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카데미의 핵과금러-139화 (139/223)

제139화

14화 완벽한 협상

저벅저벅…….

어두운 밤, 한 무리의 일행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경비를 서고 있는 몇몇 병사들 앞으로 다가가는 그들.

“누구냐? 용무를 밝혀라.”

“…….”

“가면? 가면을 벗고 신원을 밝혀라.”

그러나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들이 병사들을 제압한 것은.

파바박.

순식간에 제압되어 버린 병사들.

그와 함께 각자 몸을 풀며 곧 있을 충돌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가면 너무 불편해!”

“동감~! 주군도 참……. 그냥 복면 같은 거로 하면 되는데.”

아로아와 샤를로네의 불평.

그러나 발할라는 그저 묵묵히 앞으로 향할 뿐이었다.

콰아아아앙!

백은의 파멸의 눈의 효과.

지키고 있던 문이 박살 나며 이곳저곳에서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은밀함은 의미 없었다.

최대한 요란하게 움직여야 할 뿐.

인정사정없이 모두 죽여도 된다면 계획이 달라지겠지만 그게 아닌 이상 이렇게 야단법석을 떠는 게 더 효과적이었다.

“뭐냐! 누구냐!”

우르르 몰려 나오는 병사들.

병사들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기사들 정도는 나와야 제대로 할 만하지 않겠는가?

“다들 시작하지.”

“아자! 미호는 살살 때릴 거야!”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튀어 나갔다.

살생보다는 ‘기절’ 또는 부상 정도로 끝나게 신경 쓰는 발할라를 포함한 소환수들.

그리고 파멸자는 최대한 건물들을 파괴하는 데 집중했다.

“뭐 하는……. 커억.”

본격적으로 기사들이 나올 때까지 최대한 난동 부리는 소환수들.

그리고 그중에서 부상당한 병사를 한쪽 벽으로 데리고 가기 시작했다.

“끄으……. 뭐, 뭐 하는 거요!?”

“…….”

묵묵히 부상당한 병사의 피를 한 움큼 쥐고 하나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가나베라.

그 모습을 바라보는 다친 병사는 할 말이 없어 그냥 멀뚱히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이런 것을 할 때는 죽이고 난 뒤 하지 않나?

살아 있을 때의 피가 더 신선해서 그런 것인가?

다양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보다 살 수 있다는 희망이 더욱 크게 들었다.

한편 열심히 그림을 그려 나가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가나베라.

그에 클로에라가 나타나 몸짓으로 그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난감한 표정을 짓는 가나베라.

『이게 아니었던가?』

『어딜 봐서 이게 그 그림입니까!?』

『그, 그림은 처음 그려 봐서…….』

『내가 할 테니 저리 비켜요!』

몸짓과 교감으로 대화하는 클로에라와 가나베라.

한편 그를 바라보는 병사는 대체 뭐 하는 놈들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클로에라가 가나베라의 그림을 수정하고 있을 때 들이닥치는 기사단.

그에 발할라를 포함한 소환수들 역시 전력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크으윽, 누구냐! 여기가 어딘지 알고 이러는 것인가!”

“…….”

“살아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설령 살아 나간다 한들! 국왕 폐하의 하명 아래 추살될 것이다!”

검을 쥐어지고 조용히 기사단을 바라보는 발할라.

그리고 속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세네리아와 교감했다.

『준비 끝났나?』

『이쪽은 준비됐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발할라.

세네리아와 가오스는 따로 현장에 없었다.

퇴로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중.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모두 알자, 검을 꼬나쥐고 격돌을 이루는 발할라와 소환수들.

백은은 여전히 건물을 파괴하는 것에 중점을 뒀고, 가나베라를 대신해 클로에라는 병사들의 피를 이용해 컨셉 될 수 있는 그림을 열심히 그렸다.

카캉, 캉캉캉…….

수없이 검이 부딪히고 시간을 끄는 발할라와 소환수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병사들을 비롯한 다른 기사단들이 추가되기 시작했다.

애초에 왕가에서 직접 관리하는 산하 단체였기에 기사단의 수준도 높았고 병사들과 기사 및 마법사의 수도 많았다.

