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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었더니 S급 여친이 너무 많음-178화 (177/216)

〈 178화 〉 한서준의 기억(1)

* * *

기억(??).

기록할 기(?) 생각할 억(?).

“기억이란 무엇일까요?”

동글동글한 안경을 치켜세운 한 남자가 넉살스레 이야기를 시작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뇌가 받아들인 정보의 집합체 또는 의식 속에 잠재된 상념이라고 할 수 있죠.”

이십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는 안경다리를 붙잡고 안경알을 손수건으로 닦는다.

“사람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쌓아올린 기억을 밑바탕으로 사상, 관념, 성격, 가치관 등등을 형성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말해 기억은 그 사람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질문.”

안경을 비스듬히 고쳐 쓴 남자는 알 수 없는 웃음과 함께 내 얼굴을 말끄러미 쳐다본다.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은 과연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의 사람과 같은 인물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우스갯소리를 내뱉는 저 남자의 행태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은 순순히 그의 말을 경청할 뿐.

“만약 잃어버린 기억을 다시 되찾는다면 현재의 당신은 어떻게 될까요?”

“…….”

“과거의 인격이 덧씌워져 지금의 당신이 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아니면 자연스럽게 기억이 융화될까요?”

“…….”

안경잡이 남자는 퍽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뭐가 됐든 한 가지 확실한 건 변화가 생길 거라는 겁니다. 그것이 좋든, 싫든 간에.”

“그렇군요.”

나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고 안경잡이 남자는 몸을 조금 더 의자등받이에 기댄 채 씨익 웃는다.

“어서 와요, 한서준 씨. 당신의 재방문을 환영해요.”

“별로 오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제 시간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정말 혼자 오셨네요? 물론 제가 혼자 와달라고 부탁을 했긴 하지만요. 저번에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에델린 샤를테르의 부하라고. 함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이 남자의 말마따나 이곳에 홀로 오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그녀들을 대동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별다른 대비책 없이 혼자 이 남자를 찾아왔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게 에델린의 함정이라면 그녀들을 데려와 봐야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그녀들과 함께 대동할 경우 저 남자가 도주할 가능성도 있다.

쓸데없이 저 남자의 말을 무시한 채 멋대로 행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함정, 함정이라…….”

나는 천천히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집무실처럼 보이는 방안을 쓰윽 훑어보았다.

다소 조그마한 방.

남자는 태연하게 의자에 앉아있을 뿐이다.

흰 가운을 어깨에 걸친 채 어깨를 으쓱이고 있다.

아무런 무장을 하지 않은, 이른바 비무장 상태였다.

“글쎄요. 굳이 에델린이 이런 방법으로 함정을 팔 이유가 있을까요?”

“흐음?”

남자는 안경을 쓰윽 올렸다.

“애당초 에델린이 마음만 먹었으면 저 정도는 진작 붙잡혔겠죠. 이런 좀스러운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도요.”

알고 있다시피 에델린과 나의 전력 차이는 압도적.

아무리 그녀들의 도움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메꿀 수 없는 갭(gap)이 존재한다.

막말로 에델린이 성천교단을 이용해 급습을 했다면 도망치는 것밖에 방도가 없다.

……옛날부터 생각한 거였지만, 왜 에델린이 나를 이렇게 순순히 내버려두고 있는지 정말 의문이다.

“아하하. 하긴 그러네요. 그래요.”

무에 그리 재밌는지 남자는 킥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맞아요, 저도 사실 그렇게 생각해요. 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거든요. 당신이 기억을 잃었을 때 사로잡든가 아니면 또다시 기억을 조작하자고.”

또다시?

“한서준 씨도 이미 눈치를 채셨겠지만 당신의 기억을 지운 사람은 바로 저예요, 저.”

“역시 그렇군요.”

“생각해보면 이상하지 않나요? 머리에 부상을 당해 기억이 사라졌다고 한들 왜 회귀 전의 기억과 회귀 후의 기억만 깔끔히 사라졌는지.”

일일이 말해줄 필요는 없다.

사고가 아니라 인위적인 방법을 통해 기억이 사라졌다고 예상했으니까.

