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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죽음의 마작 테이블. (288/459)

288. 죽음의 마작 테이블.2020.09.12.

1655074868918.jpg“하아……!”

옆자리의 벨이 그때까지 참아왔던 숨을 한꺼번에 토해냈다.

16550748689188.png“뭘 하나?”

선우진은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두웨성의 부하에게 손짓했다.

16550748689188.png“자네 두목에게 내가 한 말을 옮겨야지.”

16550748689197.jpg“이익……!”

두웨성의 부하는 이를 바득 갈면서도 조금 전 선우진의 질문을 중국어로 옮겨 전했다. 그가 두웨성의 귓가에 속삭이는 동안, 선우진은 하야시에게 일본어로 물었다.

16550748689188.png“중국어하는 군인도 데리고 왔나, 하야시 중위?”

16550748689197.jpg“네, 사이온지 선생!”

하야시는 여전히 두웨성의 머리에 권총을 겨눈 채 뒤쪽을 향해 소리쳤다.

16550748689197.jpg“어이, 무라카미! 이리 와서 사이온지 선생께 인사드려!”

16550748689197.jpg“아, 네!”

자그마한 몸집의 해군 병사가 다급하게 뛰어와 선우진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16550748689197.jpg“무라카미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사이온지 선생!”

16550748689188.png“중국어를 하나?”

선우진은 자신의 잔을 채우며 물었다. 무라카미는 차렷 자세를 취하고 외쳤다.

16550748689197.jpg“그렇습니다!”

16550748689188.png“좋아, 그렇다면 잠시 내 통역 역할을 해주게. 욕설이든 협박이든 모두 그대로 옮겨주면 되네. 저 녀석이…… 내 말을 제대로 전하는지 어떤지 감시도 하고 말일세.”

선우진은 두웨성의 부하를 가리키며 얄밉게 웃었다. 영어를 중국어로 옮겨줄 사람은 이미 방 안에 몇 명이나 있었지만, 지금은 일본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16550748716095.png“비열하게 미리…… 부하들을 대기시킨 거냐, 일본인?”

두웨성이 증오에 찬 시선으로 선우진을 노려보았다. 무라카미를 통해 그의 말을 전해들은 선우진은 웃음기를 거두지 않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16550748689188.png“대기라니, 무슨 소리인가? 어디까지나 우연히 만났을 뿐이네.”

물론 모든 것은 다 그가 준비해 둔 함정이 맞다. 사복 차림으로 택시에 나눠 타고서 각기 다른 시간에 와이탄 로얄 클럽의 특실로 가라는 지시도, 또 택시는 클럽 입구에 대기시켜 두라는 지시도, 권총을 숨기되 중국어 통역을 데리고 오라는 것도, 그러다가 손뼉 세 번이 크게 울리면 튀어나오라는 지시까지도 전부 다…… 그가 바바를 통해 건넨 봉투 안에 지폐다발과 함께 들어있던 주문이다.

16550748716095.png“이 정도로 이겼다고 생각하나, 일본인?”

두웨성이 다시 물었다. 역시…… 상하이 최고의 범죄조직 두목답게 배짱은 제법 두둑하다. 선우진은 술잔을 기울이며 대꾸했다.

16550748689188.png“머리에 권총이 겨눠졌는데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니, 어지간해서는 질 일이 없겠군 그래. 뒤통수에 구멍이 하나 뚫리면 그때는 졌다는 기분이 좀 들겠나?”

16550748716095.png“나를 죽이겠다고? 프랑스 조계에서 일본군이 난동을 피우고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가? 큰 외교문제가 될 거다. 이걸 감당할 수 있겠나?”

16550748689188.png“잘 듣게.”

선우진은 검지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16550748689188.png“첫째, 해군 정복 차림이 아니기에 지금 이 상황은 일본군과 무관하네. 휴가를 즐기러 나왔다가 칼을 든 중국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은…… 사소한 사건일 뿐이지.”

