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선재차-6화 (6/420)

6화 내놔라

'기초검술 근신삼련'

총 3개의 초식으로 이루어진 검술.

3개의 초식은 각각 '돌(突)', '파(破)', '격(擊)'으로 불렸다.

수업 시간에 북진은 정삼석이 가르치는 내용을 한 번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북진은 그가 보이는 시범을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북진은 완벽하게 검술을 시전해냈다.

북진의 손에서 펼쳐진 '기초검술 근신삼련'의 세 초식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그 모습은 매우 숙련된 모습이었다.

마치 이미 수개월 동안 이 검술을 수련한 듯한 모습이었다.

휘익! 휙!

북진의 동작과 함께 허공을 가르는 파공성이 울려 퍼졌다.

허공에 그의 손에 들린 나뭇가지의 잔상이 화려하게 수놓아지고 있었다.

빠직!

북진의 손에 들려있던 나뭇가지가 견디지 못하고 부러져나갔다.

하지만 북진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듯 반 토막만 남은 나뭇가지를 휘두르며 계속해서 검술을 시전해 나갔다.

북진은 자신의 온몸에서 근육통과 피로가 느껴질 때까지 검술을 시전하고 나서야 이 기이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북진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북진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게 빛나고 있었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그 어플은 나를 대신해서 무공을 수련해 주는 어플이었어."

북진은 드디어 이상한 어플의 기능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플 안에 떠오른 북진과 생김새가 닮은 그림자는 현실의 북진을 대신해 무공을 수련하는 것이었다.

어플 속의 그림자가 검술은 한 번 시전할 때마다 현실의 북진 또한 '기초검술 근신삼련'에 대한 깨달음이 한 걸음씩 진보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 효과는 현실의 북진이 직접 수련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북진은 이미 기초검술 중 최고의 필살 비기라고 할 수 있는 '기초검술 근신삼련'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불과 이 각에 불과한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이 과정에는 조금의 난관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엄청난 수련 속도와 효과는 압도적이었다.

제3 학원 2학년 중에서도 20년에 한 번 나오는 천재라는 말을 듣는 사신림, 무새, 오소방 이 세 사람도 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순간 북진은 말 그대로 수련의 천재로 변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북진은 자신의 앞머리를 뒤로 쓸어 넘긴 뒤 두 팔을 허리에 얹고 미친 사람처럼 크게 웃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정체가 무공 수련의 신물(神物)이었다니!'

북진은 흥이 절로 났다.

'그 어떤 무공과 비기를 습득하든, 스마트폰에 어플만 다운받으면 저절로 강해지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나는 천하무적이다! 하하하!'

그 뒤로도 학교 안에서는 북진의 기괴한 웃음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그 웃음소리를 들은 새들이 놀라서 날개를 펴고 급히 도망갈 정도였다.

옆에서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왕 집사는 머리가 아파 왔다.

'좋지 않다. 도련님의 상태가 날로 나빠지는구나…….'

왕 집사는 자신의 머리를 손을 짚고서 북진에게서 슬금슬금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런데 왜 스마트폰에는 [기초검술 근신삼련], 이 어플 하나만 나타나고 다른 무술은 나타나지 않은 것이지?"

미친 듯이 웃고 있던 부진이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다른 손으로 턱을 만지며 고민에 빠져들었다.

사실 오늘 수업 시간에 교사 정삼석이 가르친 수업은 총 2가지였다.

'초등현기응련술', 그리고 '기초검술 근신삼련'.

이 두 가지 공법 중에 '기초검술 근신삼련'만 어플 스토어에 나타났다.

'무작위로 나타나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특별한 원인이 있는 것일까?'

북진은 아마도 어떤 특별한 원인이 존재할 것이란 생각에 무게를 두었다.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 자세히 고민하면 북진의 머릿속에 불현듯 한 가지 일이 떠올랐다.

"선생님께서 첫 교시에 '초등현기응련술'에 대해 강의하실 때 나는 스마트폰을 연구하느라 하나도 듣지 않았다.

그리고 그다음 시간에 '기초검술 근신삼련'에 대해 가르칠 때도 여전히 수업을 듣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다른 행동을 한 가지 했어……."

두 번째 수업 시간이었다.

북진은 스마트폰에 설치되어 있던 카메라 어플을 켜서 정삼석이 검술을 시연하는 과정을 잠시 동영상으로 촬영했었다.

그때 북진은 카메라 기능을 사용해 무언가 촬영한다면 새로운 기능이 나타나지 않을까 시험하는 중이었다.

'설마……, 선생님께서 검술 시연을 할 때 내가 그것을 몰래 촬영했기 때문에 그 공법의 내용이 스마트폰 안에 기록된 건가?

그래서 어떤 알 수 없는 신비한 힘에 의해 수련을 가능하게 하는 어플로 변화한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니 앞뒤가 맞는다. 분명 그것이 원인인 거야! 하하하!'

북진이 현재 차지하고 있는 몸은 매우 수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이 멋진 외모에 나의 똑똑한 지능, 그리고 스마트폰의 신비한 기능까지 더한다면 그야말로 완벽하구나! 하하하!'

북진은 다시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과거 누군가 말했다.

실천은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북진은 내일 수업 시간에 한 번 더 시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한 번 다른 수업의 내용을 촬영한 뒤 스마트폰에 새로운 어플이 생기는지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

현재 가장 급한 일은 3일 안에 반드시 제3 초급학원의 연중 대회에서 합격점을 받아 학교에 남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더욱 실력을 키울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시간 싸움이었다.