그것은 약물인지 아니면 마도구인지 또 아니면 각성 능력 때문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지만, 저 남자를 만난 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저 남자가 내 기억을 없앤거구나, 하고.

“당신의 기억을 지어버린 후 에델린의 입맛대로 바꾸려고 했는데 말이죠.”

제 입맛대로 바꾸려고 했다니.

솔직히 좀 무서운 말이다.

막말로 내 기억을 완전히 포맷하고 에델린의 취향에 따라 기억을 심어 넣었으면 난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어쩌면 충실한 애완견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노릇.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

“이미 한 번 실패했다는 말인가요?”

“예에. 뭐. 결론적으로만 말하면 그런 걸까요?”

다행이네.

다행이긴 한데.

무언가 좀 이상하다.

나는 저 남자의 각성 능력이 기억조작계통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훗날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칠 만큼의 능력이라는 것도 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안경남의 이름은 김유완.

기억조작계통 능력에 관해서는 감히 말하길 권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김유완의 능력은 나에게 통하지 않을 텐데?’

지현이, 서윤이, 화련이 할 것 없이 모든 능력을 무료화한 나에게 있어서 각성 능력은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다.

S랭크들의 능력조차 통하지 않는데 현재의 김유완의 능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설마 왜 각성 능력이 통했는지 의문인가요? 아하하. 한서준 씨. 애당초 당신의 능력은 ‘무료화’ 가 아니라 ‘흡수’ 잖아요, 흡수. 한 번에 흡수할 수 있는 양의 한도가 있는 법이죠.”

그러고 보니 화련이와 한바탕 싸웠을 때 반쯤 진심으로 뻗은 주먹을 완전히 흡수하지 못했다.

S랭크 정도의 능력자가 진심으로 능력을 사용하면, 그 어마어마한 양의 힘을 한순간에 흡수하기 버겁다는 것이다.

내 역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것보다 한서준 씨의 기억조작을 유지시키는 게 더 힘들었어요.”

“무슨 말이죠?”

기억조작을 유지시켜?

“당신 능력 특성상 기억을 조작했다고 한들 다시 흡수 능력을 사용하면 기억을 조작한 게 해제될 테니까요.”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다.

기억조작이 지속효과라면 나는 지속무료화니까.

어찌어찌 기억조작에 성공해도 다시 흡수 능력을 사용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각종 방법을 사용해 당신의 능력을 어느 정도 억제하고 제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죠.”

“내 능력을 억제?”

“한서준 씨. 혹시 능력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느끼지 못하셨나요?”

그러고 보니 아카데미 시절 교관의 능력조차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던 것이 언뜻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서준 씨가 맨 처음 다른 사람의 능력을 흡수하고 사용했을 때 기껏 해봐야 C~B­ 랭크의 힘 정도 밖에 사용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거의 S랭크에 가까운 힘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죠. 아무리 영약을 잔뜩 섭취했다고 해도 1년 만의 변화라고 보기에는 너무 극단적이지 않나요?”

“…….”

남자는 홀로 고개를 주억였다.

“당신이 흡수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점점 기억이 되돌아오는 시기가 빨라지고 있죠. 정말이지 제 입장에서는 좀 난감하네요. 개인적으로 에델린이 탑을 정복할 때까지 기억을 되찾지 못하길 바랬는데.”

“김유완 씨.”

“왜 그러시죠?”

“에델린이 왜 당신을 가만히 내버려두고 있는 거죠?”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당신의 능력…… 너무 유용하잖아요.”

기억을 조작하는 능력은 생각 이상으로 매우 유용하다.

솔직히 말해서 저 남자만 있으면 얼마든지 능력자들을 꼭두각시로 만들 수 있다는 거잖아.

번거로이 능력자들에게서 능력을 빼앗아 부하들에게 나눠줄 필요도 없이 애당초 능력자 자체를 부하로 만들면 그만이다.

사실상 세뇌에 가까운 능력.

사용법은 꽤 까다롭지만 정말 유용하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니, 양날검에 가깝다는 것.

왜냐하면 저 남자가 딴 마음을 품으면 여러모로 위험하잖아?

에델린이 그러한 위험요소를 잠자코 보고만 있을까?

