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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성신 군주-172화 (172/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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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포스 침공

카산드라는 자신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믿어주는 라에가르의 모습에 반하고 말았다.

태양신 아폴론에게서 저주를 받은 이래로 거짓말쟁이라 불리며 사람들에게 경멸의 대상이 되었던 공주님은 자신에게 전적으로 신뢰를 주는 남성에게 반할 수밖에 없었다. 카산드라는 적극적으로 라에가르에게 애정을 과시하였고, 언제나 그와 팔짱을 끼고 다니며 예비 아내로서의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은 강해. 올림포스를 점령하는 것은 필연이야. 물론 힘든 과정이겠지만.”

“알아. 그렇지만 해내야지.”

“그래서 당신을 좋아해~!”

또 내 말을 믿어줬다.

내 말에 귀를 기울여줬어.

트로이의 아름다운 공주님은 이미 라에가르에게 함락된 뒤였다. 그와 함께 있던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카산드라의 운명을 바꿀 정도의 깊은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유일하게 거짓말쟁이 공주님의 말을 믿어준 사람이 아니던가. 카산드라는 영원히 이 사람만을 믿고 사랑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그 모습을 달갑지 않게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다.

허리까지 찰랑거리는 흑발을 가진 홍안의 미녀였다. 붉은 눈동자에 질투의 감정을 가득 담으면서 라에가르와 카산드라의 앞에 등장했다. 그 여성에 대해서는 일일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이미 알고 있겠지. 프티아의 공주인 아킬레우스였다.

“이 아킬레우스의 서방님께 트로이 여자가 꼬리를 쳐? 그 꼬맹이 계집애만으로도 짜증 나는데!”

아킬레우스는 갑자기 등장한 헥토르를 견제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는데, 이제는 그녀의 여동생인 카산드라까지 합류하자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솟는 것을 느꼈다. 또 트로이의 계집이다. 헥토르만큼이나 아름다우면서 고결한 미를 가진 카산드라는 아킬레우스의 또 다른 위협거리였고, 게다가 그 공주님이 트로이 출신이며 헥토르의 여동생이라는 것에 분노했다.

이 망할 자매들이 속속히 등장해서는 사람을 괴롭히고 있어!

분노한 아킬레우스의 앞을 헥토르가 가로막으며 또다시 사투가 벌어지는 듯했다. 헥토르는 여동생 카산드라가 드디어 자신의 짝을 만나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싶었다. 트로이의 왕세녀는 진심으로 카산드라의 행복한 모습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기원하고 있었고, 그를 방해하려는 아킬레우스를 몰아내려고 했다.

프티아의 망할 멧돼지, 항상 화내고 미워하는 모습밖에 보이지 않는 가슴 큰 젖소 같으니.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에 비하면 한참이나 나이가 어렸지만 그 나이 대에 걸맞지 않는 발육 상태를 자랑했다. 가슴도 커다랗고 허리가 늘씬한데다가 골반도 좋아서 걸을 때마다 엉덩이가 살랑거리는 모습이 음란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헥토르의 시선에서 보자면 그런 것이고, 정작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육감적인 몸매에 대한 자각이 없었지만.

“카산드라, 라에가르에게… 손 못 대게 할 거야, 이 멧돼지.”

“네 여동생이 내 서방님께 손대고 있는데 내가 아무 짓도 안 하게 생겼냐!”

“이미 혼인했어, 나와 카산드라는…. 질척거려, 아킬레우스… 넌 방해야.”

“네가 더 큰 방해야, 이 토끼야!”

새하얀 백발과 홍안을 가진 헥토르는 초식 동물인 토끼를 연상시킬 정도로 귀엽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무예와 무투술은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트로이의 최강자라고 불리고 있었지만.

가히 최강의 토끼라고 할까. 아킬레우스에 비해 왜소한 체격을 가지고 있는 헥토르였지만 언제나 그녀와 대등한 승부를 보였다.

지금에 와서 아킬레우스도 자신과 대등하게 싸우는 헥토르의 모습에서 그 싸움을 즐기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녀와 그녀의 여동생이 서방님에게 꼬리를 칠 때마다 진심으로 분노가 치솟았지만. 변함없이 무표정한 얼굴을 보이는 헥토르의 모습에서 화딱지가 나는 것을 느꼈다.

