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카데미의 핵과금러-87화 (87/223)

제87화

12화 비키니!!

내면의 어둠 속.

카론은 또다시 그곳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넌 누구지?”

아무 말도 없는 녀석.

자신의 양옆에 새하얀 무언가와 검고도 검은 무언가가 같이 걸었다.

카론이 걸으면 걷고 멈추면 멈췄다.

그리고 항상 여느 때와 같이 사슬로 칭칭 묶여 있는 그곳에 다가갔다.

“넌 대체 뭐냐?”

【힘……. 너희 힘…….】

그에 화들짝 놀라는 카론.

드디어 말을 하다니.

이제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인가?

카론은 다급하게 입을 떼기 시작했다.

“넌 뭐야? 어떤 존재야?!”

【두려워 마……라. 그냥 있을…… 뿐이니.】

그 말이 끝이었다.

그 말을 끝으로 카론은 깨어났다.

눈을 떠 보니 주변 나무가 모두 동강동강 토막 나 있는 상태.

그리고 희한하게도 그 많던 상처들이 말끔하게 나아 있었다.

“얼마나 누워 있었어?”

『3시간 정도 잠들어 있었어요.』

세네리아의 답.

3시간 정도에 이렇게 말끔하게 치료된다고?

아직 혜아의 수준으로는 이 정도까지는 불가능했다.

“어떻게 된 거야? 혜아만으로는 이렇게는 안 될 텐데.”

『주군이 쓰러지고 나서 누군가가 나타나 엘릭서를 먹였어요. 그리고 바로 짜잔 하고 다 나아 버렸죠.』

“뭐? 그 귀한 엘릭서를 누가?”

『주군께 비밀로 하라며 그냥 멀리서 주군의 안전을 지킨대요.』

그렇다.

카론의 소환수들에겐 비밀이란 개념은 없다.

그걸 왜 굳이 비밀로 한단 말인가?

곧바로 술술 불어 버리는 소환수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카론.

‘메르샤인가.’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3장로가 그냥 보냈을 리는 없을 테니.

호위하라고 기사까지 붙여 놓았다.

그렇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호위도 있을 터.

아니, 그런데…….

“호위면 위험이 닥치기 전에 나서야지, 다 뒈져 가는데 나서면 그게 무슨 호위야!?”

어이가 없었다.

그냥 처음부터 ‘짜잔’ 하고 나타나서 해결해 줬으면 될 것 아닌가?

꼭 사람이 다 뒈져 갈 때 나와야 하는 건가?

‘아니, 이것도 스토리대로인가?’

만화나 소설 같은데 보면 주인공이 위험할 때 ‘짜잔’ 하고 나타난다.

그 클리셰를 그대로 따른 것인가!?

조용히 납득한 카론은 이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데 시체들은 다 어디 갔어? 몬스터한테 먹였어?”

『주인이를 치료하고 그 사람들이 모두 데려갔어!』

육미호의 대답.

그놈들을 데려갔다고?

굳이 그들을 왜 데려갔단 말인가?

하지만 딱히 나쁜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메르샤가 방귀 좀 껴 주면 놈들이 화들짝 놀랄 테니까.

메르샤가 직접 나설 일은 없겠지만 메르샤의 방귀는 놈들에게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다.

“그나저나 힘이라. 내 힘…….”

그때를 떠올리며 팔찌를 바라보는 카론.

모든 시스템 소리를 다 들었다.

침식당하는 것을 팔찌가 막아 줬다고 했었나?

게다가 힘의 증폭까지 해 줬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드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하긴, 카드 또한 자신의 힘.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이쯤 되니 더욱더 궁금해졌다.

자신 안에 깃든 존재가 무엇인지 말이다.

그것은 분명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었다.

두려움이 그것을 거부하게 하는 것인가?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카론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역시 뒷배가 있어야 안전하지. 메르샤에 좀 더 잘해야 되겠네.”

그리고 곧바로 카론은 빠르게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복귀했다.

시니아와 조원들이 있는 곳은 확인하지 못해 그냥 교관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카론.

