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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카데미의 핵과금러-113화 (113/223)

제113화

13화 왕좌의 게임(4)

무심히 전장을 바라보는 용병들.

그들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대체 어느 때에 도와줘야 할까?

어느 때에 도와줘야 최대한 이 게임에서 효과를 볼지 말이다.

하지만.

“어이가 없군.”

“그러게, 미친놈 아냐?”

황당했다.

당장 수성전으로 버텨도 모자랄 판에 도리어 나와서 공격이라니?

아니, 솔직히 나온 것조차 몰랐다.

카론의 진영에 언제 투입될지 몰라 적들의 진영을 감시하며 알았으니까.

대체 무슨 정신으로 저런 과감한 행동을 하는 걸까?

그래, 나오는 것까지는 좋았다.

잠시 나왔다가 기습을 하고 곧바로 들어간다면 어쩌면 상대의 분노를 일으킬 수 있으니까.

“아니, 첫날부터 성을 버리는 놈은 또 처음 보네.”

“…….”

조용히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용병들의 리더.

그래, 검의 무령은 오랫동안 지속하여 왔다.

시기마다 시즌마다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그 틀은 비슷비슷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도 단 하루 만에 성을 버린 역사는 없었다.

그것도 딱 한 번 공격받자마자 성을 버리고 튄 건 더더욱 그렇다.

“정말 저런 놈들을 도와야 해!?”

“따라가자. 내 생각이 맞으면 그냥 미친놈은 아닌 것 같으니까.”

“왜? 뭔가 있어?”

“…….”

아무 말 없이 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리더.

그에 수많은 용병 역시 그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용병들의 수 역시 한 명의 왕의 병력과 맞먹는다.

게다가 최정예의 맴버이니 그 실력은 두말할 것 없이 최고였고.

게다가 다른 아이들의 반발 따위도 없었다.

이미 상위권 아이들 어느 정도는 입을 맞췄고 대부분 휘어잡고 있었으니까.

‘설마, 아니겠지.’

아니어야 한다.

어쩌면 예상보다 더 일찍 개입해야 될 수도 있으니까.

보통은 용병의 합류는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그도 그럴 것이 힘의 균형을 이루고 서로 눈치를 보는 상태에선 그 균형을 깨트릴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니까.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힘이 되어 줄 수는 있어도 현 상황을 반전시킬 수는 없다.

이미 성을 버린 시점에서 여기저기서 승냥이들처럼 조금씩 갉아먹으며 점수의 이득을 취할 테니.

‘하지만…….’

그런데도 왠지 마음속 한구석에는 뭔가 두근거렸다.

반푼이이지만 월텐 텐트라의 소유자이자 검을 잡은 지 몇 개월 만에 말도 안 되는 경지를 이룬 것도 모자라 스스로 무공을 창안하는 자다.

솔직히 ‘혈통’이라는 오점이 그를 깎아내릴 뿐, 그를 빼고 보면 전설이나 신화 속에 나오는 용사들이나 무신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검을 잡지 않은 자면 몰라도 자신은 검을 잡은 자다.

또한 재능도 출중하고 ‘천재’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그렇기에 너무나도 잘 알았다.

녀석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존재인지.

그렇기에 메르샤에서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겠지.

설령 반푼이에 혈통에 오점이 있다고 해도 말이다.

“이번에는 대체 뭘 보여 줄 거냐?”

소문이 아닌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정말 그런 말도 안 되는 천재가 맞는지.

* * *

파파파팟.

빠르게 달려 나가는 카론과 그 일행들.

은밀한 행위 따위는 이미 개나 줘 버린 상태였다.

지금은 은밀 따위를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상대방이 눈치채기 전에 빠르게 성을 함락시켜야 했다.

게다가 놈들도 성을 함락한 이상 병력을 일부 뺄 것이 뻔했다.

그전에 어떻게든 성을 함락하고 다른 왕들과 협상을 봐야 한다.

“가능하겠어?”

“뭐가?”

“성이야 어떻게든 함락한다고 쳐! 다른 왕들과 협상을 할 수 있냐고.”

“충분히. 나는 1등이나 2등을 원하는 게 아냐, 3등 정도를 원하지. 너희들도 그 정도면 만족하잖아?”

아무 말 못 하는 아이들.

그래, 솔직히 그들도 3등이면 만족하고도 남았다.

아니, 4등, 5등을 해도 만족할 것이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성적이니까.

애초에 상위권 맴버는 단 한 명도 없기에 순위권을 노리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다.

“하나만 알아 둬. 이 시험은 포인트를 관리하며 휘하의 병력을 무사히 생존하는 게 요점이야.”

“당연한 소릴 하고 있어.”

“그러니까 잘 들어! 우린 성을 버렸어. 즉, 식량이 없다는 거지. 시험 기간은 총 20일 동안 치러져. 아무리 굶는다고 해도 무리인 거 알지?”

“…….”

“다른 왕들과 잘 협상을 한다고 해도 식량 문제는 여전히 난관이야. 그러니까 성내의 식량은 우리가 무조건 확보해야 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카론.

