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카데미의 핵과금러-28화 (28/223)

제28화

3화 작은 거인

당황한 파나소.

자작극이라는 의심은 했었다.

하지만 아무런 이득이 없기에 배제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본인이 직접 범인이라 밝히다니?

살짝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쯤은 전해 들었다.

하지만 이건 완전 미친놈이지 않은가?

당장 이곳에서 귀족 재판을 열 수도 있고 지하 감옥에 처넣을 수도 있다.

블래디아 가문과의 마찰이 있겠지만 전혀 신경 쓸 게 못 되었다.

블래디아 가문 따위 발리에나 가문에 상대가 되질 않으니.

“어떻게 된 것이오?”

서슬 퍼런 눈빛을 빛내며 지켈을 바라보는 파나소.

그에 지켈의 눈썹이 꿈틀꿈틀하며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가문에서도 몰랐던…….”

변명을 이어 가려고 하는 지켈.

그러나 그를 카론이 가만히 지켜볼 리가 없었다.

그의 말을 싹둑 자르고 말을 잇는 카론.

“모든 것의 시작인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느냐? 네놈의 머리통을 으깨 버릴 수도 있다.”

“일단 들어는 보시죠. 으깨고 나면 들을 수 없으니까.”

“허, 참……. 그래, 말해 보아라.”

어이가 없다는 듯 차분하게 노려보는 파나소.

카론은 그를 보며 심호흡을 한번 하며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했다.

“제가 했지만 제가 한 것이 아닙니다.”

“무슨 헛소리를…….”

“저는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는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으니까요.”

입을 떡 벌리는 파나소와 지켈.

대체 뭘 믿고 저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그 믿는 구석이 ‘기억상실’이라니?

“그런 혹독한 상황에서 아무런 기억이 없는 제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과거의 제가 싼 똥이 똥통을 흘러넘치고 있더군요.”

“그렇다고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맞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과거의 제가 싼 똥을 치우느라 바삐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웬걸? 갑자기 리리스를 납치했다고 하네요?”

“…….”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아무리 제정신이 아니라도 그렇지, 납치까지 하다뇨!? 똥이 범람해 저를 집어삼켰습니다. 하지만!!”

억울했던 마음과 과한 제스처를 동원한 호소력 짙은 외침.

그에 파나소와 지켈은 점점 카론의 말주변에 빠져들고 있었다.

“범람한 똥을 피해 저는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알 수 없는 단체에 습격까지 받았죠. 아파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를 구하러 달려갔죠. 그래야 저의 죄를 조금이나마 경감시킬 수 있으니까. 이것이…… 사건의 전말입니다.”

짝짝짝.

박수를 쳐 보이는 파나소.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그의 서슬 퍼런 눈빛은 감출 수가 없었다.

“재미있군. 그래서 지금에서야 진실을 말하는 이유는?”

“지금이니까 말하는 겁니다.”

“무슨 말이지?”

“과거의 제가 말했다면 개소리에 불과했겠지만, 지금은 저 자신을 지킬 수 있으니까.”

그에 묵묵히 서 있는 지켈을 차갑게 노려보는 파나소.

그리고 비웃음과 함께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킬 수 있다라, 네놈의 가문이 너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가문 따위 버린 지 오래입니다.”

“뭐라?”

당황해서 곧바로 카론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파나소.

가문의 보호를 받으려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니?

계속되는 뜻밖의 말에 카론을 천천히 노려봤다.

“발리에나 가문은 검의 명가, 검사는 검으로 말하는 법이지요.”

“호오……. 내 검을 받아 보겠다, 이 말이더냐? 하지만 블래디아는…….”

“가문에게 받은 것 따위, 멸시와 구타밖에 없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서자’라는 것을.”

“기억을 잃었다고 하지 않았나?”

“블래디아 루소라는 놈이 제 과거를 들먹이며 모친을 조롱하더군요. 그 과정에서 아주 조금 기억이 돌아왔을 뿐입니다.”

“재미있는 놈이로군. 나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죽여 버릴 수도 있다.”

“용서할 가치가 없다면 죽이십시오.”

