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생활 실패 후 다시 사는 천재 카이스트생-34화 (34/134)

#34. 그냥, 돈장난 좀 해볼까 해서요

#34. 그냥, 돈장난 좀 해볼까 해서요

다들 회귀한다면 무엇부터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아무래도 로또부터 생각하고 있겠지.

그야 흔히들 나오니까. 이런저런 창작물들에서도 그렇고.

하지만 회귀할 걸 예상하고 굳이 로또 번호를 외우는 괴짜 같은 이는 얼마 없을 것이다.

“뭐, 굳이 로또가 아니어도야.”

애초에 요즘 시대에 로또는 한물갔다.

로또 당첨되어봐야 고작 수억 수십 억인데, 서울 강남에 집 한 채도 못 사잖아.

물론 지금 2008년이라면 20억 정도로 두 채나 새 채까지도 가능하겠지만.

“그것보다 코인하고 주식이지.”

예전부터 줄곧 상상하곤 했다.

만약 여타 웹소설이나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회귀한다면 가장 먼저 코인부터 사겠다고.

그야 로또번호를 외우고 다니진 않았어도, 돈 장난 좀 해봤다면.

언제쯤 가격이 떡상했고 떡락했는지 정도는 직접 경험해서 알고 있을 테니까.

한데 지금은 2008년.

비트코인이 나왔던 2009년보다 무려 1년이나 빠른 시기였다.

그러니 당연 내 관심은 자연스레 주식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상태창의 능력, 송유미 한국과고 보내기 퀘스트의 보상 체험판으로 『1회차 클라우드 접속권』까지 하나 받지 않았었나.

그걸로 전생에 주가 분석하느라 썼던 역대 주가 기록이 담긴 엑셀 파일을 가져왔었고.

일성에서 천재소녀 과외해준답시고 받은 돈과 금두꺼비로 일성의 주식을 샀다.

매일 매일 빨간색 화살표.

항상 + 수익률로 해서.

『한경준의 계좌』

『총 수익률 : 614,244%』

『현재 자산 가치 : ······.』

그리하여 현재, 나는 중1인데 벌써 수십억대 자산가가······.

“······음?”

계좌에 뜬 수익률을 보면서 위화감을 느꼈다.

자동 매수매도 프로그램을 돌려놓고 벨기에에 다녀온 지가 어언 1달.

사고팔아야 하니 수익 먹는 데 이틀 정도 걸린다 해도 15번 정도의 수익률 상승의 기회가 있었다.

“평소엔 매일 1~3%대 수익이 나오니까······.”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복리 계산을 해냈다.

“대충 7만 퍼에서 9만퍼. 이 정도는 됐어야 하는데.”

벨기에 호텔에서 노트북으로 확인했던 퍼센트가 584,234%였다.

수익률이 오르긴 했지만, 이론적 계산과 비교하면 턱에도 못 미치던 수치.

타다닥.

도스창을 켜서 익숙하게 코딩하듯 타이핑했다.

순식간에 엑셀 파일이 뜨며 지금까지 자동 매수매도 한 기록이 모니터 화면에 쫙 펼쳐졌다.

그리고 동시에 상태창에서 가져온 ‘미래의 주가 기록’과 비교했다.

“······아하.”

그러자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왜 최근 수익률이 기대의 절반에도 못 미쳤는지.

“가격이 달라.”

1회차 클라우드에서 가져왔던 주가 엑셀표와 최근 한 달 간의 가격이 달랐다.

물론 그래프로 봤을 땐 잘 따라간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주 미묘하게, 두 그래프 간에 유격이 생기기 시작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괴리율을 계산해 봐야겠군.”

증권회사에서 ETF나 ETN 같은 종목에 존재하는 괴리율.

딱히 경제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계산하는지는 몰랐지만, 문제없었다.

‘양자역학의 Fidelity(신뢰도), 두 상태함수 간 얼마나 오버랩(Overlap)이 되는지 계산하는 거면 되겠지.’