“그만.”

라에가르가 한 걸음 다가오면서 아킬레우스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의 모습에 아킬레우스는 이번에도 야단을 맞는다면서 침울한 모습을 지었지만, 곧이어 라에가르가 입술을 겹쳐오면서 적극적으로 애정 공세를 펼치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도 입술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여인으로서의 행복을 느꼈다.

사랑하는 사람의 입맞춤. 아킬레우스는 그 어떤 괴물과 영웅들과 싸워서도 패배하지 않는 불굴의 무장이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애정 앞에서는 스르륵 무너지고 말았다.

“서, 서방님~!”

“싸우지 마. 너희들 모두 내게 있어서는 사랑스러운 여자들이니까.”

“아, 알겠습니다! 서방님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아킬레우스는 불과 몇 초 만에 자신의 고집을 꺾어 내렸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탁이다. 아킬레우스에게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규칙이자 법이었다.

아킬레우스는 라에가르와의 입맞춤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라에가르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었다. 새빨갛게 붉어진 얼굴을 가리기 위함이다.

이미 잔뜩 풀어진 아킬레우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실실 흘러나오고 있었다. 너무 행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에라도 테살리아 왕궁을 한 바퀴 돌면서 지금의 입맞춤에 대해서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쉬워… 쉬운 여자, 아킬레우스…….”

“시, 시끄러! 이걸로 나의 존경하는 서방님께서 나를 총애한다는 건 잘 알겠지? 나와

서방님은 이런 애정을 자주 교환한다고.”

아킬레우스가 가슴을 내밀며 자랑하듯이 말했다. 그 행동을 취할 때마다 아킬레우스의 풍만한 가슴이 출렁거렸다.

요망한 거유를 본 헥토르의 눈가가 휘어졌다. 커다란 젖탱이를 들고 있다고 으쓱거리는 것 같았다. 빈약한 가슴을 가진 헥토르의 시점에서는 그저 으쓱거리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헥토르는 어째서 자신이 아킬레우스를 미워하고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우선 저 젖탱이가 꼴 보기 싫다.

“어머나, 이미 알고 있었지만 과격하네.”

카산드라는 눈앞에 아킬레우스와 헥토르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고, 라에가르가 아킬레우스에게 깊은 입맞춤을 하리라는 것도 예측했다. 아킬레우스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이후에 무엇이 벌어질지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언가 공주님은 라에가르가 아킬레우스에게 그러하였던 것처럼,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다가서면서 라에가르에게 키스를 시도했다.

부드러운 입술에 라에가르는 카산드라의 입에 혀를 집어넣으며 농후한 입맞춤을 즐겼다. 카산드라의 타액은 달콤했고 또 뜨거웠다.

카산드라는 적극적으로 입맞춤을 유도하면서 배시시 웃음을 터트렸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키스는 달콤한 행복으로 느껴진다고 하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카산드라는 자신의 심장이 쿵쾅거리고 있음을 느꼈다.

이게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애정이라는 걸까.

카산드라는 처음으로 겪어보는 그 감정이 여인으로서의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태양신 아폴론이 먼저 청혼을 하였을 때는 심장이 전혀 뛰지 않았지만, 라에가르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얼어붙은 심장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이걸로 1승.”

카산드라가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아킬레우스를 바라보았다.

그 웃음에 아킬레우스의 고운 이마에 십자 마크가 새겨졌다. 이 망할 자매들, 언니나 여동생이나 아주 쌍으로 나를 엿 먹이잖아!

“당신이 새긴 입술 자국은 제가 지워 버렸거든요? 저는 입 안까지 구석구석 탐닉하면서 즐겼죠.”

“나, 나도 다시 하면 되잖아!”

아킬레우스가 다시 라에가르에게 다가가더니 이번에는 농후한 키스를 즐겼다. 혀와 혀가 만나면서 서로 굴리고 타액을 교환하면서 그 맛을 즐겼다.

