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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었더니 S급 여친이 너무 많음-211화 (210/216)

〈 211화 〉 정상을 향해(5)

* * *

S(Special)랭크 헌터.

특별함, 특이함, 특수함.

S라는 단어에는 이 모든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규격 외라는 것이다. 통상적인 잣대를 들이밀어 A, B, C, D, E, F 등등의 등급으로 재단할 수 있을 만큼 녹록하지 않다.

S랭크 헌터는 강하다.

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혹시 세계헌터순위를 알고 있는가?

그 중 100위권 안에 들어가는 극소수의 강자들을 탑 랭커라고 칭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헌터들은 차원이 다른 강함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으로 10강 헌터 이지현을 예로 들을 수 있다.

대한민국의 최강자.

축복받은 돌연변이.

동아시아의 기린아.

등등의 여러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만큼 이지현이 흩뿌리는 염동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막강하다.

시야에 닿는 생물, 무생물 할 것 없어 으스러뜨리고 짓밟고 뭉갤 수 있다.

감히 말하길 철로 된 군세조차 상대가 되지 않을 터.

수십 톤의 전차조차 종잇장마냥 찢을 수 있을뿐더러 쳐다보는 것만으로 제공권을 장악하려는 전투기를 떨어뜨릴 수 있을 테니까.

미사일, 탄환, 포탄 같은 투사체 또한 마찬가지.

이지현은 단 홀로 전황을 뒤집어 놓을 수 있는 최상위 능력자다.

그야말로 최상위권 능력자들은 일인 군대(One Man Army)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괜히 비대칭 전력(asymmetric power)이라고 일컬어지며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극복할 수 없는 전술적 병력 차이를 홀로 타파할 수 있는 생물병기가 최상위 S랭크 능력자다.

애당초 국방력의 일부로 취급될 만큼 최상위 S랭크 헌터들은 그 존재만으로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S랭크 헌터들은 어떠할까?

중위권 혹은 하위권의 S랭크 능력자들.

그들 또한 S랭크로 분류되고 있는지라 강할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최상위권 S랭크 헌터와 같은 등급으로 취급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S랭크라는 것은 측정하기가 어려워서 부여가 된 랭크.

S랭크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커트라인은 존재하지만 최대한의 커트라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무슨 말이냐면 아무리 같은 학교에 입학했다고 한들 60점 짜리 학생과 100점 짜리 학생이 같은 레벨은 아니지 않겠는가?

S랭크 라는 그룹으로 묶여있어도 사람에 따라 S랭크끼리의 격차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아마 최상위 S랭크 헌터라면 중위권 혹은 하위권 S랭크 헌터들을 여럿 쓰러뜨리는 게 가능할 것이다.

좋아 그러면 여기서 한 번 더 생각을 해 보자.

똑같은 S랭크 능력자라고 할지라도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이렇게 차이가 극심한데 A랭크 헌터와 S랭크 헌터를 비교하면 어떠할까?

일반적으로 랭크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 차이가 명확하다.

측정할 수 있는 강함과 측정할 수 없는 강함.

그 차이에서 비롯되는 힘의 간극은 명확하다 못해 확실하다.

이를 테면 늑대와 호랑이.

아무리 노련한 늑대라고 할지라고 산을 호령하는 범을 이길 수가 없다.

그것이 섭리이자 자연이 정해놓은 수순. 늑대의 발톱과 송곳니 따위 산군과 비교하면 우스울 따름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A랭크 헌터들의 숫자가 더 많다고 한들 S랭크 헌터들 앞에 약간의 숫자적 우세 따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15명 vs 25명?

물론 25명 쪽에 S랭크 헌터들도 몇몇 있지만 그렇다고 한들 15명 쪽은 전원이 S랭크 능력자다. 어떻게 생각해 봐도 질 수가 없는 전력이다.

때문에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결국 S랭크 헌터들이 많은 쪽이 승리할 거라고.

‘……뭐야. 생각 보다 할 만 하잖아?’

뭐, 상대방이 정상적인 S랭크 ‘헌터’ 였다면 말이지.

‘S랭크 능력이 아깝네, 아까워.’

화염, 폭포, 벼락.

온갖 초상능력이 이솔을 덮쳤다.

하나 하나 허투루 볼 수 없을 만큼 위협적이다.

