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카데미의 핵과금러-72화 (72/223)

제72화

22화 메르샤(2)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오는 카론.

아니, 보통은 이럴 때 회유를 하거나 설득하지 않나?

그런데 협박이라니?

“그럴 일 없을 겁니다.”

“그래야 한다.”

“그러니까 누구 마음대로?”

“메르샤의 마음대로.”

잔뜩 얼굴을 찌푸리는 카론.

욕지거리가 나왔다.

빌어먹을 영감탱이.

메르샤는 반푼이는 혐오하지 않나?

왜 이제 와서 자신을 붙잡는단 말인가?

“설마 이 펜던트 때문입니까?”

“그 또한 한 가지 이유이긴 하나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다.”

“그럼 이유가 뭡니까?”

“네가 메르샤가 가져야 할 것을 가졌고 오직 메르샤만이 가져야 할 것을 가졌으니까.”

“예?”

“그래서 너는 메르샤여야만 한다.”

이 모든 게 당황스러운 카론.

대체 이 영감탱이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메르샤가 혐오하지 않고 반겨 주는 건 좋은데 느닷없이 메르샤의 사람이 되라니?

메르샤는 피와 혈통을 가장 중요시하는 가문이다.

그런데 외가의 자제를, 그것도 마법가의 자제를 끌어들이려 한다?

‘그것 때문인가…….’

그 이상한 느낌.

확실히 눈앞의 노인이 뭔가를 하고 나서 무언가가 달라졌지 않은가?

갑작스럽게 마음이 바뀌었다면 필시 그것 때문일 게 확실했다.

“거듭 말하지만 거절하죠.”

“거듭 말하지만 거절하면…….”

“쫄리면 죽이든가~.”

비아냥대며 콧구멍이나 후벼 파는 카론.

모든 상황이 대략 감이 왔다.

자신이 절대적인 갑의 위치라는 것을.

그리고 굳이 메르샤의 사람으로 받으려는 것을 보면 자신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그렇다면 협상을 해도 무릇 갑의 위치에서 협상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런 카론을 보며 미소를 지어 보이는 지클라이프.

마치 어린아이의 재롱을 보는 듯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구나.”

“그게 무슨…….”

“내가 말하지 않았더냐? ‘메르샤만이 가져야 할 것을 가졌다’라고.”

“그러니까 그게 왜?”

“메르샤가 되지 않으면 넌 반드시 죽는다. 내 손이 아닌 가주와 메르샤의 손에.”

그에 입가를 씰룩쌜룩하는 카론.

갑의 위치인 줄 알았는데 을의 위치였나?

눈가를 파르르 떨며 지클라이프를 노려보는 카론.

“어린아이를 이리 협박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하, 네가 어린아이는 아니지 않으냐?”

“주름이 가득한 영감님 입장에서는 어린아이지요.”

“하하하, 그놈 말버릇도 참…….”

“하하하, 영감님도 참…….”

“하하하하.”

“하하하하…….”

애써 웃어 보이는 카론과 지클라이프.

그러나 이내 지클라이프가 먼저 웃음을 멈추고선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거절하는 이유가 무엇이더냐?”

“누군가에게 얽매이고 싶지 않습니다. 특히 메르샤라면 더하지 않겠습니까?”

“힘을 갖추고 가능성을 보여라. 그럼 얽매이지 않는다.”

“메르샤라는 한계에 갇히고 싶지 않습니다.”

“한계라……. 그게 무슨 뜻이더냐?”

“6개월, 제가 성장한 시간입니다. 1년, 3년, 10년 후면 제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

“그때가 되면 어쩌면 메르샤는 제게 새장의 우리와도 같을지도 모릅니다.”

카론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부여잡는 지클라이프.

그리고 큭큭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장이 떠나가라 웃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눈물까지 흘리며 무릎을 탁탁 치며 계속해서 폭소하는 지클라이프.

