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13화 트러블 메이커(2)
블래디아 가문의 영지 바나니아 영지.
서류를 넘기며 업무를 이어 나가는 블래디아 가문의 가주 블래디아 지켈.
서류를 넘기는 소리와 함께 그의 입이 천천히 떨어졌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
“우선, 발리에나 리리스와의 결투에 응했으며 패배했습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무능력한 놈이니.”
“헌데,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상한 부분?”
잠시 뜸을 들이는 수하 가로우.
그러나 이내 천천히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검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심공을 비롯해서.”
“검법?”
블래디아 가문은 마법가다.
검법 따위 존재할 리가 없다.
그렇기에 당연히 배웠을 리가 없다.
오직 되지도 않을 초급 마법 몇 개만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역시 수상하군. 놈들과의 접촉은?”
“이렇다 할 건 없었습니다. 다만 또 이상한 것이…….”
“뭔가?”
“제가 알던 카론 도련님과 아주 다릅니다, 성격이며 모든 것이. 게다가 현재는 마법학부를 그만두고 무도학부로 가셨습니다.”
“…….”
“그리고 더 이상한 것이…….”
“또 있나?”
“예, 무엇보다 소환 마법을 쓰는 데 그 시간이 2초가 채 되지 않습니다.”
콰앙!
책상을 내리치며 벌떡 일어나는 지켈.
저 말이 사실이면 업무고 뭐고 그따위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뭣이? 확실한가!?”
“예, 두 눈으로 직접 봤습니다. 그것으로 발리에나 리리스를 몰아붙이기도 했습니다.”
“…….”
“아무래도 너무 일찍 도련님을 내친 것이 아닌지…….”
깊은 생각에 잠기는 지켈.
소환 마법을 2초가 안 되는 시간에 연성한다?
이론적으론 절대 말이 안 된다.
그것이 말이 되게 하려면 오직 ‘무위’밖에 없다.
아니, 무위도 가능할지 의문이었다.
“대체 무엇과 연관된 것이냐?”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지켈.
가로우의 말이 사실이면 납치? 그따위 것, 가문이 방패막이가 되어 줄 수도 있다.
납치했다 해도 아무런 피해를 본 게 없으니까.
하지만 놈이 직접 의문의 조직을 입 밖으로 꺼냈다.
제가 한 짓을 놈들이 한 짓으로 만들며.
“지하 감옥의 놈은 어쩌실 요량입니까?”
“살려 둬야지. 납치한 본인일 뿐만 아니라, 카론 그놈과 연관된 유일한 연결 고리이니.”
덜떨어진 아들이었던 카론이 스스로 의문의 조직인 놈을 알아냈을 리가 없다.
분명 연결 고리인 그놈과 연관이 있을 터.
대체 어디까지 연관되어 있고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알아야 했다.
“일단은 계속 지켜봐라. 생각 좀 해 보지.”
* * *
콰앙!
책상을 내리치는 한 아이.
그리고 그는 분노한 눈빛으로 소리쳤다.
“류토! 밟아 줘야지!”
“…….”
이를 갈며 카론을 노려보는 애드 류토.
고작 저런 놈에게 한 방 먹었다고 생각하니 분노가 일었다.
게다가 놈은 천출 출신의 서자이지 않던가?
“밟아 줘야지. 천천히.”
“천천히라니? 당장 패야지!”
“놈이 먼저 공격하게 해야지. 그래야 덜 귀찮지.”
“뭐? 어떻게…….”
그에 진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애드 류토
어떻게긴 뭘 어떻게인가.
열 받을 때까지, 화가 나서 달려들 때까지 괴롭히면 되는 거지.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류토와 아이들의 미소와 함께 ‘전술 전략학’의 전공 수업이 시작되는 종이 울렸다.
“야, 온다, 온다.”
“타이밍 잘 맞춰라.”
“알았어!”
드르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
한 아이가 문을 열자마자 폭포수가 쏟아져 내렸다.
그를 정면으로 뒤집어써 온몸이 축축이 젖은 상황.
“크크크큭…….”
“푸하하하하!”
갑작스러운 물 폭탄에 굳은 채 그대로 멈춰 버린 카론.
흘러내리는 물줄기에 얼굴을 쓸어넘기고는 주변을 바라봤다.
깔깔대며 웃고 있는 클래스의 아이들.
‘이렇게 나온다 이건가?’
범인은 안 보다도 뻔했다.
깔깔대며 웃고 있는 여자아이들이나 남자아이들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
여학생들은 원래 자신을 싫어했고, 남학생들은 재미있는 거면 뭐든 깔깔대며 웃는 놈들이었으니까.
실제로 니아츠에게 고백 공격할 때도 좋다고 웃어 대지 않았던가?
그 희생양이 자신이 됐을 뿐이었다.
“꽤 유치하게 나오네.”
“왜 우릴 보는 건데? 증거 있어?”
류토를 보며 살기 짙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카론.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선전포고치고는 꽤 약한데?”
