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선재차-21화 (21/420)

21화 커다란 보물이다

학생들이 비명을 질렀다.

실전대련 시험에서 다치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오소방의 손속은 너무 잔인했다.

정고가 입은 부상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2주 동안에 침상에서 일어날 수 없을 정도였다.

"승자 오소방!"

감독관이 대련 결과를 발표했다.

9반의 학생들이 정고에게 달려가 정신을 잃으려 하는 그를 부축해 데리고 갔다.

연무대 위에 있던 정고는 아래쪽을 둘러보며 사람들 사이에 있는 북진을 찾아냈다.

그리고는 도발하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린 뒤 말했다.

"어이, 임북진! 열심히 발버둥 쳐서 나와 만날 때까지 탈락하지 않길 바란다!"

북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오소방은 그런 북진을 보며 비웃음을 짓고서는 연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그런 두 사람의 상황을 지켜보던 학생들이 술렁거렸다.

그렇게 1조의 실전 대련 시험이 종료되었다.

정고를 포함한 10명의 학생이 탈락했다.

다음 순서는 2조였다.

2조의 실전 대련은 이 각 정도의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마찬가지로 10명이 승리하여 올라가고, 10명이 탈락했다.

그렇게 실전 대련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5조의 순서가 되었을 때 드디어 모든 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학생이 연무대 위로 올랐다.

바로 목심월이었다.

제3 학원에서 만인의 공주라 불리는 소녀 목심월은 작년 연중 대회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어 3등을 차지했었다.

그리고 올해에는 필기시험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고, 현기 등급 측정에서는 오소방, 무새, 사신림등을 누르는 기염을 토했다.

학생들은 목심월에게서 강하게 치고 올라오는 강자의 기세를 느끼고 있었다.

목심월이 올라선 연무대 주위는 순식간에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연무장 안에 있는 거의 모든 학생이 목심월의 전투를 주시하고 있었다.

목심월의 대련이 진행되는 1번 연무대 외에 나머지 9개의 연무대 주변에는 학생들이 거의 없었다.

대련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1번 연무대 위 교전을 치를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목심월은 교복인 청색 검사복을 입고 있었다.

청색 검사복은 그녀가 약간 수선해서인지 그녀의 우아한 몸매가 은은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군살 없는 아름다운 몸매는 예술 작품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질끈 묶여 있는 그녀의 짙은 흑발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말 그대로 여신의 강림이었다.

순간 많은 학생들의 시선이 목심월에게 집중되었다.

모두 무언가에 홀린 듯한 눈빛이었다.

특히 여자를 밝히는 빙륜의 두 눈은 무언가에 취한 듯 반쯤 풀려있었다.

빙륜은 아쉽게도 임북진에게 패배하며 목심월의 염원을 이루어주지 못했다.

그가 여신으로 생각하는 목심월을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떠올릴 때마다 빙륜은 가슴이 찢어지듯 아파 왔다.

여신의 눈길을 잃은 것도 모자라 은전 20냥까지 잃은 빙륜이었다.

하지만 북진에게 호되게 당한 빙륜은 더 이상 그 어떤 용기도 남아있지 않았다.

"대련 시작!"

감독관이 큰 목소리로 외치고 대련이 시작되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목심월이 검을 뽑으며 기초검법의 기수식 자세를 취했다.

오소방의 오만한 태도와는 달리 목심월은 매우 예의 바른 모습이었다.

보는 사람들도 그녀에게 감탄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의 상대는 6반의 반장인 정탁(鄭拓)이었다.

"패배를 인정합니다!"

정탁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목 사저와 같은 조에 편성된 것은 올해 가장 행운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가까운 곳의 저의 여신과 함께한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저는 목 사저의 상대가 될 수도 없고, 목 사저의 현기를 낭비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목 사저! 이번 대회에서 꼭 1등 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2학년 6반의 천재인 정탁은 깊은 눈빛으로 목심월을 바라본 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스스로 연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게 대련이 종료되었다.

