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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아카데미의 핵과금러-187화 (187/223)

제187화

13화 견학

유난을 떨며 식전 수프를 퍼 올리는 리니 제나스.

뜨거운 수프를 성급하게 입안으로 가져가다 이내 호들갑을 떨며 난리 블루스를 쳤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는 성기사들.

하지만 그럼에도 그를 얕잡아보거나 욕하는 성기사들은 없었다.

가끔(?) 이렇게 이상한 행동을 보이곤 하지만 그는 신의 은총을 받은 남자였기에.

“괜찮으십니까.”

“으으…… 아무래도 내 신앙이 깊지 않아 신께서 벌을 내리신 모양이야.”

손수건을 건네다 말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미온이라는 성기사.

그냥 뭔가가 안되거나 못할 시 입에 달고 사는 말이었다.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하지 않은 채 말이다.

“글쎄 그렇게 생각하는 건 제나스 님밖에 없다니까요.”

“정말 그럴까?”

“필시 그럴 겁니다.”

그제야 울먹이던 표정을 풀고 식사를 이어 나가는 리니 제나스.

그렇게 식사를 이어 나가는 도중 문득 궁금한 듯 말을 잇는 제나스.

“미온, 그런데 메르샤에는 안 가?”

“거긴 왜 갑니까?”

“아니 메르샤의 이름으로 성국에 조사를 부탁한 거잖아.”

“공적으로 온 이상 그 나라의 왕을 먼저 보는 것이 도리입니다.”

“그래서 안 가? 그럼 알렌워크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아니……. 그냥 궁금하기도 하고, 또 언제 로이튼까지 와보겠어. 그리고 설마 진짜 마족과 연관 있겠어? 그냥 어쩌다 마기를 쓰는 놈들이겠지.”

심판관 제나스의 말에 짧게 입맛을 다시다 이내 식사를 이어 나가는 성기사 미온.

그러나 제나스는 식사를 이어 나가는 미온을 계속해서 바라봤다.

다른 성기사들은 괜히 피곤해질까 봐 고개를 숙인 채 식사를 이어 나가는 중.

그에 미온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포크를 내려놓고 말을 이었다.

“하……. 조사 후 정말 아무 일이 아니라면 가보긴 해야겠죠.”

“정말? 약속한 거다? 필시 아무 일도 아닐 거야! 정말 마족이 있다면 나 같은 걸 심판관으로 보내지 않았을 테니까!”

그제야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식사를 이어 나가는 심판관 제나스.

그를 보며 모든 성기사들이 한숨을 내 쉬었다.

한편 그 모든 것을 꽤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서 듣고 있는 카론 일행.

일단 정체를 확실히 해둬야 했기에 가는 길을 멈추고 그들을 쫓았다.

그리고 그들과 같은 식당에서 거리를 두고 앉아 식사를 이어 나가는 중.

“골때리네.”

저런 얼간이가 심판관이라니.

심판관은 보통 직책이 아니다.

성국을 대표하며 신성 제국의 국교인 베네치아 성교의 이름으로 심판할 권한을 지닌 자다.

주된 임무는 ‘조사’에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즉결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다.

즉, 먼저 심판을 내리고 그 후에 성교와 성국에 보고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자.

그런데 그런 중요한 임무를 저런 어벙한 놈이 맡다니.

그것도 자기 비하에 끝장인 놈이 말이다.

한숨을 내쉬며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카론.

“가자, 갈 길이 바쁘니까.”

대충 식사를 빠르게 마치고 자리를 뜨는 카론.

그래도 로디의 소유자를 찾아서 한층 여유로워지긴 했다.

이제 정말 델룬의 소유자만 찾으면 되는 일이니.

게다가 그들에게 굳이 함께하니 뭐니 설득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그들의 목표도 마족일 텐데 부탁할 필요가 뭐 있는가?

또한, 국왕을 만나러 간다고 하니 굳이 쫓을 필요도 없다.

그냥 하프라인을 통해 적당히 위치만 공유받으면 되니까.

그렇게 한층 가벼운 마음으로 태양의 마탑으로 향하는 카론.

태양의 마탑에 도착한 카론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마탑 곳곳에 태양의 심볼을 스티커처럼 덕지덕지 붙여놓았기 때문이다.

심볼도 한두 개 심플하게 있어야 있어 보이지 저렇게 스티커처럼 마구잡이로 붙여놓으니, 마치 어린아이가 그림 그려놓은 것처럼 엉망이었다.

