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화
5화 무서운 꿈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스토리에 개입된 영향력을 계산 중입니다. 계산 중…….
-개입된 영향력이 수집되었습니다. 집계 결과 ‘☆’ 1성을 획득하였습니다.
-해당 내용으로 퀘스트를 클리어하시겠습니까?
덜덜 떨고 있는 꼬맹이.
그러나 그따위 것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나타난 요괴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
그것도 카드도 없이 단 혼자서!
물론 카드를 소환하려고도 해 봤다.
하지만…….
-덱을 구성하여 주십시오.
-스토리 모드에서는 카드를 소환하는 데 제약이 걸립니다. 스토리덱 구성을 확인하여 주십시오.
이러한 시스템 음.
아무래도 카드의 스토리에 개입하는 것이다 보니 카드 소환에 제약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홀로 온갖 치명상을 감내하고 겨우겨우 죽였다.
그러나 결과가 결국 저거다.
별 세 개 중 꼴랑 하나.
즉, 최하의 결과값이란 말이다.
“안 해! 퀘스트 초기화!”
-퀘스트를 초기화합니다.
-총 3회의 기회 중 2회 남았습니다.
시스템 소리와 함께 눈을 뜨니 다시 거대 동굴 속.
작은 한숨과 함께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뭐지? 뭐가 문제지?”
[무서운 꿈]
어린 여우의 무서운 꿈이다.
꿈속에서의 요괴들을 퇴치하여 여린 여우를 구해 주자.
(보상 : 랜덤 아이템 박스×1, 여우의 혼×1, 카드의 증폭.)
간결한 퀘스트 내용.
그냥 퀘스트대로 구해 줬다.
그런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흠……. 잠깐, 스토리의 영향력? 이게 뭐지?”
분명 좀 전에 영향력을 계산한다고 했다.
퀘스트면 퀘스트지, 영향력은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뭔진 몰라도 영향력은 상황을 뒤바꾸거나 흔들 수도 있는 힘을 일컫죠.』
“상황?”
『스토리라는 걸 보니 이야기에 관한 게 아닐까요?』
세네리아의 말, 듣고 보니 그럴 듯하기도 했다.
요괴를 퇴치하라고 했지, ‘어떻게’ 퇴치하란 말은 없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퇴치만 했지, 스토리상으론 아무런 변함이 없네.”
만약 이야기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목적이면 1차원적인 접근은 당연히 최하점이다.
당면한 문제만 해결했을 뿐이니까.
“뭐…… 아직 2번이나 남았으니까. 쌩유~ 세네리아.”
『별말씀을.』
『뭐야, 뭐야! 주인아, 나도 같이 가!』
무표정한 세네리아와 달리 카론을 흔들어 대며 함께하길 원하는 오미호.
그를 보며 피식 웃어 보이며 다시 한번 퀘스트를 진행했다.
“이, 인간!”
“네 친구가 되어 줄게.”
“진짜요?”
“그래, 일단 여긴 위험하니 도망가자.”
재빨리 꼬마와 함께 자리를 피하는 카론.
퀘스트 내용은 요괴의 퇴치.
하지만 꼭 자신이 잡을 필요는 없다.
“여우 일족의 마을이 어디야?”
“인간은 마을에 못 들어가요.”
“왜?”
“결계가 처져 있어서 인간은 들어갈 수 없는걸요.”
대충 무시하고 곧바로 목말을 태우고 전력 질주로 달렸다.
어떻게든 여우 일족의 마을에만 도착하면 스토리상으로 변화가 올 것이니까.
「여우다…….」
「맛있는 인간.」
몰려들기 시작하는 요괴들.
뭐, 이미 예상했던 바였다.
이전에 나타났을 때도 이와 같게 나타났었으니까.
그러나 그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려졌다.
“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꺄아악!”
“아아아악! 아파, 아프다고!”
괜히 목말을 태웠다.
뒤에서 공격하는 요괴들보다 머리가 더 아팠다.
카론은 어떻게든 꼬마를 떼어 내려 했지만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꽉 쥐고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꼬맹이.
달릴 때마다 두피가 벗겨질 것만 같았다.
“괘, 괜찮아요!?”
“괜찮겠냐!? 머머리 된다고!”
“꺄아아아악!”