연무대 주변에서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시험을 감독하던 감독관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급히 대련 결과를 발표했다.

"목심월 승리! 다음 대련을 준비해 주시오!"

목심월은 예의바른 태도로 공수를 취하며 말했다.

"감사해요, 정탁."

그리고 몸을 돌려 연무대 아래로 내렸다.

사람들 사이에 있던 임북진은 학생들과는 다른 의미로 놀라고 있었다.

북진은 여자에 미친놈들이 자신의 상상 이상이라고 새삼 소름이 돋고 있었다.

지구에서나 이 세계에서나 여자 뒤꽁무니를 쫓아다닌 놈들은 이해하기 힘든 족속이었다.

대련이 계속되었다.

9조의 순서가 되었을 때, 마침내 북진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북진의 상대는 1반의 천재인 냉엽이었다.

두 사람의 대련은 목심월 만큼 반향을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연무대 위.

"정말 기쁘구나. 하하하! 내 상대가 부정행위나 저지르는 버러지 놈이었다니! 오늘 운이 정말 좋구나!"

북진을 바라보던 냉엽이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북진은 두 눈을 감은 채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하하. 오 사형이 말했지. 누구든지 네놈을 혼쭐 내준다면 금전 10냥을 상금으로 준다고 했다. 하하하! 상금은 내 것이다!"

냉엽.

그는 오소방의 충실한 개였다.

북진은 여전히 대꾸도 하지 않고 있었다.

연무대 아래에서는 학생들의 조롱이 들려왔다.

"저 망나니 놈이 쫄아도 단단히 쫄았나 보구나! 눈도 못 뜨고 있잖아! 하하하!"

"쫄아도 이미 늦었다!"

"하하! 빙륜을 꺾었다고 자신이 무슨 검선(劍仙)이라도 된 줄 아나 보지?"

"임북진이 폐물이긴 해도 잘생기지 않았니? 저런 얼굴을 가진 폐물이라면 조금은 응원해 주고 싶은걸?"

학생 중에는 북진의 외모에 콩깍지가 쓰인 여학생도 한두 명 있었다.

청색 장삼을 입고 옥돌처럼 매끈한 피부를 가진 북진의 잘생긴 얼굴은 소녀들의 마음을 뒤흔들 만한 것이었다.

"대련 시작!"

감독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하! 임북진, 오늘 제대로 혼을 내주겠다!"

냉엽은 계속해서 북진을 도발하고 있었다.

그때, 북진이 감고 있던 두 눈을 번쩍 떴다.

북진의 두 눈에는 차가운 빛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휙-!

눈 깜짝할 새에 북진의 장검이 공간을 가르고 파공성이 들려왔다.

냉엽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반응조차 못하고 있을 때, 그의 왼쪽 어깨에서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냉엽이 고개를 숙이고 보니 북진의 손에 들린 장검이 어느새 그의 왼쪽 어깨를 관통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몰라 멍한 표정을 짓던 냉엽의 마음속에 거대한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된 일이지?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왜 임북진의 검이 내 어깨를 찌르고 있지?"

그 순간 격통이 몰려왔다.

"으으……. 아아악!"

냉엽이 고통에 차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푸확-!

북진이 냉엽의 어깨에서 검을 뽑아냈다.

검이 뽑힌 상처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는 북진이 손을 휘두르자 북진의 장검은 어느새 냉엽의 오른쪽 뺨 위에 닿아있었다.

놀란 냉엽은 비명도 멈추었다.

"너 같은 불량품이 뭐? 감히 나를 도발해?"

북진은 검을 내린 뒤 냉엽의 옷으로 검에 묻은 피를 닦아 냈다.

그리고는 거센 발길질로 냉엽을 연무대 아래로 날려 보냈다.

콰당-

연무대 아래 바닥에 꼬꾸라진 냉엽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놀라서 가만히 있던 감독관이 고개를 돌려 관람석에 앉아 있던 초흔을 바라보았다.