단 한 번이라도 공격을 허용하면 치명상을 입을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러나 이솔은 큰 어려움 없이 성천교단의 S랭크 능력자들의 공격을 받아 넘겼다.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가는 불길이 뺨을 훑고 지나가는 폭풍이 살갗을 어루만지는 벼락이 그녀의 목숨을 위협했지만 큰 긴장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도련님께 미리 듣긴 들었지만 생각보다 영 맥아리가 없네.’

이솔은 흑산회에서 악명 높은 능력자.

차기 S랭크 헌터로 거론될 만큼 높은 잠재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S랭크 헌터와 자웅을 겨루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중론이다.

그래, 저 성천교단의 S랭크 능력자들이 정상적인 헌터들이었다면 이러한 생각 따위 꿈도 못 꿨겠지.

‘도련님이 왜 그렇게 양산형 S랭크 능력자라고 강조했는지 알 것 같아.’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들은 대부분 양산형 S랭크 능력자들이다.

양산형이라는 수식어를 생각해 보면 터무니없는 헛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S랭크 능력자를 한 명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말 어마어마한 자원이 소비되니까.

타고난 재능.

끝도 없는 노력.

명확한 신념과 욕망.

좋은 스승 및 성장을 뒷받침할 환경.

이 모든 어려운 조건들을 클리어 해야만 비로소 S랭크 헌터에 다다를 수 있다.

하지만 성천교단에는 성천녀가 존재한다.

현 성천교단을 이끌고 있는 기이한 능력자.

그녀의 능력은 타인의 능력을 이양 받고 건네주는 것.

그 말도 안 되는 능력을 십분 활용하여 자신에게 충성하는 신자들에게 S랭크 능력을 건네줘 양산형 능력자들을 생산하는 게 가능했다.

S랭크 능력자들로 이뤄진 병력을 양껏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그녀의 능력은 감히 말하길 반칙에 가까웠다.

그러나 약점 또한 명확했다.

‘확실히 능력 자체는 굉장한데…… 힘을 다루는 게 좀 미숙하네.’

아무리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사용자가 미숙하면 능력은 빛을 바랜다.

어린아이가 칼을 휘두르는 것과 검의 달인이 칼을 휘두르는 것처럼.

S랭크로 분류된 능력은 위협적이었지만 그 능력을 사용하는 사람은 크게 위협적이지 않다.

이 차이가 현재의 결과를 만들었다.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것 밖에 못하는 건가? 뭐, 재능은 있는 것 같긴 한데…….’

성천녀가 아무에게나 능력을 나눠주지는 않았을 터.

자신에게 충성하되 나름 재능이 있는 신자들에게 능력을 건네주었겠지.

하지만 ‘나름’ 재능 있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너무, 너무나도 부족해.

체계적인 훈련과 기업 단위의 지원을 10년 이상 받았으면 또 모를까 고작 몇 년 동안 훈련받은 주제에 베테랑 A+ 헌터와 싸워 우위를 점하겠다고?

하하. 웃기는 소리다.

왜냐하면 A+ 헌터들은 최상위 재능을 갖고 있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며 이곳에 있는 대부분은 수십 년 이상 훈련을 받고 실전을 겪은 프로니까.

물론 저 양산형 능력자들이 강한 것은 인정한다.

능력을 다루는 게 미숙하지만 능력 자체는 경이롭다.

마치 어린아이가 칼을 휙휙 휘두르는 모양새였으나 칼은 위협적이다. 하물며 그 칼이 명검이라면? 방심할 수 없다. 방심할 수 없는데…….

……힘만 센 아마추어에게 휘둘릴 만큼 녹록하게 살아오지 않았다.

‘나쁘지 않는 상황이네.’

이솔은 주변을 휙 하고 훑어보았다.

양산형 능력자들은 흑산회와 세피로트 클랜의 부팀장급 이상의 인원들이 지휘진두 아래에서 요령껏 상대하고 있었고 철십자 부단장인 로이스와 주교급 인물인 한니발은 우리쪽 S랭크 인원들이 견제하고 있었다.

우리 쪽 숫자가 더 많았기에 가능한 양상이었다.

‘무리하지 않고 차근차근 싸운다면 충분히 할 만 하겠…….’

“이야~ 생각 보다 더 잘 싸우네요?”

이솔은 방심하지 않았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지만.

“큭!”

푹, 하고.