“시이이이발! 내 머리카락!!”
요괴들의 공격이고 뭐고 정신은 온통 머리카락으로 가 있었다.
퀘스트고 뭐고 당장 꼬맹이를 집어 던져 버리고 싶은 마음.
그리고 더 열받는 것은 꼬맹이가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른쪽으로 공격이 오면 오른쪽 머리카락을, 왼쪽으로 오면 왼쪽 머리카락을!
무슨 수신기도 아니고 소중한 머리카락이 학대받는 상황에 당장이라도 던져 버리고 싶었다.
“아리! 또 인간 마을에 간 것이더냐!?”
“그, 그보다 요괴들이!”
“쯧, 비켜라!”
빠르게 달려오는 여우 일족들.
그들이 요괴들을 무찌르고 나서야 어깨 위에 있는 꼬맹이를 집어 던질 수 있었다.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스토리에 개입된 영향력을 계산 중입니다. 계산 중…….
-개입된 영향력이 수집되었습니다. 집계 결과 ‘☆☆’ 2성을 획득하였습니다.
-VVip 특전으로 보상이 상향됩니다.
-해당 내용으로 퀘스트를 클리어하시겠습니까?
오른다.
예상한 게 맞았다.
하지만 여기서 또 고민이 있었다.
여기서 끝낼 것이냐, 아니면 3성을 노려 볼 것이냐?
VVip가 나오는 것을 보면 3성에선 핵과금러가 뜰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그전에…….
“꺄아악!”
“아오! 죽을래!?”
“죄, 죄송해요.”
양손에 잔뜩 뜯겨 있는 머리카락.
자신의 세포들이 떨어져 나가 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마의 혈관이 돋아나는 카론.
그와 함께 꼬맹이의 머리에 꿀밤을 강하게 내려쳤다.
“리세에에엣!”
-퀘스트를 초기화합니다.
-총 3회의 기회 중 1회 남았습니다.
거대 동굴에 앉아 곰곰이 생각했다.
스토리에 관여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3성을 어떻게 띄우냐였다.
마을까지 가도 2성이 고작 한계.
“여우 일족이랑 같이 싸워야 하나?”
팔짱을 낀 채 고민하는 카론.
퀘스트 창을 열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무서운 꿈이라…….”
그때 무언가가 머릿속에 스쳐 갔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꼬맹이는 덜덜 떨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꿈이라면 결국 주체는 그 꼬맹이.
비록 퀘스트 내용은 어린 여우를 구해 주는 내용이지만 제목 자체가 ‘무서운 꿈’이지 않은가?
‘내 생각이 맞다면…….’
단순한 퀘스트가 아니다.
해결 그 이상의 본질적인 것을 건드려야 했다.
꿈의 주인공은 결국 꼬맹이, 그렇다면 꼬맹이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도전. 마음을 먹은 카론은 재빨리 도전을 외쳤다.
“왜, 왜 그렇게…….”
“아오…… 쥐어박을 수도 없고.”
팔짱을 낀 채 조용히 노려보는 카론.
리셋해서 머리를 쥐어뜯은 기억 따윈 없을 테니 뭐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없는 일로 하기에는 좀 전의 일처럼 생생하다.
“때, 때리지 마세요.”
“안 때려! 친구가 되려는 거야!”
“저, 정말요? 그런데 왜 화를…….”
작은 한숨과 함께 내려다보는 카론.
첫 번째 리셋할 때 이야기를 통해 대부분의 이야기는 모두 들었다.
부모가 인간들을 지키기 위해 죽었다나 뭐라나.
그래서 인간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자주 인간들의 마을에 내려간다고 했다.
‘결국, 이 녀석이 싸우게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하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를 보아 전혀 싸울 것 같지가 않다.
첫 번째는 도망가느라 바빴고, 두 번째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느라 바빴으니까.
무엇보다 이 꼬맹이…… 엄청난 겁쟁이다.
그렇게 들었던 이야기를 또다시 들어주며 친밀감을 쌓아 가고 있을 때였다.
「여우다…….」
「맛있는 인간.」
어김없이 나타나는 요괴들.
그리고 어김없이 꽥꽥대며 소리 지르는 여우 꼬맹이.
“꺄아아아악!”