물리학의 기본 논조란 공식을 외우는 게 아닌 ‘유도’하는 것이었으니까.

* * *

타다닥!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이론을 세우고 코딩으로 구현해나갔다.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계산 가능한 모델’을 세우고 그걸 토대로 수식을 전개해 계산하는 일이 바로 물리학.

원리만 이해하고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게 바로 물리학의 아름다움이었으니.

사실 알고 보면 경제나 금융 역시도 물리학의 방법론을 차용해 따라한 것에 지나지 않던가.

탁!

이내 세차게 엔터를 누르자 컴퓨터로 계산된 괴리율이 모니터 화면에 떴다.

『괴리율 : 5.4%』

“이것 때문에 코드가 꼬였었구나.”

최근 한 달간 일성전자를 비롯한 주가가 5% 내지의 괴리를 보이고 있었다.

어제보다 주가가 100원 정도 올라야 한다면, 실제로는 5원 정도 더 오르거나 덜 올랐다는 뜻.

이 정도면 벌 거 아닌 것 같지만 꽤 컸다.

특히나 시사하는 바가, 매우.

“미래가 바뀌기 시작했어.”

나의 개입으로 한 회사의 주가 변동의 미래가 미세하게나마 바뀌었다는 것.

“그래, 나설 수밖에 없겠지.”

아무래도 경영권이 위협받는 걸 눈치채고 일성에서 자사 매수를 시작한 듯했다.

하긴, 참 많이도 먹긴 했지.

일성전자도 먹고 네버랜드도 먹고.

물론 조 단위는 당연히 되고 전자(電子)의 경우 10조에 달하는 일성의 시총을 생각하면 60억 정도는 얼마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단 몇 개월 만에 일어났다는 게 중요했다.

복리를 생각하면, 급격하게 수익을 타낸 기간은 거의 최근 한 달도 안 됐을 정도.

게다가 수십억 정도면 주요 주주 목록 끝자락에 0.0X%로 기록될 정도는 되었으니.

의심 정도는 할 수밖에.

“당분간은 다른 녀석으로 바꿔야겠어.”

여기선 조금 빠져줘야 한다.

거래량을 확 줄이고, 다시금 괴리율이 맞아떨어지도록.

‘자동매수 매도 프로그램에 추가, 괴리율이 일정 이상 늘어나기 시작하면 매수 및 매도를 줄이거나 그만두도록. 혹은 괴리율에 맞아떨어지도록 매수 및 매도를 추가 진행.’

그렇게 코드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미래가 너무 크게 달라져봤자 나만 손해일 뿐이다.

내가 알고 있는 미래를 최대한 유지하여 최대한 꿀을 빤다.

그래야 클라우드에서 가져온 주식 지표가 의미가 있을 테니.

“후.”

코드 수정을 마치고 다시금 계좌를 보았다.

『현재 자산 가치 : 64억 5472만 3494원』

이미 평생 먹고 살 돈은 벌었다.

소소하게를 넘어 꽤나 사치부리면서도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족해.”

양자컴퓨터 연구를 진행하기엔 턱없이도 부족했다.

고작 수십억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성능 레이저 하나만 사면 절반은 탕진될 예정인데.

“게다가 초반엔 수익도 없을 테고, 고급 인력을 데려올 걸 생각하면······ 연봉 수억 수십억은 돼야 움직이겠지.”

미국의 구골은 그걸 해냈다.

비슷하게 돈이 넘쳐나는 대륙은 그보다 더 얹어줘서 어떻게든 양자컴퓨터 전문 인력을 자기네 회사, 나라에 유치하려고 애를 썼었다.

매년 투자만 봐도 수백 수천억은 기본, 미래에 가서는 수조 수십조 정도는 때려 부어야 겨우 성과가 나올 정도였으니.

단순히 미래의 지식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이론적으로는 미래의 주가를 다 알고있으니 그것대로 사고 팔면 된다지만.