겨우겨우 웃음을 진정시키고는 진지한 어투로 말을 잇기 시작했다.

“메르샤가 작다? 이 메르샤가!?”

“추후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큭큭, 그놈, 마음에 드는구나. 허나 우둔하구나! 어찌 그렇게밖에 생각하지 못하느냐!?”

“예?”

“메르샤를 네 것으로 만들면 되지 않느냐?”

“뭐라고요?”

“그래도 작게 느껴진다면 네 힘으로 메르샤를 키우면 되지 않느냐? 왜 한낮 사냥개에 만족하려 드느냐?”

“그게 무슨! 메르샤는 직계 외의 방계나 외척의 핏줄은 가주가 되지 못하는…….”

“그렇지, 그렇긴 하지. 허나 예외가 존재한다.”

“예외라니?”

“압도적인 정통성을 지닐 경우.”

지클라이프의 말에 인상을 팍 찌푸리는 카론.

그 말이 그 말이지 않은가?

정통성이 곧 혈통에서 비롯되는 메르샤에서 압도적인 정통성이란 직계혈통밖에 더 있겠는가?

그리고 물론 메르샤를 가질 수만 있다면 만사 땡큐다.

하지만 솔직히 말이 안 되지 않는가?

“정통성이 직계 혈족을 말하는…….”

“아니! 메르샤의 정통성은 그런 게 아니다. 직계 혈족을 우선시하는 건 메르샤의 숙원을 이루기 위한 일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그럼 정통성이 뭡니까?”

“용사이자 인외의 신을 몸에 받드신 초대 가주 메르샤르 사할린 님의 정신과 유지, 그리고 그분의 반쪽을 이어받은 자. 그가 정통성을 지닌 것이다.”

이게 웬 개똥 같은 소리람?

대관절 무슨 소리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였다.

그런 카론을 보며 미소를 지어 보이는 지클라이프.

솔직히 그도 카론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데도 시도할 만했다.

그만큼 카론의 그 존재감은 말이 안 됐으니.

“솔직히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고, 갑작스럽게 말하니 너무 당황스러운데요? 설마 이 자리에서 바로 결정하라는 그런 소리 아니죠?”

“설마 이 자리에서 바로 결정하라고야 하겠느냐? 허나 너는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메르샤의 사람이 된다.

어쩌면 기회일 수도 있다.

메르샤가 뒷배로 있다면 벤타믹이고 뭐고 무서울 게 없으니까.

하지만…….

“그런데 그건 메르샤의 가주가 정해야 하는 일 아닙니까?”

“당연히 그렇지.”

“그럼 저희 지금 개소리 떠든 겁니까!? 결정이고 나발이고 가주가 허락 안 하면 끝이 아닙니까?”

“확실히 그렇긴 하지.”

속에서부터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카론.

사람을 들었다 놓았다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 하는 짓이란 말인가?

결국, 이 자리에서 “메르샤의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해 봤자 가주가 안 된다고 하면 자신만 혼자 머쓱해지는 상황 아니던가?

“장난칩니까?”

“허나 너도 반쪽은 메르샤, 가능성만 보인다면 가주도 쉬이 쳐 내지 못할 것이다.”

“하, 생각 좀 해 볼 테니 좀 나가 주실래요? 머리 아픈데.”

“그렇게 해라.”

그 말과 함께 잠시 자리를 비켜 주는 지클라이프.

그리고 카론은 그가 나가자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메르샤? 사실 뭐, 어떻게 보면 좋은 기회였다.

안전하게 빠른 속도로 강해질 기회이니까.

하지만 메르샤에 속하면 아카데미에서 멀어져야 한다.

그 말인즉 메인 시나리오와 멀어진다는 뜻.

어떻게든 아카데미에 붙어 있어야 하는 카론에게는 그다지 좋지 않은 일이었다.

“쓰으읍…… 어떻게 한다?”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일단 메르샤에 들어가는 건 좋다.

