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카데미의 핵과금러-7화 (7/223)

제7화

7화 막장으로 가 보자고

분개하는 리리스와 놀라는 아이들.

그런 상황을 짐작이라도 한 듯 검술 교관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한 손으로 부여잡으며 애써 아이들을 달래기 시작했다.

그렇게 불편한 시선 속에서 시작된 수업.

“마법이란 학문이 그러하듯, 무도 또한 기초가 있고 이론이 있다. 뭐, 실전이 중요하다는 것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알고 임하는 것과 모르고 임하는 것은 다르지.”

“교관님! 질문이 있어요!”

“말해라.”

“그런 무도의 길을 왜 마법학도가 듣는 거죠!? 그것에 대해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리리스, 그건 질문이 아닌 것 같다만…….”

난감해 하는 교관, 볼을 긁으며 시선을 회피해 버렸다.

그리고 리리스의 의견을 무시하고 다시 진행되는 수업.

카론은 리리스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 내며 묵묵히 수업에 임했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자마자 앞으로 쏘아져 나오는 리리스.

“어째서죠!? 결투에 의한 맹세를 지키지 않을 생각인가요!?”

“무슨 소리야? 이미 지켰잖아? 마법부를 관뒀고, 아카데미 공식 스토커가 됐고.”

“그게 아니죠! 분명 아카데미를 떠나는 것이 약속 아니었나요?”

“어, 아닌데? 잘 생각해 봐. 난 마법부를 떠난다고 했지, 아카데미를 떠난다고 한 적은 없다고.”

얼굴이 붉어지며 화를 못 참겠는지 카론의 책상을 강하게 내리치는 리리스.

그러자 나무로 된 카론의 책상은 부스러진 과자처럼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야, 그거 기물 파손이라고.”

“당신은 체면이나 명예도 없나요!?”

“없지, 그런 거. 생각해 봐. 그런 게 있었다면 스토커 짓을 했겠어?”

“…….”

“그리고 이미 아카데미 공식 스토커인데, 여기서 더 망가질 명예가 어디 있다고.”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분노하는 리리스를 뒤로한 채 카론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부서진 책상 옆자리로 옮겼다.

그러자 이내 리리스의 발차기로 다시 한번 부서져 내리는 책상.

“그러니까 기물 파손이라니까.”

분을 못 이겨 밖으로 뛰쳐나가는 리리스.

그런 리리스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카론은 또다시 한 칸 옆자리로 이동했다.

그리고 턱을 괴며 미소를 지어 보이는 카론.

비록 리리스와의 결투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그것에 대해 책잡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누구도 카론이 이긴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런데도 카론의 무도학부로의 ‘전부’가 가능했던 것은 다름 아닌 ‘무공’과 ‘카드 소환’ 때문.

‘눈에 띄긴 했나 보지.’

마법과 무공을 동시에 사용하는 자들은 꽤 있었다.

둘 다 대성은 못 하지만 아예 못 배울 정도는 아니니까.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교수들이 주목한 것은 마법 학도면서 제대로 된 ‘무공’을 배우고 있으며 엉성하긴 하다만 감각은 꽤 괜찮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엄청나게 빠른 ‘소환 마법’ 때문.

보통의 소환 마법은 그렇게 단 몇 초 만에 소환되지 않았다.

아무리 빨라도 몇 분 단위를 넘어간다.

그도 그럴 것이 ‘소환’이라는 개념은 ‘차원’이라는 통로로 계약된 매개체를 현현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막 쏴 대는 공격 마법이나 그따위 마법과는 본질이 다른 마법.

그런 것을 2~3초가 안 되는 시간에 소환했으니, 눈에 안 띌 리가 있겠는가?

“그래도 운이 좋았네. 이렇게 쉽게 될지는 몰랐는데.”

카론으로서도 예상치 못한 교수들의 반응.

마법학부, 무도학부의 교수들 모두가 그의 ‘전부’에 동의했다.

맹세한 말이 있어 무도학부에라도 놔두고 지켜보려 하는 속셈.

혹시나 그와 관련된 ‘이능’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아암.”

하품이 나오는 지루한 이론 수업.

다행히 무도학의 이론 수업은 그리 길지 않았다.

두 시간의 수업 외엔 모두 야외에서의 대련 및 지도 훈련이니까.