이렇게 확실한 대의명분을 굳이 설명하는 건, 하야시 중위를 비롯한 일본 해군들을 안심시키기 위함이다. 이들이 두웨성의 심리전에 말려 불안에 떨면, 이렇게 힘들여 가며 이 자리를 마련한 보람이 사라진다.

16550748716095.png“감히 나를…… 불량배라고 불러? 나는 엄연한 사업가이자, 공산주의자들을 수천이나 때려죽인 영웅이고, 장제스 총통으로부터 임명받은 국민혁명군의 장군이다!”

두웨성이 발끈하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

16550748689188.png‘그래서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이지…….’

선우진은 놈의 험상궂은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칭방의 두목이, 정규군의 장군까지 겸하는 국가가 제대로 돌아갈 턱이 없다. 누가 그 나라에서 원칙이 지켜진다고 믿겠는가? 아무도 원칙과 법을 믿지 않는 사회는 그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아수라장일 뿐이다. 더 슬픈 것은, 이런 자들이 군림하는 곳에 조선의 공화정부가 둥지를 틀 수밖에 없는 암울한 현실이었다.

16550748689188.png“둘째…….”

선우진은 놈의 말이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평온하게 두 번째 이유를 댔다.

16550748689188.png“당신은 흉기까지 동원해 프랑스 영사의 귀빈을 협박했네. 지금 이 자리에서 당신을 사살한다고 해도, 프랑스 영사는 오히려 나에게 사과를 할 걸세. 저기 증인도 있지.”

선우진이 가리킨 사람은, 긴장한 표정으로 무라카미의 중국어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멍샤오둥이다.

16550748743942.png“그러지 마요!”

자신이 지목되자마자 멍샤오둥은 기겁을 하며 간곡히 손사래를 쳤다.

16550748743942.png“당신도 내 친구지만, 두 소장 역시 내 소중한 친구예요. 사살이라니! 이런 싸움은 싫어요! 두 소장도 정말로 당신을 해칠 생각은 아니었을 거예요! 그냥 겁을 좀 주려고 했던 것뿐이지!”

위기의 상황에서 드러난 멍샤오둥의 진심은, 선우진이 예상했던 것처럼 두웨성에 대한 두터운 신뢰와 호감이었다. 선우진이 별 반응이 없자, 멍샤오둥은 계속 그에 대한 변호를 이어갔다.

16550748743942.png“그 증거로 두 소장은 지금까지 한 번도 내 앞에서 피를 보인 적이 없었어요! 이번에도 그랬을 거라고, 난 믿어요! 정말이에요!”

16550748716095.png“애원하지 마! 나는 누구에게도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다!”

멍샤오둥의 말을 끊은 두웨성이 선우진을 돌아보며 소리를 질렀다.

16550748716095.png“배짱이 있으면 쏴 봐! 상하이 프랑스 조계에서 나를 죽이고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지! 이 가게를 빠져나가자마자 사방에서 성난 칭방의 형제들이 너희를 덮칠 거다! 너희는 못 도망쳐!”

16550748689188.png“내가 왜 도망을 치겠나? 잠시 후에 도착할 프랑스 영사의 호위를 받게 될 텐데.”

선우진은 만면에 여유 가득한 미소를 띠었다. 롤스로이스에 남겨두고 온 영사관 직원이 놀라서 전화를 할 테고, 연락을 받은 영국 영사관에서는 프랑스 영사관에 긴급지원을 요청할 게 빤하니, 정말로 잠시 후면 프랑스 영사가 달려올 것이다.

16550748716095.png“그래, 죽여라! 죽여어어! 어디 해 봐아아!”

독이 오를 대로 오른 두웨성은 광인처럼 악을 써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무서울 건 없지만, 이래서야 대화가 안 된다.

16550748689188.png“하야시 중위.”

선우진은 무라카미의 가슴을 짚어 이 말은 번역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하고 나서, 하야시에게 명령했다.

