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아카데미의 핵과금러-149화 (149/223)

제149화

24화 함정 (2)

빠르게 움직이는 몇몇의 인원.

그들은 주변을 살피며 은밀히 움직이며 한 건물에 들어섰다.

“예정된 탈출로로 갈 수 없다. 가는 길목마다 놈들이 진을 치고 있으니.”

“별수 없지. 어차피 놈들의 목표는 우리가 아닐 것이다.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고 나갈 수밖에.”

“혹시 우리가 물건을 탈취한 것을 놈들이 알고 있는 가능성은?”

“그럴 리가. 그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또한 보수 작업을 하는 마법사조차 눈치채지 못한 일이다. 그런데 메르샤가 무슨 수로 눈치챈단 말이지?”

일리 있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

이 일은 벤타믹 내에서도 극비에 속하는 내용이다.

게다가 자신들이 빼낸 물건은 그리 특별한 물건이 아니다.

유물이긴 하나 별다른 힘이 없는 유물.

적어도 왕가와 세간의 평가는 그렇게 나 있다.

이런 물건에 크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적을뿐더러, 설령 물건이 사라진 것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메르샤가 아닌 왕가에서 직접 움직여야 했다.

“관련된 놈들의 처리는?”

“모두 죽였다.”

“쯧, 일이 귀찮아졌군.”

혀를 차며 어떻게 수도를 벗어날지 고민하는 남자들.

그들이 도주로를 확보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메르샤 쪽에서도 떠들썩했다.

“마스터 하쿠, 대체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뭐요?”

“사할리나 님의 명령이오.”

“지금 상황이 많이 안 좋소. 안그 래도 왕가와 귀족들이 우리를 의심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는 더 불을 지피는 일이오.”

“사할리나 님께서 복안이 있으니 명령을 내렸을 것이오.”

“잘못하면 반란으로 오해받을 수 있고 그들에게 빌미를 주는 것이라는 것을 아시오?”

“그 또한 사할리나 님이 책임지실 것이오. 애초에 일을 이렇게 만든 것은 붉은 매가 아니오? 그것이 가주님의 뜻이기도 하고.”

인상을 찌푸리는 붉은 매 기사단의 단장 인타일러.

사할리나의 명령이라니 하고는 있지만, 이 무슨 해괴망측한 짓이란 말인가?

아무런 의미 없이 왕도의 골목이란 골목은 모두 차단하고 누군가를 찾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누구를 찾고 있는지 말해 주지 않는 것이었다.

즉, 그냥 찾는 척만 하며 왕도의 곳곳을 휘젓고 다니고 있다.

대체 이 행동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오히려 귀족들과 왕가에게 빌미만 줄 뿐이다.

“사할리나 님이 아직 어려서 이 사태의 심각성을…….”

“모두 고려하고 진행하시는 일이오. 게다가 이는 가주님이 내린 시련이기도 하지 않소?”

“크음! 그렇긴 하지만……. 정말 누굴 찾는지 말해 주지 않을 것이오?”

“나도 모르오. 그냥 이렇게 하라고 명을 받았을 뿐.”

불편한 표정으로 돌아가는 인타일러.

한편 그를 보는 하고 또한 찝찝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미 들었던 대로 수상한 움직임이 있었다.

그리고 감시 대상들이 죽은 것도 확인했고 물건을 가졌을 거라 추정되는 자들 또한 몇몇 추려졌다.

이제 남은 것은 열어 놓은 길을 통해 왕도를 벗어나기를 기다리는 것뿐.

하지만 아무리 물건이 놈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는 게 중요해도 과연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사할리나가 찾는 물건이 뭐 하는 물건인지는 자신도 몰랐다.

다만 그것이 사할리나에게 필요하다는 것만 알 뿐.

“하여간 일을 키우는 것엔 도가 트신 분이군.”

* * *

하나둘씩 늘어나는 발할라의 병사들.

그리고 그들이 늘어날 때마다 증가하는 힘.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카론은 눈앞에 있는 몬스터들을 휘젓고 다니며 앞으로 쏘아 나갔다.