설령 다 죽이며 덱 효과를 모두 발휘한다고 해도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

병사들과 기사단들이 추가되기 전에 빠르게 후퇴를 준비하는 발할라.

그렇게 빠르게 후퇴하며 모두 클로에라가 수정한 그림을 봤다.

“…….”

“…….”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그들.

그렇다, 클로에라도 그림 실력은 형편없었다.

안 그래도 형편없는데 망한 그림에 덧칠한다고 뭐 달라지겠는가?

“쫓아라!”

빠르게 쫓아오는 기사단과 마법사.

그에 발할라를 포함해 모두 고개를 저으며 빠르게 자리를 떴다.

시선은 끌 때로 끌었고 제대로 그려지진 않았지만 일단 그려 넣었긴 했으니까.

이제 끝없는 추적을 당할 일만 남았을 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진 몰라도 최대한 추척을 피하며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이제부터 피곤해지겠군.”

* * *

조용히 앉아 있는 사람들.

그 누구도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종파의 사람들도 그렇고 카론이나 에펠론도 그렇고.

그저 서로를 바라보며 누가 먼저 말을 꺼낼 것인가 바라만 볼 뿐.

그렇게 한참이나 신경전을 벌이다 잘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졌습니다. 사할리나 님의 말씀대로 그곳에 마수의 숲의 몬스터가 있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 페널티의 경중을 낮추겠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낮출 겁니까?”

“가명제 때 참여할 종파의 아이들 중 투표로 10%를 뽑아 참가 불허시키고 사할리나 님과 에펠론 님에게 벌점 20점을 드리겠습니다.”

그제야 납득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하는 에펠론.

그 정도 페널티라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그러나 카론은 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잘 알고 계시면서 왜 모르는 척하시는 겁니까?”

“예?”

“마수의 숲의 몬스터가 있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 스스로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검을 뽑은 겁니다. 그것에 페널티가 붙는다니 말이나 됩니까?”

“하지만 사할리나 님, 이건 엄연히…….”

“그리고 할 거면 똑바로 해야죠. 종파에서 이 일을 묻고 없던 것으로 하고 싶다면, 그것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없어져야 할 것 아닙니까? 그래야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책임을 회피할 수 있으니까.”

“…….”

“어!? 그런데 잠깐만~ 그러고 보니 마수의 숲의 몬스터가 원래부터 없던 게 된다면 저희가 왜 실격이 된 겁니까? 이유가 없군요. 실격되고 페널티를 받는다면 이유가 있어야 될 텐데.”

“허.”

다들 황당함에 어이없는 눈빛으로 카론을 바라봤다.

뭐라 말하고 싶지만, 딱히 말할 거리가 없다.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페널티를 주게 되면 실격된 사유와 경위를 말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마수의 숲의 몬스터가 있었다는 게 밝혀질 테니까.

그렇다면 종파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워졌다.

“설마 처음부터 이것을 고려하고 한 일입니까?”

만약 그렇다면 두려운 일이었다.

그 심계가 감히 어린아이라고 볼 수 없으니.

아니,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것을 노리고 행한 일이라면 범인이 아니다.

그 행위로 종파의 아이들의 마음을 얻고 신뢰를 끌어냈다.

그리고 자신의 강함을 보여 줌으로써 종파에 ‘사할리나’라는 인물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게다가 이 협상으로 실격 처리가 없던 게 된다면 따르던 아이들의 충성도는 하늘을 찌르게 될 것이고, 그의 행보를 모두 지켜봤던 종파의 가주들에게 무언의 압박이 될 것이다.

마치 ‘사할린의 선택을 받은 것은 마냥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그러니 감히 무시하지 마라’라고 경고하는 것처럼.

그러나 모두를 보며 방긋 웃어 보이는 카론.

“제가 그 정도로 똑똑하진 않아서.”

“…….”

그러나 그곳에 있는 모두 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그의 행동이 너무나도 치밀해 보였기 때문이다.

당황하는 그들을 재촉하며 압박하는 카론.

“결정하시지요. 없던 일로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끝내 녀석의 존재를 알리고 페널티를 부여하시겠습니까?”

그에 불편한 얼굴을 하며 말을 꺼내는 잘톤.

“없던 일이 되겠습니까? 이미 메르샤의 사람들이 봤습니다만.”