“여태까지 본 마탑중에 가장 최악이군.”

카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레나스와 리노에르.

그 말과 함께 곧바로 태양의 마탑으로 들어가 생각해뒀던 관계자를 호출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난 후 나타난 한 중년의 마법사.

“그래, 나를 찾는다고?”

“예, 태양의 마탑을 견학하고 싶어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견학? 어디 가문의 누구인가? 추천서는?”

“로턴 가문의 로턴 미하일입니다. 아쉽게도 추천서는 없습니다.”

“로턴가문? 들어본 적이 없는데.”

“가세가 가물어 들어보지 못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작은 사례입니다.”

품에서 작은 보석이 든 주머니를 꺼내 건네는 카론.

중년의 마법사는 그것을 멀뚱히 바라보다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뭐 하는 건가?”

“그냥 이리 시간을 내주신 것에 대한 약소한 답례입니다. 신경 쓰지 마시지요.”

“무례하군. 내 시간의 가치를 왜 자네가 결정하지?”

멍하니 그를 바라보는 카론.

하프라인에서 말한 정보와는 너무 다르지 않은가?

제법 돈을 밝히며 뒷거래로 여러 이득을 챙긴다고 했었다.

그런데 고작 이런 사례까지 거절하다니.

“혹시 금액이 적어서…….”

“어이가 없군, 무엇 때문에 우리 마탑을 견학하려 하는 건가?”

“그야 마법의 학문을 갈고닦으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 그럼 이런 짓을 할 게 아니라 정면으로 부닥치게.”

그 말과 함께 종이 하나를 꺼내 뭔가를 슥슥 그려 나가는 그.

그리고 그 종이는 이내 얼마 있지 않아 20장이 넘어갔다.

대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을 때 무수한 글자들과 도형들이 빼곡히 적힌 종이를 건네는 중년 마법사.

“이린의 빛의 결절에 대한 이론과 불의 다형성에 대한 이론이라네. 그것을 정의한다면 내 손수 자네에게 우리 마탑을 소개해 주지. 할 수 있겠나?”

할 수 있냐니?

당연히 할 수 없지.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소리였다.

빛의 결절에 대한 이론?

불의 다형성에 대한 이론?

그딴 이론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애초에 마법도 차원 상점에서 사서 쓰고 있는데 그런 걸 공부했을 리가.

“마법적 능력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지금이라도 마법을…….”

“버릇이 아주 잘 못 들었군. 실력이 아니라 ‘의지’를 보고 싶은 거다.”

“…….”

“마법사는 이론을 정립하고 수많은 고찰과 연구를 통해 그를 실제로 정의하고 확립하는 자. 이런 것도 스스로 할 수 없다면 어찌 마법사라 할 수 있나? 쯧쯧…….”

그 말과 함께 홀연히 떠나버리는 그.

카론은 꽤 당황한 표정으로 멀뚱히 종이들을 바라봤다.

그렇게 한동안 바라보다 어이없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카론.

“어이가 없네. 그렇다면 나도 생각이 있지.”

곧바로 마탑 내에 다른 이들과 접선을 시도하는 카론.

정보와는 다르게 반응이 이상하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가 아니라도 ‘견학’ 정도라면 웬만한 수석 마법사 정도라면 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그를 택한 건 하프라인의 정보를 믿었기 때문.

카론이 마탑을 견학하려는 이유는 혹여나 놓친 인물이 없을까 해서다.

그리고 새로운 카드 파편의 보유자들을 탐색하기 위함도 있었고.

여태까지 움직이면서 쓸만한 카드 파편을 보유 중인 인물들은 따로 리스트를 작성해놨다.

언제라도 카드 파편의 수급과 퀘스트 수급을 원활히 할 수 있게 말이다.

그렇게 몇 번의 접선 끝에 결국 마탑에서 견학할 기회를 얻은 카론.

고위 직급을 통해 견학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 동선에 한계가 있었지만, 딱히 상관없었다.

어차피 카론이 만날 사람들은 죄다 또래 아이들이고 그들을 만나는 것 자체는 마탑의 보안에 크게 저해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네가 루펠 캐너스?”

“맞는데 넌 누구지?”

카론을 바라보다 옷에 부착된 흰색의 태양 마크를 확인하는 캐너스.

그는 곧 ‘견학’하는 학부생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를 보며 피식 웃어 보이는 캐너스.

“견학생이군. 그래서 날 보자 한 이유는? 이 몸의 뛰어난 마법이라도 견식 하기 위해서인가? 훗, 하여간 꼴에 귀족이라고 눈은 높아서는.”