생각해 보니 무혈입성한다고 해도 놈들이 빡쳐서 모든 식량에 불을 지르고 떠나면 시험을 치를 수 없다.

그전에 배고파서 쓰러지거나 기권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건 적도 마찬가지라는 것 아닌가?

그에 카론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3시간 정도를 미친 듯이 달렸을 때 7성이 나타났다.

앞뒤 가릴 것 없이 무작정 달려드는 카론 일행.

“뭐, 뭐야!?”

“5, 5성 놈들이 왜 여기에……. 마, 막아!!”

황급하게 성문 강화를 하며 마력을 불어넣는 녀석들.

그러거나 말거나 카론은 곧바로 초식을 전개하며 성문을 갈라 버렸다.

치지지징, 콰아아아앙!

콰직.

아주 살짝 흠이 난 성벽.

뭐, 역시 성벽은 성벽인지라 간단하게 부서질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대마력 방어가 걸려 있어 내구도를 깎아내야지 문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었다.

“부숴어어어어!”

“모두 다 부숴!!”

미친 듯이 성분을 가격하기 시작하는 카론과 그 병사들.

한쪽 성문뿐만 아니라 다른 쪽 성문도 미친 듯이 가격하며 난도질을 하기 시작했다.

성내에 존재하는 방어 도구로 최대한 버티는 적들.

하지만 방어하는 병력이 너무나도 적었기에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피이이이잉~.

푸우웅!

그와 함께 쏘아져 나간 불빛.

그것은 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비췄다.

그것을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리는 카론.

“이곳을 뚫자마자 곧바로 처리해! 포박하고 최소 인원만 남고 곧바로 8성으로 달려!”

“뭐!? 너는?”

“10성과 4성으로 달린다. 시간이 몇 시간 없어. 바로 갈 수밖에.”

“미친! 너 혼자는 안 돼! 왕이 전투 불가 상태가 되면 끝난다고!”

“어떻게든 해 볼 테니까 8성이나 함락해!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니까.”

이를 꽉 깨무는 장군직의 아이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모 아니면 도인 상태다.

게다가 다른 왕들에게 습격받을 위험이 있음에도 신호 병기를 사용했다.

그렇다는 말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곧바로 7성과 8성의 왕과 병사들이 몰려온다는 소리.

아무리 성을 함락했다고 해도 둘을 상대로는 무리였다.

이쪽 또한 아군을 불러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빠르게 문의 내구도를 깎아내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다 이내 빠르게 달려 나가는 카론.

한편 카론의 병사들이 7성을 함락시키고 있을 때 5성에서는…….

“왜 이렇게 안 오지?”

“작전을 세워야겠지. 안 그래도 수적으로 불리하니까.”

“풉, 그럴수록 불리해지는 것도 모르나? 식량이 없는데.”

“거기까지 생각은 못 했겠지. 큭큭…….”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두 명의 왕들.

그리고 혹여나 모를 전투를 준비하며 성을 수비할 인원을 서로 나누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본성을 내버려 두고 이곳에 있을 수는 없으니 빠르게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다른 장군 직책의 아이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7성의 왕.

“우리가 먹을 것을 제외하고 모든 식량을 태워 버려.”

“하긴, 식량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긴 하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한 아이.

그와 함께 빠르게 일부 식량을 제외하고 모든 식량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며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만에 하나라도 성을 다시 뺏겨 탈환당한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놈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제한적이며 며칠 못 버티고 기권할 테니까.

그렇게 모든 식량을 태우고 있는 그때였다.

아주 멀리서 번쩍거리는 불빛.

성내에 있는 신호 마도구였다.

여기와 마찬가지로 누군가 습격받는 모양.

그렇게 피식 웃어넘길 때 7성의 왕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저곳이라면 7성이 있는 방향과 같으니까.

물론 거리상으로는 알지 못해 7성이 아닐 수는 있으나 방향만큼은 7성이 확실했다.

“설마…….”

온몸에 소름이 돋고 전기가 오르는 7성의 왕.

그와 함께 뭔가 안 좋은 직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에, 만약에 놈들이 탈환을 포기하고 되레 공격하러 간다면?

아니, 그룹 전체의 포인트가 –20%를 당하기에 정상적으로는 탈환을 포기할 리가 없다.

하지만…….

“×발! 저 미친 새끼 진짜!”

놈은 정상이 아니었다.

그래, 카론은 정상인이 아니었다.

여태까지의 행보도 그렇거니와 모든 행동이 무모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녀석이었으니까.

소름이 돋은 7왕은 곧바로 식량으로 눈을 돌렸다.

“꺼! 빨리 꺼!”

“뭐? 뭘 꺼?”

“×발, 불 끄라고, 새끼야!”

놀란 눈을 하며 황급하게 불을 끄려고 노력하는 아이들.

그러나 이미 거세게 붙은 불은 꺼지지 않고 오히려 부채질이 될 뿐이었다.

그를 보며 주먹을 꽉 말아 쥐며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는 7성의 왕.

“다 모여! 빨리 우리 성으로 간다! 어서!”

“뭐!? 그럼 이곳은? 기껏 함락했는…….”