그게 일정 이상 커지게 된다면, 필경 영향을 끼치게 된다.

예측했던 미래가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양자역학 같네.”

양자역학.

라플라스의 악마, 현재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고 계산할 수 있어, 미래를 다 알 수 있다는 역설.

양자역학은 본디, 그 결정론적인 세계관을 전면 부정하면서 탄생했다.

“미래를 알아도, 그 미래의 정보를 사용하려는 순간, 미래에 영향을 끼친다.”

그렇게 미래는 바뀌게 된다.

양자역학에서 완벽한 측정과 예측이 불가능한 이유가 여기에서 나온다.

내가 단순히 묵돈 벌겠다는 정도의 투자면 괜찮다.

우리가 어두운 밤길을 보겠다고 라이트를 비춘다고 해서, 갑자기 길의 지형이나 물리학적 성질이 바뀌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양자에서는 달랐다.

미시세계, 무려 나노미터 단위보다 훨씬 작은 그 아래 세계에 감춰져 있던 양자의 세계를 관측할 때는.

단순히 암실의 보이지 않는 조그마한 광자 하나만으로 양자상태가 변했다.

비슷하게 미래의 정보를 알고, 너무 많은 돈을 가용하기 시작하면 미래의 주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욕심을 내는 순간, 미래의 정보가 순식간에 파괴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컴퓨터는 탄생했다.”

바로 그러한 성질을 전부 이해하고도 양자를 컨트롤하고 제어하는 기술이 바로 양자컴퓨터.

그렇기에 매우 어렵고.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세심하며.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성능을 가졌다.

“비슷해, 지금 상황이랑.”

그리고 그 엄청난 물건을 한 번 이뤄내기 직전까지 갔던 사람이, 바로 나였다.

직후에, 바로 죽어버렸지만.

그러나 다시 과거로 회귀한 지금은······.

스윽.

A4 용지를 꺼냈다.

“저번에 감이나 되찾을 겸 논문 하나나 써보자고 했었지.”

때마침 좋은 주제 거리도 찾았다.

그러니.

“양자역학과 미래의 주가와의 관계, 그리고 양자역학적 불확정성 원리를 고려한 완벽한 투자 알고리즘······ 정도면 되겠지.”

어디 한번 써보자고.

* * *

“여기 부탁하신 물건, 전부 구해왔습니다.”

“고마워요.”

최근에 제집 드나들듯 했던 삼성동의 유 회장의 일성 저택.

그곳의 전속 비서인 오유희로부터 경준은 황색 마약 봉투 같은 걸 받았다.

비슷하긴 했다.

그의 공부와 연구를 도와줄 온갖 도핑제들.

저번에 성대경시 볼 때도 카페인 알약 먹고 포도당 물 타 먹고 난리부르스를 떨지 않았나.

비슷한 건데, 다만 훨씬 향정신성인 경향이 짙었고.

자칫하면 불법일 수도 있는 그런 여러 가지 것들이었다.

“건강은 물론이거니와, 혹여 세간에 알려지면 문제 될 수 도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선 일절 책임지지 않겠다고요?”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었다면 편했겠지요.”

오유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최근에 이 소년의 터무니없는 행동에 학을 뗄 지경이었다.

“다음 3차 시험에라도 쓰시려는 겁니까.”

“뭐, 그럴까 했는데요.”

경준은 도핑제 봉투를 챙기면서 말했다.

“이제는 딱히 그럴 필욘 없어져서.”

원래 경준은 정말로 한국과고 입시 때 쓰려고 했었다.

그러나 송유미의 기억회랑에서 시험 문제를 미리 다 알게 된 이상,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최근에 많이 힘드십니까? 실력 좋은 의사를 소개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하하.”

경준은 적당히 됐다며 사양하고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저택 안의 유설하 사저에서 과외가 있는 날.

원하던 물건 챙겨줘서 고맙다고만 말을 하고 걸음을 옮겼을 때였다.