“그들은 내 사람입니다만? 적어도 떠벌리고 다니진 않을 겁니다.”

결국 꼬리를 내리는 종파의 인원들.

괜히 끝까지 신경전을 벌여 사할리나인 카론에게 밉보일 이유도 없었으며, 덮을 수 있다면 덮는 게 좋았다.

어정쩡하게 일을 처리했다가는 추후에 말이 나올 수 있으니까.

흥얼거리며 밖으로 향하는 카론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말을 잇는 에펠론.

“너, 정말 시작부터 이 모든 걸 생각했던 거냐?”

“아니라고 하면 믿을 거냐?”

에펠론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라고 해도 안 믿을 것이다.

방금 생각해 낸 것이라고 하기에는 그는 처음부터 너무나도 여유로웠으니까.

아니라고 한다면 거짓말을 한다고 믿을 것이다.

솔직히 무령 때를 생각하면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고.

그러나 카론은 에펠론이 그러거나 말거나 방긋 웃어 보였다.

“그랬거나 아니거나 잘 풀렸으면 된 거지. 다른 애들 눈치채지 못하게 빨리 너도 사냥하러 가라.”

“고맙다는 말은 안 할 거다.”

“여전히 솔직하지 못하긴. 애들 입단속이나 잘 시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휘하의 병사들에게로 향하는 카론.

그리고 그곳에 도착해선 자신 있게 말을 이었다.

“뭘 기죽어 있어. 이것들아! 가자! 사냥하러!”

“예? 저흰 실격 처리된…….”

“무슨 소리야? 우리가 언제 실격됐어? 잘 들어. 그곳엔 마수의 숲의 몬스터가 없던 거야. 알겠지?”

“그게 무슨…….”

“이미 모두 협의가 이뤄진 내용이야. 그러니 그곳에 있던 그 몬스터는 잊어. 그러니 우리의 실격 처리도 없던 게 되는 거지.”

황당한 눈빛으로 하나둘씩 일어나는 아이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정말?’이라는 표정으로 카론을 바라봤다.

그를 함박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거리는 카론.

그에 모든 아이가 자리에서 펄쩍 뛰기 시작하더니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즈아아아아아아!! 사할리나 님, 만세!!」

빠르게 달려들어 카론들 껴안기 시작하는 아이들.

그들은 카론을 들어 올려 몇 번이나 공중으로 띄워줬다.

그리고 카론 또한 그들의 마음을 아는지 흔쾌히 그를 즐겼다.

그렇게 몇 번이나 반복하다 슬슬 떠날 준비를 하는 카론과 아이들.

“가자, 꼼수란 꼼수는 다 썼는데 그래도 3등 안에는 들어야지.”

“꼼수라니요! 사할리나 님의 힘입니다!”

“그건 그렇지. 그리고 다른 그룹보다 우리 그룹 수준이 월등히 뛰어난데 3등 안에도 못 들면 쪽팔리잖아. 안 그래?”

“아……. 솔직히 그건 동감합니다.”

“그러니 이젠 좀 센 놈 좀 잡아 보자. 알겠나!”

“옙!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우렁차게 소리치는 아이들.

만족한 카론은 곧바로 숲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카론이 향하는 곳은 원래 처음부터 배정받은 디올 요새로 향했다.

이미 방해할 대로 방해했고 괜히 의심 살 짓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왼쪽으로는 이미 다 쓸었기에 이젠 오른쪽을 공략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충성도 맥스를 찍은 병사들과 함께 다시 한번 사냥을 나가는 카론.

한편 그 모든 것을 바라본 지도관과 채점관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입맛만 다셨다.

이미 그들도 윗선에서 그냥 없던 일로 하고 기억에서 삭제하라고 당부받았기 때문이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

후임 지도관의 물음에도 선배 지도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애초부터 그에게 물은 것이 아니었기에 당연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물은 것은 카론의 개인 호위였던 메르샤의 사람이었으니까.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는 카론의 전속 호위인 하쿠.

“무슨 말이오?”

“예?”

“무슨 일이 있었소?”

하쿠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예 모르쇠로 나가겠다는데 무슨 말을 더하겠는가?

다들 그냥 하쿠의 눈치를 보며 입맛을 다실 뿐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