“푸하하하하하!! 이보시오. 꽤 재미있는 아들을 두지 않았소?”

지켈을 바라보며 웃어 보이는 파나소.

그리고 그는 호탕하게 카론과 함께 기사들이 훈련하고 있는 연무실로 향했다.

모든 기사가 바라보는 곳에서 이뤄지는 대련.

“검을 잡은 지는 얼마나 됐느냐?”

“두 달 조금 넘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을 모른다더니…….”

“강아지일지 범의 새끼일지는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역시 재미있는 놈이군, 오거라.”

“카드 장착.”

-백금의 세네리아를 장착합니다.

-카드의 능력이 플레이어에 스며들며 일정 시간(8분 05초) 동안 카드의 힘을 빌려 쓸 수 있습니다.

-스탯이 대폭 상승합니다.

-이능 ‘하늘의 검’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폭사하는 마력의 폭풍.

그에 파나소의 두 눈이 부릅뜨였다.

예상을 아득히 벗어나는 힘을 표출하고 있었기에.

그리고 놀라는 것은 주변 기사들까지 마찬가지.

“이것 참…….”

파나소가 황당해 할 때였다.

엄청난 속도로 튀어 나가는 카론.

그리고 마침내 검과 검이 충돌했다.

끼이이익…….

그러나 정상적인 충돌음이 아니었다.

충돌 직전에 힘을 빼어 파나소의 검을 자신의 몸쪽으로 끌어당겼으니까.

그리고 동시에 스쳐 지나가며 파나소의 옆을 공략했다.

그러나 별일 아니라는 듯이 대응하며 카론의 목을 그어 버리는 파나소.

그러나 그것은 카론의 잔영이었다.

순식간에 여러 개의 잔영으로 움직이며 파나소를 압박해 나가는 카론.

“아무리 봐도 두 달은 아니군!”

검을 휘두르는 파나소.

거대한 충격음과 함께 카론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그렇게 파나소가 앞으로 튀어나오려 할 때였다.

“오거라! 하늘의 검!”

그 말과 함께 하늘에서 반짝이는 빛이 났다.

그리고 빛과 함께 쏟아져 내려오는 하나의 검.

콰아아아앙!

그는 곧 대지를 가르고 연무장 깊이 박혀 버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거대한 빛의 무리.

그 빛은 이내 카론의 몸으로 쏟아져 들어가며 광휘와 같은 빛을 내었다.

-하늘의 빛을 쐬었습니다. 신체 능력이 대폭 향상되며 모든 상태 이상에서 벗어납니다.

일회성 효과.

하늘의 검은 단 한 번 하늘의 빛을 쐴 수 있다.

저것 때문에 하늘의 검의 이능이 좋은 이유다.

그리고 카론은 다시 한번 증폭된 힘으로 쏘아져 나갔다.

엄청난 빠르기로 검격을 주고받는 두 사람.

솨아아아악.

그러는 그때 떨어져 내린 하늘의 검이 빛을 발하며 빛으로 된 검기를 쏘아 왔다.

그에 눈매를 좁힌 파나소는 처음으로 초식을 사용했다.

“제1식 스텔라니아.”

까드드드드득…….

콰아아앙!

그와 함께 또다시 주고받는 검격.

파나소는 침착한 눈빛으로 카론을 내려다봤다.

죽이려고 하면 당장이라도 죽일 수 있었다.

그저 놈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고 얼마만큼의 재능을 가졌는지 알고 싶어 놔두는 것일 뿐.

‘센스, 움직임, 심리전, 감각, 판단, 기교……. 모든 것이 좋다. 확실히 천재라 할 만하군.’

하지만 두 달로 가능하냐?

그렇게 묻는다면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하다.

천재라고 한들 불가능하다.

아무리 검이 재능의 영역이 중요하다고 한들 그를 받쳐 줄 육체와 기본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게다가 경험까지 쌓이면 금상첨화고 말이다.

‘게다가 저것은 이능인가, 무위인가.’

잔영을 남기고 사라지는 힘.

아마도 이능인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거대한 힘이 느껴지는 저 빛의 검.

저것이 과연 이능이 맞느냐가 문제였다.

이능이어도 문제고 무위여도 문제였으니까.

