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5화
12화 개혈마현 유키아라
콧방귀를 뀌어 보이는 4장로 페레그네.
별의별 협박을 다 해봤지만, 원하는 답은 듣지 못했다.
게다가 혹여나 몰라 들고 온 ‘진실의 눈’이란 아티팩트까지 활용해봤지만,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는 말은 아티팩트를 넘어서는 고차원의 마법으로 정보를 차단하고 있든가, 그게 아니라면 진실이라는 뜻일 터.
게다가 어처구니없게도 저마다 마나의 맹세를 하면서까지 진실이라 주장하니 더는 할 말도 없었다.
“페레그네 님. 정말 손을 쓰실 생각이십니까?”
“그럴 리가.”
“헌데 왜 이렇게까지 압박하며 금방이라도 손을 쓰일 것처럼 하시는 것입니까?”
“그래야 반응을 볼 수 있지 않겠느냐?”
“예?”
“이곳이 메르샤의 숨겨진 무언가라면 어떻게든 메르샤에서 반응을 해 올 것이다. 그 반응을 보고 판단하면 되는 게지.”
“아…….”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아예 무시할 것인가, 아니면 대응할 것인가?
그를 따져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일이었다.
정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정말 손을 써 보는 것도 나쁘지 않고.
대 귀족도 아니고 작은 자작 가문 정도야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다.
명분이 없다면 어떻게든 만들면 되는 일.
“자, 반응을 보여라. 메르샤.”
* * *
우웅, 우우웅…….
두 눈을 감은 채 엘리네르를 조용히 들어 보이는 카론.
엘리네르가 카론의 의지에 반응하여 연신 울어대기 바빴다.
그와 함께 카론의 존재력과 엘리네르의 존재력이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솨아아아아-
엄청난 속도로 떨리는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 기운.
검과의 한마음 한뜻으로 동조를 이루며 천천히 검을 휘둘렀다.
그를 따라 성화철혈검법의 묘리가 깃들며 구결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매일 하는 수련이지만 넘을 듯 말 듯 간당간당한 상황.
조금만 더, 무언가 계기만 있다면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인식함으로써 존재한다.’
존재한다는 것은 뭘까.
인식하지 못하면 그것은 존재하는 것일까?
존재한다 해도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느낄 수 없다면 과연 그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수많은 의문.
‘존재의 차이는 인식에 따라 다르며 인식의 차이는 모두 제각각이다.’
주관적인 영역.
자신이 인식한다고 하여 타인과 다른 존재들까지 똑같이 인식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존재의 의의를 담아 그 인식을 비틀 수만 있다면, 인지의 영역을 의지대로 컨트롤 할 수 있지 않을까?
깊은 고민과 함께 천천히 두 눈을 뜨는 카론.
그리고 그의 검에는 어느새 검의 무덤에 존재하는 카마스의 형태가 옅게 씌워져 있었다.
카마스를 사용한 것은 아니나, 그냥 그 형과 존재함의 인식을 따 각인시킨 것.
엘리네르의 서린 기운은 카마스의 형과 존재감을 지닌 또 다른 무언가였다.
카마스의 업을 지니지도 않았으며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지도 않았으나 그저 존재만 할 뿐인 형태.
카론은 조용히 그 검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검을 내리그었다.
솨아아아아아-
수변으로 흩어지는 기류.
대기의 기류의 결을 끊어내며 천천히 검이 떨어져 내렸다.
하나에서 둘로 분열되고 둘에서 셋으로, 셋에서 넷으로 검이 분열되었으며 때로는 검날이 휘어 꼬아지기도 했다.
“수천아.”
세로로 그어지며 공간을 가르는 검.
그러나 여럿의 형이 나타나며 수천아의 주위를 감쌌다.
여러 개의 수천아가 만들어지며 앞으로 쏘아져 나아갔으며 카론의 눈에는 밝은 정광이 흘렀다.
-띠링, 큰 깨달음을 얻어 벽을 넘어섰습니다.
-성화전령신공이 7성에 접어들며 더욱 강대한 위력과 운용력을 구사합니다.
-성화철혈검법이 7성에 접어들며 더욱 강대한 위력과 운용력을 구사합니다.
-깨달음으로 인해 혜안이 깃들며 영력을 비롯한 정신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띠링, 육체의 숙련도에 비해 무공의 이해도와 깨달음이 비약적으로 높습니다.
-심기체의 불균형으로 인해 체화시간이 소요되며 제한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한동안 이어지는 깨달음의 여운.
