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화. 버섯? 버섯! (2)
‘버섯 좋아’라는 스킬을 습득했다는 상태창의 알림.
게임 시스템과는 격을 달리하는 진짜 상태창이다.
용사 시절부터 애용해 온 이 상태창은 지금에 와서도 승우가 즐겨 사용했다.
상태창을 사용하는 이유는 우선은 편리하기 때문이다.
자기의 몸을 관조해서 수치를 보여주고 체계화된 텍스트로 보여주니 자기 상태를 점검하기에 이것보다 편한 수단은 없다.
오죽하면 신 중에서도 태반이 상태창을 사용할 정도일까.
“상태창이 거짓말을 할 일은 없는데…….”
상태창의 판단은 절대적이다.
승우는 미심쩍은 눈으로 스킬을 확인했다.
확실히 자신의 상태창에 새로운 스킬이 하나 추가되어 있었다.
-
[버섯 좋아]
습득 난이도: A
분류: 특수 강화계
숙련도: 중급
습득자: 이상윤
효과: 버섯을 먹어서 여러 가지 효과를 얻는다.
- 현재까지 파악된 효과.
1. 색깔이 좋아
붉은 버섯으로 완력을, 푸른 버섯으로 마력을.
초록 버섯으로 내구력을, 노란 버섯으로 속도를 올릴 수 있다.
섭취로 인한 능력 상승치는 스킬 숙련도에 따라서 상승.
하급, 중급, 상급을 기준으로 자신의 기반 능력치의 10%, 25%, 50%까지 적용된다.
무지개 버섯으로는 일시적인 무적 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무적 효과가 끝나면 상태 이상을 얻는다.
2. 크고 오래된 게 좋아
큰 버섯일수록 강화 효과가 강력해지며 오래된 버섯일수록 강화 효과가 길어진다.
3. 구워 먹는 게 좋아
구워 먹으면 체력 회복의 기능이 있다.
4. 쪄먹는 게 좋아
쪄서 먹으면 마력 회복의 기능이 있다.
5. 볶아 먹어도 좋아
볶아 먹으면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기능이 있다.
6. 업계 포상
버섯을 먹고는 절대 죽지 않는다.
-
“스킬 자체는 좋네.”
육체 강화계 중에서도 극히 보기 드문 만능형 버프 스킬이다.
버섯 하나로 완력, 내구, 속도, 마력을 강화시킬 수 있으며 체력 회복과 마력 회복을 겸한다.
그리고 그것도 스킬 랭크에 따라서 상승치가 정해지는데, 고정 수치가 아니라 퍼센티지였다.
강한 사람이 쓰면 더 강해지는 성장 가능성까지 열려 있었다.
현재 스킬 숙련도는 중급.
25% 증가!
다른 사람에게도 25%는 작지 않지만 승우에게 25%라면 엄청난 수치였다.
그렇게 엄청난 수치를 올려주면서 심지어 여차하면 무적도 걸 수 있다?
이건 거의 결점이 없는 만능형 스킬이다.
“조건도 간단하네. ‘버섯을 먹어라’가 전부라니…….”
버섯이야 어디에서도 잘 자란다.
던전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버섯이다.
먹고 뒈질까 두려워서 먹지 못할 뿐이지, 습기와 균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생기는 게 바로 버섯이다!
“그리고 업계 포상?”
버섯으로는 절대 죽지 않는다.
독버섯이라고 해도 먹을 수 있다는 뜻.
아프기야 무지하게 아프겠지만 이런 스킬이 생긴 놈이라면 그것조차도 포상인 것이다.
“포션보다도 구하기 쉬우니까 확실히 활용도가 높아.”
저렴한 물약값.
좋은 성능과 서바이벌에서 효율을 보이는 막강한 가성비와 보급의 편리함.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A랭크라고 측정될 만한 아주 강력한 스킬이다.
“좋은 스킬이긴 한데…….”
어째서 이런 스킬이 나에게 생긴 거지?
승우는 조금 생각해 본 뒤에 결론을 내렸다.
상태창에 적혀 있었다.
습득자, 이상윤.
이상윤이라면 그 버섯에 환장한 버섯파이브 중의 한 명이다.
승우는 그자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요리를 먹고 스킬을 얻은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 스킬이 나에게 없던 스킬이라면 자연적으로 내가 습득하게 되는 건가?”
생각하지도 못한 괴식이라는 신명의 보조 기능이었다.
요리를 먹고 스킬을 얻은 사람의 스킬을 그대로 빼올 수 있다니!
“가만히 요리만 하고 있어도 강해지겠군.”
별다른 수행 없어도 남의 스킬을 가져오는 건 신명에 달린 보조 효과답게 치트 그 자체였다.
보아하니 별도의 수련도 필요 없어 보였다.
“나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중급이라?”
습득하자마자 바로 중급이다.
아마 이상윤이 습득한 등급만큼 그대로 익힌 거겠지.
결론적으로 괴식의 신명은 요리를 먹은 자가 얻은 스킬과 습득 수준까지 가져올 수 있는 모양이다.