나와 관련된 일이라면 다소 물렁한 구석을 보이는 에델린이었지만 타인에게는 꽤 철저했으므로 내가 알고 있는 에델린이라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높은 확률로 저 남자에게서 기억조작능력을 빼앗아 본인이 사용했든가 아니면 믿음직스러운 부하에게 건네줬을 터.

“제 능력이 에델린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뭐 그런 말씀을 하고 싶은 겁니까?”

남자는 히죽 웃는다.

“아, 확실히 제 능력은 위협적이긴 하죠. 마음만 먹으면 능력자들의 기억을 제 입맛대로 바꿀 수 있으니까요 당신처럼.”

“그러면 왜 에델린이 당신을 가만히 내버려두는 거죠? 에델린 입장에서는 당신의 능력을 빼앗는 게 여러모로 좋을 텐데?”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니까 확실히 한서준 씨 당신의 기억이 애매하다는 걸 알 수가 있네요.”

“……?”

무슨 말이지?

“한서준 씨의 말마따나 제 능력은 여러모로 위험하지만…… 사용조건이 꽤 까다로울 뿐더러 애당초 능력자의 기억을 조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기억을 조작하는 사람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효율이 떨어지고 제대로 조작할 수도 없죠.”

회귀 전 기억이 온전치 않아 김유완이 기억조작을 할 수 있다는 것만 알고 있지 능력의 제약이나 조건 같은 것은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나 또한 타인과 직접 접촉해야만 발동되는 능력이었으므로 어쩌면 김유완의 발동조건은 더 까다로운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기억을 조작해도 오래가지 않거든요.”

김유완은 쓴웃음과 함께 선선히 읊조렸다.

“한서준 씨 당신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온갖 방법을 다 사용해서 간신히 기억을 조작해 봐야 몇 달도 채 가지 않아 조금씩 기억을 되찾고 있고…….”

“…….”

“능력 발동 조건도 까다롭고, 지속시간도 짧고…… 여러모로 불편한 능력이란 말이죠.”

“……그래도 사용하기에 따라 충분히 위협적일 거 같은데요?”

“아,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애당초 에델린이 제 능력을 빼앗으면 뭐하나요. 제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텐데.”

“아.”

“상대방의 기억을 조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오랫동안 훈련 할 필요가 있죠. 힘들게 제 능력을 빼앗아봐야 제대로 활용하려면 10년은 족히 걸릴 걸요?”

“그럴 바에는 그냥 내버려둔 채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받는 게 좋다, 그거네요.”

“네. 그렇죠. 물론 에델린 성격에 절 순순히 내버려두지는 않았고, 나름 목숨줄을 잡힌 상태라고 할까요? 하하.”

반쯤 협력관계이자 협박관계라는 건가?

“솔직히 제 입장에서는 에델린이 승리하든 당신이 승리하든 별 상관이 없어요. 아,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당신이 승리하는 게 더 좋을 수도?”

“목숨줄 쥐고 있는 에델린이 사라지니까요?”

“예, 그렇지요. 아니 잠깐. 과거 당신 성격을 생각해보면 또 모르겠네요. 기억을 되찾은 당신이 저를 가만 둘지.”

가만히 안 내버려둘 것 같은데?

이 남자 때문에 기억을 잃은 거잖아.

“뭐 어찌됐든 지금의 에델린이 말한 역할에 충실해야겠지만요.”

“당신이 맡은 역할이라면…….”

“한서준 씨, 당신이 저를 찾아올 경우 기억을 되찾는데 순순히 협력한다는 거죠.”

“어째서 에델린은 제가 기억을 되찾게 내버려 두는 거죠? 기억을 되찾아봐야 에델린에게 좋을 건 하나도 없을 텐데.”

“글쎄요? 제가 회귀자의 생각을 어찌 알까요. 그냥 시키는대로 할 뿐이지. 그래도 제 생각을 한 번 말해보자면 에델린은 애당초 당신이 기억을 되찾든 말든 상관이 없는 게 아닐까요?”

내 기억의 유무는 상관이 없다?