'기초검술 근신삼련'을 익힌 북진은 현재 이 학교의 그 어떤 2급 무사와 맞대결을 해도 문제가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했다.

2급 무사의 범주 안에서는 무적이라 할 수 있었지만, 연중 대회에서 통과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였다.

최소한 3급 무사 중에서 겨룰 자가 없을 정도의 수준은 되어야만 했다.

"이 세계에서 무공과 현기는 서로 보완하여 완전해진다. 전생의 무협에 나오던 초식과 내공의 관계라 할 수 있지.

내공이 부족하면 아무리 대단한 초식을 펼쳐도 그 위력에 한계가 있으며, 내공이 강해도 정교한 초식이 없다면 위력은 반감된다. 그러니 내가 가진 현기의 수준도 함께 끌어올릴 방법을 찾아야만 해."

고민을 거듭하던 북진은 머릿속이 점점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현재 북진이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핵심이 되는 열쇠는 바로 이 스마트폰이었다.

'내일 수업에는 반드시 현기를 수련하는 공법을 잘 촬영해서 어플로 만들어야 해.'

북진은 다시 한 번 스마트폰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안 돼!"

북진은 놀라 뒤로 자빠질 뻔했다.

현재 스마트폰에 남은 전력은 불과 15%.

스마트폰의 전력이 소모되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분명 [기초검술 근신삼련] 어플을 사용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었다.

스마트폰에서 어플을 구동하면 구동할수록 전력 소모가 많아지는 것은 상식이었다.

"어, 어쩌면 좋지?"

방금까지 하늘을 향해 크게 웃던 북진이 다시 불안감에 휩싸였다.

스마트폰 어플을 사용해 무공을 수련하는 것은 정말 꿈만 같은 기능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배터리가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도대체 스마트폰을 어떻게 충전해야 한단 말인가?

북진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도 짐작되는 바가 없었다.

그때.

"도련님? 괜찮으신 거죠?"

왕 집사는 북진이 하늘을 향해 미친 사람처럼 웃다가, 다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고민에 빠지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는 자신의 도련님이 분명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아 평소에 앓던 정신병이 더욱 심해졌다고 판단했다.

왕 집사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북진은 깊은 생각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왕 집사의 얄팍한 삼각형 모양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쓸모없는 놈. 가문이 무너지고 재산은 다 몰수되고, 호위들과 노비들이 모두 도망쳤는데 너는 왜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이냐?"

북진의 말을 들은 왕 집사는 즉시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호기롭게 말했다.

"도련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 왕충(王忠)의 이름 안에는 충(忠)자가 들어 있습니다. 충성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태어난 저입니다!

저는 살아서는 임씨 가문의 사람이고, 죽어서도 임씨 가문의 귀신입니다. 도련님이 조금 어려운 일을 당했다고 바로 배신하고 돌보지 않는다면 그것은 짐승과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왕 집사의 말을 들은 북진이 의심스럽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네가 충심이 있다고?"

"당연합니다! 게다가 저는 도련님이 자라는 모든 순간을 지켜보았습니다."

순간 왕 집사의 얼굴에 온화하고 부드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도련님이 아직 어린 아기셨을 때 제가 품 안에 안고 있었습니다. 도련님은 저에게 아들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도련님을 버릴 수 있겠습니까?"

그의 말을 듣던 북진은 자신도 모르게 조금 감동했다.

태풍이 불고 난 뒤에야 뿌리가 깊은 풀을 알아볼 수 있는 법이었다.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진정한 충신을 찾은 것일까?

하지만, 그 순간 북진의 머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 아냐. 그렇지 않아. 이 늙은 여우가 나를 물로 보는 건가? 아들이라고?'

"이 쓸모없는 놈이 감히 나를 속이려 드느냐!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왕 노릇한다고 네놈이 평소에 나를 등에 업고 성 안에서 방자하게 군것을 다 알고 있다.

나를 때려죽이고 싶은 사람이나 너를 때려죽이려는 사람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모를 줄 아느냐?

너는 분명 스스로 도망갈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학원으로 날 찾아온 것이다. 네놈이 내 신분을 이용해 학원에 숨어있으려는 것을 모를 줄 아느냐?"

북진이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정의로운 표정을 지었던 왕충의 얼굴에 순간 간사한 미소가 떠올랐다.

"역시 도련님이시군요. 그 눈치와 지혜는 따라갈 자가 없습니다. 순식간에 이 늙은이의 생각을 간파하시다니…….

헤헤, 하지만 도련님 그래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곁에 차라도 따라 드리며 시중들 사람이 하나 있으면 더 좋지 않겠습니까?"

왕충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그의 말을 들은 북진이 코웃음을 치며 손을 내밀고 말했다.

"지금 가진 돈이 없으니 좀 내놓아봐라."

그러자 왕충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가문이 청산될 때 모든 재산을 몰수당했습니다. 동전 한 닢도 없습니다."

그 말을 들은 북진이 화가 나서 말했다.

"그럼 네가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이냐?"

북진은 가만히 서서 왕충을 위아래로 살펴보았다.

그러다 북진의 시선이 왕충의 허리춤으로 향했다.

"네 검을 나에게 줘라."

그러자 왕충이 놀란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련님, 이 검은 저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

"시끄럽고 내놔라."

"옙!"

왕충은 검을 내밀었다.

북진이 검을 잡았다.

왕충은 검을 내밀었지만, 손아귀 힘을 풀지 않았다.

"놔. 쓰읍! 안 놔? 확 씨!"

왕충이 움찔거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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