“아아악! 꼬집지 마!”
살결을 꼬집는 어린 여우를 뒤로한 채 앞으로 튀어 나가는 카론.
요괴들을 죽인다는 개념보다는 ‘버틴다’라는 개념으로 싸움에 임했다.
꼬맹이가 요괴를 두려워하는 이유와 인간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인간과 친밀하게 지낸 부모 밑에서 자랐으며, 그 부모가 인간을 위해 요괴들에게 죽는 모습을 봤기 때문.
그렇기에 같은 요괴면서 요괴들을 무서워하는 것이다.
카론의 생각이 맞다면 그 트라우마를 없애는 것이 어쩌면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단기적인 해결책이 아닌 추후의 내용 또한 뒤바꿀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될 테니.
“뭐 해! 구경만 할 거야!?”
“하, 하지만 저는 아직 꼬리가 한 개밖에…….”
“네가 싸울 마음조차 안 먹는 데 힘이 생길 리가 없잖아!”
“…….”
“두려움을 용기로 만들어! 인간들에게 ‘악귀’로 불릴지, 아니면 ‘신령’으로 불릴지는 네 하기에 따라 달렸어! 네 부모가 했던 것처럼!”
그 말에 눈물을 흘리며 부들부들 떠는 꼬맹이.
여우 일족을 부르는 말은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악귀’와 ‘신령’이라는 말.
여우 일족은 중립적인 포지션 때문에 어느 쪽이든 속할 수 있다.
파괴에 물들어 피와 살육을 즐긴다면 ‘악귀’가 될 것이고, 인간을 수호하며 요괴들로부터 지켜 준다면 ‘신령’이 될 수가 있다.
그리고 신령은 악귀와는 다르게 인간들의 신앙으로 인해 ‘원기’가 상승하며 신수로 가는 길이 열린다.
이게 일레븐나이츠의 구미호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
빠르게 요괴들을 상대하며 어린 여우를 바라봤다.
주먹을 말아 쥔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게 보였다.
그에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는 카론.
저 떨림은 틀림없이 ‘두려움’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의한 떨림일 것이다.
“그치만…….”
“처음은 누구나 약해! 하지만 마음먹냐 안 먹냐에 따라 강해질 수 있냐 없냐가 나뉠 뿐이지.”
“…….”
“그리고 친구 또한 누구도 네게 먼저 손을 내밀진 않아! 네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해. 모든 게 다…… 마음먹기에 달린 거야.”
크~ 멋지다.
자신이 하고도 주옥같은 멘트!
아, 물론 욕이 아니다.
드디어 마음을 먹은 것일까?
요기를 내비치며 녀석들에게 달려들었다.
당연히 제대로 된 싸움을 할 수 없었다.
그저 마음을 먹게 한 것이 중요할 뿐.
그것을 보자마자 카론은 전력으로 요괴들을 썰어 내리기 시작했다.
이미 한 번 모조리 죽여 본 경험이 있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째는 그보다 더 쉬울 터.
물론 그래도 이곳저곳 꽤 큰 상처를 피하긴 어려웠다.
“후우, 후우…….”
“괘, 괜찮아요?”
다친 상처를 어루만지며 걱정하는 어린 여우.
카론은 그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웃어 보였다.
“잘했어.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린 거야.”
“흡, 흡흡……. 으아아앙.”
울어 버리는 어린 여우.
카론은 그런 녀석을 보며 허공으로 얼굴을 돌렸다.
아주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이다.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스토리에 개입된 영향력을 계산 중입니다. 계산 중…….
-개입된 영향력이 수집되었습니다. 집계 결과 ‘☆☆☆’ 3성을 획득하였습니다.
-마지막 기회이기에 해당 내용으로 클리어합니다.
-VVip 특전이 발휘됩니다. 보상을 2배로 획득합니다.
-칭호 카드의 신의 영향으로 카드의 힘이 더욱 크게 증폭합니다.
-칭호 ‘핵과금러’로 인해 랜덤한 포인트, 캐시, 마일리지를 획득합니다.
미소와 함께 거대 동굴로 돌아온 카론.
그리고 피곤한 몸을 뉘어 바닥에 대자로 뻗어 버렸다.
-퀘스트 ‘무서운 꿈’을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아이템 박스×2, 여우의 혼×2을 획득하였습니다.