‘조금 더 한계까지 몰아붙여 봐야 되겠군.’

미소와 함께 검을 휘두르는 파나소.

그것으로부터 시작이었다, 압도적으로 카론을 밀어붙인 것은.

조금씩 카론의 몸에 생채기가 나기 시작하며 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아무리 힘을 증폭하고 재능이 있다 한들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무력할 뿐이었다.

‘빌어먹을…….’

조금 인정만 받으면 될 줄 알았던 게 왠지 정말 죽이려 드는 것 같았다.

식은땀이 등을 축축이 젖었고, 조급한 마음이 자꾸만 들었다.

그의 공격을 애써 막아 내고 흘리며 상대해 가는 카론.

“제3식 벤 오브스.”

“제4식 월인!!”

끼이이익…….

콰아아앙!

엄청난 폭발과 함께 날아간 것은 카론이었다.

경험과 경지의 차이가 압도적이었다.

그에 떨리는 손으로 힘겹게 일어나며 시스템 창을 보았다.

‘2분…….’

이제 2분밖에 남지 않았다.

어떻게든 끝을 내야 했다.

“오거라, 하늘의 검, 하늘의 검, 하늘의 검, 하늘의 검!!”

또다시 하늘이 반짝였다.

이내 네 개의 검이 쏟아져 내려오며 연무실 바닥을 박살을 내 버렸다.

카론 또한 심하게 체력을 소진했는지 두 다리가 떨려 오는 상황.

그러나 그때였다.

-간절한 마음에 칭호 카드의 신이 반응합니다.

-골드 카드 백금의 세네리아가 플레이어의 마음에 반응합니다.

-무위 ‘???’의 힘이 아주 미약하게나마 반응합니다.

그때 다섯 개의 하늘의 검이 빛을 발하며 하나의 존재를 만들어 냈다.

날개를 펼치고 화려한 무장을 한 천사, 그 천사가 카론에게로 다가와 그의 볼을 잡고 이마를 가져다 대었다.

-천사의 힘을 부여받습니다.

-신체 능력이 급격히 상승하며 빠른 회복력을 획득합니다.

-광휘의 빛이 플레이어를 감쌉니다.

대기가 떨려 왔다.

마나가 폭주하며 폭풍이 되었다.

부서져 내렸던 연무장의 파편들은 떨리는 대기에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파나소는…….

“천재가 아니라 미친놈이었군.”

잔잔한 웃음과 함께 검을 치켜세우는 파나소.

그리고 그의 검에 푸른 기운이 서리며 거대한 힘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리고 빛의 검을 든 카론이 파나소에게 달려들었을 때…….

거대한 폭풍과 함께 카론은 정신을 잃었다.

* * *

“끄으으윽…….”

육체를 지배하는 엄청난 고통.

현재의 수준으로 감당하지 못한 힘이 사용해서일까?

마치 근육 하나하나가 모두 파괴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홀로 고통의 몸부림을 치며 일어나려 할 때 시녀 한 명이 후다닥 달려 나갔다.

아픈 몸을 일으켜 세워 겨우 일어났을 때 들어오는 발레아나 가문의 가주 파나소.

“살아 있군.”

“죽을 것 같습니다만…….”

“거의 죽을 뻔했지. 5일 동안 의식 불명이었으니.”

“예?! 5일요?”

크게 당황한 카론.

천사의 힘을 부여받고 난 후의 일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죽이지 않고 살려 줬다는 것은 용서한다는 의미.

“어떠셨습니까? 살려 둘 가치는 있었습니까?”

“차고도 넘쳤다.”

“다행이네요.”

“한 가지만 물어보마. 마지막에 그것……. 이능이더냐? 무위더냐?”

“그 무엇도 아닙니다. 그냥 생명력을 대가로 쓰는 힘이니.”

“허, 참……. 역시 미친놈이로구나.”

미소를 지어 보이는 카론.

그리고 절뚝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발리에나 파나소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과거의 저로 인한 일은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그 문신의 녀석들을 쫓는 것, 그만둬 주십시오.”

“뭐라? 그건 또 무슨 소리더냐?”