그의 자화자찬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뒤돌아서는 카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델룬의 소유자가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정보창이 뜨지도 않는 걸 보니 카드 조각을 보유하지도 않은 놈인 것 같았다.

‘빌어먹을, 어쩐지 없을 것 같더니만.’

뭐 저런 놈이 있지? 라고 생각하는 캐너스를 뒤로하고 재빨리 마탑을 둘러보는 카론.

어차피 이곳에 델룬의 소유자가 없다는 걸 안 이상 꾸물거릴 시간은 없었다.

빠르게 쓸만한 카드의 소유자들을 구분해 리스트를 작성하고 다음 목적지로 가봐야 했으니.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는 그때였다.

“결국, 돈으로 해결했나 보군.”

차가운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처음 봤던 그 중년의 마법사.

경멸한다는 눈빛으로 카론을 바라보고 있었다.

“쉬운 방법을 두고 굳이 돌아가야 하는 이유가 없어서요.”

“쉽고 편한 것만 원하니 도태되고 사라지는 거다. 바로 너희 가문처럼.”

“…….”

“들어본 적 없는 가문인 것을 보면 필시 이름 없는 허접한 가문이겠지.”

“거참, 말이 좀 심하신데…….”

고개를 까딱거리며 그를 올려다보는 카론.

하프라인의 정보와 다른 것도 그렇고 왜 이렇게 적대적인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초면에 뇌물부터 주는 게 거슬려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런 독설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그렇게 아니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여는 그때였다.

“스승님~! 말씀하신 이론 드디어 풀어냈어요!”

기쁜 마음으로 달려오는 한 소녀.

그 소녀를 보자 카론은 기쁨과 절망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리고 그를 확실시하는 시스템 소리와 함께 말이다.

-띠링, 모든 칠현위를 찾았습니다.

-중간 보상으로 기프티 랜덤 박스, 랜덤 프리미엄 카드x2, 고급 뽑기 상자(카드)x5, 4,000P, 3,500C, 1,000M을 획득하였습니다.

-업적 ‘착취’로 인해 400P, 350C, 100M을 추가로 획득합니다.

-낮은 확률로 업적 ‘착취’로 인해 2,500P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모든 칠현위를 모아 그들의 힘을 각성시키오.

(힘의 각성에는 5성 이상의 각각의 칠현위가 필요하다.)

일단 모든 칠현위를 찾았다.

그로 인해 중간 보상도 꽤 두둑이 받았다.

설마하니 리스트에도 없이 이런 작고 어이없는 마탑에 있으리라 생각지도 못했지만 말이다.

물론 더더욱 자신을 혐오하는 눈빛을 보내는 자를 스승으로 두고 있는 것은 더더욱.

[인물 정보]

이름 : 렌 메이나.

이능 : 심상의 정수

*‘칠현위의 델룬’의 카드 조각을 보유한 인물이다.

(해당 인물과 잦은 접점 및 관계도에 따라 카드 조각을 획득할 수 있는 퀘스트가 뜰 수 있다.)

델룬을 소유한 자의 정보창.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감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함이 같이 들었다.

일단 데리고 다니려면 설득을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리고 그 설득은 당연히 스승인 그에게도 해야 하고 말이다.

그에 기적 같은 속도로 표정 변화를 완료하고 중년 마법사에게 다가가는 카론.

“여윽시! 하늘을 지배하는 태양! 눈부시게 밝게 빛나는 태양! 감히 쳐다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빛나는 태양처럼 대단하십니다!”

“뭐, 뭐라고?”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어쩜 그리도 맞는 말만 골라서 하시는지! 저의 문제점이 뭔지 똑바로 짚어 주셨군요!”

“…….”

“냉혹한 말 뒤에 태양같이 따듯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기실 수도 있을 터인데, 다 절 생각해서 그런 따듯한 질책까지! 감동받았습니다.”

이 건 또 무슨 미친놈인가 싶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중년 마법사.

그리고 그를 보는 카론은 어색한 웃음과 함께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저……. 그 뭐시기 결절? 다양성? 아무튼, 그 이론 다시 주실 수 있으신가요?”

떨떠름한 표정으로 카론을 바라보는 그.

이내 그 자리가 몹시 불편한지 제자 메이나와 함께 그 자리를 떴다.

그러나 이조차 예상했다는 듯 아무렇지 않은 카론.

“이거, 퀘스트의 냄새가 나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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