하지만 블래디아 가문과 한 약속은?

그래, 그건 다른 것으로 갚아 주면 되니 그렇다 치더라도 아카데미는?

고작 카드 조각 따위 때문에 아카데미에 목메는 것이 아니다.

벤타믹은 일레븐 나이츠의 내용일지 몰라도 메르샤는 결국 프론시아 아카데미의 내용이다.

어찌 되었든 간에 배경의 중심이 되는 아카데미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메르샤는 아카데미 따위에 보내지 않는다.

당장 메르샤에 있는 자들만 하더라도 격을 넘어서는 아득한 존재가 수두룩하다.

그런 곳에서 아카데미로 보낸다? 이는 노벨상을 받은 교수님을 걷어차고 초등학교 선생님께 교육을 맡기는 꼴이다.

메르샤에서 그따위 일을 할 리가 있겠는가?

“아~ 나도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밖으로 나가는 카론.

웅장한 저택에서 나와 길을 걷고 또 걸었다.

그러나 역시 어마어마한 크기라 그런지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메르샤가 대단하긴 해.”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적당한 곳에서 자리 잡는 카론.

그와 함께 굳어 있는 몸을 풀기 위해 헬사그라를 뽑아 검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그때 그 로열 나이트의 조언대로 최대한 천천히 검을 휘두르는 카론.

이에 대한 근육이 성장하지 않아서 그런지 하면 할수록 손이 떨려 왔다.

빠르게 휘두르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느리게 휘두르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같은 속도로 같은 힘을 꾸준히 배분하며 검로를 이탈하지 않게 하는 것은 엄청난 집중력과 근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것.

“저 녀석이야? 3장로님이 데려왔다는 게?”

“그런 것 같은데?”

수군거리는 사람들.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방인에 검을 찬 사람들이 모두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카론은 일절 신경 쓰지 않았다.

저런 수군거림은 아카데미 때부터 이미 겪어 왔던 일이었으니까.

그러는 그때 한 명의 아이와 그를 따르는 아이들이 카론의 앞에 섰다.

그와 함께 웬 나뭇가지를 하나 건네는 게 아닌가?

“이게 뭐지?”

“큭큭…… 네겐 이게 필요할 것 같아서. 아! 마법사는 나뭇가지가 아니라 스태프를 쓰던가?”

피식 웃어 보이는 카론.

어디를 가나 이런 놈은 꼭 있었다.

굳이 매를 맞고 싶어 하는 놈 말이다.

“네 눈알은 돌멩이냐? 검을 들고 있으니 검사잖아.”

“푸웁…… 그리 느리게 휘둘러서야 어디 검사라고 할 수 있겠어?”

“그건 내 마음이고, 그런데 너 왜 반말이냐?”

“그럼 내가 반푼이에게 반말을 하지, 존대를 해야 한단 말이냐!?”

그놈의 반푼이.

아카데미에서도 듣더니 메르샤로 끌려와서까지 듣고 있다.

이제 지긋지긋한 저 반푼이 소리.

그에 카론은 검을 내려놓고 곧바로 손을 뻗었다.

오격타의 묘리를 살려 장법을 날린 것이다.

그것도 싸대기를.

짜아악.

뺨을 얻어맞은 아이.

황급히 피하긴 했지만, 완전히 피하긴 어려웠는지 뺨이 붉어졌다.

“이, 이 비겁한 새끼! 기습이라니, 그러니 네놈이 마법사 따위지!”

“무슨 소리야? 네 얼굴이 벌레가 있어서 잡아 준 것뿐인데.”

태연하게 거짓말하는 카론.

그러나 카론의 손에는 벌레 따위는 없었다.

그에 아이는 부들부들 떨며 아이는 욕설을 하기 시작했다.

“벌레가 어디 있다는 것이냐!?”