16550748689188.png“벽에 한 방 쏘게. 주의를 좀 주어야 말을 알아먹을 상대인 것 같군.”

16550748689197.jpg“네, 사이온지 선생!”

하야시는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고 슬쩍 벽 쪽으로 총구를 틀며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어떤 예고나 지체도 없이 커다란 총성이 울리자, 두웨성을 비롯한 중국인 불량배들은 모두 움찔하며 상체를 숙였다. 턱-! 경고사격을 마친 하야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총구를 다시 두웨성의 뒤통수에 가져다댔다. 선우진에게 잘 보일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는 열의로,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16550748689188.png“자, 뭐가 달라졌나?”

총성의 메아리가 좀 잦아든 뒤, 선우진이 물었다.

16550748689188.png“이렇게 큰 소리가 났는데도, 당신을 구하기 위해 달려오는 사람이 하나 없군.”

빠득-! 두웨성은 턱이 부들거릴 정도로 힘주어 이를 갈았지만 더 이상 악을 쓰지는 않았다. 선우진은 두웨성을 응시하며 엄중히 경고했다.

16550748689188.png“또 소리를 지르면 이번에는 오른손을 날릴 거다. 내게 말을 건넬 때는 항상 예의를 갖춰라. 그리고…… 이 자리에는 숙녀들도 계시다는 걸 잊지 말고.”

16550748743942.png“그런 말 하지 말라니까요! 두 소장을 해치지 마세요! 말은 좀 거칠어도 바탕은 좋은 사람이에요!”

분위기가 점점 더 험악하게 흐르자, 멍샤오둥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도리질을 했다.

16550748689188.png‘당신에게나 좋은 사람이겠지.’

선우진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동족을 수천 명이나 때려죽였다고 자랑하는 도살자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는 가당치도 않다. 문제는…… 이 자리에서 이놈을 죽인다 한들, 달라지는 건 전혀 없으리라는 데에 있었다. 어차피 상하이는 칭방의 다른 간부 차지가 될 것이고, 장제스는 또 그 새로운 두목과 호형호제하며 이익을 나눠먹을 테니까. 그러니…… 이놈을 이용해서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16550748689188.png“사실 별 가치 없는 생명처럼 보이지만, 둥 황제가 저렇게까지 부탁하니 살려줄까 싶기도 하군.”

선우진은 교만한 표정으로 조롱하듯 말했다.

16550748716095.png“끄윽!”

꽉 움켜쥔 두웨성의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지금 선우진이 내뱉는 모든 단어들은 칼날처럼 아프게 그의 자존심을 베어낼 것이고, 그 쓰라린 흉터는 오래도록 남아 일본인에 대한 증오로 이어질 터다.

16550748689188.png“그런데 또 살려주자니…… 당신의 등 뒤에 달라붙어 원수를 갚아달라며 흐느끼고 있는 원혼들이 너무 가련하고……. 이거야 원 어떻게 해야 옳은 것인지를 모르겠군.”

잠시 희망을 줬던 선우진은 곧바로 또 고삐를 잡아챘다.

16550748716095.png“흥!”

같잖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두웨성의 눈가에는 일순 두려움의 기운이 스쳐갔다. 미신을 강하게 신봉하는 자들에게 원혼만큼 두려운 단어는 많지 않다. 선우진은 더욱 깊은 공포를 두웨성에게 안겨주기로 했다.

16550748689188.png“어떻게 생각하시오, 노엘 양? 저자를 살려주는 문제에 대해서.”

선우진은 일본어로 묻고, 무라카미가 그 질문을 벨에게 중국어로 옮겼다. 슬쩍 선우진의 눈치를 살핀 벨은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1655074868918.jpg“……살려주세요. 저도 부탁드립니다.”

16550748689188.png“살려주자는 것이 두 표군. 하야시 중위,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16550748689197.jpg“이런 쓰레기 같은 지나 놈들에게까지 자비를 베풀 필요는 없습니다, 사이온지 선생. 이런 놈들은 마약에 쩐 벌레와 다르지 않습니다.”

