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잊지 말아야 할 것
'검술은 개뿔! 나는 원래 검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언제부터 내가 검술을 그렇게 열심히 수련했다고! 그냥 몸매나 열심히 구경하자.'
북진은 한쪽에 조용히 서서 조용한 태도로 침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북진의 눈동자는 무언가를 빠르게 살펴보듯 매우 침착하고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예술작품을 감상하듯 두 여학생의 얼굴과 몸매를 훑었다.
북진 주변에 있던 학생들은 북진이 갑자기 자신의 얼굴을 한 대 때리자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지?'
'갑자기 왜 저러는 거야?'
'설마 또 정신병이 발작을 일으켰나?'
'아니야, 최근 모습을 보면 정신병은 이제 없는 것 같은데…….'
"아, 알겠다! 임북진은 저런 방식으로 자신을 일깨우는 거야! 두 여신의 아름다운 겉모습에 현혹되는 것이 아닌 차분한 마음으로 비무가 시작되길 기다리며 검술을 연구할 생각인 거야! 이, 이거야말로 진정한 검사가 가져야 할 품격이다!"
얼굴이 퉁퉁 부어서 여기저기 반창고를 붙이고 있던 9반의 반장 윤역이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맹목적인 숭상이 만들어낸 자신만의 해석이었다.
윤역의 말을 들은 주변에 있던 남학생들은 두 여신의 외모만 보고 있던 자신들이 부끄러워져 모두 침묵하기 시작했다.
"임 사형은 저렇게 강한데도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검에 몰두하고 있어!"
"이것이야말로 임 사형이 최근에 보여준 엄청난 실력의 원인일 거야!"
9반의 설악과 정고도 감탄하듯 말했다.
그렇게 연무대 아래에서 관전하던 학생들이 조용해졌다.
모두가 침묵을 유지하며 검술을 배운다는 마음으로 비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소란스럽던 분위기가 정리되고 장내에는 엄숙함이 흘렀다.
그렇게 두 여학생의 실전 대련이 시작되었다.
정삼석은 간단하게 두 여학생의 상태를 점검한 뒤 선포했다.
"비무 시작!"
휙-!
두 개의 검광이 동시에 공기를 가르며 나타났다.
챙-!
검끼리 부딪치며 연무대 위로 불꽃이 튀었다.
두 사람 사이에 쓸데없는 말은 오가지 않았다.
한 치의 주저함도 없었다.
두 여인은 서로를 향한 검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렇게 전투의 서막이 올랐다.
처음 두 사람이 펼친 검술은 모두 기초검술이었다.
초식 하나하나가 완벽했고, 아름다웠다.
특히 아름다운 두 사람이 초식을 펼치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변화와 자세를 보여주고 있었다.
여러 자세에서 그녀들의 탄탄한 몸매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작품과 같은 두 여학생이 충돌할 때마다 흔들리는 그녀들의 몸매와 함께 남학생들의 마음도 흔들리는 듯했다.
전투가 점점 과열되기 시작했다.
두 미소녀의 대결은 점점 더 아름다운 춤사위와 같아졌다.
그들의 대련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강하잖아?"
북진이 감탄하며 말했다.
북진이 말한 순간 갑자기 연무대 아래에서 누군가의 뺨을 거세게 때리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짝-!
수많은 남학생이 자신의 뺨을 때린 것이었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다 미친 건가?'
깜짝 놀란 북진이 말했다.
자신의 뺨을 때린 남학생들은 모두 부끄러움을 느끼며 스스로에게 엄한 질책을 하고 있었다.
'마음을 다스리자! 미색(美色)에 홀리다니! 우리는 임 사형처럼 한 마음으로 검술을 배우고 강함을 추구해야 한다!'
만약 북진이 진실을 알았다면 더욱 놀랐을 것이었다.
소년들의 마음은 무식할 정도로 단순했다.
연무대 위에서 펼쳐진 대결은 약 일 각 동안 계속되었다.
두 여학생은 마치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기합을 내지르고 뒤로 세 발짝 물러섰다.
두 사람의 기세가 변하고 검식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두 소녀의 손에 들린 장검에서 차갑고 날카로운 검광이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점점 더 위력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성급 검술!"
교사 하나가 놀란 듯이 소리쳤다.
그는 앞서 오소방이 시전한 1성급 검술인 '한망칠환검'으로 이미 크게 놀란 상태였다.
초급 학원에서는 성급 검술을 가르치지 않았다.
학생들이 가진 현기의 수준이 성급 검술을 시전할 만큼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성급 검술을 실전에 사용하려면 그에 걸맞은 현기가 뒷받침되어야만 했다.
현기가 충분하지 않다면 검술의 위력을 지탱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검술의 위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억지로 성급 검술을 수련한다 해도 성과를 거둘 수 없었고, 자칫하면 후유증이 남아 그 후에 중급학원으로의 승급에도 영향을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없었다.
이 세계에는 상식을 벗어난 천재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운몽성에는 그 재능이 일반적인 사람을 넘어서 현기의 수준이 높은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은 각자 자신들만의 방법을 통해 검술을 얻은 뒤 몰래 수련을 이어나갔다.
운이 좋다면 수련에서 성과를 거두고 성급 검술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오소방이 그러했다.
오소방은 1성급 검술인 '한망칠환검'을 돈을 주고 얻어냈고, 스스로 연습을 진행해 검의 형(形)을 흉내 내는 수준까지 수련했다.
그것만으로도 무수한 학생들을 압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운 나쁘게도 북진이라는 괴물을 만나 완전히 격파되었다.