“지금 이딴 성이 문제냐!? 우리 성이 함락당하고 있을 수도 있는데!”

그와 함께 5성은 뒤돌아보지 않은 채 미친 듯이 7성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를 보며 8성의 왕 또한 곧바로 모든 병력을 데리고 8성으로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모든 식량은 다 태워진 마당.

이곳을 지키기보다 혹시 모를 불안감을 없애는 게 더 나았다.

만약 8성을 빼앗긴다면 오히려 카론과 다를 게 없는 상황이 되니까.

그렇게 7성, 8성의 왕들이 재빠르게 각자의 성으로 복귀하고 있을 때 카론은…….

“미친놈.”

“항복. 싸울 생각 없어. 그냥 왕끼리 대화를 하고 싶다.”

“알고는 있나? 지금 널 포박하거나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면 너희 그룹 전체가 탈락한다.”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이야기 좀 하고 싶은데?”

“미친놈! 네가 선택한 아이들은 무슨 죄냐! 장난으로 할 생각이거든 메르샤에서 꺼져라!”

“지금 이럴 시간이 없거든? 이쪽이 좀 긴급해서 빠른 판단을 바랄게. 알았지? 7성을 넘길 테니 나의 아군이 돼라.”

고개를 갸웃거리는 월텐 텐트라의 아이.

놈은 5성을 차지하고 있는 녀석이었다.

5성과 여기까지 제법 거리가 있는데 찾아온 것도 이상했지만 느닷없이 7성을 준다니?

“무슨 소리지? 넌 5성을 가진 거로 아는데.”

“우리가 7성을 함락시켰다. 그 7성을 너희에게 넘길게.”

“헛소리. 믿지 않는다. 그럴 이유도 없고 함정일 가능성이 크다.”

“7성과 8성이 우릴 공격했다. 그래서 5성을 버리고 차라리 7성과 8성을 함락하러 갔지. 이미 7성은 함락했을 것이고 8성은 함락 중일 거야.”

“그럼 너희가 가지면 되지, 왜 내게 와서 이러는 거지?”

“지킬 힘이 없으니까. 그리고 동맹이 필요하기도 하고. 잘 들어. 난 1등 따윈 관심 없어. 그냥 3~4등만 해도 족해. 1등은 너희들끼리 알아서 해 먹고. 딜을 받을 거야, 말 거야?”

그에 잠시 고민을 이어 나가는 10성의 왕.

이미 7성에서 신호 마도구가 쏘아진 것을 보긴 했다.

하지만 그 또한 작전 중 하나일 수도 있다.

그렇게 꾀어내어 합동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왕인 카론 홀로 10성으로 찾아왔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온몸이 땀범벅으로 젖은 것 또한 마음에 걸렸고.

녀석이 진짜 7성을 함락시켰고 공짜로 7성을 받는다면 동맹, 못 해 줄 것도 없다.

어차피 누군가는 스타트를 끊어야 하는 싸움이다.

계속 서로 눈치만 보며 정치질을 해서는 의미가 없으니까.

“그래서 갈 거야, 말 거야!? 바쁘다니까!”

“…….”

“아, 빨리 결정해! 놈들도 신호를 보고 미친 듯이 뛰어오고 있을 테니까! 전면전을 벌이기 싫으면 빨리 결정 내리고 성안으로 들어가야 해!”

눈가가 파르르 떨리는 10성의 성주.

그리고 이내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했다.

“네가 거짓말을 한다면?”

“그럼 평생 네 쫄따구 할 테니까 빨리 결정해! 남자가 뭘 그렇게 결단력이 없어!?”

그렇게 한참 카론을 노려보던 10 성주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병력을 꺼내기 시작했다.

카론이라는 녀석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시리우스’에 대해서는 잘 안다.

비겁한 놈이나 저렇게 태평하게 거짓을 입에 담을 놈과 친하게 지낼 리가 없다.

카론이라는 녀석을 믿는다기보다 시리우스의 안목을 믿는 그였다.

그렇게 빠르게 7성으로 달리기 시작하는 카론과 10성의 병사들.

원래는 4성까지 갈 예정이었으나, 카론은 곧바로 7성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4성까지 가기에는 갔다 오기에 시간이 너무 늦었고, 8성은 자신의 병사들만으로도 충분히 지킬 수 있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나서 다음에 4성의 왕과 만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휴, 늦지는 않았네.”

“진짜였군.”

“진짜라니까!”

빠르게 7성 내부로 진입하는 카론과 10성의 왕의 병사들.

그곳에는 카론의 소수 병사가 지키고 있었다.

곧바로 파괴된 성문을 거대한 바위들로 막아 버리고 입구를 차단해 버렸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나타나는 반가운 얼굴들.

“와~ 몇 시간 동안 힘들어 죽을 뻔했잖아.”

“미친 새끼가 진짜…….”

“너희 집에 어서 와~. 아니, 이젠 우리 집인가?”

“너 이 새끼, 카로오오오오온!”

방긋 웃어 주는 카론.

이제 입장이 반대가 되었다.

왠지 이제부터 꽤 흥미진진하게 흘러갈 것 같다.

저놈들이나 자신이나 둘 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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