촤륵, 촤르르륵.

핏물이 튀고 수십의 분신들이 몬스터들을 썰어 나갔다.

그리고 계속해서 생겨나는 발할라의 병사들은 좋은 방패가 되어 주었으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카론을 강해지게 했다.

물론 카론이 이렇게 무리하게 나서는 것은 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눈앞의 손가락이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 하더라도 호위를 하는 레니스를 포함한 붉은 매 기사단원이 있었으며 그들이 아니라도 제국 측의 병력이 있다.

안 된다 싶으면 그냥 뒤로 빠지면 되는 일.

증가한 힘을 테스트하기에는 딱 좋은 자리였다.

-발할라의 병사가 소환되었습니다.

-발할라의 병사가 소환되었습니다.

…….

…….

계속되는 시스템 소리.

즐거운 얼굴로 검술을 펼쳐 내며 검의 무덤에서 얻은 기억에 있는 검술의 묘리를 몸으로 녹여 냈다.

그렇게 레니스와 시실리아의 호위를 받으며 빠르게 튀어 나가는 카론.

그리고 카론은 얼마 지나지 않아 8번째 손가락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별일 아니라는 듯한 표정으로 카론을 바라보는 8번째 손가락.

한편 카론도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 순간도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었으니까.

“너, 몇 번째 손가락이냐?”

“그것을 알면 뭔가 달라지나?”

“그냥 네 서열이 몇 위인지 알고 싶어서.”

“흥, 서열 이야기하는 것 보니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군. 8번째 손가락이다, 애송아.”

8번째 손가락.

그렇다면 놈이 도망자 갈루티아다.

벤타믹 중에 기억하는 몇 안 되는 놈 중 하나.

카론이 녀석의 이름까지 기억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바로 녀석이 벤타믹 중에 가장 짜증나게 했기 때문.

도망자라는 말답게 도망 하나는 끝내주게 잘 친다.

그도 그럴 것이 녀석의 무위가 임의의 특정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것이니까.

“8번째라면 도망자 갈루티아군.”

“어떻게 그 이름을…….”

“아, 맞다. 넌 도망자가 아니라 공환의 갈루티아라고 불리길 좋아했지?”

“…….”

딱딱하게 굳은 8번째 손가락.

그 이름을 아는 것은 벤타믹 내에서도 극소수다.

손가락들조차 저 이름을 모르는 자들이 많다.

그런데 낯선 꼬맹이가 그것을 알다니.

놀란 것을 넘어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네놈, 누구냐.”

“놀랐냐? 그러게 말했잖아. 꽤 많은 걸 알고 있다고.”

“누구냐고 물었다.”

정색한 8번째 손가락을 보며 입꼬리를 찢어져라 들어 올리는 카론.

그리고 자세를 낮추며 작게 말을 이었다.

“알아맞혀 보든가.”

그 말과 함께 쏘아져 나가는 카론.

그와 함께 엘리네르를 내리그었다.

몸을 젖히며 간단히 피하는 8번째 손가락.

그러나 내리긋는 도중 순간적으로 방향을 트는 검.

그에 8번째 손가락이 눈살을 찌푸리며 눈매를 가늘게 떴다.

그와 함께 그에게 도달하던 검날은 이내 무언가에 빨려들어 가듯 사라졌다가 그를 통과한 후 다시 나타났다.

“벌써 무위를 쓰다니 너무한데?”

“…….”

“처음은 서로 이능으로 시작하자고.”

“네놈만은 살려서 끌고 가 주지.”

“할 수 있다면.”

그 말과 함께 빠르게 8번째 손가락에게 달라붙는 카론.

8번째 손가락은 검사가 아닌 마법사 타입.

거리를 내주는 것보다 근접해서 싸우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왜 이런 말이 있지 않던가?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그러나 8번째 손가락 또한 그냥 당해 주지는 않았다.

“검은 안개, 어둠 창.”

주변을 휩싸는 검은 안개.