“풉, 병~신.”
참 재미있었다.
놈들은 괴롭힌다고 생각하겠지만 재미있었다.
이 또한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었고 놈들을 어떻게 쥐어패야 할지 고민됐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류토의 장난]
류토의 장난을 일정 시간까지 군말 없이 받아 주자.
시간 : 2시간 10분
(보상 : 300P, 인내심 상승(?), 미소 짓는 가디언의 카드 조각×2)
류토 저놈, 카드 보유자였다.
하지만 퀘스트도 상황을 봐 가면서 해야 하는 것.
이따위 놈들에게 이런 수모를 당할 바에 안 하고 만다.
물론 미소 짓는 가디언이 구려서 그런 건 덤이고.
짜아악.
곧바로 귀싸대기를 날려 버리는 카론.
그에 류토의 입술이 들썩들썩하며 두 눈을 부릅뜨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보며 미소 지으며 말을 하는 카론.
“선전포고란 이렇게 하는 거야.”
“…….”
그때였다.
갑작스럽게 울리는 시스템 소리.
-띠링, 돌발행동으로 인해 퀘스트가 상향됩니다.
-퀘스트 ‘류토의 장난’이 ‘선전포고’로 상향되었습니다.
[선전포고]
류토와 그 일행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 주자.
(보상 : 600P, 미소 짓는 가디언의 카드 조각×4, 랜덤 아이템 박스×2)
퀘스트를 보며 미소 짓는 카론.
이렇게까지 나온다면 안 할 수는 없는 상황.
뭐, 애초에 퀘스트가 없어도 팰 생각이었지만.
“천출 주제에!”
“이 개자식이!”
곧바로 카론을 둘러싸는 류토와 그 아이들.
그러나 카론은 손가락을 튕기며 카드들을 소환해 냈다.
“패싸움이라, 그것도 재미있겠네.”
“미, 미친놈이…….”
“안 들어와? 그럼 이쪽에서 간다.”
막 발걸음을 떼려는 그때였다.
분노한 눈빛을 띠며 말을 잇는 류토.
“곧 수업 시간이다. 꺼져라. 수업이 끝나고 자근자근 밟아 줄 테니.”
“아~ 뭐야, 일진이 쌤을 무서워하다니. 실망인데?”
“뭐?”
“밟아!”
그 말과 함께 강의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쪽 벽면으로 붙어 흥미로운 시선으로 구경하는 아이들.
그것을 구경하는 것은 리리스와 니아츠도 마찬가지였다.
“한심하긴…….”
혀를 차는 리리스.
장난을 가장한 괴롭힘을 하는 류토나, 저급한 행위를 하는 카론이나, 한심하긴 매한가지였다.
작은 한숨과 함께 순식간에 도약과 함께 난장판으로 싸우고 있는 가운데로 도약하는 리리스.
그리고 곧바로 류토를 발로 차 날려 버림과 동시에 카론의 목을 향해 내리쳤다.
휘익.
그러나 역시 아슬하게 피해 내는 카론.
그것을 보고는 ‘역시’ 하는 표정과 함께 허리에 찬 검을 꺼내 카론의 목에 겨눴다.
“싸우려면 밖에서 싸우시죠. 이곳은 강의실인데.”
“후우~ 리리스, 위험했다고.”
“…….”
“뭐, 아무튼 항복할게.”
두 손을 올려 보이며 웃어넘기는 카론.
진정한 일진이라고 하면 리리스야말로 진짜 일진이었다.
리리스에 비해 류토는 ‘일진 놀이’ 하는 양아치에 불과했다.
한편 복부를 맞고 날아간 류토는 분노와 함께 달려들었다.
“개 같은 망할 년이, 진짜!”
“밖에 나가서 싸우시죠? 수업에 방해되는데.”
“닥쳐! 이 미친년이!! 오늘은 기필코 죽여 버린다.”
“하…… 정말 피곤한 사람이네요.”
그것으로 시작되는 일방적인 구타.
그러나 류토는 그녀의 일방적인 구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야야~ 그만해. 귀요미 리리스, 화났잖아!”
녀석이 두들겨 맞는 것을 보며 장난식으로 말리는 카론.
그러나 그때였다.
다시 한번 느껴지는 기시감과 함께 소름 돋는 기운.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는 뒤로 빠졌다.
“미안. 방해 안 할게. 그냥 하던 거 해.”
재빨리 사과하며 다른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빠졌다.
그리고 그들에게 물어보는 카론.
“리리스가 왜 저렇게 패는 거야?”
“자주 저래. 류토는 리리스를 가장 싫어하거든. 이유는 모르지만.”
“그래서 자주 얻어맞아?”
“리리스에게 육두문자로 욕하며 시비 거는 놈은 쟤밖에 없을걸?”
“오, 대단한 놈인데?”
소환 해제 후 다른 아이들 곁에 껴서 싸움 구경을 하는 카론.