마력의 폭풍이 몰아치며 카론의 몸을 감쌌다.
정순한 마나가 몸속 구석구석을 헤집으며 씻는 듯 녹아내렸다.
그에 주령이 반응하며 녹아든 마나를 집어삼키며 마력으로 전환 시키기 시작했다.
주령의 붉은 마력이 휘몰아치며 마나의 폭풍 속에서 또 다른 폭풍을 만들어냈다.
고요한 폭풍 속에서 천천히 눈을 떠 보이는 카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거대동굴이 아닌 마차 안이었다.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며 카론을 바라보는 레나스와 하쿠.
“대체 자면서 무슨 짓을 해야 그런 겁니까?”
“꿈을 꿨지. 꿈에서 내가 깨달음을 얻었는데, 그게 너무나도 심오해서 그런가 봐.”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돌리는 레나스와 하쿠.
마음 같아서는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거냐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실제로 자다가 갑자기 벽을 넘어서고 있는데 달리 뭐라 말하겠는가?
그러는 그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하쿠.
“눈만 감고 안 잔 거 아닙니까?”
“그것도 하나의 수련이라면 수련이네. 정신력 수련.”
“…….”
“그래서, 지금 어디쯤이야?”
“왕도를 벗어나 엔다스 영지로 향하는 중입니다.”
기지개를 켜며 고개를 끄덕이는 카론.
이미 명분도 만들어졌겠다 파티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출발했다.
굳이 아침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이 다급한 표정으로 뜻을 전하고 빠져나온 카론.
국왕을 비롯한 귀족들이 제법 당황한 표정이었으나 딱히 뭐라 하진 못했다.
하긴 아들이 아비를 구하러 가겠다는데 뭐라 하며 막을 것인가?
“일단 성국의 일은 끝냈고.”
성국의 심판자와는 모든 이야기를 끝냈다.
그리고 그 결론으로 칠현위의 아이들은 일단 신성 제국으로 향하기로 했다.
그곳에서 논공을 치하하고 빛의 신의 은혜를 준다나 뭐라나.
또한 마족의 시체도 일단 신성 제국에게 양도했다.
본디 메르샤의 것이지만 일단 명확한 증거가 마족의 시체였으니 신성 제국에 양도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모든 일이 끝난 후에는 다시 메르샤로 마물의 시체를 되돌려준다는 조건 하에 말이다.
그렇게 궁에서 해야 할 일들은 모두 일단락 짓고 일단 블래디아 영지로 향하는 중이었다.
마차의 창문을 열어 상쾌한 바람을 맞이하는 카론.
그리고 시스템 창을 연 카론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개혈마현 유키아라] (프리미엄)
티어 : 다이아몬드 【각성】
등급 : ★☆☆☆☆☆ (Lv_1)
유형 : 공격형(물리, 마법)
공격력 : 39,720+(121,480)
방어력 : 15,205+(29,128)
위대한 대 현자 ‘아게로 에르게스’의 숨겨진 7번째 제자로 마안을 각성하고 스승의 복수를 위해 살육을 하는 ‘피의 현자’라 불리는 존재다.
무위 : 공위, 이능 : 이절마안
(덱 효과 : 모든 카드가 10번째 공격에 ‘메모라이즈’의 효과가 발현하여 공격력의 400%에 달하는 마법 공격을 중첩시키며 적을 죽일 때마다 검은 인형의 ‘마의 파편’을 생성한다.)
*메모라이즈 : 10가지의 각각의 속성과 다른 유형의 파괴력을 지닌 마법이 존재하며 랜덤으로 사용된다.
*마의 파편 : 죽인 존재의 혼의 잔념을 생성하며 마의 파편이 늘어날수록 유키아라의 마력의 양과 질이 높아지며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소속 추가 효과 : 무광의 발할라가 존재할 시 마법 공격력+30%, 마법 증폭+30% 상승한다.
*스페셜 카드 효과 : 마의 파편 또는 마법 형의 권속이 늘어날 때마다 3%씩 공격력이 증가하며, 마력 증폭+5%, 마법 관통력+10%, 마법 제어력+10%가 상승하며 마력 총량이 20%씩 상승한다.
*각성 추가 효과 : 30% 확률로 메모라이즈가 2번 중첩되어 발현하며 메모라이즈가 발현될 때마다 덱의 모든 카드가 유키아라의 마력 총량의 30%를 10초간 공유한다.
*각성 추가 옵션 [+]
결국 각성까지 한 유키아라.