“대련을 신청합니다! 상대는 블래디아 카론!”

“응, 거절.”

“흥, 왜죠? 두렵나 보죠?”

“당연하지. 이미 한 번 졌는데.”

“이이익!”

약이 오른 리리스의 연속된 대련 요청을 매번 거절하는 카론.

그에 교관들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알아서 하라고 떠넘겨 버렸다.

리리스를 무시하며 열심히 훈련용 검을 휘두르며 기초 검술과 기초 ‘기술’들을 훈련해 나가는 카론.

‘누가 속내를 모를 줄 알고?’

대련을 빙자한 화풀이를 하려는 게 뻔했다.

굳이 상대해 줄 필요도 없고, 카론의 급에 맞는 아이들은 많고 많았다.

굳이 같은 급이 아닌 리리스와 대련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

‘그때 그 느낌은 뭐지?’

리리스의 이능을 막아 낸 것도 모자라 반격했던 그 느낌.

뭔가 찌릿하면서 알 수 없는 기시감이 느껴졌다.

계산된 행동이 아닌 순수한 본능적으로 움직인 행동.

그것이 이 육체의 재능일까?

아니면 자신의 재능이려나?

상태 창에 ‘재능’에 관한 건 뜨지 않아서 확신할 순 없었다.

“뭐, 곧 알게 되겠지.”

아무렴 어떠한가?

어차피 이곳은 매일매일 대련을 하고 실전 감각을 익힐 수 있다.

게다가 더는 살을 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알아서 살이 빠질 것이다.

물론 먹는 것만 조심한다면 말이다.

‘그나저나…….’

시선을 돌리는 카론.

그곳에는 한 명의 여성이 있었다.

[인물 정보]

이름 : 베나 니아츠

이능 : 없음

*‘악화성’의 카드 조각을 보유한 인물이다.

(해당 인물과 잦은 접점 및 관계도에 따라 카드 조각을 획득할 수 있는 퀘스트가 뜰 수 있다.)

악화성.

좋은 카드는 아니다.

다만 스토리상 연관이 많이 되는 카드였다.

저 카드를 얻으면 또 어떤 카드가 개방되고 인지되는지 모르는 상황.

게다가 웬만하면 카드 조각은 확보하는 게 좋아 보였다.

굳이 조각을 모아 완성을 시키지 않더라도 한 번이라도 획득하면 ‘개방’과 ‘인지’로 인해 해당 카드가 마일리지 상점에 뜨는 동시에 그와 관련된 랜덤한 카드가 인지된다.

즉, 어떤 카드든 간에 한 번은 클리어해야 한다는 소리.

‘퀘스트가 마구 생겨야 할 텐데…….’

강해지기 위해서는 퀘스트를 주기적으로 계속 클리어해야 했다.

그 이유는 카드의 엄청나게 비싼 마일리지를 둘째 치더라도 ‘포인트 수급’ 때문이었다.

현재로서는 ‘P’라고 불리는 포인트는 퀘스트로밖에 얻을 수 없다.

포인트는 일일 보상으로도 주지 않으니까.

그리고 포인트는 카드의 ‘합성’, ‘강화’를 비롯해 이미 획득한 ‘무공’, ‘마법’, ‘이능’, ‘무위’ 등의 모든 것들에 연관된 기본적인 재화가 되는 것 같았다.

게임에서 골드의 역할을 하며 게임 재화 역할을 하는 포인트.

보통은 캐시만 있으면 골드는 그냥 살 수 있지만, 마일리지 상점이나 차원 상점에서는 팔지 않았다.

아직 동기화율이 낮아서 그런지 온통 죄다 ‘???’인 상태.

“포인트 확보가 관건이구만.”

결국, 휘두르던 연습용 검을 내려놓고 니아츠에게로 향하는 카론.

그리고 어색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저기, 니아츠?”

그에 흠칫 놀라는 그녀.

그리고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카론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뭐야?”

“대련 한번 해 볼래?”

“…….”

아무 말 없이 무심하게 검을 내려놓는 그녀.

그리고 이내 한쪽 눈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 설마…… 이번에는 나야?”

“뭐?”

“이번엔 날 스토킹하는 거냐고.”

“…….”

이번에는 네가 맞아.