“경준님.”

오유희가 그의 뒷모습을 향해 말했다.

“대체, 무엇을 하시려는 겁니까?”

그건 단순히 방금 받아 간 도핑제만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학회에서 보였던 행보.

그리고 최근 일성을 상대로 진행되고 있는 주식 놀이.

그리고 작은애기씨에게서 들었던 시험장에서의 일.

이 모든 걸 통틀어, 그의 목적와 이유를 묻는 거였다.

오유희의 물음에 경준은 그 자리에서 잠깐 멈췄다.

그렇지만 여전히 등은 돌리지 않을 채로.

피식, 웃어버리고 말며.

“그냥, 돈장난 좀 해볼까 해서요.”

때는 2008년.

그리고 현재 9월을 달려 10월을 바라보는 지금.

“곧 축제가 있을 테니.”

* * *

세계 최고 경제학저널 이코노메트리카.

『미 연준, 1조 달러 이상의 부실채권 매입 조치 신속하게 시행』

그곳의 최고 권위자인 얀 틴베르겐, 그가 신문을 보며 탄식을 내고 있었다.

“드디어 시작됐군. 끊을 수 없는 마약이.”

양적완화.

통칭 시장에 돈을 풀어 현금 흐름을 강제로 만들어내는 비술.

기축통화국이자 달러 패권을 지닌 미국만이 해낼 수 있는,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해법.

“당분간은 호재겠군. 회사가 좋아하겠어.”

돈이 풀리면 당연히 물가가 상승한다.

특히나 현금흐름이 가장 먼저 반응하는 쪽은 물가보다도 주식과 자산 가격.

그러니 그가 최고 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월가의 실버만삭스에게는 호재일 수밖에 없었다.

제조업처럼 정당히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니다.

오로지 돈 장난으로만 돈을 버는 헤지펀드는 위기에 돈을 벌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다만, 언제 꼬리를 뺄지가 문제지. 분명 마약의 부작용이 찾아올진대······.”

주식은 매수보다 매도가 어렵다는 말이 있지 않나.

얀 틴베르겐이 실버만삭스에 최고 이사로 재직하며 수십억 연봉을 받는 것도 이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기 때문이었다.

‘버크셔 헤지웨이의 CEO, 월렛 버핏 특유의 감 같은 건 내게 없다.’

세계 최고 경제학 저널 이코노메트리카의 ‘이코노메트릭(계량경제학)’의 최고 권위자이자 노벨 경제학 수상자.

레이던 대학교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복수전공 했고 석사 과정으로는 전산학 과정을 밟았으며, 이후엔 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현재 하버드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

‘이코노메트릭에서 감 같은 건 철저히 배제한다. 오로지 수치뿐이야. 물리학처럼.’

물리학 최고 전성기를 만들었던 5차 솔베이 회의의 주역들 중 하나였던 ‘파울 에렌페스트’.

양자역학·통계물리학의 거장이자 동시에 그 논리를 경제학에 적용해 ‘계량경제학’이란 학문의 장을 열었던 시조.

그런 에렌페스트의 휘하에서 물리학을 배웠던 사람이 바로 그, 얀 틴베르겐이었다.

“출근 전에 적당히 계산 좀 돌려봐야겠군. 사내 클러스터보다야 못하지만, 감을 잡는 것 정도라면 가능하겠지.”

그의 헤지펀드 방식은 오로지 수학과 물리학, 그리고 컴퓨터로만 이루어졌다.

경제학은 단지 껍질에 지나지 않을 뿐.

나노초 단위로 매수매도를 실행하며 차익을 올리는 실버만삭스의 극초단타 퀀트 프로그램 역시 그의 머리와 손에서 나오지 않았나.

“······음?”

그런 그의 비상한 머리와 손이 키보드 위에 올라갔을 때였다.

“논문 리뷰 메일이라고?”

이코노메트리카의 편집부에서 메일이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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