누가 일본군인 아니랄까 봐, 하야시는 제삼자가 듣기에도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못된 말들을 잔뜩 뱉어냈다.

16550748689188.png“나도 사실 죽이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는 한데……. 그럼 2대 2로 팽팽히 맞서는군. 이리 되었으니 저자의 운명에 맡기는 수밖에……. 누가 저걸 좀 이리로 가져오게.”

선우진은 뒤쪽에 놓여있는 마작 탁자를 가리켰다. 드으윽-! 일본 해군 병사 둘이 마작 탁자를 들어 선우진의 곁으로 옮겨놓았다. 선우진은 테이블의 안주와 꽃병을 지목했다.

16550748689188.png“저걸 치우고, 거기에 마작 패를 놓아주겠나? 아니, 그렇게 하지 말고 전부 다 평평하게 사각으로……. 패가 전부 다 해서 136개이니 세로로 열일곱 줄, 가로로 여덟 줄을 놓으면 되겠군.”

16550748689197.jpg“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일본 해군 병사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선우진의 지시대로 마작 패를 죽 늘어놓기 시작했다.

16550748689197.jpg“……아!”

아귀가 제대로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병사들이 미안해하며 물었다.

16550748689197.jpg“이런 패는 어떻게 합니까, 사이온지 선생?”

병사가 들어 보인 것은 소위 꽃 패라고 불리는, 일본 마작에서는 쓰지 않는 그림 패였다. 선우진은 선심이라도 베풀듯 너그럽게 손짓했다.

16550748689188.png“섞어 넣게. 중국에서 하는 도박이니 중국인들의 규칙을 따라야지. 그럼 가로세로 12줄일세.”

16550748689197.jpg“알겠습니다!”

병사들은 원래의 계산보다 8개 더 늘어난 마작 패를 새로 배치해서 정사각형을 만들었다.

16550748716095.png‘뭘 하자는 거지?’

난데없이 테이블에 마작 패가 쌓이는 걸 보며, 두웨성은 불안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16550748689188.png“당신의 생사가 걸린 문제이니 잘 듣도록.”

선우진은 주사위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16550748689188.png“지금부터 이 테이블에 앉은 네 사람이 순서대로 패를 하나씩 깔 거다. 그렇게 해서 4국, 총 열여섯 개의 패가 열리는 것이지.”

선우진은 시범을 보이듯 오른쪽 아래 구석의 패를 하나 뒤집었다. M자 두 개가 마주보고 있는 형상의 패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16550748689188.png“삭수패 8이로군. 이런 건 안 나오는 편이 유리한 도박인데…….”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잠시 시간을 두었다가 다시 덮어 제자리에 넣으며 선우진은 말을 이었다.

16550748689188.png“열여섯 개의 패를 다 더했을 때 99가 넘으면…… 너는 죽는다. 그 반대로 99까지는 살려주지. 이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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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0748716095.png“……장난치지 마. 나 두웨성이…… 그따위 허튼 수작에 넘어갈 사람처럼 보이나?”

두웨성은 선우진을 노려보며 작게 도리질을 했다. 선우진은 깍지 낀 두 손을 테이블 위에 올려둔 채 의자에 등을 기댔다.

16550748689188.png“허튼 수작이 아니라, 이것이 바로 지금 당신이 만난 운명일세. 조금 전에 뭐라고 했지? 장면이라 했던가?”

16550748716095.png“네놈의 장난질에 놀아날 생각은 없다! 집어치워!”

16550748689188.png“배짱이 없는 자로군. 보잘 것 없어, 후후.”

선우진은 조롱하듯 웃으며 자신의 회중시계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16550748689188.png“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줘 볼까 했더니, 그렇게 두려워하니 나로서도 더 호의를 베풀 이유가 없지. ……하야시 중위.”

16550748689197.jpg“네! 사이온지 선생!”