“너는 모르겠지만 모낭충이라고 네 얼굴에 진짜 많아. 그걸 박멸해 준 내게 감사해야 해. 그게 많으면 여드름이 나거든.”

“개소리! 벌레 따윈 없었다.”

“당연하지. 그 벌레는 눈에 안 보이는걸. 반대쪽도 박멸해 줄게, 이리 와.”

“이이익, 결투다! 네놈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이이익~ 귀찮다! 네놈의 결투를 거절한다~.”

“이 명예도 없는 새끼!”

그 말에 콧구멍을 후비며 웃어 보이는 카론.

그와 함께 아주 친절하게 대답해 줬다.

“어떻게 알았지? 내 친구들도 모두 입을 모아 그 소리던데.”

“이 치졸하고 비겁한 놈!”

“그건 또 어떻게 알았지? 너도 내 친구였냐? 쓰읍…… 아닌데.”

카론의 비아냥거림에 말이 안 통한다 싶었는지 뺨을 맞은 아이가 검을 빼 들었다.

그와 함께 쏟아지는 검격을 피해 내는 카론.

카론 또한 헬사그라로 녀석의 검격을 쳐 내며 검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역시 메르샤인가…….’

아무리 봐도 자신보다 어려 보였다.

그러나 아카데미의 아이들과는 격이 다르다.

움직임도, 판단도, 센스도, 모든 것이 말이다.

하렌이 왜 그토록 강한 것인지 이해가 가는 정도.

이런 곳에서 나고 자라서 주인공 버프까지 받았다면 당연히 강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래도 내 상대는 아니야.”

녀석의 검을 ‘척’의 원리로 붙여서 뱅뱅 돌리는 카론.

두 개의 검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빙글빙글 돌았다.

검을 녀석에게로 밀며 몸을 붙이는 카론.

그리고 검을 놓자 힘의 균형에 의해 녀석이 카론에게로 빨려 들어왔다.

그런 녀석을 그대로 주먹으로 얼굴을 냅다 치는 카론.

그 한 방에 녀석은 그대로 뒤로 나자빠졌다.

“이, 이 미친 X끼, 검을 버리다니!”

“검사가 꼭 검을 들어야 한다는 법이 있나? 이기면 그만이지.”

쓰러진 녀석을 바라보며 피식 웃어 준 카론은 헬사그라를 잡아 들고는 이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운동 끝~ 몸풀이용 상대로는 딱 좋았어.”

방긋 웃어 주며 갈 길을 떠나는 카론.

카론의 명예롭지 못한 행위에 다들 분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신경 쓰지 않는 카론.

그렇게 카론이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나와라.”

여럿의 기사들이 카론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딱 봐도 험악해 보이고 자신의 상대는 아녔다.

“무슨 일로…….”

“가주님의 부름이다.”

가주의 부름?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카론.

설마 좀 전에 죽빵을 날린 놈이 가주의 아들이었다거나?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긴장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그들이 인도하는 곳으로 향하니 그곳에는…….

“네가 샤네시르의 소생이냐.”

“예? 아, 예…….”

메르샤의 장로와 가신들과 함께 어마어마한 압박감을 가진 메르샤의 가주가 있었다.

침을 삼키는 것마저 허락을 맡고 삼켜야 할 것 같은 이 무게감과 압박감.

과연 메르샤의 가주다운 무게감이었다.

“나의 질문에 답하거라. 검이란 무엇이냐?”

검이 무엇이냐고?

갑자기 이런 걸 묻는 이유가 뭐지?

카론은 고민하고 고민했다.

이런 질문을 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하지만 만나자마자 처음 한다는 말이 검이 뭐냐고?

그걸 자신이 어떻게 아는가?

검은 검이지, 검을 무엇이냐 물으면 검을 검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지만 적어도 그따위 것을 묻기 위해 말하지 않았을 터.

그렇게 긴 시간 같았던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카론은 대수롭지 않은 듯 말을 이었다.

“아이템인데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