초흔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감독관이 소리쳤다.

"임북진 승리!"

연무대 아래에서는 큰 소란이 일어났다.

그때, 1반 소속으로 보이는 한 학생이 눈을 굴리다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임북진! 해도 너무하는구나! 그저 학교의 대련 시험일뿐인데 냉 사형의 어깨를 검으로 관통하다니! 사람 같지도 않은 놈아!"

"이건 대련이 아니다! 폭력이다!"

"학우에게 저런 부상을 입히다니! 사람도 아니야!"

"선생님들! 임북진의 성적을 취소해 주십시오!"

순식간에 학생들이 흥분해서 항의하기 시작했다.

그때, 북진이 자신의 장검으로 처음 소리친 학생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뭐? 불만 있냐? 인정 못 하겠으면 튀어 올라와서 나와 한판 붙을래?"

"나, 나는……."

당황한 학생이 아무런 대답도 못 했다.

북진의 장검은 연무대 위 먼 곳에 있었지만, 왠지 검 끝이 목에 닿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 학생은 식은땀이 나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른 학생들도 조용해졌다.

북진이 검을 돌려 소리치던 학생들 쪽을 가리킬 때마다 마치 불길에 냉수라도 쏟아부은 듯 조용해졌다.

철컥-!

그렇게 북진은 장검을 칼집에 넣고 천천히 걸어서 연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북진의 검은 머리칼이 휘날렸다.

순간 태양 빛이 북진의 얼굴을 비추었다.

"꺄아아! 너무 멋있잖아!"

그 모습을 본 몇몇 여학생들이 북진의 외모에 감탄해 얼굴을 가리고 비명을 질렀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9반의 담임인 정삼석은 뜨거운 눈길로 북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재다. 진정한 검도의 천재야! 엄마 뱃속에서부터 기초검술 근신삼련을 수련해도 저 녀석 수준까지 깨달음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놈은 정말 전설에나 나올 수준에 검도 천재야! 하하하! 내가 찾던 인재가 바로 저놈이다!"

정삼석은 무언가 결심을 내린 듯했다.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관람석 위.

초흔의 얼굴에도 감출 수 없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하하하! 청현 형님, 임북진의 실력이 어떻습니까?"

눈을 가늘게 뜬 이청현이 말했다.

"상대가 너무 약해서 판단하긴 어렵군."

초흔은 커다란 미소 때문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말했다.

"하하, 계속 보시면 알 겁니다."

초흔의 마음속에서 이미 북진은 보물 같은 존재로 자리 잡고 있었다.

어제는 비록 북진의 현기 성적을 무효라고 발표하긴 했지만, 사실 그것은 대외적인 핑계에 불과했다.

사실 교사들은 북진의 현기 수준이 어떤지 그 진상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었다.

측현석이 고장 났다는 것은 핑계로, 감찰원 이청현이 요구하여 강제적으로 발표한 것일 뿐이었다.

6품 측현석이 도착하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었다.

'하하하! 드디어 우리 제3 학원에도 커다란 보물이 굴러 들어왔구나!'

초흔은 나중에 학원 교류회에서 다른 학년 주임들에게 자랑할 생각을 하며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자! 모두 우리 학원의 보물을 좀 보시죠!'

초흔은 상상만 해도 득의양양해졌다.

실전 대련 시험은 계속되었다.

반 시진 후, 1조부터 10조까지의 1차 대전이 모두 종료되었다.

50명이 탈락했고, 50명이 다음 대전으로 올라갔다.

모든 대련은 학년 주임인 초흔과 특별감찰원 이청현, 그리고 10여 명의 감독관의 입회 아래 진행되었기 때문에 매우 엄중하고 공정했다.

제3 학원은 대련에 더욱 공정성을 더하기 위해 승리한 50명의 학생들에게 또다시 제비를 뽑아 다음 대전 상대가 결정되도록 했다.

이번에 북진이 뽑은 번호는 47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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