그리고 그 속에서 무수한 창들이 솟아 올라왔다.

몸을 움직여 창들을 피하며 검으로 튕겨 내는 카론.

그러나 그때였다.

“터져라, 산개하라.”

무수한 창들이 일제히 터짐과 함께 다시 몇 배로 불어난 무수한 창들.

그리고 그것들은 다시 한번 카론으로 쏘아져 날아왔다.

그것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검을 들어 올리는 카론.

“쏘아 나가라, 칠흑.”

엄청난 소용돌이.

그리고 그것은 주변의 검은 안개를 모두 빨아들였다.

엘리네르의 검신을 타고 일어나는 거대한 폭풍.

그리고 그것은 일 검을 내리긋자 앞으로 쏘아져 날아갔다.

전면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파괴하며 날아가는 칠흑.

그 기운에 8번째 손가락 또한 살짝 놀란 듯 곧바로 방어 마법과 함께 무위를 사용했다.

전면으로 쇄도하는 칠흑을 또 다른 공간으로 빨아들이는 8번째 손가락.

그와 함께 카론의 뒤쪽에서 일렁거림과 함께 무언가가 쏘아져 나왔다.

“아, 맞다. 그걸 깜빡했네.”

곧바로 다른 분신으로 이동하는 카론.

생각해 보니 게임에서도 8번째 손가락은 일정 확률로 유저의 공격을 그대로 되돌려 주고는 했다.

놈의 마법만 신경 쓰다 하마터면 자신의 공격에 당할 뻔한 상황.

하지만 그래도 다행이긴 했다.

놈의 무위는 까다롭긴 하지만 아카데미 때 만난 그 녀석의 답도 없는 무위보단 훨씬 나으니까.

“제법이군. 그래 봤자 어린아이와 놀아 주는 것과 다를 게 없지만.”

“너무 혹평이 아닌가?”

눈매를 얕게 뜨며 카론을 주시하는 8번째 손가락.

그리고 카론의 양손에서 맹렬히 회전하는 팔찌를 바라봤다.

팔찌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 주변에 밝게 빛나는 저 빛의 고리가 무언가 영향을 주었을 거라 생각됐다.

“헌데 네놈은 이것에 영향을 받지 않는 모양이군. 네 양손의 그건 유물인가?”

“유물이라. 그 비슷한 거긴 하지. 그나저나 내 공격이 성에 안 찼다니. 이제부터 제대로 가 줄게.”

그 말과 함께 눈을 감고 집중하는 카론.

얼마 전에 얻게 된 힘을 깨우기 시작했다.

“레니스, 잘 봐라. 사할린이 내게 준 힘의 일부이니. 깨어나라, 카마스.”

이름을 부르자 느껴지는 거대한 압력.

그리고 이내 엘리네르의 외부에 반투명한 검의 형상이 나타났다.

그것은 얼마 전 검의 무덤에서 죽은 검을 깨워 기억과 업을 이어받은 바로 그 검이었다.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려 일 검을 내리긋는 카론.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내리그어진 검은 그 경로를 따라 잔상이 일어났다.

그와 함께 쏘아져 나가는 빛의 돌풍.

“저건! 앱솔루트 실드, 공간 전이.”

빠르게 방어를 함과 동시에 공간을 열고 사라지는 8번째 손가락.

하지만 카론은 이미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곧바로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놈의 무위의 약점이라고 한다면 딱 한 가지가 있다.

게임에서 찾을 수 있는 것으로 퀘스트를 하다 보면 나온다.

바로 공간을 열고 놈이 들어갔을 때 반드시 어딘가에는 공간의 틈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 틈은 녀석이 들어가자마자 어디 있는지 느껴졌다.

신기 유비어스를 통해서 말이다.

곧바로 앞으로 쏘아져 나가며 느껴지는 곳을 검으로 베어 내는 카론.

그러자 공간이 벌어지며 또다른 공간이 나타났다.

“까꿍.”

“어떻게…….”

“말했잖아. 많은 걸 알고 있다고.”

