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식식당-100화 (100/613)

100화. 한 놈만 걸려라 (1)

강혁은 생각했다.

“혁신.”

유식하게 말해서.

“이노베이션!”

혁신이 무엇인가?

청바지에 검은 티를 입은 남자가 백번 강조하는 것처럼 기존 질서와는 철저하게 다른 새로운 무엇인가다.

강혁의 전투 스타일은 쉽게 말해서 평범했다.

총 들고 있는 헌터라면 다 따라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누구도 따라할 수 없다.

“소개합니다. 제 친구들이죠.”

강혁은 ISAC의 중진을 세워두고 자신의 친구들을 소개했다.

개과 수인인 코볼트.

말과 나이트메어의 혼혈마.

그리고 올빼미였다.

강혁은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하나씩 시연해 보였다.

다들 강점이 명확한 이들이었다.

“쿠제는 코볼트입니다. 후각이 아주 좋습니다.”

그러면서 앞발을 사용한 작업에도 능해 함정 제거와 땅파기도 잘한다.

스카우터로는 최적의 능력!

민의 빈자리를 채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민의 절반은 해줄 수 있다!

“부족하다고요? 올빼미 몬스터인 하울이 있습니다.”

올빼미의 몬스터다 보니 시야가 매우 넓다.

밤눈도 뛰어나며 청각 또한 예민하다.

“쿠제와 하울이 같이 있다면 사각은 없습니다.”

날아다닐 수 있고 그러면서 빠르다.

바디 캠을 몇 개 착용하는 것으로 정찰도 할 수 있다.

코볼트 쿠제와 마찬가지로 스카우터로는 최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를 듣던 남자 중 하나, 창 리엔홍이 손을 들어서 제지했다.

“죄다 정찰병이군.”

“싸울 때 가장 중요한 게 정보니까요.”

상식이다.

헌터의 포지션 중에서 제일 중요한 자리가 바로 스카우터다.

정보, 지식은 싸움의 시작이자 끝이다.

적의 위치를 모른다?

그럼 모든 이야기는 시작조차 할 수 없는 거다.

“자네의 빈약한 전투력은 뭐로 보충할 생각인가?”

“이 녀석이죠.”

강혁이 검은 말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검은 말은 그림자 마수, 나이트메어와 테라의 애쉬그레이라는 말의 혼혈마로 매우 사납고 무섭게 생겼다.

눈은 붉은색이고 피부는 검은색. 갈기는 잿빛이니 마치 불길한 저주라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리엔홍이 고개를 흔들었다.

“저주라도 뿌리는 말인가?”

“아뇨. 이 녀석은 계약자의 그림자에 숨어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부르면 언제라도 나타납니다.”

“그건 굉장한 장점이군. 하지만 그게 뭐 대순가, 빈약한 전투력은 여전히 해결이 안 되지 않았나.”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보셔야죠. 이게 다 이유가 있습니다.”

강혁이 손가락을 흔들었다.

그는 테라에서 많은 몬스터와 수인을 만나봤다.

포교가 잘되고 지원자가 늘어남에 따라서 동료 후보자는 계속해서 늘었다.

생각 같아서야 다 데려오고 싶지만 이정훈과의 약속은 3명만 데려오는 것이었다.

그 이상은 예산상 불가능!

리엔홍이 딱 말을 끊었다.

“사설이 많이 길어. 슬슬 화날 것 같으니 본론이나 빨리 말하게.”

“예.”

아 재미없는 꼰대 같으니.

강혁이 뒷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이 녀석은 대략 400㎏까지 짊어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가지고 제 그림자에 숨어 있을 수 있다고요.”

“…….”

리엔홍의 표정이 변했다.

비웃음이 지워진 것이다.

강혁이 기분 좋게 말했다.

“워 기어용의 무기를 덕지덕지 착용한 말입니다. 저는 그걸 언제라도 소환하고 타고 다니면서 포격을 할 수 있죠. 화력이 모자를 리가 없습니다.”

“허…….”

“포지션적으로 탱커가 없는 게 문제지만, 그게 있잖습니까. 그거.”

“백강혁 유도 풍선 말인가.”

“…….”

나는 저 이름이 싫어.

강혁은 투덜거리면서 긍정했다.

이올라비스 돼지가 된 강혁 돼지의 페로몬은, 몬스터의 이목을 모아서 유인하는 기능이 있다.

그러니 ‘백강혁 유도 풍선’으로 탱커가 없어도 충분히 빈자리를 메울 수 있다.

리엔홍이 입을 다물자, 서경수 자문위원이 대신 물었다.

