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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5. 학교 일상
“도착이다.”
“응, 오빠. 오늘도 착실히 공부해!”
“너나 잘하셔, 크크.”
“나 전교 1등이다. 오빤 몇 등이더라? 아마…반에서 20등 밖이던가?”
“아아, 알았어. 내가 졌다. 열심히 공부 할테니까.”
“히힛, 그럼 나중에 봐~!!”
예상대로 20여 분의 시간을 소모해서 학교에 도착한 시후와 현지는 그런 이야기를 하며 갈림길로 헤어졌다.
여기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시후와 현지는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같은 학교가 아니라 같은 계열의 학교이지만.
[사립 사쿠라 학원]
이름에서부터 이미 일본의 느낌이 물씬 풍겨오는 이 학교는 지어진지 10년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곳으로써, 소문에 의하면 진짜 일본 사람이 만든 것은 아니고, 극심한 일빠(일본 빠돌이)이자, 애니메이션 오타쿠인 이사장이 큰돈을 들여서 설립 했다고 한다.
그런 어이없는 소문이 들 정도로 역사도 짧고 야리꾸리한 학교이긴 했지만, 그래도 사립 사쿠라 학원은 근방의 학부모들 사이에서 상당히 인기였다.
일단 사립임에도 불구하고 국립과 비슷한 정도의 학비에서 선택을 받았으며, 학생들에게는 교복이 이쁘다는 이유에서. 그리고 의외로 사쿠라 학원의 교사진들이 상당히 삐까뻔쩍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대체 어떻게 끌어모았는지는 의문이지만, 사쿠라 학원에는 한때 인터넷 강사로써 인기가 높았던 사람들이 대다수 포진하고 있었다.
그것은 비단 고등학교 뿐 아니라 중학교, 초등학교에도 마찬가지였는데, 각양각색의 인재들이 몰려들어있는 탓에 어린나이부터 다른 아이들처럼 공부에만 매달리는게 아니라, 인성을 형성하고 창의성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학부모들에겐 그야말로 대인기였다.
솔직히 시후 역시도 이사장 일가와 아버지가 친분이 있지 않았더라면 이곳에 입학 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그만큼 입학 경쟁이 치열한 곳이니까.
여하튼, 사립 사쿠라 학원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에스컬레이터식으로 진학할 수 있게 만들어진 곳인데, 덕분에 시후는 현지와 항상 같이 등교하고 하교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고딩이 무슨 초딩이랑 하교시간이 같을 수가 있냐? 라고 묻지는 마라.
학생의 자율성을 상당히 존중하는 사립 사쿠라 학원은 학년과 무관하게 최대 6교시 밖에 수업이 없다. 즉, 다른 고딩들처럼 지긋지긋한 야자 따위는 없다는 말이다.
이런 부분에서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너무 설렁설렁 하는게 아니냐고 말들이 많았지만, 사쿠라 학원의 고등부 졸업생들 대부분이 명문대에 진학한 결과가 있기에 별다른 터치는 하지 않고 있었다.
여하튼, 그런 축복받은 학교에 다니는 시후는 여동생 현지가 초등부의 입구로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고등부 쪽의 입구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로운 학기를 맞이한 직후에서인지 여기저기 얼굴이 그을린 건강한 피부의 학생들이 저들끼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교문으로 입장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이번 여름에는 나도 상당히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세상의 무서움을 일부분이나마 맛보고, 괴이의 마을로 들어가서 한번 죽었다가 살아나고, 그리고 유미와의 결혼까지.
세세하게 따지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시후는 그렇게 지난 한 달간을 회상하며 느긋한 발걸음을 옮겼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은 슬픈 일이고, 아직까지도 가슴에 남아있는 아픔이었지만 어느덧 주변에 몰려든 새로운 인연들과의 만남 때문일까? 지금은 그저 유쾌한 기분이었다.
‘음, 다음 여름에는 모두들 데리고 바닷가에 피서나 떠나볼까? 현지가 태어나고 나서는 한 번도 피서를 떠난 적이 없었으니까.’
아마 바닷가에 놀러가게 되면 현지는 뛸 듯이 기뻐할테고, 유미와 미라는….
“쿨럭!”
순간 극도로 천조각이 적은 야시시한 비키니를 걸치고 백사장을 거니는 두 사람의 모습을 상상하던 시후는 기침을 내뱉고 말았다.
“으으, 안되지 안돼. 일단은 공부다!!”
새삼스럽게 현지의 충고를 떠올리며 시후는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떨쳐냈다. 그리고는 인파에 휩쓸려 자신의 교실로 향하려 할 때였다.
“뭘 그렇게 궁시렁대냐? 음침하게!!”
“으헉!”
친근하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어깨동무를 걸며 무게를 실어오는 의문의 습격자에 밀려서 휘청거리며 시후는 낮게 신음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찌릿 하는 눈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히힛, 올만이다?”
싱글거리는 얼굴을 한 까무잡잡한 피부의 훈남형 소년이 손가락을 펼쳐 V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강민욱. 중학교 시절부터 만난 친우이자, 내리 같은 반에 편성되는 악연을 이어가는 악우이기도 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시후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입술을 연다.
“또 너냐….”
“야! 또 너냐…, 라니. 그건 무슨 반응이여!?”
“시끄러. 시덥잖은 소리 그만하고 교실에나 가자.”