그리고 그곳에는 시이나를 비롯한 카론의 조원들이 미리 도착해 있었다.

“네 이노오오옴! 카론! 대체 무엇…….”

“옙! 반성합니다! 죄송합니다!”

“…….”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곧바로 90도 인사를 하며 사죄하는 카론.

그리고 그것을 본 교관은 입맛을 다셨다.

싸움에서는 무릇 선수가 중요한 법.

선수를 빼앗긴 탓에 기 싸움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검술 실력만 천재인 줄 알았더니 기 싸움도 만만치 않지 않는가!

역시 만만하게 볼 놈이 아니었다.

“그래서 무엇…….”

“몬스터를 잡다가 너무 깊이 들어갔다가 길을 잃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반성합니다!”

“아니, 내 말 좀 듣…….”

“죄송합니다! 대신 이능을 가진 트롤을 잡아 왔습니다! 트롤의 피를 잔뜩 응고시켰죠! 반드시 아카데미의 재원에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니까 내 말 좀…….”

“반성하고 있습니다! 트롤…….”

“내 말 좀 들으라고, 이 망할 새끼야!”

곧바로 들고 있던 검을 집어 던지는 교관.

계속해서 기 싸움에 밀릴 수는 없었기에 마지막 응수였다.

결의에 찬 그의 눈빛을 응시한 카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발짝 물러나 줬다.

그에게서 전사의 기백이 느껴졌기 때문.

“하실 말씀이 뭔가요?”

“이 빌어먹을 말썽꾸러기 녀석!!”

할 말이 무엇이긴?

자신이 할 말을 이미 저 자신이 다 말했지 않았는가?

그 상태에서 뭘 더 말하란 말인가!

이미 싸움은 자신이 진 싸움이었다.

그리고 교관 마르코는 속으로 다짐했다.

다음에 자신도 써먹어야 되겠다고.

그렇게 카론의 신개념 반성법으로 빠르게 교관의 화를 풀고 곧바로 조원에게로 향했다.

“바, 바보야!”

“깜짝이야!”

갑자기 소리를 빽 지르는 시이나.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다.

“죽은 줄 알았잖아…….”

“미안, 걱정한 거야?”

“거, 걱정하지 않았어! 그, 그냥…… 그냥 죽었을까 봐…….”

그게 걱정한 거 아닌가?

뭐, 아니라니 아니라고 해 두자.

대충 고개를 끄덕인 카론은 시이나의 머리에 손을 올려 주고는 그녀를 달래 줬다.

“무, 무례해! 공주의 머리에 손을 올리다니!”

“언제는 친구라며?”

“그렇긴 한데…….”

“친구라면 괜찮아.”

훌쩍이며 카론을 때리는 시이나

카론은 웃으며 그녀의 주먹을 맞아 줬다.

딱히 아프지도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때였다.

“이 자식, 카로오오온!”

미친 듯이 달려오는 이에르를 포함한 티가와 아이들.

그리고 다짜고짜 카론의 멱살을 잡기 시작했다.

“왜, 왜 이래!?”

“이 배신자! 이 의리 없는 놈!!”

“무슨 소리야!? 내가 왜 배신자고 의리가 없어!?”

“우리들의 약조를 잊은 것이더냐!? 난 우리가 비키니로 한마음 한뜻인 줄 알았는데!”

그에 난감한 표정을 짓는 카론.

그리고 고개를 숙이며 자책하기 시작했다.

“크으윽. 미안하다! 하지만 이것엔 피치 못할 사정이…….”

“그 피치 못할 사정이 비키니보다 중요한 것이냐!?”

“크으윽!! 미안하다! 친구들아!”

“이 빌어먹을 자식! 크으윽, 우리들의 비키니가!!”

모두 함께 고개를 숙이고 가능성이 사라진 비키니를 애도했다.

이제는 다시 못 볼 희망의 비키니였기에.

그렇게 한참 모두 고개를 숙이고 비키니를 애도하고 있을 때 리리스를 비롯한 여자아이들도 왔다.

그리고 여자아이들을 보며 더욱더 좌절하는 카론과 이에르를 포함한 아이들이었다.

