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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 실패 후 다시 사는 천재 카이스트생-5화 (5/134)

#5. 아주 잘했다! 우리 아들!

#5. 아주 잘했다! 우리 아들!

아쉽게도 나는 이번에도 이호권에게 맞기만 했다.

그야 고작 팔목 하나 좀 심하게 꺾였다고 하도 엉엉 바닥을 뒹굴어대니 어쩌겠는가.

팔뚝을 대주지 않는데.

나도 상도덕은 있지.

어떻게 엉엉 우는 중학생을 때릴 수 있겠어?

“한경준!”

―라는 건 다 거짓말이고.

“애 하나를 팔 병신으로 만들어놓고, 뭐 이리 떳떳한 표정이야?!”

그냥 난리가 난 교실에 갑자기 선생이 나타났기 때문에 뒤로 물릴 수밖에 없었다.

“친구에게 미안하지도 않아? 어?!”

전혀.

학기 초에 바로 폭력 문제 발생.

담당 선생으로서는 아주 큰 골치일 수밖에 없겠지.

게다가 이호권은 응급실에 실려 가버렸으니.

그나마 남아있는 내게 온갖 시끄러운 소리를 내뱉는 수밖에.

이에 나는 딱히 내 상황을 설명하지도, 억울함을 토로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그래도 소용없다는 걸, 나는 이미 한번 겪어서 알고 있었으니까.

‘아, 이제야 기억났네.’

이 망할 담임, 내가 전생 1회차에서 몇 번을 괴롭힘 당했다고 말했었는데.

단 한 번도 도와주지 않았거든.

아니, 오히려 나와 이호권을 동시에 불러놓고선.

『이제부터 둘이 싸우면 안 된다? 이제부터 사이좋게 지내! 자, 둘이 화해의 악수!』

이 지랄을 떨었던 것 같다, 이 선생은.

이후에 내가 어떻게 됐는지는 굳이 말 안 해도 알겠지.

“어쩌고 저쩌고······! (대충 한 귀로 흘려듣는 꼰대소리)······!!”

그러니 처음엔 다 들어주었다.

그러면서 ‘그 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어?! 지금 네가 무슨 잘못했는지나 알기나 해?!”

그리고 기다리던 그 말이 나오자마자.

“네, 알죠.”

행동을 개시한다.

“뭐, 뭐······?”

그간 입 다물고 듣고 있던 내가 갑자기 저리 당당하게 나오니 순간 당황해버린 선생.

“뭐, 알아? 안다고?!”

그러나 꼴에 선생이란 권위는 지키고 싶어서인지, 더욱 언성을 높이는 그였다.

“좋아! 무슨 할 말이라도 있으면 어디 한번 해봐!”

“······.”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스윽.

대신 나는 핸드폰을 꺼냈다.

“너, 너! 학교에 핸드폰 가지고 온 거냐?!”

저 개지랄 하는 선생을 무시하고, 계속 옛날 피쳐폰을 조작해서 보여준다.

“이 녀석이······!”

선생이 그런 내게서 핸드폰을 뺏으려고 하다가.

“어······?”

갑자기 멈춰버린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원펀치 하자고~』

그야 핸드폰에서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으니까.

“선생님.”

저벅.

이호권 때랑 비슷하게, 선생의 뒤로 천천히 다가가서.

이내 똑같이 무감정한 표정으로, 그의 귀에 대고.

“전 맞기만 했습니다.”

조용히 속삭였다.

* * *

담임이 보고 있던 내 핸드폰에 찍힌 동영상.

거기엔 이호권 패거리가 나를 위압적으로 둘러싸고 비웃고 있는 게 그대로 다 찍혀 있었다.

전부 다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미리 교실 뒤 서랍에 안 보이게 설치해둔 거였다.

“이, 이게 무슨······!”

처음엔 뭐냐면서 평소 꼰대 선생 성격처럼 성질을 내던 선생이었으나.

“이, 이건······.”

점점 갈수록 말수가 적어질 수밖에 없었던 그.

이유야 뻔했다.

저 영상에 내가 잘못은 하나도 찍히지 않았으니까.

아니, 잘못은커녕 대응 하나도 없었다.

동영상이 보여주는 건 정말 딱 이러했다.

①이호권 패거리가 나를 포위한다.

②내가 갑자기 일어서며 팔뚝을 댄다.

③그러자 이호권이 나를 때린다.

“전 맞기만 했습니다.”

정말 그게 다였다.

동영상에서 보기에 이호권은 자기가 먼저 때려 놓고서는, 후에 병신같이 스스로 팔목이 부러져버린 병신.

정말 딱 그 수준밖에 안 됐다.

내가 일부러 팔뚝을 끊어쳐서 팔목을 부러트리게 한 것은 전혀 티 나지 않았다.

본래 1회차의 심약했던 나였다면 이런 고난이도의 기술은 불가능했겠지.

하지만 전생의 닳고 닳은 기억은 심약했던 중학 시절의 나를 깔끔히 지워버렸고.

