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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004
아테네가 함락당하기 직전, 델로스 제도를 거쳐서 에게 해를 가로지르며 항구도시에 도착한 외부병력에 의해서 전황은 다시 역전당하게 되었다.
에게 해를 건너서 도착한 외부병력은 결코 그리스 연합군에 우호적인 병사들이 아니었고, 오히려 그들을 적대하고 있는 세력의 병력이었다. 메넬라오스는 그 급보를 전해듣고서 누군가가 머리를 세게 때린듯한 두통을 느꼈다. 갑작스럽게 아테네의 지원군이 도착하다니, 대체 아테네를 지원할 그리스 국가가 어디에 있다고 지원군이 온단 말인가?
메넬라오스는 우선 아테네 공략을 중단하고 도시 점령으로 인해 흩어져 있는 병력들을 추스리려고 하였다. 역시 연합군답게 그 단결력은 최악에 가깝다. 폴리스의 왕들은 총사령관으로 메넬라오스를 인정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부대들마다 따로 운용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화근이 되었다. 명령 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을 뿐더러, 명령을 도대체 알아쳐먹으려고 하지를 않았다.
"메넬라오스 님!"
전령이 도착했다.
해안도시에 상륙한 외국의 군대가 대관절 어디에서 온 병력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파견을 보내놓았는데, 이제서야 도착하였다.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적어도 외부의 적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었다.
"어디에서 온 병사들이냐?!"
"트로이! 트로이에서 온 병사들입니다."
"트로이가 어째서 그리스의 사정에 간섭한단 말인가! 분명 트로이가 확실하겠지!"
"예! 태양과 화살들이 그려진 일리오스 깃발은 트로이 왕실 밖에 없습니다."
일리스오, 트로이 왕국에서 만약에 병력을 파병한 것이라면 그것은 동맹국 테살리아의 요청에 응답한 것이라고 밖에는 볼 길이 없다.
메넬라오스는 최대한 머리를 굴리면서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인식했다. 예상하지 못한 적들이 도착하였다고 해서 그들이 그리스 연합군의 사정을 봐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형인 아가멤논이 다스리는 미케네와 트로이 왕국은 그 관계가 악화일로를 겪고 있었다. 아가멤논은 종종 공적인 자리에서조차 트로이를 공격하여 점령할 것이라 떠든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트로이는 갑작스럽게 발전하기 시작하는 그리스를 견제하고 동맹국 테살리아의 요청에 응답하기 위해서 병력을 보낸 것이리라. 전령이 말하기로는 이미 수백 척에 달하는 함대들이 항구도시들에 일제히 상륙. 곧장 아테네로 진격하고 있다고 한다.
"포세이돈 님! 트로이에서 아테네를 구원하기 위해서 병력을 파견한 모양입니다!"
우선 메넬라오스는 자존심을 접어두고서 후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포세이돈에게 다가섰다. 그는 아테네의 성벽을 공격하느라 신격이 다소 사용하였는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포세이돈은 트로이 왕국에서 아테네를 보호하기 위해서 병력을 파병하였다는 말에 대뜸 분노부터 터트렸다.
"무엇이라! 트로이 따위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가로막는가!"
포세이돈은 아테네만큼이나 트로이를 미워했다.
과거 포세이돈은 아폴론과 함께 주신 제우스에게 반역을 일으킨 적이 있었는데, 결국 패배하여 아폴론과 함께 반역을 저지른 대가로 트로이 왕의 종놈이 되어버렸다. 종놈을 하면서 트로이의 굳건한 성벽을 쌓았고, 여러 궂은 일을 하면서 온갖 굴욕적인 일을 당했다. 물론 반역을 저지른 인과응보였지만 오만한 성격의 포세이돈이 그러한 인간의 사정을 들어줄 리가 없었다. 고작 인간 따위의 종놈 역할을 한 것에 대해서 굴욕적이라 여겼을 뿐이다.
"내가 그놈들을 모두 벌할 것이다!"
삼지창을 치켜들고서 포세이돈이 직접 나섰다.
해안가에 폭풍우를 몰아치도록 유도하여 트로이의 함선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겠다고 경고했다. 바다는 포세이돈의 영역이다. 트로이의 함선들을 모두 격파한다면 그들은 퇴각로를 잃어버리는 것이 될 것이고, 앞으로의 전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메넬라오스는 포세이돈의 권능을 빌려서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의도를 품었다. 비록 오만하고 다루기 힘든 신이었지만, 그가 가진 힘을 적절하게 이용한다면 든든한 지원군이 아닐 수 없었다. 포세이돈은 항구도시에서 밀려오는 트로이 병력들을 바라보면서 삼지창을 들어올렸는데, 그가 권능을 발휘하기도 전에 황금의 화살이 날아와 삼지창을 두들겼다.
포세이돈은 황금으로 만든 화살을 힐끗 바라보더니, 자신을 방해한 것이 무엇인지는 알아차렸다.
"아폴론!"
"오랜만입니다, 작은 아버지. 하지만 이번 건에 대해서는 물러나 주셔야겠습니다."
남성이었음에도 수려하다는 말이 잘 어울릴 정도로 아름다운 미청년이 활을 치켜들고서 포세이돈에 대적했다. 황금 화살을 다루는 궁수신은 단 한명 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포세이돈은 황금 화살을 보고서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남신이 누구인지 그 정체를 알아버렸다.