뭐, 에델린과의 전력차를 생각해보면 큰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괜스레 위협요소를 늘리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아니면 마음속 어딘가에서 당신이 기억을 되찾은 채 대화하는 걸 바라는 거일지도 모르죠.”

대화, 대화, 라…….

그러고 보니 에델린은 만날 때마다 대화를 원했었지.

공원에서 만났을 때.

샬롯을 통해 초대장을 보냈을 때.

항상 대화를 원하고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네요. 애당초 이미 한 번 제 기억을 없앤 후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했으면서. 뭘 이제 와서…….”

“오히려 한 번 실패했기 때문에 대화를 원하는 건지도 모르죠.”

정말이지 에델린의 생각은 알 수가 없다.

“자, 그러면 마지막으로 물어볼게요. 정말 기억을 되찾기 바라세요?”

“…….”

“선택은 한서준 씨 자유에요. 기억을 되찾는 것도,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것도, 오롯이 당신의 선택이죠.”

“…….”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기억을 되찾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에델린이 탑을 완전히 공략하기 전에 기억을 되찾는 방법은 이 남자 밖에 없다.

“여기까지 와서 또 망설이네요. 뭐, 충분히 그럴 만하죠. 아까 말했다시피 이 모든 게 함정일수도 있으니까요.”

“이제 와서 이런 함정을 팔 거라고는 생각하진 않지만요.”

“아하하. 글쎄요? 아무리 에델린이 전력상 우위라고 해도 당신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해야할 텐데…….”

남자는 진득한 웃음을 띄운다.

“……이렇게 당신이 무방비 상태로 찾아와 기억을 만질 수 있게 해준다면 아무런 손실 없이 당신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지금 내 상황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범의 아가리에 머리를 집어넣은 격이다.

막말로 이 모든 것이 함정이라면, 나는 꼼짝 없이 기억을 조작 당한 채 에델린의 노리개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승부수를 띄울 필요가 있었죠. 어차피 이대로 가다가는 가망이 없으니까요.”

“그것도 그렇군요. 아무리 당신의 여자들이 도움을 줘도 에델린이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정리할 수 있으니까요.”

“너무 우리 애들을 만만히 보시네요.”

“만만히 보는 건 아니고…… 실제로 그렇잖아요? 제가 알기로는 샬롯 레즈베리 혼자서 그쪽 여자분 세 명을 제압했다고 들었는데.”

“쯧.”

미리 대비하고 있었으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거든?

아무런 예고 없이 급습을 당했기에 밀린 것뿐이다.

그리고 샬롯은 너무 강하잖아.

샬롯은 수 십년 차 베테랑 헌터이자 세계랭킹3위 아니야?

이제 막 이십대 초중반에 돌입한 그녀들과 비교하면 어떡해.

“알고는 계시겠지만 에델린의 곁에는 수많은 능력자들이 있어요. 대표적으로 샬롯, 로랑, 카멜롯이 있죠.”

“에델린의 최측근들이네요. 한 명 한 명이 만만치 않다고 들었는데.”

샬롯 한 명으로도 골치 아픈데, 아이고 두야.

“그러기 때문에 더 기억을 되찾을 필요가 있는 거겠죠. 설령 함정이라고 해도.”

“그렇게 걱정되면 당신 여자들을 데려오지 그랬어요? 만약의 사태는 대비할 수 있잖아요?”

아니, 네가 데려오지 말라며?

“그쪽이 제 기억을 조작하면 적으로 돌아설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괜히 애들과 싸워야할 텐데 잘못하다가는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겠죠.”

“흐음?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어차피 모 아니면 도. 각오는 이미 했어요.”

“좋네요, 좋아. 그러면 어디 해볼까요?”

김유완은 천천히 나를 향해 다가왔다.

느릿하게 손을 뻗는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능력 사용하지 마세요. 몸에 힘 빼시고.”

나는 그 말과 함께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만약을 위해 문자 메시지를 예약해 놓았다.

정말로 이 모든 게 함정이고 내 기억이 에델린의 입맛에 조작된다면 내가 보낸 메시지를 통해 어느 정도 사태를 파악할 수 있을 터.

부디 그녀들에게 별다른 피해가 없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 욱씬.

그리고 순간.

머릿속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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