16550748689188.png“내 시계로 3분이 지나도 저자가 계속 버티면, 그냥 당겨버리게. 슬슬 질리는군. ……자, 지금부터 3분일세.”

초침이 12시를 지날 때, 선우진이 명령했다. 무라카미로부터 그의 말을 옮겨들은 멍샤오둥이 입을 가리고 눈물을 쏟았다.

16550748743942.png“하지 말라니까요! 두 소장을 살려줘요!”

16550748689188.png“살려주고 싶어서 제안을 했는데 저렇게 거절하지 않습니까, 미스 멍. 내게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통역을 거쳐 가며 그런 대화를 하는 동안, 벌써 초침은 한 바퀴 하고도 절반가량을 돌았다.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초침이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멍샤오둥과 두웨성, 그리고 벨의 얼굴은 모두 흙빛으로 변해갔다. 하지만 정작 방아쇠를 당기기로 되어있는 하야시는 그야말로 평온하다. 자국의 화족을 위해 중국인을 죽이는 정도는 일본군 내에서 범죄로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하야시는 아주 잘 안다.

16550748743942.png“해 봐요! 일단 시키는 대로 해요!”

선우진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멍샤오둥은 두웨성의 손을 잡고 흔들며 애원했다. 째깍, 째깍, 째깍, 째깍-! 또 다시 한 바퀴가 돌아갔다. 이제 남은 것은 불과 30초. 이제 25초 뒤에는 하야시에게 쏘지 말라고 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16550748716095.png“좋아!”

두웨성은 결국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손끝을 들어 참여의사를 밝혔다.

16550748716095.png“하겠다! 하겠다고!”

선우진의 예상보다 10초 정도 빠른 굴복이었다. 선우진은 회중시계의 뚜껑을 덮으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16550748689188.png“진작 그랬어야지. 그럼 시작할까?”

16550748716095.png“마작 패에는…… 숫자만 있는 게 아니야, 일본인! 자 패나…… 화 패는 어떻게 할 셈이냐?”

족보를 질문하는 두웨성의 목소리가 가볍게 떨린다. 그만큼 선우진의 블러핑이 제대로 먹혔다는 의미였다.

16550748689188.png“글자가 있는 패도, 꽃이 그려진 패도 전부 다 16으로 계산한다.”

16550748716095.png“16이라니? 그러면…….”

순식간에 계산을 끝낸 두웨성이 핏발선 눈을 크게 떴다.

16550748716095.png“내가 불리한 도박이 아니냐?”

16550748689188.png“계산이 빨라 좋군. 역시 범죄자라고 해도 아무나 우두머리가 되는 것은 아닌가?”

선우진은 빙글거리며 두웨성을 조롱했다. 마작의 숫자 패는 1부터 9까지 각기 다른 모양으로 세 가지 수열이 네 짝씩 들어있다. 그렇게 계산했을 때의 중간 값은 5. 그걸 16번 뒤집었을 때 합계의 평균은 80. 다시 말해 99보다 작은 수다. 하지만 글자 패 28개와 그림 패 8개를 전부 16으로 친다면, 그때의 중간 값은 7.75……. 두웨성이 이길 수 있는 확률은 큰 폭으로 떨어진다. 분을 이기지 못한 두웨성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16550748716095.png“나를 놀린 거냐? 이 비겁한……!”

16550748689188.png“하지만 마작에는 슌츠와 쿠츠가 있지.”

두웨성이 치를 떨든 말든 선우진은 계속해서 차분히 규칙을 설명해나갔다.

16550748689188.png“같은 종류로 이어지는 숫자 패 세 개가 모이든, 같은 모양 세 개가 모이든…… 그 세 개는 계산에서 제한다. 그 정도면 공평하지 않은가?”

16550748716095.png“후우……!”

잠시 계산을 해 보던 두웨성이 큰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16550748716095.png“패 뒤집는 순서는 어떻게 정할 건가, 일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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