사실 만약 오소방이 한망칠환검을 '등당입실(登當入實)'의 경지까지 수련했다면 북진이 패배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서 대련을 펼치는 목심월과 악홍향은 각자 자신이 가진 성급 검술을 이미 '등당입실'의 수준까지 수련한 상태였다.
오소방이 보여준 한망칠환검의 수준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경험이 풍부한 교사들은 당연히 이런 점을 눈치챌 수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크게 놀란 상황이었다.
두 여학생이 검술을 시전하기 시작하자 칼날 위로 은은하게 현기의 빛이 떠올랐다.
장검끼리 부딪칠 때마다 기이한 공명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칼날이 충돌할 때마다 미약한 빛이 빛나고 있었다.
현기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물의 파문 같은 것이 공중에 펼쳐지고 있었다.
두 여학생의 실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스스로 이 정도 수준까지 검술을 수련한 것이었다.
현재 상황을 보면 오소방이 북진에게 패배하지 않았더라도 두 여학생에게는 승산이 없을 정도였다.
검술에 대해 깊은 이해도를 가진 교사들은 이러한 점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해도가 모자라거나 검술에 관심이 없는 북진과 같은 사람들은 그저 분위기의 변화만을 볼 뿐이었다.
북진은 두 미소녀의 전투가 갑자기 더 화려해지고 볼거리가 늘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검술의 변화보다는 분위기가 바뀌었음을 느끼고 있었다.
잠시 후.
땅-!
장검이 강하게 맞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악홍향이 가늘게 비명을 지른 뒤 자신의 손목을 붙잡고 휘청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그녀의 팔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승패는 분명했다.
목심월의 표정은 거만하지도 겸손하지도 않은 차분한 표정이었다.
"악 사매, 양보해줘서 고마워."
마침내 연무대 아래에서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이 대련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한마디로 목심월의 실력이 절대적인 우세를 점했다고 할 수 있었다.
악홍향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오른팔의 힘줄 하나가 찢어져 있었다.
그녀는 목심월이 고의로 상처를 입혔음을 알 수 있었다.
힘줄이 찢어진 상처는 매우 비싼 약재인 '백옥단속고(白玉斷續膏)'를 사용해야만 치료 가능했다.
최소만 반년 동안은 요양하며 찢어진 힘줄을 다시 붙여야만 했다.
그리고 추후의 실전 대련이나 검술 수련에도 영향이 컸다.
아무리 상처를 잘 다스린다고 해도 완전히 치유하려면 최소 석 달은 걸릴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있을 교양쟁패전에도 지대한 영향이 생길 것이었다.
하지만 악홍향의 표정은 매우 차분했다.
"졌습니다."
그녀는 패배를 인정할 뿐, 목심월에게 어떠한 질책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왼손으로 자신의 장검을 집어든 뒤 연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승자 목심월!"
감독관 정삼석이 큰 목소리로 결과를 발표했다.
연무대 위에 서 있던 목심월은 가느다란 미소를 짓고 검은 머리칼을 휘날리고 서 있었다.
붉은 석양빛이 그녀의 뒤에서 비춰오자 그녀의 외모는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오늘의 대회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관람석에 있던 학년주임 초흔이 일어나 오늘의 실전 대련이 종료되었음을 알렸다.
이제 연중 대회에는 최후의 한 경기만 남아있었다.
결승전.
학년 최고의 인재가 내일 있을 전투에서 탄생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기대를 품고 각자의 의견을 나누며 하나둘 자리를 떠나갔다.
북진 응원단에 속한 소녀 중 몇몇은 용기를 내서 북진의 서명을 받기 위해 북진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그녀들이 연무장 주변을 아무리 돌아보아도 그녀들의 미소년, 북진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 * *
일 각 뒤.
교무실 안.
"하하하! 청현 형님. 어떻습니까? 이번 우리 제3 학원 2학년 인재들의 실력은 잘 보셨습니까?"
초흔은 무슨 집착증이라도 생긴 듯 반복해서 같은 질문을 몇십 번씩 하고 있었다.
이청현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왔다.
'끝이 없구나.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다만 이건 너무한 것 아니냐?'
이청현은 어쩔 수 없이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좋다. 아주 좋구나."
그의 말을 들은 초흔이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청현 형님. 내일 있을 결승전은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이청현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표면적으로는 용호상박일 것 같다. 하지만 목심월의 승산이 더 높을 것 같구나."
"네?"
초흔이 놀란 듯 말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판단하십니까?"
이청현이 대답했다.
"흠……. 직감이다."
초흔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뭐라고 설명을 하기는 힘들 군요. 비록 임북진의 현기가 더욱 강하다고는 하지만 저도 청현 형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초흔. 너는 수련을 싫어하던 폐물 녀석이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엄청난 실력을 지닌 천재로 변한 것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이 있느냐? 도대체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건지 참……."
이청현이 말했다.
초흔의 표정이 조금 심각해졌다.
"저도 생각은 해 보았습니다. 혹시 전천후가 무언가 수를 남겨두었던 것이 아닐까요?
전천후는 제국 전쟁의 신화와도 같은 인물이었고, 많은 기적을 만들어낸 사람이니까요……. 그런 그가 자신이 총애했던 아들에게 어떤 거대한 기연을 남겨주었다 해도 이상할 일이 아니지요."
이청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초흔과 같은 관점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었다.
전천후의 일이 있었던 뒤 제국이 북진을 죽이지 않은 것은 북진이 폐물과도 같은 녀석이었기 때문이었다.
즉,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북진은 절세의 천재로 변해있었다.
'만약 이 일을 황제 폐하께서 알게 된다면 죄인인 전천후의 하나뿐인 아들을 살려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