시퍼런 칼날이 어깨죽지를 짓쳐들어왔다.

서늘한 감촉과 활화산처럼 뜨거운 격통에 신음을 흘렸다. 뭐야. 언제 이렇게 접근했지? 로랑은 단검을 꽉 움켜쥔 채 실실 웃고 있었다. 장난 섞인 웃음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짐승의 웃음이었다. 뱀이 개구리를 보고 혀를 날름거리듯. 이솔은 서둘러 발을 뺐다. 어깨를 붙잡은 채 거리를 벌렸다.

로랑은 단검을 까딱까딱 움직이며 희희 웃을 뿐.

“반응속도가 좋네요. 우리 애들보다 좋아.”

순수하게 감탄한다.

“우리 애들은 능력은 세지만 움직임은 영~ 어수룩하거든요. 괴수전은 쓸만한데 대인전은 좀 많이 별로긴 하죠?”

“언니!”

부지불식의 순간이었다.

붉은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한 여성이 탄알처럼 빠르게 쇄도한 것이다.

강화련이었다. S랭크 신체능력자. 한 번 도약하는 것만으로 우레를 연상케하는 굉음이 왕왕했다. 또 폭풍을 떠올리게만드는 바람까지. 그야말로 자연재해가 따름이 없었다.

그리고 그 자연재해는 로랑의 머리를 향해 정확히 가격했다.

“아니, 으?!”

단말마와 함께 펑!

유언조차 남기지 못했다.

파쇄음이 귓전을 두드렸다.

로랑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빛살처럼 내지른 주먹을 피할 재간이 없었다. 그녀의 죽음은 당연한 것이었다. 연약한 인간의 몸이 강화련의 주먹을 감당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 결과 로랑은 죽었다.

두개골이 으깨짐과 동시에 핏물이 용솟음 쳤다.

뇌수 찌꺼기가 줄줄 흘러나왔으며 검붉은 핏줄기가 땅을 적셨다. 사방팔방 흩날린 육편과 핏방울만이 선명했다.

머리를 잃은 로랑은 힘없이 쓰러졌다. 한낱 고깃덩어리로 화한 것이다.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죽음. 이미 죽어버린 시체가 됐다.

……정말 끔찍한 광경이다.

항거할 수 없는 폭력의 강력함.

단순한 주먹질로 이러한 결과를 만들었다.

한껏 신체능력을 끌어올린 주먹을 그야말로 일격필살의 흉기였다.

“언니 괜찮아?”

“어휴, 우리 화련이. 괜히 호들갑은. 이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야. 이런 적 한 두 번도 아니고.”

쓴웃음과 함께 손을 휙휙 휘저으며 철없는 동생을 안심시킨 이솔이었지만 어깨가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뼈까지 손상된 것 같다.

“강, 강화련 씨! 갑자기 멋대로 움직이면 어떡해요!”

“잠시만 기다려 봐요. 그 정도 실력도 없어요?”

“아 진짜! 당신도 한서준도 다 제멋대로 아니에요?!”

방금 전까지 강화련과 함께 루이스를 견제중이었던 정세연이 우는 소리를 했다. 루이스는 심플하게 강했다. 양산형 능력자들과 차원이 달랐다. 솔직히 말해 정세연 혼자 막기에 버거웠다.

“아아. 너무해. 이렇게 갑자기 주먹을 내지르는 건 무슨 경우에요?”

“저거 진짜 안 뒤지네.”

어느새 로랑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흩뿌려졌던 핏물과 고깃 조각이 자취를 감췄다. 이미 한서준에게 이야기를 들었다지만 실제로 보니 놀라웠다.

“언니.”

“응?”

“언니는 우리 쪽 애들 좀 지원해줘. 난 저 녀석을 맡을 테니까.”

“……괜찮겠어?”

괜찮을 리가 있나.

로랑 드 다비드는 명명백백한 강자이다.

세계랭커들을 사냥할 만큼의 실력자이며 에델린의 최측근.

저 정도 실력자와 제대로 붙는다면 십중팔구 질 것이 뻔했다.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강화련은 가죽 장갑을 고쳐 꼈다.

“일단은 내가 저 녀석 능력의 상성인 것 같으니까.”

한서준이 추측한 내용에 따르면 로랑의 능력은 강력한 것이 아니다.

약점 또한 명확한, 성가신 능력일 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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