아킬레우스의 혀놀림은 서툴렀지만 라에가르가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공세하면서 상황이 역전되었다. 그녀의 가녀린 허리에 손을 두르며 길고 긴 입맞춤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를 지켜보던 헥토르가 물었다.

“나도… 해……?”

“해야죠, 언니. 프티아의 공주에게 질 생각이에요?”

“그, 그건 싫지만…….”

처음이란 말이야.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르고.

헥토르에게 속삭이는 카산드라의 모습을 보며 라에가르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어째서 카산드라가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키스를 해왔는지, 그리고 아킬레우스를 일부러 도발해서 다시 키스를 하게 만들었는지.

카산드라는 자신의 언니가 곧 결혼하게 될 상대에게 애정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기 위해 아킬레우스를 도발한 것이다. 이러한 기회를 놓친다면 연애에 서투른 헥토르는 다른 여인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카산드라는 어떻게 하면 헥토르가 적극적으로 응수할지를 생각하며 미래를 엿보았고, 헥토르가 라에가르에게 달라붙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내면서 그 예언이 이루어지도록 과정을 유도했다.

예언을 읽는 능력.

너무도 편리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 * *

카산드라가 수상하게 변했다.

지금 그녀가 보이는 행동을 보며 라에가르는 의심에 젖었다.

라에가르가 전쟁터에서 두르는 붉은색 망토를 어디서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목 가에 두르고는 이상하게 생긴 문양의 목걸이를 두 손으로 집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예언을 통해서 총 19만 7,849개의 미래를 엿보았지만 그 안에는 라에가르 님의 승리밖에 보이지 않았어. 도르마무, 도르마무… 거래를 하러 왔다.”

무언가 이상한 정신파 공격을 받은 게 아닐까.

라에가르를 만나면서 점차 카산드라는 유약하고 소심했던 과거의 자신을 버리고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헥토르는 지금의 그녀를 보고서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카산드라가 진심으로 웃기 시작했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언니로서 기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카산드라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해준 라에가르에게 한없는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그 활기 발랄한 모습이 도가 지나친 것 같았지만.

언니의 눈으로 보기에는 그저 어린 여동생의 장난기로 보였던 모양이다. 물론 외견 연령으로만 본다면 헥토르가 지극히 동안이라 카산드라보다도 훨씬 어려 보였지만. 카산드라가 20대 초반이었다면, 헥토르는 10대 초중반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대체 어릴 적에 무슨 영약을 먹었기에 어린 외견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걸까.

“라에가르, 정말 좋아해~!”

카산드라가 두 팔을 벌리며 라에가르에게 안겨들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지금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헤르메스는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었다. 트로이의 왕녀께서 이토록 라에가르에게 빠져버릴 줄이야. 그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헤르메스로서는 조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헤르메스도 라에가르와 함께하면서 그의 좋은 점을 익히 알고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카산드라처럼 적극적인 애정 행각을 보일 수는 없었다. 라에가르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만, 저런 식으로 대놓고 행동할 줄이야. 헤르메스에게는 어림도 없는 행동이다.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그 어울리지 않는 망토는 또 뭐고?”

헤르메스의 물음에 카산드라가 과장된 몸짓을 보이면서 망토를 펄럭거렸다.

“크크크! 크크크크크! 저는 라에가르의 전속 예언가! 그의 미래를 엿보고 언젠가 들이닥칠 위험과 고난으로부터 그를 구원하는 트로이의 왕녀 카산드라입니다. 예언가 공주님이라고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말에 헤르메스가 잠시 할 말을 잊었다. 그리고 그건 라에가르도 마찬가지였는지 입을 다물고서 카산드라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유일하게 헥트로만이 “카산드라 멋지다. 나도 따라 해볼래”라고 말하면서 붉은 눈동자를 반짝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카산드라의 과장된 행동과 몸짓은 헥토르의 눈이 보기에는 무척이나 멋진 히어로로 보였던 모양이다.

망토를 펄럭이며 예언가를 자칭하는 여성.

만약 아폴론이 카산드라에게 더한 능력을 주었다면 희대의 마법사가 탄생되었을지도 모른다. 라에가르는 예언 능력만을 준 아폴론의 지혜에 감탄했다. 만약 시대의 변화에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면 하계의 왕은 라에가르가 아니라 카산드라 공주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나도 몰라.”