“협박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절 습격한 놈들은 그 의문의 조직으로 꾸민 가짜들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그랬다가는 저는 물론이고 리리스까지 위험합니다. 귀찮은 일이 생기기 싫어 저희를 놓아두는 것이니까요.”

“으흠!”

“그냥, 그들을 의식하고 견제는 하되 전면에 나서는 것은 멈추어 주십시오.”

잠시 고민을 이어 나간 파나소.

검을 배운 지 고작 두 달.

아니, 두 달이 거짓말이라 해도 좋았다.

그렇다 한들 그의 천재성이 거짓말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뿐만이 아니라 그 이능과 알 수 없던 그 힘.

놈은 이제 고작해야 16살이다.

앞으로 성장하면 어떤 괴물이 되어 있을지 모르는 일.

발리에나 가문으로서도 척을 져서 좋을 게 없었다.

어쩌면 리리스와 진지하게 이어 주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일.

하지만…….

“그리할 순 없다. 그것은 놈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꼴, 가문의 체면이 달린 일이다.”

“하지만!”

“또한, 네 말이 사실이라면 아카데미에서도 움직일 것이다. 이미 일이 커져 버렸단 말이다.”

“군자의 복수는 10년도 짧다는 말이 있죠, 숙이는 게 아닙니다. 때를 기다리는 것일 뿐.”

“뭐라?”

“지금 건드려 봐야 뭐 하겠습니까?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오직 발리에나만 만족할 뿐. 그걸 원하십니까?”

“놈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라, 이 말이렷다?”

“예, 모두가 위협을 느끼고 도움을 필요할 때, 그때 움직이는 겁니다. 그것이 희생도 적으며 최대한의 이득을 얻을 수 있으니.”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 파나소.

꽤 걸작이지 않은가?

단순히 놈들이 무서워서가 아닌 것 같았다.

눈앞의 이 작은 거인은 오히려 그들을 이용해 더 큰 것을 노리려는 것으로 보였다.

“놈들이 예상보다 더 위험한 일을 꾸밀 수도 있다.”

“그러면 더 좋지 않습니까?”

“뭐라?”

“더 위험하면 위험할수록 발리에나의 공은 커질 겁니다. 어쩌면 왕국을 지킨 수호자가 될 수도 있죠. 허니 그전까지 놈들에 대해 대비하고 힘을 키우십시오.”

“흠…….”

“또한 놈들의 힘을 추정할 수 없습니다. 굳이 지금 파헤칠 필요가 있습니까? 그런 건 아카데미에 맡기시죠. 그런 말이 있죠.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받는다’라고. 작은 것을 보지 말고 큰 걸 보십시오.”

“크하하하하!! 재미있군, 재미있어. 좋다. 네 말대로 내 한발 물러서마.”

“감사합니다.”

“훗, 블래디아 자작이 기다리고 있다. 가 보거라.”

고개를 숙이고 덜덜 떨리는 몸을 세워 걸어가는 카론.

그러나 이내 안 되겠는지 그냥 로디를 소환해 업혀 갔다.

달그닥, 달그닥…….

블래디아 지켈과 함께 아카데미로 향하는 마차 안.

지켈은 눈매를 좁히며 카론을 노려봤다.

“그런 힘은 어디서 났더냐?”

“가문이 관여할 일이 아닙니다.”

“정말 성을 버릴 것이냐?”

“어머니의 죽음을 왜 방관하셨습니까? 그리고 저는 또 왜 방관했습니까? 가문에서 제게 해 준 게 대체 뭐가 있다고 미련을 가집니까?”

“…….”

“잊지 마십시오. 이젠 약점을 쥐고 있는 건 가문이 아니라 저라는 것을.”

“뭐라……?”

“당장이라도 발리에나 가문에 모든 걸 말할 수 있습니다. 블래디아 가문이 발리에나 가문을 농락한 사실을 말이죠. 어찌 감당할 수 있습니까?”

“허! 이거,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구나.”

“그러니 귀찮게 하지 마십시오. 놈들을 쫓는 것도 그만두고, 제가 융통한 빚도 알아서 갚으세요. 이건 부탁이 아니라, 협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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