“잘 알아들었습니다. 정찰과 화력 지원이 가능하면서 이동까지 가능한 완벽한 구성이군요. 인상적입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쪽의 말과 올빼미, 코볼트들도 몬스터입니다. 백강혁 유도 풍선에 같이 유도될 거 같습니다만?”

“아, 그건 괜찮습니다.”

서경수의 눈이 이채를 띄었다.

강혁이 너무 자신만만했기 때문이다.

“훈련했습니다.”

“후, 훈련요?”

“예, 안 통할 때까지 반복훈련 했습니다.”

훈련이 되면 그게 본능에 호소하는 냄새가 맞나?

서경수가 잠시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저항 훈련 기구가 있습니다. ISAC에서 유도 풍선을 개발할 때 세트로 개발했다더군요.”

“과연 총장님답군요. 빈틈이 없네요.”

설명을 들은 서경수의 표정이 풀렸다.

“좋습니다. 여전히 어디서 데려온 몬스터인가, 라는 출처는 해명되지 않았습니다만.”

그야, 테라에 가서 가져왔다고 할 수는 없지.

그래서 미답파 지역을 여행해서 설득, 구조해 왔다고 변명했다.

“합격입니다.”

만장일치로 새 팀이 정해졌다.

강혁은 특별 상여금이라는 명목으로 보너스를 받았다.

그는 이 돈으로 더 큰 황금 상을 지을 것을 맹세하며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 * *

“으음, 잘됐나 보군.”

승우는 기도를 느끼며 목덜미를 매만졌다.

강혁의 친구 소개 작전이 잘 풀린 모양이다.

기도의 내용을 보건대, 새 친구들은 ISAC의 높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높은 추가 보상과 새 친구들의 신분증을 바로 작성하는 중이란다.

“그나저나……. 어우.”

승우가 조금 진저리를 쳤다.

신이 된 지 꽤 됐지만, 신도를 받은 건 처음이다.

그래서 기도를 받을 때는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익숙하지 않은 감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강혁의 기도가 너무 이상한 느낌이라서 그렇다.

‘다른 신들도 이렇게 끈적끈적한 기도를 받나?’

강혁의 기도는 마치 목덜미를 핥는 것 같은 집요한, 그러면서도 끈적끈적한 느낌이다.

집요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찬양을 하는데 아주 진이 빠진다.

이게 표준적인 신도라면 이런 신도를 수백, 수천 거느린 다른 신들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정상이 아닌 거 같은데.’

다른 신도들도 다 이런지는 다른 신도를 받아본 적도 없고, 다른 신에게 물어본 적도 없으니 알 길이 없었다.

승우는 물수건으로 목덜미를 닦으며 가게를 돌아봤다.

“다, 다음은 발- 구이!”

“간다, 간다, 간다아-!”

저 녀석들은 매번 대체 어딜 가는지 모르겠네.

연신 간다를 외치는 녀석들을 보면서 승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튼 장사는 여전히 호황이었다.

먹기 좋고, 몸에도 좋은 버섯은 인기 폭발이었다.

민 말고는 다 먹은 사람이 아직 없지만 어쨌든 먹을수록 미세하게나마 효과가 쌓이니 다들 도전할 맛이 나나 보다.

하지만 그걸 보는 승우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그의 표정은 그야말로 ‘따분함’이었다.

‘이것이 매너리즘인가……!’

괴식력이 부족하다.

요리사로서, 괴식의 신으로서 괴식을 만들어야 되는데 요즘 너무 얌전하게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아이들에게 먹일 괴식은 자극적이지 않은 걸 먹이다 보니 순한 맛이 되기 일쑤라 본래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괴식을 만드는 건 생각보다도 심력을 쓰는 일이고, 정성을 담아야 하는 일이다.

정성을 담지 않으면 괴식이 아니라 그냥 어디에나 있는 맛있는 음식이 되게 마련이다.

요 며칠 바쁘게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맛있는 것만 만들어 먹고 살았다.

그래서 승우는 약간의 욕구불만을 느끼는 중이었다.

‘괴식-! 괴식을 만들고 싶다. 레드 스타 4성은 되는 거로!’

생각 같아서는 시즌 메뉴라도 확 바꿔 버리고 싶은데, 버섯요리가 너무 인기가 좋다.

보다 많은 완식자가 나올 필요도 있고…….

지금 바꾸는 것은 시기상조다.

‘쓰읍, 강혁이라도 있으면 뭘 만들어서 먹일 텐데…!’

정말이지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만, 이럴 때 없다니!

승우가 먹잇감을 노리는 매의 눈으로 좌중을 살폈다.

하지만 딱히 끌리는 먹잇감은 없었다.