“열다섯 살의 아이들에게만 나타나는 이상 증세의 일종 같은데.”

“아, 나도 예전에 그거 앓은 적 있었지.”

“과거형으로 말하지 마. 지금도 넌 그 수준이야.”

“이 도둑년이 말이면 다인 줄 아나.”

라에가르가 헤르메스의 말랑한 뺨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헤르메스는 라에가르의 품에 안겨서는 허둥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뺨을 잡아당기는 모습도, 그리고 그에 당하는 모습도 어딘가 익숙하다. 어릴 적부터 라에가르와 헤르메스는 자주 어울려 놀았기 때문에 서로를 동생이라고 생각하면서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항상 라에가르를 걱정해 주면서 그를 좋아했고, 라에가르도 헤르메스를 좋아하고 있었다. 남매로서, 그리고 이성으로서. 지금은 그를 표현하지 못해서 그저 이런 장난으로 때우고 있었지만.

언젠가 그 계기가 발생한다면 라에가르와 헤르메스가 남매가 아닌 연인으로서 발전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물론 그 훗날의 일은 카산드라만이 알고 있었지만.

카산드라가 헥토르에게 물었다.

“언니, 헤르메스 님도 라에가르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응, 그러게.”

라에가르를 사랑하는 여인들이었기에 헤르메스가 그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비교적 둔감한 성격의 소유자인 라에가르였기 때문에 그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지, 카산드라와 헥토르는 그를 곧바로 알아차렸다. 그리고 언젠가는 헤르메스도 라에가르의 새로운 여인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아킬레우스와는 달리 트로이의 공주님들은 질투라는 감정이 희박했고, 오히려 헤르메스도 라에가르의 여인이 되면 좋겠다고 여길 뿐이다.

전령의 여신이자 도둑들의 여신인 헤르메스가 얼마나 라에가르를 걱정하고 그를 위해서 동분서주하면서 다녔는지를 공주님들도 알고 있었다. 라에가르를 알고 지낸 시간은 적었지만 헤르메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헤르메스는 그를 배려해 주고 있었다.

올림포스와 하계를 들락날락거리며 소식을 전달하고 라에가르의 연락망을 자처하고 있을 정도라면 참 대단한 정성이 아닐 수 없다.

“라에가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방식으로……?”

“제 능력을 사용하면 간단하죠.”

카산드라는 어디서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왼팔에 붕대를 두르고 왼쪽 눈가에는 새카만 계열의 안대까지 차고 있었다.

테살리아의 왕비이자 예언가 공주를 자청하는 카산드라는 과장된 몸짓으로 왼쪽 눈가를 부여잡으며 자신이 가진 예언 능력을 십분 발휘해서 라에가르를 돕겠다고 다짐했다.

이 능력이라면 가능하다. 주변인들로부터 미움을 받게 만든 저주스런 예언 능력이었지만, 그 예언을 믿고 신뢰하고 있는 라에가르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라에가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카산드라는 점점 자신의 저주받은 예언 능력에 깊은 애정을 느꼈다. 이 능력으로 사랑하는 남자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라도 그에게 예언에 대해서 말해 줄 수 있었다.

“우선 헤르메스 님부터 솔직하게 라에가르에게 마음을 고백할 수 있는 미래를 앞당겨서 찾아오게 만들 거예요. 제 능력이라면 간단하죠.”

“돌팔이…….”

“저는 진짜 예언가라니까요!”

“알았어, 알았어. 화내지 마… 몸은 다 컸지만, 머리는… 어린애구나.”

당연히 헥토르는 카산드라의 예언을 믿지 않았다.

그녀의 예언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라에가르가 유일하다. 헥토르는 카산드라를 여동생으로서 좋아하고 있었지만, 카산드라의 예언만큼은 믿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저주였으니까. 헥토르도 그 저주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요즘 들어서는 카산드라가 망토를 펄럭이고 수상하게 웃기 시작하는 정신병에 걸렸으므로 그나마 미약하던 신뢰성까지도 모두 박살 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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