검과 승리의 신명도 만만치 않게 사기였지만 괴식의 신명도 굉장한 사기 신명!
“그나저나…….”
버섯에 미쳐서 버섯 스킬이 나오다니 별일을 다 보겠네.
이런 스킬을 가진 사람은 본적도 없었다.
아무튼 이제 그런 스킬이 있다는 게 알려졌으니 의도적으로 습득하려는 사람이 있겠지.
“버섯 메뉴를 교체하려다가는 한 소리 듣겠군.”
그건 나중에 다시 고민해야겠다.
우선은 해야 할 일이 있다.
승우는 혀를 내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볶아먹으면 집중력 향상이라…….”
공부할 때 집중력 향상이 있으면 좋지.
승우는 바로 주방으로 가서 버섯을 볶았다.
* * *
이상윤의 인생이 변했다.
물론 다른 사람이 보기에 그의 인생은 한 달도 전에 변한 상태였다.
멀쩡했던 놈이 갑자기 버섯에 미쳐서 적금도 깨고 매일매일 버섯이나 먹으러 다니는데 곱게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제까지의 일이다.
그의 스킬이 판명되었다.
ISAC의 스킬 감정단이 명명한 스킬명은 ‘머시룸 마니아’.
이상윤은 그냥 ‘버섯 좋아’라고 칭한 스킬은 엄청난 소란을 몰고 왔다.
누구에게?
헌터에게!
“봐라! 빨간 버섯을 먹으면 이렇게 힘이-!”
이상윤이 붉은 무당 버섯(독버섯이다.)을 와일드하게 물어뜯었다.
그러자 뚜둑- 하고 그의 이두박근이 부풀어 올랐다.
한눈에 봐도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저 근육량!
“그리고 초록 버섯을 먹으면 몸이-!”
이번엔 초록거미버섯(맹독버섯이다.)을 물어뜯었다.
그의 복근이 강철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그 모습에 모든 헌터가 경악했다.
“버섯만 먹으면 그렇게 된다고?”
“그럼 포션이 필요 없다는 건가!?”
포션.
알케미스트, 연금술사가 만들어낸 마법용액.
마탑에서 아주 극소수만 생산되어 ISAC에 보급되는 포션은 현장에서 원하는 수량에 생산량이 따라가지 못하는 희소한 자원이었다.
일선에서 사용하고 싶어 하는 양이 10이라면 생산량은 고작 2 정도.
어르고 달래고 빌어도 생산량은 늘지 않는다.
그러니까 10을 사용하고 싶어도, 1.5밖에 사용할 수밖에 없다.
나머지 0.5는 어디 갔냐고?
비상상황을 대비한 전략물자 비축 창고에 들어간다!
하지만 거듭 말하지만 현장에서는 항상 포션이 필요하다.
그래서 헌터들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 사비로 긴급 회복 포션을 사서 지참하곤 했다.
“개이득인데……?”
그런 초고급 포션과 버섯.
어느 쪽이 구하기 쉬울지는 누구라도 알고 있는 일이다.
헌터들의 술렁거렸다.
이상윤의 스킬은 그야말로 혁신이었다.
“그럼 포션을 펑펑 쓰면서 싸울 수 있는 거랑 같잖아?”
그들의 계산은 빨랐다.
앞으로 포션을 사비로 사는 비용 < 괴식 챌린지로 버섯을 먹는 비용.
버섯 스킬을 얻어두는 게 압도적으로 싸다.
그리고 스킬을 얻으면 한 가지 이득이 더 있었다.
“으하하하-! 나 이제부터 특별관리대상이다!”
“!?”
이상윤이 자랑스럽게 말한 특별관리대상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감당할 수 없는 또라이가 사고를 칠 게 두려워서 사고 치기 전에 미리 감시하는 요주의 인물.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한 재능과 능력, 스킬을 가진 인물.
그러니까 ‘특수자원’으로 취급되어 ‘추가보상과 연금’을 받는 헌터를 말한다.
이상윤은 그 특별관리대상이 됐다.
당연한 일이었다.
버섯 좋아 스킬 때문에 그는 던전에서 고립되어도 생존에 문제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강해질 공산이 컸다.
던전은 동굴이나 숲에 많이 생겼는데, 동굴과 숲이 무엇인가.
버섯의 보고다.
이상윤은 그러한 던전에서 더 강해지고, 보급조차 필요 없는 멋쟁이 헌터가 됐다.
상부로서는 아낄 수밖에 없다!
“버섯 최고! 우효오오-!”
이상윤이 품에서 파란 버섯을 꺼내 쪽쪽 입을 맞췄다.
사랑하는 버섯!
멋진 버섯!
우주 최고의 버섯!
버섯은 정말 최고야!
그의 버섯 예찬론을 들으면서 헌터들은 누구 하나 반론하지 못했다.
그는 정말로 버섯 하나로 인생을 뜯어 고친 것이다.
저러다가 정말로 퍼스트 오더 코트를 입을지도 모르지.