미소와 함께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는 카론.

그에 녀석은 무수한 틈을 열어 사방으로 카론의 공격을 분산시켰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는 카론.

어차피 이것도 게임 내에 패턴에 있는 내용.

놈이 숨어도 그냥 공격하다 보면 일정 공격 이상은 버티지 못하고 튀어 나온다.

“이 빌어먹을 애송이가! 떨어져라! 어웨인 실트리어!”

그에 일순 생겨나는 무수한 마법진.

수많은 마법진들은 곧 하나의 마법진으로 연결되어 가며 형태를 갖춰 나갔다.

그리고 떨어지는 무수한 검은 낙뢰.

카론이 잠시 공격을 멈추고 그것들을 피하는 그때였다.

8번째 손가락도 전력을 다하는지 그 틈을 타 무수한 마법을 구현해 공격하는 동시에 규모 있는 거대한 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어지는 카론과 8번째 손가락의 격돌을 바라보는 레니스는 황당함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알던 그가 아니지 않던가?

‘어이가 없군. 게다가 저 힘은…….’

카론의 검을 둘러싸고 있는 또 하나의 반투명한 검의 형상.

말하지 않아도 저 반투명한 검에서 느껴지는 격이 모든 걸 말해 줬다.

거대한 마력 양은 둘째치고 알 수 없는 무게감.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거대한 무게감이 짓누른다.

단순히 검압이나 검풍 같은 게 아니었다.

‘저것을 시험하고 싶었던 것인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저런 힘이 있다면 사용해 보고 싶겠지.

과연 눈앞의 존재가 마스터에 이르고 높은 격에 이르면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 일이었다.

지금만 해도 별의별 알 수 없는 힘을 다 사용하지 않던가?

게다가 아직 무위도 사용하지 않았으며 편린마저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다.

누가 저것을 보고 이제 곧 17살이 되는 애송이라 보겠는가?

“떨어져라, 얼티드 스톰필드!”

긴 영창 끝에 완성한 마법.

거대한 검은 낙뢰들이 무수하게 떨어지며 카론을 공격했다.

마치 유도라도 되는 듯 움직이는 곳마다 빛과 같은 속도로 떨어져 내리는 낙뢰.

“크윽, 역시 손가락은 손가락인가?”

무수한 낙뢰들을 피하거나 튕겨 내며 다시 한번 접근할 기회만 노리는 카론.

역시 무위에는 무위로밖에 상대할 수 없다.

무수한 공격들과 마법과 무위가 섞여 공격해 오니 조금 힘든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계속해서 발할라의 병사들이 늘어나는 탓에 그나마 버틸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발할라의 병사들도 한계는 있다.

아무리 강해져 봤자 소모되는 마력은 어쩔 수 없으니까.

게다가 장착의 시간마저 제한되어 있다.

즉, 빨리 끝내야 한다는 말.

“그럼 나도 전력을 다해 주지.”

편린을 꺼내고 검의 무덤을 사용하려는 그때였다.

슬슬 몬스터들을 정리하고 카론을 도우려고 온 제국 측 사람들.

아직 몬스터들이 모두 제거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을 상대할 인력은 충분했고, 이 일의 원흉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빠르게 전면으로 치고 나온 것이었다.

그들의 개입으로 인상을 찌푸리는 8번째 손가락.

그렇게 그가 불리한 싸움을 해 나갈 그때였다.

멀리서부터 쏘아져 올라오는 하나의 푸른빛.

8번째 손가락은 그것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기까지군.”

어둠과 함께 사라지려 하는 8번째 손가락.

그에 카론이 쏘아져 나가며 외쳤다.

“누구 마음대로!”

“흥, 애송아. 한 가지만 가르쳐 주지. 바로 전에 오튼 왕국의 사신이 죽었다.”

“뭐라고? 그게 무슨…….”

“그리고 그는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죽었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나?”

“설마…….”

“그래, 제국과 메르샤가 오튼 왕국의 사신을 죽인 것이 될 것이다. 크하하! 전쟁이다! 멍청한 것들.”