“하여간 쌀쌀맞다니깐! 그러다간 평생 연애 못한다!?”
“웃기지 마셔! 충분히 가능…, 윽!”
훈남형의 외모에다가 훤칠한 키. 게다가 특별활동으로 축구부를 하고 있는 탓에 민욱은 여자애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그런 주제에 의외로 순정파라서 바람을 피운다던가 하는 건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이었지만, 여하튼 인기가 많은 녀석은 어렵지 않게 여자애들과 놀러 다니곤 했다.
현재는 여자친구가 없지만, 녀석이 원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민욱을 사모하는 여학생이, 사립 사쿠라 학원에는 학년을 불문하고 폭넓게 분포해 있었다.
그런 민욱이었기에 늘상 시후에게 평생 여친 없을거라느니 놀려대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시후 역시도 대답할 말이 있었다.
보통사람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초특급의 미녀와 결혼 상태가 아니던가. 게다가 그녀가 실은 마녀이며 가진 재산이 4000억이 넘었다. 시후로써는 이죽거리는 민욱 따위는 가볍게 비웃어 줄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선 것이다.
그에 의기양양하게 대답하려던 시후는 말을 이으려다 말고 입을 닫고 말았다. 결혼 했다는 소리를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걸 말했다간 꼼짝없이 녀석을 집으로 초대해야 할 판인데, 으리으리한 새집을 보여줬다간 바로 다음날 심상치 않은 소문이 학교 전체로 퍼져나갈 게 뻔했다.
“왜에? 뭔데?”
“크윽.”
민욱은 “요것 봐라?” 하는 표정으로 음흉한 미소를 머금은 채 시후를 재촉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은근히 매달리며 속삭이는 것이다.
“어이, 설마 여름방학 사이에 여친이라도 만든거야?”
“아, 아니야.”
“으히히, 아니긴 뭐가 아니야! 얼굴에 딱 써있구만. 이여~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해서 걱정했더니만, 여자친구를 만들다니…제법이잖아!?”
“그러니까 아니라고! 그보다 너는 임마, 남의 부모님 돌아가신 이야기를 그렇게 밝게 이야기하냐?”
“그럼 울면서 이야기 하리? 그래도 내가 밉지는 않잖아?”
“…끄응.”
민욱의 말 그대로, 당사자에게는 상당히 민감할 수 있는 문제를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음에도 그는 이상하게 밉지 않은 기분이 들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에 시후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민욱을 떨쳐내고 빠른 걸음으로 교실로 향했다.
시후의 교실은 2층에 위치한 2학년 8반이었다.
“어이~같이 가!!”
역시 같은 반인 민욱이 시후의 뒤로 따라붙었다.
@@@
웅성웅성.
교실에는 이미 등교한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여름 방학동안 있었던 일들을 안주삼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런 활기찬 광경에 시후도 끼어들고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젓고서는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괴이 마을의 일을 떠벌리고 다닐 수는 없지.’
애초에 믿지도 않을 테고. 당사자인 시후로써도 받아들이는데 꽤 시간이 걸렸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시후는 자신의 책상 옆으로 가방을 걸었다.
“민욱아!”
“민욱아, 올만!!”
민욱은 시후를 따라서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여자애들 세 명에게 붙잡혀서 웃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하여간 대단한 녀석이다.
그런 민욱의 모습을 잠시 쳐다보던 시후는 이내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상당히 넓은 부지를 지닌 운동장은 각종 특별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야구장, 테니스장은 물론 농구장도 있었는데, 공부를 하려면 결국 체력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서 거의 매일 1시간은 잡혀있는 체육시간에 맞추어서 신나게 체력 단련=놀이를 하고 있었다.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진짜 일본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학교처럼 부활동이 활발한 이곳은 수십 개가 넘어가는 각종 동아리들 외에도 축구부, 야구부, 수영부, 테니스부, 농구부 등 여러 개의 운동부가 있었기 때문에 운동장은 오히려 방과후에 더욱더 꽉 찬 느낌이 들어보이기도 했다.
만년 귀가부인 시후로써는 별 상관없는 세계의 일이었지만.
“이제 정말로 곧 가을이구나.”
조금씩 서늘함을 띄기 시작하는 선선한 바람이 창밖으로 불어오는 것을 만끽하며 시후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자신의 교실로 향하는 학생들의 행렬을 말없이 바라봤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조금 업뎃이 늦었죠?
이게 다 출판한 책 때문입니다.
저도 연참을 안하고 싶은게 아니고, 악마계약도 쓰고 싶지만, 도무지 시간이 나질 않아요. 물로 하루종일 글만쓰면 되겠지만, 저도 사람인 이상 여가시간도 있어야 하고...ㅠ
여하튼, 오늘도 올려고, 자정쯤에 내일 분 업뎃 하도록 해볼테니, 많이 봐주세요^^
아, 그리고 책방에 만약 [만능영주] 라는 책이 들어왔다면, 저의 얼굴을 봐서라도 한번씩 빌려서 읽어봐주세요.
딱히 독자님들을 사로잡을만한 대작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작품입니다만, 열심히 썼습니다. 아무쪼록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길 바래요!!!(라면서 은근슬쩍 광고타임이었습니다)
그럼, 추천 리플 선작 3종은 꼭 해주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