.

학창시절 강화련을 두려워했던 아이들의 얼굴이.

게이트에서 몇몇의 헌터들에게 욕을 먹었던 당시 강화련이 등장하자 오들오들 떨었던 헌터들의 모습이.

그 모든 장면이 머릿속에서 맴돌다가 이내 아스라이 사그라들었다.

……흑산회를 긍정적으로 생각할 만한 요소는 전혀 없었다.

“생각이 많은 모양이군, 생각이 많은 모양이야…….”

지긋이 나를 쳐다보며 조용히 혼잣말을 내뱉은 강철환은 이내 곧 싱거운 웃음을 짓는다.

“너무 긴장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지. 아, 내가 너무 뻔한 걸 물어본 겐가? 하긴 그럴 수 있겠군. 자네에게 그리고 외부 사람들에게 있어서 흑산회는 조폭집단일 뿐일 테니까.”

“아닙니다.”

외부 사람에게 있어서 흑산회는 조폭일 뿐이다, 라…….

확실히 맞는 말이다.

나는 강화련과 이솔처럼 흑산회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강철환의 말마따나 나는 외부인일 뿐이다.

“허허. 그렇군.”

강철환은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쓸쓸함과 착잡함이 얽히고설킨 웃음이었다.

그는 잠시 입술을 잘근거리다가 다시금 술을 마셨다.

“그런데 말일세. 한 서방…… 나에게 있어서 흑산회는 말 일세…….”

잔잔한 호숫가처럼 달이 비치고 있는 술잔을 멍하니 내려다본 강철환은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인 목소리로 운을 띄웠다.

“……인생의 전부라네.”

술잔을 팅 하고 튕기자 호숫가에 파문이 일어났다. 흔들흔들 거리는 술잔과 함께 투영된 달이 이지러졌다.

“자네에게는 사회를 좀먹는 범죄 집단일지도 모르겠네만, 나는 정말 인생의 모든 것을 투자하여 흑산회를 지금의 자리까지 일궈냈지.”

어슴푸레한 달빛 아래 술을 기울인 강철환은 돌연 나를 말끄러미 쳐다보았다. 진중하고 진지한 두 눈동자가 내 얼굴을 뻔히 직시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한들 빈손으로 시작해서 이렇게까지 깡패조직을 성장시키는 게 불가능하겠지만…….”

이내 강철환은 아련한 옛 추억을 되새기듯 머리를 살짝 쳐들었다.

“……그 시절에는 가능했다네.”

술기운에 취해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꺼내려는 듯 보였지만 상당히 진중한 표정으로 미뤄 생각해 봤을 때 아무래도 본론을 시작하기 위한 밑밥일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조용히 경청하는 자세를 취하며 강철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한 서방. 자네도 배워서 알고 있겠지. 격변기 시절의 인류를.”

격변기.

정체불명의 탑과 기원을 알 수 없는 괴생물체가 등장했을 때를 의미한다. 미지(??)와의 조우는 인류에게 있어서 크나큰 위협과 공포였다.

“하늘을 꿰뚫을 듯 드높은 탑이 솟아오르고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을 때……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잇따랐다네.”

그것은 인류 역사상 길이길이 기억될 전쟁의 서막이었다.

“탑은 물리적인 방법으로 도저히 무너뜨릴 수 없었고, 괴수들은 공간을 찢어발기고, 어디서든 등장했지. 사람들은 언제 출몰할 줄 모를 괴수를 두려워하며 덜덜 떨 수밖에 없었다네.”

이해할 수 없는 천적의 출현과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 때문에 인류는 황폐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철환은 살짝 주먹에 힘을 줬다.

“신의 축복이었는지 아니면 돌연변이의 발생이었는지 모르겠네만 괴수가 출현했을 때와 마찬가지처럼 갑작스레 이능에 눈을 뜬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네.”

인류는 능력자의 출현으로 다시 한 번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격변의 끝을 맞이하자마자 찾아오는 것은 다름 아닌 혼란.”

대(大)혼란기.

탑, 괴수, 능력자.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끝임 없이 발생했다. 인류가 쌓아올린 법과 질서가 한낱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각종 종말론이 왕왕 울려 퍼졌다. 세계는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능력자의 등장으로 인류는 다시 혼란에 빠졌다네.”

“……예.”

그런 시절이었다.

괴수로 인해 법과 질서가 무너졌던 시절.