“…….”

할 말이 없어서 표정이 굳는 카론.

설마 이런 식으로 엮을 줄 생각도 못 했다.

단순한 함정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함정이었다니.

아니, 대체 사신의 이동 경로는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그러나 이내 카론의 머리에 한 명이 떠올랐다.

‘4왕자…….’

변수를 만들어서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4왕자다.

아무리 작은 전쟁이라도 공이 생기기 마련이고 능력을 펼칠 기회가 생기니까.

정통성이 굳건한 1왕자에게 대항하기엔 딱 좋은 명분.

차갑게 표정이 굳은 카론은 이내 천천히 입을 뗐다.

“이런 선물을 줬는데, 그냥은 못 보내지.”

“다음엔 꼭 죽여 주마, 애송이.”

“업의 전장이여, 깨어나라, 검의 무덤.”

다시 한번 무수한 검들이 생겨나며 황량한 전쟁터의 모습으로 변했다.

검은 어둠과 함께 사라져가던 8번째 손가락 또한 강제적으로 멈춰지며 공간이 더디게 닫혔다.

“무, 무슨!”

“이곳은 나의 공간, 나의 영역. 가기 전에 팔 하나는 내놔라.”

검을 들어 올리는 카론.

그리고 사정없이 내리그었다.

얼마 전에 깨운 카마스를 비롯해 몇몇 검이 떠오르며 가지각색의 무수한 검격을 쏘아 보냈다.

그에 크게 당황하며 빠르게 방어하는 8번째 손가락.

그뿐만이 아니라 레니스를 비롯한 호위들과 제국 측 사람들도 모두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이건 상식 밖의 힘으로 여겨졌으니.

콰과과광.

콰아아아앙!

녀석의 공간이 닫히기 전 쏘아져 나가는 무수한 공격들.

검의 공격 하나하나가 강력한 힘을 담고 있다 보니 방어에 무리가 있었다.

애초에 고위 마법을 구현할 시간조차 없기도 했고.

“끄아아아악.”

방어 마법이 부서져 나가고 막고 있던 양쪽 손이 모두 녹아내렸다.

손을 시작으로 녹아내린 살점은 이내 양 팔목까지 도달했다.

살점이 모두 녹아내려 양팔이 뼈마디만 남은상황.

그리고 그 뼈또한 연골이 녹아내리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예상했던 목표보다 초과 달성한 카론은 곧바로 공격을 멈추고 조용히 8번째 손가락을 노려봤다.

더 공격을 하려면 할수도 있고 놈을 죽이려면 죽일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카론이 공격하지 않은 까닭은 다름이 아니었다.

놈을 살려보내어 1번째 손가락을 비롯해 다른 손가락들을 꾀어내기 위한 속셈.

또한 검의 무덤은 리스크도 클 뿐만 아니라 마력의 소모도 엄청났다.

게다가 놈이 도망가기 직전인 것도 모자라 놈의 무위 안에 존재했기에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눌렀지않은가?

그리고 수면 속 공간과 현실 사이의 간극 또한 한몫했고 현실에서 처음 사용했기에 리스크도 정확히 모르는 이때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크으윽! 이 빌어먹을 애송이가!”

“1번째 손가락에게 전해라. 엘트오 칼라마툼. 네놈들이 찾고 있는 정보는 내게 있다는 것을.”

카론의 말에 엄청난 고통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크게 뜨는 8번째 손가락.

대체 어떻게 녀석이 그것을 알고 있단 말인가?

그는 동공이 떨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편 그러는 그때 마력의 소모가 부담스러운 카론이 검의 무덤을 거뒀다.

빠르게 사라지며 원래대로 돌아오는 공간.

그와 함께 8번째는 떨리는 눈동자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카론을 황당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제국 측과 레니스를 비롯한 호위들.

“뭘 그렇게 봐? 대충 한 거야, 대충.”

그에 모두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떡 벌리다 이내 몬스터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일단 몬스터부터 정리하고 물어보든 해야 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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