정작 원인 제공자는 뒤로 빠지고 다른 이의 싸움으로 변해 있었다.
‘리리스한테 저렇게 맞고도 일어나네……. 징글징글하네.’
앞으로 어떻게 두들겨 패야 할지 깜깜해졌다.
류토가 리리스에게 압도적으로 두들겨 맞고도 쌩쌩한 것은 다름 아닌 이능 때문이었다.
경질화로 육체를 단단하게 만드는 이능.
왜 ‘가디언’ 카드를 들고 있나 했더니, 저 이능 때문인 것 같았다.
경질화는 보기엔 저래 보여도 꽤 좋은 이능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맞으면 맞을수록, 더 큰 고통을 겪으면 겪을수록 방어력이 올라가니까.
결국, 리리스의 폭행은 교관이 올 때까지 계속됐다.
“리리스, 류토. 수업 끝나고 따라와라.”
결국, 개인 면담에 들어가는 둘.
주동자인 카론을 비롯한 류토를 제외한 류토 일행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입을 다물었다.
굳이(?) 자신들까지 끌려갈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교관에게 끌려나가는 리리스와 류토.
카론은 그런 류토의 어깨를 살짝 두들겨 줬다.
“힘내라! 내가 본 건 맞는 모습뿐이었지만 멋있었다.”
“이 개자식이, 진짜!!”
“워워, 진정하고 빨리 가 봐. 교관님 째려보고 있는데?”
그 말에 이를 갈며 걸어 나가는 류토.
그 모습을 보며 진한 미소와 함께 그 자신 또한 발걸음을 옮겼다.
“자~ 그럼 밥이나 먹으러 갈까?”
이번 메뉴는 ‘야로’라는 동물의 고기로 만든 바비큐.
종일 저온에서 익혔다고 자랑을 늘어놨다.
얼마나 부드럽고 육즙이 터질지 상상만으로도 흥분이 되는 상황.
“일단 풀로 입을 달래 주고.”
마음에는 안 들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풀도 먹어 줘야 한다.
개 풀 뜯는 소리 한다는 소리가 있듯이 맹수들도 가끔 풀을 뜯어 먹긴 한다.
물론 그게 카론이 풀을 먹는 이유와는 다르긴 하지만.
“풀은 이 정도면 됐고, 고기, 고기야…….”
한입 베어 먹는 카론.
녹았다.
한입에 녹아서 없어졌다.
그저 입에 넣었을 뿐인데 사라져서는 목구멍 안에 있었다.
이미 정신을 차렸을 때는 위장에 있는 고기.
“오오…… 절제는 개나 줘라!”
흡입이 시작되었다.
원래 아침은 든든히 먹어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 점식을 적게 먹고 저녁을 안 먹는 한이 있더라도 이건 꼭 배불리 먹어야 했다.
솔직히 여태껏 먹은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으니까.
“맛있냐? 돼지.”
“눠더 머거 바.”
“너나 많이 드세요.”
찡그린 표정으로 열심히 먹고 있는 카론을 바라보는 니아츠.
웬일인지 바로 가지 않고 카론의 건너편에 앉아 그가 먹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안 가냐?”
“먹어, 괜찮으니까.”
“내가 불편한데.”
“아, 진짜! 먹으라고!”
또 짜증을 내는 니아츠.
뭐, 원래의 성격이 나오자 안심이 되었다.
그 이전까지는 ‘얘가 왜 이러나?’ 싶어서 조금 불안했으니까.
“다 먹었어?”
“다 먹긴 했는데……. 너 왜 그래?”
“다 먹었으면 나랑 이야기 좀 하자.”
“…….”
대체 뭘까?
대체 뭐길래 저러는 걸까?
불안함이 밀려왔다.
그리고 그녀가 안내한 곳에 도달했을 때는…….
“네가 블래디아 카론이냐?”
“그런데 누구…….”
“베나 폴른이다. 니아츠의 오빠지.”
니아츠의 오빠가 대기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또 낚였다.
급하게 눈동자를 돌려 니아츠를 째려보는 카론.
그러나 니아츠는 손으로 한쪽 눈꺼풀을 까 내리며 혓바닥을 내밀었다.
“소문은 들었다.”
“아, 그게…….”
“네놈 주제에…… 반푼이 주제에 내 동생을!”
박차고 달려오는 폴른.
그와 함께 카론의 멱살을 잡아든 채 벽치기를 했다.
그리고 분노한 표정으로 카론 앞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폴른.
그러나…… 그에게서 들려온 소리는 전혀 상황에 맞지 않는 소리였다.
“잘하고 있어, 이참에 버릇 좀 고쳐 놔라.”
“예?”
“버릇 좀 고치라고. 너 같은 또라이면 믿고 맡길 만하지.”
귓가에 대고 니아츠 몰래 속삭이는 폴른.
황당함에 니아츠를 보던 시선이 귀 옆에 있는 폴른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카론이 바라본 그는 분노한 표정이 아니라…….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