그런데 그게 스토킹은 아닌데.

할 말은 많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 카론.

퀘스트를 시작도 하기 전에 난관에 부닥쳤다.

“그럴 리가. 과거의 나는 잊어 달라고.”

“그럼 뭔데?”

“같은 반 아이들의 이름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알아봤을 뿐이야.”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그녀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볼을 긁는 카론.

완벽한 실수였다.

인물 정보는 아무나 뜨는 게 아니었다.

오직 ‘카드’의 파편을 들고 있는 소유자만 떠올랐다.

게다가 그것도 한번에 다 뜨는 건 아닌지, 특정 조건이 돼야 뜨는 것 같았다.

그런 카론을 바라보는 니아츠는 이내 그의 뒤에 분노로 검을 휘두르는 리리스를 보았다.

그리고 살짝 미소 지어 보이는 니아츠.

“좋아, 대신 조건이 있어.”

“뭔데?”

“나와 대련 이후 너도 리리스랑 대련하는 것.”

“아니, 대체 왜?”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저렇게 분노한 리리스도 처음 보고.”

표정을 잔뜩 찌푸리는 카론.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싫다고 할 수는 없었다.

마음을 먹었다면 뭐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알았어, 일단 대련이나 해 보자.”

“그럼 마나에 대고 맹세를 해 봐.”

빌어먹을 악화성.

역시 누가 악화성의 소유자가 아니랄까 봐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게임 내에서도 악화성은 여기저기 민폐를 끼치고 오직 ‘재미’를 위해서만 움직이는 놈이었다.

리리스도 그렇고, 꼴을 보아하니 게임 내의 카드의 성격과 소유자의 성격이 거의 비슷한 모양.

“하아…… 나, 블래디아 카론, 빛나는 마나 앞에 맹세한다. 베나 니아츠와 대련 이후 발레아나 리리스와 대련을 한다.”

그와 함께 빛나는 마나가 카론의 몸을 휘감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재미있다는 표정과 함께 검을 고쳐 잡는 니아츠.

서로에게 검을 겨눈 채 조교의 참관 아래 대련을 시작했다.

시작과 동시에 쏘아져 나오는 니아츠.

카아아앙!

두 개의 검이 강하게 스파크가 튀며 맞대어졌다.

그에 곧바로 연이은 공격을 위해 월령 검법의 무리에 따른 검로를 행하려는 그때였다.

“꺄아아악!”

한 번의 충돌로 날아가는 리아츠.

그에 카론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너, 너무 강햇!”

“…….”

“분해! 내가 저런 돼지한테 지다니!”

“야, 너 뭐 하냐?”

“내가 졌다니까? 항복 몰라?”

“…….”

“자! 이제 리리스를 향해 돌진해랏! 돼지!”

저런 망할 년이?

두 주먹이 꽉 쥐어지고 양 볼이 파들파들 떨렸다.

역시 악화성다웠다.

아주 두들겨 패 버리고 싶었다.

슬며시 고개를 돌려 교관을 바라보는 카론.

그에 조교 또한 헛기침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니아츠, 대련은 장난이 아니다! 일어나라.”

“그치만 조교님! 손목이 너무 아픈걸요. 아마도 저번에 당한 부상이 아직 낫지 않았나 봐요.”

“그럴 리가, 그게 언제인데…….”

“부상으로 검을 제대로 못 쥐게 되면 조교님이 책임지실 건가요?”

“큼! 대, 대련은 종료다.”

말없이 고개를 돌리는 조교.

조교는 교관처럼 학생을 압박할 권한은 없다.

어디까지나 안전과 학생들의 밀착 지도를 위해 존재하는 인원.

그렇기에 책임지고 말고 할 게 없었다.

“조교님, 혹시 대련 말고 그냥 두들겨 패도 됩니까?”

“그런 게 될 리가 없지…….”

“그럼 혹시 교관님이 허락하면 두들겨 패도 됩니까?”

“허락할 리가 없지.”

한숨을 내쉬며 싱글벙글 웃고 있는 니아츠를 노려보는 카론.

그리고 떨리는 볼과 함께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재미있네. 참 재미있어.”

어떻게 해야 복수할 수 있을까?

대체 어떻게 해야 이 기분을 풀 수 있을까?