태양과 음악, 예술과 의술. 그리고 궁수신으로 특히 그 명성이 알려진 아폴론이었다. 제우스와 레토의 아들이며 아르테미스의 쌍둥이 오빠인 그는 트로이의 수호신이었고, 혹시나 그리스에 올림푸스 주신이 가담하였을 위험성이 다분하였으므로, 이번만큼은 트로이의 편에 서서 직접 트로이 병사들을 보호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수년 전에 다프네라는 님프에게 차이고, 이번에는 트로이의 공주인 카산드라에게조차 차였다는 불운의 전적을 가진 남신이기도 하다. 얼굴만 미려하다면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는다는 독특한 성벽을 가진 아폴론은 트로이에서 미소녀를 껴안으며 거하게 술대접을 받고는 그 대가로 이번 전쟁에 개입하였다.
물론 트로이 여성들에게 있어 아폴론의 인상은 가히 최악이다.
바람둥이에 호색한. 주신 제우스와 맞먹을 정도로 그 명성은 최악을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포세이돈과 아폴론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트로이 측에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
트로이의 제 1왕녀로 성검 듀란달을 사용하는 트로이 최고의 전사였다. 이름은 헥토르. 트로이를 대표하는 최고의 용사는 신의 혈육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초인의 경지에 오른 최강자이기도 했다. 특히 성검 듀란달은 신에게까지 상처를 입히는 검으로 유명했다. 간혹 괴물을 토벌했다던지 전쟁에서 승리하였다던지의 전승이 전해지고 있었다.
"아폴론, 적을..... 섬멸....."
"어이 어이, 이 아가씨야. 상대는 나의 작은 아버님이라고."
작고 귀엽게 생긴 여자아이는 분명 '최강의 전사'라고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정도로 체격이 왜소하고 어깨가 좁았다. 무예를 단련하지 않은 일반 소녀라고 할까. 그 누가 보더라도 이 소녀를 보고서 그 헥토르를 연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헥토르는 여러 괴물을 죽인 용사였고, 전쟁에서 연전연승을 거둔 최고의 지휘관이었기 때문이다.
새하얀 백발에 붉은 눈동자.
눈송이처럼 하얀 피부와 오밀조밀하기 귀여운 이목구비까지.
태양의 신이자 궁수신으로 유명한 아폴론은 미소녀를 특히 좋아하였는데, 그 중에서 이 알비노 소녀를 최고로 뽑았다. 그리스와 트로이 인근을 모두 뒤져보아도 이러한 미녀는 없을 것이라 단언했을 정도였다. 물론 아폴론의 입장에서 표명한 말에 불과했고, 그리스 최고의 미녀인 헬레네와 비교한다면 대등한 외모 투표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적어도 아폴론은 헥토르의 편을 들어주리라.
아폴론은 힐끗 귀여운 소녀의 엉덩이를 만지려고 했지만, 그보다도 먼저 알비노 소녀가 듀란달을 뽑아들었다. 만약 조금만 더 손을 접근시킨다면 그 손목을 베어내겠다는 의도였다. 그것을 보고서 아폴론이 황급하게 손을 거두었다.
진짜로 손이 잘려나간다.
헥토르는 진심으로 손을 베어낼 생각이다. 지금의 아폴론은 포세이돈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몸으로 하계에 강림한 상태였다. 일정 이상의 상처를 받으면 신계로 귀환하겠지만 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아픔은 느낀다. 그리고 팔이 베인다면 그 아픔은 상상을 초월하겠지.
태양신은 귀여우면서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엉뚱함을 가진 알비노 소녀를 힐끗 바라보다가 그 시선을 포세이돈에게 향했다.
"작은 아버지, 뭐 이렇게 된 상황입니다. 적당히 난동을 부리셨으니 이제 그만 바다로 돌아가시죠. 이미 많이 지친 것 같습니다만?"
"이놈! 건방진 태양신이!"
가만히 당할 생각은 없다는 듯이 포세이돈이 거센 바다의 기운을 일으켰다
그를 바라보던 아폴론은 "이런.... 이런...."이라고 중얼거리면서 황금 화살을 활시위에 걸었다. 태양의 힘을 빌려서 상대한다면 제아무리 포세이돈이라 할지라도 바다로 도망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평소였다면 당연히 포세이돈의 승리였겠지만 예상한대로 그는 이미 아테네를 공격하느라 대부분의 힘을 써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상대하기는 편할 것 같았다. 물론 저 성깔에 가만히 물러나주진 않겠지만.
아폴론은 인간의 심부름꾼이나 하고 있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한탄했다.
이제는 자신의 작은 아버지에게 활을 겨누고 있었다. 물론 자신이 총애하는 귀여운 여자아이를 위해서 싸우는 것이었으니 망설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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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가님, 과거 인물들을 TS시키면 양심의 가책을 못 느끼나요?
A: 내 소설에 나왔으면 딸감일 뿐이다.
Q: 조아라 노블레스 보시나요?
A: 내가 연재하는 소설이 더 꼴릿해서 다른 작가 소설은 안 봄.
인생 야설은 '여고생' '오탁의 공주' 뿐. 나머지는 흥미 없음.
-누군가의 인생 야설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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