“리리스조 78마리, 니아츠조 52마리, 제니퍼조 55마리, 이에르조 46마리, 티가조 44마리…….”

각 조가 몬스터를 잡은 합계를 말하는 한 명의 교수.

그리고 그것을 들은 고개를 번뜩 들어 반대로 이에르의 멱살을 낚아챘다.

“이 배신자 새끼! 누구보고 배신자래!”

“뭐, 뭣!?”

“왜 이렇게 많이 잡은 거야! 우리의 약조를 잊은 거야!? 왜 이렇게 열심히 한 거냐고!!”

“그, 그것엔 피치 못할 사정이…….”

“그 피치 못할 사정이 비키니보다 중요한 거냐!?”

“크으으윽! 미안하다! 친구!!”

“크으윽!”

서로서로 이해하며 더욱 돈독해진 우정!

그렇게 카론과 이에르를 포함한 남자아이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우정을 더욱 확고히 했다.

그러나 그것을 매우 불쾌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으니.

“너희…… 죽고 싶어?”

“죽고 싶어 하는데 죽이죠.”

“그러는 게 나을 것 같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카론과 이에르를 포함한 남자아이들을 팔짱을 낀 채 바라보는 여자아이들.

그리고 그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화가 나 있었으며 이마에는 핏줄이 돋아나 있었다.

그에 카론은 리리스와 니아츠의 손을 붙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크으윽! 내가 졌다! 나의 패배다! 모든 것은 나 혼자 짊어지고 간다!”

그에 감동하는 이에르와 티가 그리고 나머지 남자아이들.

“카론, 너란 녀석은!!”

“제길!! 나의 친우, 아니, 전우여!”

더욱더 카론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고개를 치켜들고 입술을 들썩거리는 리리스와 니아츠.

그리고 제니퍼를 비롯한 여자아이들.

“됐고, 니들 다 비키니 입어. 그렇지 않으면 죽을 줄 알아.”

“무슨 소리야!? 비키니는 나 혼자만…….”

“우리가 모를 줄 알아!? 너희들 다 짜고 일부로 지려고 했잖아! 닥치고 입어라? 죽기 싫으면.”

그들에게서 살기가 피어올랐다.

그 살기와 기백에 쭈구리가 되어 뒷걸음을 치는 카론과 이에르.

결국, 그녀들의 협박에 못 이겨 일단 모두가 비키니를 입기로 했다.

어쩌겠는가? 잘못했으니 벌을 받을 수밖에.

“꼬, 꼭 여기서 입어야 해?”

“약속은 지켜야지?”

“아니, 아카데미로 돌아가면 그때 우리끼리만 하자…….”

“내기에 그런 조항이 있었던가?”

“아니, 비키니도 없잖…….”

카론이 변명을 할 때였다.

우르르 쏟아지는 가지각색의 비키니들.

리리스와 니아츠, 제니퍼 역시 가방에서 가지각색의 비키니를 꺼내 놓기 시작했다.

그 수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어 보였다.

“뭐야!? 아니, 이건 왜 들고 온 건데? 그리고 왜 이렇게 많아!?”

“혹시 몰라 들고 왔지!”

만약에 질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들고 온 것.

그리고 이기면 최대한 웃기는 것으로 골라 줘야 할 것 아닌가?

“어떤 게 어울릴까? 카론에겐 이게 어때?”

카론의 몸에 대 보는 니아츠.

그에 카론이 정색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안 돼! 진짜 더럽다고!”

“그럼 이건?”

“그건 더 안 돼! 하, 합의 보자! 삼각은 좀 너무했어! 그건 안 돼! 그래, 저거! 저게 좋아 보인다!”

달라붙은 사각팬티같이 생긴 수영복.

카론은 미친 듯이 달려가 누구보다 빠르게 그것을 낚아챘다.

그에 서로서로 눈치 보는 이에르와 아이들.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수영복을 쟁탈하는 것은.

다들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수십 가지의 비키니와 수영복 중 빠르게 뒤지며 그나마 덜 이상한 것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나마 덜 이상한 것들을 각자 고른 카론과 아이들.