리리스의 기분이 대충 이런 기분이었을까?

정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두들겨 패 버리고 싶었다.

-띠링, 퀘스트가 접수되었습니다.

[니아츠의 장난]

베나 니아츠의 장난에 응하여 친밀도를 높이자.

(보상 : 400P, 매력+1)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었다.

마나의 맹세를 했으니까.

‘그나저나 꼭 카드 파편을 주는 건 아닌가 보네.’

새로 안 사실.

카드 파편이 무조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별로 안 좋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이런 쓸데없는 것에서도 퀘스트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

카드의 파편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포인트의 수급 또한 중요했다.

파편이 안 나올 확률이 있어도 이렇듯 퀘스트가 자주 떠 주는 게 오히려 더 좋았다.

“저기…….”

“말 걸지 마시죠.”

“아니, 해 줄게, 대련.”

멈칫.

검을 내리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카론을 노려보는 리리스.

그러나 이내 다시 검을 휘두르며 수련을 이어 나갔다.

“관심 없어요.”

“뭐? 아니, 방금까지만 해도 대련하자며? 해 준다니까?”

“별로, 괜히 열을 낸 제가 멍청했어요. 당신 따위를 믿는 게 아니었는데.”

“아니, 잠깐만…….”

“열을 식혔더니 깨달았죠, 당신 같은 자를 상대하는 건 나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것이라는걸. 이제 더는 아는 척하지 마시죠.”

아니, 이러면 안 되는데?

갑작스럽게 변한 그녀의 싸늘한 반응에 당황한 카론이 말을 꺼내려 할 때였다.

어느새 옆에 와 재미있다는 얼굴로 구경하고 있는 니아츠.

“그래, 그래, 대련해 봐~. 혹시 다시 싸우면 질까 봐 두려워?”

“니아츠, 당신의 장난질에 응해 줄 마음 따윈 없어요.”

“에이~ 장난이라니? 너도 원하는 거잖아.”

그에 검을 내려놓는 리리스.

그리고 정면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설령 원했다 한들, 네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마음이 없는데.”

“아~ 그러니까 나 때문에 하기 싫다? 그럼 어쩌나?”

싱글벙글 웃으며 잔뜩 찌푸려진 얼굴의 카론을 뒤돌아봤다.

“쟤는 너와 싸워야 할 텐데.”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한쪽 옆에서 쪼그려 앉아 둘의 관계를 지켜보는 니아츠.

그런 그녀를 보며 카론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웃어 대기 시작했다.

하도 어이가 없으니 분노를 넘어 웃음이 나오는 상황.

“그러니까, 날 가지고 놀았다?”

“응! 리리스는 내가 원하는 건 ‘절대’ 하지 않는걸. 하지만 너는 내가 원하는 걸 꼭 해야 하잖아?”

“…….”

“재미있지 않아? 과연 어떻게 리리스를 설득할지, 난 너무 기대되는데.”

빌어먹을, 어쩐지 포인트를 많이 준다고 했다.

쉬워 보이면서도 엄청나게 어려운 퀘스트가 아니던가?

그러나 그런 니아츠를 보며 애써 웃음 지어 보이는 카론.

“그런데 난 대련의 기간은 말하지 않았는데? 즉, 오늘 당장 할 필요는 없다는 거지.”

“글쎄? 그건 모르는 거 아냐? ‘이후’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시간이 있을지는 신만이 알겠지.”

“너, 사람 잘못 건드렸어. 반드시 후회하게 해 주지.”

그 말을 남기고 뒤돌아서는 카론.

그리고 그 장소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교관의 지도를 받는 아이들 근처로 가서 갑자기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와 함께 자신감 넘치게 외치는 카론.

“오늘부터 베나 니아츠랑 사귀기로 했습니다! 다들 잘 부탁합니다!”

챙그랑.

검을 떨어뜨리는 리리스.

그리고 쪼그린 채 턱을 괴고 있던 니아츠는 그대로 뒤로 자빠졌다.

설마 이런 식으로 나올 줄 몰랐기 때문이다.

한편 그런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어 보이는 카론.

한 번 고백 퇴치한 걸 두 번은 못 할 것 같은가?

자신은 아카데미 공식 스토커다.

여기서 더 잃을 명예도 없다.

어디 한번 막장으로 가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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