유키아라가 사기인 건 덱 효과보다는 ‘스페셜 카드 효과’ 자체가 사기였다.
아니, 혼자 있을 땐 사기라 볼 순 없지만, 발할라와 함께 있다면 사기와 같은 효율성을 보인다.
계속해서 권속을 늘리는 발할라와 권속이 늘어날 때마다 강해지는 유키아라.
마력 증폭과 공격력 증가도 좋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바로 ‘마력 총량 +20% 상승’이라는 옵션이다.
권속이 생길 때마다 마력 총량이 20%씩 늘어나기 때문에 마법을 난사할 수 있는 유키아라.
게다가 공격력과는 별개로 마력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파괴력도 높아지기에 그야말로 사기라 볼 수 있었다.
이런 효과가 있기에 발할라가 있다면 유키아라도 당연히 키워야 하는 것.
‘이제부터 시작이네.’
피식 웃어 보이는 카론.
이로써 2개의 각성 카드를 보유했다.
운만 잘 따라준다면 이번에 얻은 리미티드 카드도 각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사할린을 뛰어넘어야 하는 시간은 약 10년.
옅은 웃음과 함께 주먹을 꽉 쥐어 보이는 카론.
사할린의 경지가 대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속도로 강해진다면 어쩌면 그를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설령 뛰어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허무하게 수라에게 목숨을 빼앗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흑현…….”
“예?”
“아냐, 그냥 혼잣말이니.”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나스를 뒤로한 채 창밖을 바라보는 카론.
벤타믹에 관련된 에피소드는 모두 끝냈으니 이제 남은 것은 흑현이다.
놈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최소 1년은 걸릴 것이며 그 시간 동안 메르샤의 일을 얼추 마무리 짓고 사할린이 말한 아드윈드 산맥을 찾으면 될 것이다.
‘그나저나 그놈은 뭐 하고 있지?’
진짜 주인공이라 볼 수 있는 알렌워크 하렌.
지금쯤 그놈은 뭐 하고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수라와 같다고는 할 순 없지만, 그 비슷한 무언가를 들고 있는 하렌.
분명 알렌워크에는 그런 것이 없을 텐데 어째서 놈은 이상한 것을 품고 있는 걸까?
게임에서도 그랬고, 알려진 바에 의해서도 알렌워크에는 메르샤와 같은 그런 게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놈이 가문에서 쫓겨난 이유도 사악한 무언가를 품고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한참이나 흑현에 관한 생각을 이어 나가다 다시 거대 동굴 속으로 들어서는 카론.
블래디아 영지에 도착할 때까지 못다 했던 이벤트 던전을 깨고 수련을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제법 오랜 시간이 흘러 어느덧 도착한 블래디아 영지.
박살이라도 났을 줄 알았던 영지는 의외로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당장이라도 박살 낼 것처럼 말하더니 별것 없네.”
“사할리나 님께서 경고하지 않았습니까? 더군다나 직접 찾아온다고 했으니 당연한 일이겠죠.”
콧방귀를 끼며 영내로 진입하는 카론.
그곳에는 알렌워크의 문양을 한 수많은 마검사들이 존재해 있었다.
알렌워크에는 순수 마법사도 많이 존재했으나, 실제 주 전력이라 볼 수 있는 존재는 검과 마법에 능통한 ‘마검사’였다.
아무리 알렌워크라도 마법과 검술 모두를 아우르기는 쉽지 않은 일.
그만큼 강한 힘을 내나 모두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검술에 재능이 없는 자들은 순수마법의 길을 걸어 알렌워크에 상당한 전력이 되어주곤 했지만, 실질적인 전력은 이들과 같은 마검사들이라 봐야 했다.
그리고 그런 마검사들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식은 표정으로 그들을 노려보는 메르샤의 검사들.
그런 메르샤의 검사들 앞에서 카론이 조용히 말을 이었다.
“길을 열어라. 버러지들아.”
카론의 말에 두 눈을 찌푸리며 투기를 흘려내 보내는 알렌워크의 마검사들.
그에 메르샤의 검사들 역시 투기를 흘려보내며 그들과 대치했다.
그러는 그때 먼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웃음소리.
“허허허, 입이 거칠구나. 꼬마야.”
느껴지는 강대한 기운.
아마도 그가 4장로 인가 뭔가 하는 존재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를 보며 진하게 웃어 보이는 카론.
“적대적인 놈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성격은 아니라.”
그에 4장로 페레그네도 헛웃음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시 소문대로 막무가내인 성격인 것 같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