전생에서 물려받은 몸의 기억, 그 1할의 스탯과 익혀진 감각이 이번 일을 가능케 했다.

“······.”

영상을 다 본 선생은 말문을 잇지 못했다.

슥.

그걸 확인한 난 다시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면서.

“그럼 잘못한 것 없으니 교실로 돌아가겠습니다.”

교실로 돌아가려고 했을 때.

“너, 너······!!”

선생은 결국 내가 준 마지막 기회마저 걷어차 버리고 말았다.

“너 선생님이 말하는데 태도가 그게 뭐야! 당장 이리 와!”

하하.

어째 한치의 예상도 벗어나질 않고 이호권이랑 하는 짓이 똑같냐.

뭐, 좋아.

“이거, 선생님께서 스스로 자처한 겁니다?”

* * *

진짜 아주 난리가 났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경찰이고 구급차고 다 불렀다.

선생으로서 가장하기 싫은 모든 짓을 다 했다.

교육부에 민원 넣기.

동영상 찍었던 거 당시 유명한 동영상 사이트에 풀어버리기.

메이저 언론사, 소규모 하나하나에 전부 자료와 함께 제보하기.

『원펀치라는 위험한 놀이를 아십니까?』

『경기도 S중학교 학생, 동급생 때리려다가 역으로 자기 팔 부러져.』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학교폭력 문제, 담임은 가해자와 화해시켜 은폐?』

이때도 학교폭력은 항상 문제시되었기에, 언론은 곧바로 대서특필을 냈다.

물론 저런다고 학교폭력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그저 언론사는 그냥 뉴스를 내서 조회수를 빨고 싶을 뿐인 거다.

물론 정부도 비슷하게 생색만 내고 싶을 뿐.

그래도 꼰대 선생 하나 족치기엔 너무나도 충분하고도 넘쳤지.

아마 교사는 철밥통이라 강제사직은 못하겠으나, 적어도 정직이나 전근, 연봉 감면 정도는 됐을 테니.

이 정도면 난 됐지 싶다.

그야 선생은 덤이고.

가해자인 이호권 걘 이제 평생 오른 팔목을 제대로 못 쓰는 인생이 됐으니까.

걔 엄마가 지랄하지 않았냐고?

당연히 개지랄했지.

그래서 그쪽에서 고소하겠다고 전화 오기 전에 이미 내가 먼저 검찰에 가서 고소장 넣고 왔다.

그쪽 아이 때문에 내 팔뚝이 너무 아파 제대로 된 생활을 못 하겠다며, 말이다.

멕이는 거냐고?

멕이는 거 맞다.

뭐, 어차피 처벌은 못할 걸 안다.

실제로 다친 건 걔고, 촉법소년이니까.

그러나 그건 나에게도 적용되는 법.

게다가 확실한 증거 동영상도 제출했으니.

우리가 걔 병원비를 물어주거나 합의금을 주는 일은 일절 없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이걸로 앞으로 걔의 원펀치 놀이에 희생될 수많은 중생들을 구했으니.

나야 전학 가서 망정이지.

듣기론, 내가 전학 간 이후에 우리 학년에 학폭으로 자살한 학생이 나왔다고 들었다.

그러니 이호권은 그 인과응보를 인과를 거슬러 받게 된 거다.

걔는 아마 앞으로 평생 오른팔 병신으로 살아가게 될 터이므로.

“아들, 괜찮아?”

모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어머니가 평소와는 다른 목소리로 차분하게 물었다.

충격일 거로 생각했다.

분명 어머니인 이상, 갑자기 자기 아들이 이전과는 다르게 바뀌었다는 걸 눈치챘을 테니.

갑자기 검찰 가자고 해서 능숙하게 고소장 넣고.

오히려 어른인 그녀보다 내가 검사 보좌관이랑 더 잘 대화하고 그랬었으니.

이상함을 느끼지 않을 리가.

“우리 아들이 학교에서 그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줄은 몰랐네.”

아무래도 어머니께서는 내가 갑자기 변해버린 게.

중학교 들어가면서 이런저런 괴롭힘 끝에 감정이 폭발해버린 것으로 생각하고 계신 듯했다.

“이 엄마가 정말 미안해. 몰라줘서.”

어머니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게 계속 미안하다고만 했었다.

항상 그랬었다.

자기 딸을 SNS 자랑용으로밖에 안 썼던 누구와는 다르게.

1회차에서도 2회차에서도.

어머니는 어머니답게.

항생 내 편이셨다.

“아들이 이런 대형사고를 쳤는데, 어머니께서는······.”

그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히 당신에게.

“무섭지 않으세요?”

시험해버리고 말았다.

회귀한 직후.

가장 먼저 창문을 열고 바라본 세상은, 잿빛이었다.

모든 게 회색으로밖에 안 보였다.

분명 기억 속에 새겨진 추억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그렇게밖에 안 보였다.