그만큼 버섯 좋아 스킬은 사기성이 짙었다.
“우훼훼훼!”
그렇다고는 해도 저 웃음소리는 대체……?
사람의 성미를 제대로 긁는 상윤의 웃음소리를 듣자 헌터들의 양 눈에 질투의 불꽃이 치솟았다.
‘부럽다.’
‘미친놈이 미친 스킬을 얻는다더니, 개부럽네.’
‘그런데 웃음소리가 왜 저 모양이야. 시불 디질라고.’
생각 같아서는 후려치고 싶지만 글쎄?
버섯 도핑으로 인해서 울끈불끈한 몸이 된 상윤과 싸울 생각은 들지 않았다.
도핑을 받기 전에도 여기 있는 헌터들과 동급이었던 놈이다.
그런 녀석이 버섯 도핑으로 인해서 잔뜩 버프를 받았다?
싸워서 성할 순 없었다.
무엇보다 무지개 버섯.
무지개 버섯을 먹으면 무적이 된다는데, 저놈 시키의 왼손에 들린 게 무지개 버섯이었다.
“스킬 더럽게 좋네.”
“별 수 없지.”
각이 나왔다.
버섯만 미친놈처럼 먹으면 스킬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미치면 그만이다.
스킬을 위해서 미칠 수 있는 자만이 헌터가 될 수 있는 법!
“우리도 할 수 있다!”
“가자아-!”
한 무리의 헌터들이 용사의 밥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들은 용기백배하여 1억짜리 수표를 기부금 함에 내던졌다.
그들의 도전은 의미가 없진 않았다.
무려 버섯 좋아 스킬에 각성한 사람이 4명 더 나왔다.
그들은 당연하게도 평소에 이상윤과 같이 버섯에 미쳤었던, 버섯파이브였다.
“버섯-!”
“버섯버섯버섯!”
“버서어어어엇-!”
버섯 스킬을 얻은 자들이 포효했다.
후일 전설이 될 버섯전사의 탄생이었다.
* * *
버섯 전사, 버섯파이브의 탄생 보고를 듣고 이정훈이 턱을 긁었다.
“이 다섯 명을 따로 운용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모아서 운용하는 게 좋을까?”
“시너지를 생각하면 당연히 모아서 운용하는 게 좋겠지요?”
백곰 페로가 안경을 추켜올리며 말했다.
병법을 생각하면 맞는 말이었다.
하나의 나무 막대기는 약하지만 다섯 나무 막대기가 모이면 부러트리기 힘들다.
병과, 능력을 통일 시켜서 전투력을 상승시키는 건 편제의 기본이다.
괜히 테라에서 그리 병과 통일을 울부짖으면서 단일편제를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현의 의견은 반대였다.
그녀가 고개를 흔들었다.
“무조건 따로 운용해야 합니다.”
“어째서?”
“버섯에 미친놈들입니다. 던전에서 버섯을 찾으면 자기들끼리 먹으려고 싸움을 낼 확률이 높습니다.”
“아!”
말이 싸움을 낸다는 거지 싸움뿐이겠는가.
만약 찾은 버섯이 희귀한 버섯이거나, 좋아하는 버섯이면 어쩔 것인가.
버섯이 좋아서 버섯 좋아 스킬에 각성한 버섯 미치광이들이다.
친구고 뭐고 자기들끼리 피의 버섯 축제를 시작할 공산이 높았다.
다섯 놈을 뭉쳐놓으면?
전투 도중에 전멸할 확률보다 희귀한 버섯 하나 때문에 전멸할 확률이 높았다.
남이 노리고 버섯을 미끼로 써도 그럴 것이고 자연의 버섯 하나로도 파티 전멸이다.
“그, 그러네요.”
“그렇군.”
지현의 말에 페로와 정훈이 혀를 내둘렀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렇게 편성이 정해졌다.
“A팀, B팀에 한 명씩 넣어주고 나머지 세 명은 경비팀, 순찰팀, 파견팀으로 넣어.”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이거야 참…….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군.”
“무슨 말씀이신지?”
“상부의 지침은 용사의 요리를 많이 먹게 해서 헌터들을 강화시키라는 거였잖나?”
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이런 스킬을 얻을 수 있다면 확실히 엄청난 이득인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적극 권장해야겠네요.”
“그래. 실적과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권장할 만한 일은 맞는데 말이야.”
이정훈이 창밖을 봤다.
버섯버섯을 외치면서 버섯을 묘사한 체조를 하고 있는 버섯파이브가 보였다.
“저런 것들이 늘어나면 전력 증강이야 되겠지만 ISAC의 이미지가 망가지지 않겠나?”
“그것도 그러네요.”
버섯버섯을 외치는 미치광이들이 ISAC 한국 지부를 대표하게 된다니, 끔찍한 일이었다.
이정훈의 한숨이 더욱 늘었다.
“백강혁과 윤은형이라는 사고뭉치만으로도 부족해서 버섯광인이라니, 거참…….”
일이 힘들다, 힘들어.
이정훈이 투덜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