다들 버섯이나 식사를 잘 먹고 있으니, 그런 애들한테 ‘새 메뉴를 먹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쯤 되면 강매의 영역이니 밥집 사장으로서도 할 짓이 못 된다.

그렇게 영업시간이 끝나고 밤이 되었다.

승우는 아직도 묘하게 근질거리는 상태였다.

한 놈만 걸려봐라 하는 마음도 조금 있었다.

하지만 운이 없는 건지 있는 건지.

오늘은 다들 바빠서 얼굴을 비추지 않고 있었다.

그도 그럴 법했다.

입원 중인 사람도 있고 막 퍼스트 오더가 돼서 바쁜 사람도 있다.

그걸 처리하느라 못 오는 사람도 있으며 출장을 간 사람도 있다.

“흐음,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먹일 순 없지.”

영식이는 몸을 크게 부풀려서 은하를 태우고 통통 튀어 다니는 중이었다.

같이 있다 보면서 알게 된 건데 은하는 어째 하늘 높이 뛰고 떨어지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

태지가 있었으면 옆에서 비명을 지르며 따라다니고 있었겠지.

그 역할은 지금 나비가 하고 있었다.

꼬리를 세우고 언제 은하가 떨어질지 몰라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에게서 시선을 돌릴 때.

누군가가 대화를 신청했다.

신력을 사용해서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신의 기본 스킬.

염화(念話)였다.

“아테나잖아?”

이런 경우 신력은 염화를 거는 쪽이 내는 것이다.

밑질 것은 없다는 소리.

승우가 염화를 수락하자 아테나가 말했다.

“중간 점검을 위해서 연락했습니다.”

“성실하기도 하지.”

웬만한 신은 다 싫어하지만 그나마 아테나는 나았다.

적어도 염치는 있고 생각은 있으니까.

아테나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승우도 대강은 아는 이야기였다.

신들은 최대한 노력을 했지만, 왕들이 지구인들을 놔주기 싫어하고 있다.

그래서 귀환자들의 선별이 늦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셨으면 합니다.”

“으흠, 으흠.”

“혹시 기분 상하셨습니까?”

“아니, 상하진 않았어.”

사실은 의도된 일이긴 했다.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승우도 모든 귀환자가 돌아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귀환자는 대체로 지구의 사람들보다 강한데, 그런 이들이 갑자기 복귀를 하면……?

기껏 이뤄진 지구의 현 구도가 엉망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나쁜 마음을 먹고 돌아오는 이들도 많을 거 아닌가.

그걸 뒷수습하려면 끝도 없는 일이다.

‘뭐 그런 일은 없을 테지만.’

레벨이 높아지면 테라에서도 살만 해진다.

낮은 레벨일 때나 목숨 걱정, 살아갈 걱정에 돌아오고 싶어지는 거지.

강해지고 직위가 오르면 향수병은 생길지도 모르지만 모든 걸 버리고 지구로 오려는 생각은 덜하게 된다.

예전에 본 귀환자, 박성한도 그러지 않았나.

오히려 테라로 돌아가고 싶다고.

“돌아온다고 하는 사람은 대부분 레벨이 낮겠지.”

“예, 면목이 없군요.”

“응, 좋아. 그 사람들만 순차적으로 돌려보내자. 강한 사람은 차근차근 해도 좋아.”

왕들이 애쓰는 덕분에 지구인들의 인권 신장과 대접이 좋아지는 것 정도면 이미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승우가 그렇게 말하니 아테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예상보다도 온건한 반응이다.

그러나.

“하지만 조건이 있어.”

승우가 웃었다.

아테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렇지, 너무 쉽다고 했다!

‘이 남자가 그냥 넘어갈 리가 없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 아니던가.

아테나는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

“어떤 조건입니까?”

“간단해, 쉬워.”

승우는 주섬주섬 인벤토리를 살폈다.

그렇게 한참을 말이 없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기를.

“밥 한 끼 먹자.”

“…예?”

“화해의 의미로 대접해 줄 테니까, 밥 먹자고.”

승우의 입가가 점차 올라갔다.

한 놈만 걸려라 하는 상태였는데, 월척이 걸렸네.

“끝내주는 걸로 만들어주지.”

먹는 사람이 신이라면 사정 봐줄 필요 없지.

승우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아가며 레시피를 떠올렸다.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그리고 웃음마저 터져 버렸다.

그 모습에 아테나는 식은땀을 뚝뚝 떨궜다.

밥 한 끼 먹자는 말인데, 마치 명계의 신 하데스가 손짓하는 느낌이다.

“너무 경계하지 마. 데이트 비슷한 거니까.”

“검의 용사여. 그, 그건 아무리 봐도 데이트가 아니라…….”

공개 처형 아냐?

아테나가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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