“애 하나의 인생을 망치게 했어요.”

지금도 이렇게 짓궂게 물으며 바라보는 어머니의 뒷모습 역시.

눈 뜨고 처음 바라보았던 타인의 모습처럼, 계속 회색이었다.

“어머니도 아시잖아요.”

그 말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었다.

과연 그 의미를 아실지는 모르겠으나.

오히려 그냥 몰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데 여기서 나도 예상치 못하게.

“왜? 난 오히려 속이 후련하던데?”

어머니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반문했다.

“우리 아들 괴롭혔던 애들이 그렇게 되니 꼴 좋더만. 아무리 엄마라고 성인군자고 그런 게 아니야.”

어머니는 깜빡이를 넣고, 좌우를 살피며 좌회전 신호를 따라 핸들을 돌렸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내가 낳지도 않은 아이 걱정을 왜 하겠니. 반대로 말하면 우리 아들이 그 나쁜 놈 때문에 인생이 망칠 뻔했다는 건데.”

이내 차선에 잘 안착한 게 마음에 들었는지.

만족스러운 미소가 백미러에 비쳐 보였다.

“우리 아들이 사진도 잘 찍어놓지 않았어? 보니까 진짜 맞기만 했더만. 고놈 팔목만 그렇게 안 됐다면, 이 엄마가 직접 가서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심정인데.”

“······.”

“왜 그래, 우리 아들? 그런 석연치 못한 표정하고.”

그 미소를 바라보지 못했다.

감히 바라볼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부끄럽고 염치 불고할 수도 없어서.

그럴 자격이 없다고 느꼈다.

“엄마가 너무 이기적으로 보였니?”

“아뇨, 그런 건······!”

끼익.

어느새 차는 멈췄고.

주변은 기억에 있던 익숙한 우리 집이었다.

말을 채 다 이을 시간도 없이 어머니는 바로 내려버렸다.

덜컹.

그리고 문이 열렸다.

“그래! 우리 아들, 정말 잘했다!”

활짝 열린 차 문 옆에선 어머니가 태양을 등지고 번쩍 양팔을 벌리고 있었다.

“세상엔 적을 만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과 용감히 맞서는 것도 아주 중요해! 남자잖아! 때로는 강하게 적을 무찌를 줄도 알아야지!”

―그런 의미에서.

어머니는 그리 덧붙이며 양팔을 안으로 굽었다.

“아주 잘했다! 우리 아들!”

뜨거웠다.

100W로 개조된 펨토 세컨 레이저로 지져졌을 때보다 더욱.

“너무 장하네, 오구오구. 그동안 혼자서 너무 고생했어.”

그러나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포근하고, 기분 좋았다.

닳고 닳아 이젠 헤져버린 마음을 다시 한올 한올 따아 정성스레 구멍을 메우듯.

그런 따스함이, 가슴으로 전해져 왔다.

“하하······.”

줄곧 회색이었던 세상에.

타인에.

드디어 색 하나가 덧칠됐다.

“······그렇, 네요.”

어머니라는 이름의, 가족의 색깔이.

* * *

우리 카이스트 남학생들이 모두가 못생긴 건 아니다.

가끔 존잘이면서 학교도 명문대고 능력도 좋은 그런 사기캐들도 있다.

하지만 이젠 다들 알지 않나.

신은 한 가지 능력을 주면.

다른 한 가지 능력을 뺏어간다는 걸.

내 동기들, 그리고 선후배들.

그리고 나는.

‘공부’라는 능력을 얻는 대신, 모든 남성적 매력을 신에게 대부분 빼앗겼다.

【▶매력 : 4(+0.8)】

가장 파릇파릇하고 한창 성장기인 게 분명한 중학생 때, 고작 4에 불과한 처참한 내 매력 수치.

전생의 1할을 물려받았다고는 해도, 조금 꾸미고 관리했던 전생도 처참한 건 마찬가지라.

여전히 평균인 10의 절반도 안 되는 일명 '존못'이었다.

전에는 그냥 만만해 보여서 일진들에게 괴롭힘 당한다고 했는데.

사실 더 깊게 들어가면, 그 만만함은 얼굴로부터 비롯된다.

정말 어메이징하게.

얼굴이 잘생겨지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그 만만함도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야 지금껏 잘 생긴 애들이 왕따를 당하거나 괴롭힘 당하는 경우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까.

여자들의 사회에서는 너무 예뻐서 질투에 따돌림 당하기는 해도, 결국에는 남자들이 꼬이니까.

그러나 정반대로 존못인 것 똑같은데.

만만함만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와, 나 방금 한경준이랑 눈 마주쳤어······.)”

이렇게 된다.

저번 주에 한번 거하게 저지른 탓일까.

그 누구도 내게 말 거는 애들은 없었다.

오히려 내가 지나가거나, 시선이 마주치기만 하면 화들짝 놀라며 시선을 피했다.

“(헐······ 너 살해당하는 거 아니야?)”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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