-카드의 힘이 증폭합니다. 칭호 카드의 신의 개입으로 인해 매우 큰 상승 폭으로 증폭합니다.
-칭호 ‘핵과금러’로 인해 524P, 323C, 1,024M을 획득하였습니다.
『주, 주인아! 나, 상태가…….』
그 말을 끝으로 쓰러져 내린 오미호.
그녀의 몸에서는 황금빛으로 빛이 나오고 있었다.
-골드 카드 4성 오미호의 힘이 증폭되면서 일정 시간 동안 카드가 잠금됩니다.
-증폭 중…….
쓰러진 내용을 대충 이해한 카론은 곧바로 퀘스트 보상을 확인했다.
[여우의 혼](레어)
원기가 담긴 여우의 혼이며 섭취 시 카드의 이능을 소폭 강화할 수 있다.
*이능의 강화 방향은 랜덤이다.
뭔가 했더니 이능의 강화라니.
자신은 캐시만 있다면 강화할 방법이 있다.
하지만 카드는 이능을 강화하는 방법 따윈 없었다.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강화가 가능하다니?
굳이 카드의 증폭이 아니라도 꼭 스토리는 밀어야 할 것 같았다.
그것도 꼭 3성 이상으로 말이다.
“하…….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승천의 탑을 도는 건 그냥 카드들에 맡겼다.
굳이 자신이 들어갈 필요는 없으니까.
“기, 기침하셨나요?”
“그래, 들어와.”
빨랫감을 들고 오는 한 아이.
그리고 아이는 재빨리 무릎을 꿇고 울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흐으윽…….”
무슨 일인가 싶어 옷감을 들어보았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지는 몰라도 옷이 해질 대로 해지고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
말없이 구멍이 뚫려 있는 옷을 바라보는 카론.
대체 어떻게 빨래를 했기에 이렇게 된 것일까?
울고 있는 꼬맹이를 보며 애써 웃어 보였다.
애초에 자신이 하라고 한 것인데 화를 낼 수는 없지 않은가?
“여, 열심히 했네.”
“그런 귀한 옷감은 처음이라서……. 흐아아앙!”
“울지 마, 괜찮으니까. 날도 더운데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게 시원하겠네.”
구멍이 잔뜩 뚫린 옷을 입어 보며 애써 웃어 보이는 카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무래도 옷 한 벌 새로 사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융통했던 빚이 사라져 돈에 여유가 있다는 점!
“자, 수고비.”
“이렇게 많이…….”
“모두 은화니까 어디다 숨겨 놓고 하나씩 꺼내 써.”
“바, 받아도 되는 건가요?”
“귀족은 모범을 보여야 하지. 괜히 귀족이 아니니까. 그리고 이 편지를 발리에나 가문에 주면 작은 허드렛일이라도 일감을 줄 거야.”
“감사합니다!”
눈물 콧물 범벅으로 해맑게 웃는 소녀.
그에 카론은 피식 웃어 버렸다.
이 세계의 모든 이들을 도와줄 수 있으리라 생각지는 않았다.
그냥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보이는 만큼만 도와주면 될 뿐이다.
그것이 개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이니까.
“자, 주인장이나 골리러 가 볼까?”
무리가 간 육체를 스트레칭하며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카론.
과연 돈을 준 게 효과가 있는지 온갖 아낙네들이 청소하기 바빴고, 반짝반짝 빛이 났다.
“이제 좀 깨끗하네.”
“열심히 청소했습니다!”
“그런데 눈이 왜 그래? 퀭한 걸 보니 어제 잠을 못 잤나 봐?”
“…….”
침묵과 함께 입술을 꽉 무는 주인장, 속으로는 열불이 터졌다.
24시간 이상 로스팅하지 않은 고기는 안 먹는다며 “꼭 주인장이 했으면 좋겠군”이라고 말해 놓고 저따위 말을 하다니.
잘못한 것만 아니면 당장이라도 욕설을 내뱉고 싶은 마음이었다.
한편 썩어 있는 주인장의 표정을 보며 어깨를 두 번 두들겨 준 카론은 씨익 웃어 보였다.
“잠은 보약이야. 잘 자라고. 날 봐, 피부가 번들거리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