불안감이 극에 달했고 시민의식이 바닥을 기었던 시절.

성숙함이 부족하며 개인주의가 팽배했으며 혐오가 혐오를 낳던 시절.

혼란기는, 그런 시절이었다.

“사람들에게 있어서 능력자들은 괴수와 다를 바가 없었지.”

이해할 수 없는 것, 남들과 다른 것은 곧 공포와 멸시로 직결된다.

“차별하고, 억압하고, 배제 했다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에는 괴수로 인해 숱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으니까.

사람들에게 있어서 능력자들은 인간형 괴수와 일맥상통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너무 미흡했지, 미흡했어. 인간성도, 법적인 시스템도, 사회 전반의 의식도…… 너무나도 미흡했다네.”

강철환은 약간 씁쓸한 듯 중얼거렸다.

“능력의 발현으로 인해 인간의 개념이 허물어졌다네. 무능력자와 능력자의 갈등은 당연했겠지.”

“…….”

“능력자들에 관한 혐오가 끝없이 반복됐지. 능력자를 습격하는 일들이 빈번했고 혐오 단체가 성행했다네. 능력자들은 괴수에게 감염된 것이라며 헛소리를 지껄이기까지 했지. 정말 어려운 시대였다네.”

“……인류에게 정말 힘든 시간이었죠.”

“그러게 말일세.”

강철환은 잔잔하지만 무거운 미소를 띠운다.

“정부는 능력자들을 두려워했지. 그래서 더욱 엄격히 통제하였다네. 손짓 한 번으로 수십 명 이상의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능력자들을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나?”

그 당시 능력자들의 받았던 대우가 어땠는지 대략적으로 상상이 됐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술을 한 번 휘저은 강철환은 슬쩍 말을 내뱉는다.

“……탑의 효용성이 입증이 되는 일이 일어났다네.”

“탑 내부를 계속 조사한 결과 그곳에는 수많은 괴수들과 함께 천연자원이 가득했으니까요.”

탑 내부는 신세계와 다름없다.

화석 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연료.

산더미처럼 쌓인 보물과 기원을 알 수 없는 보구.

광활한 대지와 인류의 과학 기술을 진보시켜줄 새로운 수수께끼.

……인류에게 있어서 탑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과 동시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은 신대륙이었다.

“탑에 대한 역구와 조사가 진행되었지. 하지만 탑 내부를 조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네. 환경과 중력이 다르고,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있을 수 있고, 괴수들을 우글우글 서식했으니까 평범한 방법으로는 결코 공략할 수 없었겠지.”

신의 시련이라고 불릴 정도로, 탑은 매우 험난하고 위험한 곳이었다.

“결정적으로 마력 저항력이 낮은 사람은 탑의 독성을 견디기가 매우 어려웠다네.”

“하지만 능력자는 괜찮았죠.”

“그래, 그렇지. 능력자야말로 탑을 조사하고 공략하는데 적합한 인재였지.”

강철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능력자들의 힘은 점점 강해졌고, 결국에는 군대의 힘없이 능력자들만으로 괴수를 토벌할 수 있게 되었다네.”

“괴수가 출몰할 때마다 군을 움직이는 것은 너무 어렵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문제가 있었죠. 화기가 통하지 않는 괴수를 죽이려면 각종 미사일과 포탄을 사용해야하는데 재산피해 역시 만만치 않았고요.”

“그렇다네. 일종의 코스트 문제였지.”

그러나 잘 훈련된 능력자들은 큰 코스트 없이 괴수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가격과 노력 대비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

“탑과 괴수를 쓰러뜨리는데 있어서 능력자를 고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었고 정부는 능력자들을 전문적으로 육성함과 동시에 이미지 쇄신을 위해 언론을 조절했으며 결국에는 능력자를 위한 법과 제도를 하나 둘씩 마련하기 시작했다네.”

격변과 혼란 끝에 찾아오는 것은 결국 적응이다.

인류는 조금씩 탑, 괴수, 능력자에 적응하고 있었다.

“낡은 개념이 으스러지고, 새로운 개념이 생겨나고, 덧씌워지고 있었던 그 시절…….”

조금 강한 목소리로 읊조린 강철환은 술병 채 술을 벌컥벌컥 삼켰다.

“……후우. 한 남자는 이렇게 생각했다네.”

살짝 취기가 올라온 얼굴이었지만 눈빛만은 또렷했다.

“지금이 바로 기회라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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