“뭐야!? 우리가 고를 거라고!”

“웃기지 마! 내기에 그런 조항은 없었어! 빨리 나가! 갈아입을 거니까!”

“쳇, 아까워라.”

임시로 친 막사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는 카론과 아이들.

하의를 비롯해 여성들이 착용하는 상의까지 입었다.

하의는 어찌어찌 다 들어갔지만, 워낙 사이즈 차이가 크게 나서 거의 쫄쫄이처럼 달라붙었다.

조금만 힘 줬다간 바로 터져 나갈 것만 같은 비키니.

카론과 아이들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돌리고는 좌절했다.

“더럽네…….”

“더러워…….”

“제길, 더러워…….”

괜히 눈 버렸다.

매우 더러웠다.

솔직히 남자가 봐도 너무 더럽다.

이걸 녀석들에게 보여 줄 것을 생각하니 너무나도 수치심이 든다.

이 수치심은 마치 건드려서는 안 될 영역을 건드리는 것 같은 수치심!

“눈이 썩을 것 같군. 카론의 저따위 모습을 보다니.”

“누가 할 소릴? 네가 지금 네 모습을 몰라서 그러나 본데, 너야말로 진짜 더럽다고.”

“웃기고 있군! 그 근육질 몸에 비키니가 말이 되냐!? 내 눈을 도려내고 싶다!”

“나도 내 눈을 도려내고 싶은 심정이야! 빌어먹을! 전혀 아름답지 않아! 내가 상상하던 비키니가 아니야!”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야! 빌어먹을!”

혀를 차며 온몸에 끼는 비키니를 손으로 당겨 가며 억지로 몸을 움직여 봤다.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가는 터질 것만 같은 쪼임!

이 쪼임은 분명 그들에게 경고하는 것이었다.

마치 군대에서의 ‘움직이면 쏜다!’처럼 ‘움직이면 터진다!’라고 협박하고 있는 것!

비키니 주제에 아주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가졌다.

그러나 그때였다.

“크하하하, 여기서 카론의 목소리가 들리는군! 카아아…….”

곧바로 막사를 헤치고 들어오는 아스타.

그리고 여성용 비키니를 껴입고 있는 다섯 명의 변태들을 보고선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하나같이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것들이 터질 것 같은 비키니라니.

눈이 썩어서 부패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에 황급히 고개를 돌려 버리는 아스타.

“너희들에게 그런 취미가 있는 줄은 몰랐군.”

“아, 아스타 교관님, 이건 그게 아니라!”

“됐다! 변명은 필요 없다! 아무리 근육이라도 그건 더럽군.”

“아니, 자, 잠깐…….”

못 볼 꼴을 본 얼굴을 하며 곧바로 나가 버리는 아스타.

그에 카론을 비롯한 아이들의 수치심이 배가되었다.

하필 입이 가볍기로 소문난 아스타에게 들키다니!

이렇게 되면 전교생에게 소문나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렇게 좌절한 카론과 이에르 앞에 나타난 리리스와 니아츠를 비롯한 여자아이들.

그리고 한결같이 매우 더러운 것을 본듯한 얼굴을 하며 역겨워하고 있었다.

그때 조심히 말을 꺼내는 시이나.

“그, 그래도 뭐, 뭔가 포즈를 취하면 괜찮지 않을까…….”

그 말을 들은 카론과 이에르를 포함한 아이들은 이미 자신을 내려놓았는지 곧바로 그 요구를 들어줬다.

“우~.”

“예스, 베이베~.”

“얏호~!”

짜아아아악.

짜아악.

“꺄아아아악! 추잡하고 더러워!!”

곧바로 카론을 비롯한 아이들의 양 싸대기를 후려갈기고 도망가는 시이나.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리리스와 니아츠를 비롯한 아이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더럽군.”

“더러워.”

“더럽네요.”

“괜히 봤어, 제길.”

떠나가는 여자아이들.

그리고 카론과 이에르를 포함한 남자아이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다.

뭔가 본질적인 부분에서부터 수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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