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네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북진은 자신이 겪은 커다란 변화에 내심 크게 놀라고 있었다.
정말로 돌파를 이룬 것이었다.
북진이 정신을 분산시키자 평소의 감각으로 돌아왔다.
주변을 둘러보던 북진의 시선이 심비에게로 향했다.
"다시 한 번 해 보자."
북진이 호기롭게 말한 뒤 다시 검을 휘두르며 심비에게 달려 나갔다.
심비가 북진에게 가져다준 거대한 압력이 불가사의한 작용을 하여 북진의 돌파를 촉진시켰다.
그리고 돌파의 기초가 된 것은 바로 스마트폰 어플의 수련 기능이었다.
북진은 원래 스마트폰을 이용해 수련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알아서 척척 이루어지고 현실 생활 속의 자신은 그 어떤 노력이나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런 북진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
현실 생활에서의 전투, 수련, 노력은 똑같이 북진을 성장시켜 주고 있었다.
게다가 북진은 현실 생활 속에서의 돌파가 스마트폰으로 수련해 이루어내는 양적인 진전과는 다르게 질적인 발전을 가져다준다는 것은 은은하게 느낄 수 있었다.
땅-!
심비가 출검했다.
북진과 심비의 검날이 맞부딪히며 불꽃이 튀고 공명음이 울려 퍼졌다.
북진의 검과 마주한 심비는 강렬한 반탄력이 태아보검의 손잡이를 타고 자신의 손목으로 전달되는 것을 느꼈다.
'이 힘은……? 방금 느꼈던 것의 배는 증가했잖아?'
심비는 손목이 저려 오는 것을 느꼈다.
순간 심비는 마음속에서 거대한 충격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앞서 상대했던 북진은 북두림이라는 살초 외에는 검의 속도, 힘 모든 측면에서 심비에게 그 어떤 위협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다시 손속을 나누자 심비는 북진의 힘이 앞서 상대했을 때보다 배는 증가했음을 느끼고 있었다.
북진의 검은 그 속도가 더욱 빨라져 있었다.
'이 망할 놈이 전투 중에 돌파한 것인가……? 설마 나의 절초인 구천성운이 오히려 돌파를 도와준 꼴이 된 건가?'
심비는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놈은 이번에 완전히 끝을 내버려야 한다…….'
성운 검법이 펼쳐지고 한광이 사방에서 빛났다.
심비는 자신이 가진 실력을 조금도 아끼지 않고 폭발시켜 펼쳐냈다.
심비는 이제 그 어느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북진을 격파하는 데 모든 힘을 쏟았다.
심지어 그는 예선전의 규칙을 어기는 한이 있더라도 북진에게 중상을 입힐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북진은 아까와는 달랐다.
이제는 심비의 모든 동작을 완벽히 따라잡고 있었다.
특히, 태아보검이 움직이는 궤적이 아까와는 다르게 아주 또렷하고 명확하게 북진의 눈에 보이고 있었다.
마치 동체시력이 극도로 예민해진 것처럼 검의 움직임이 느린 화면을 보듯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북진의 몸이 가진 반응 속도도 몰라볼 정도로 발전해 마침내 북진의 몸이 북진의 생각과 시선의 속도를 따라잡게 되었다.
'돌파하기 전에 승용차를 모는 기분이었다면 지금은 슈퍼카를 모는 기분이구나!'
"심신합일(心身合一)!"
두 사람의 장검이 계속해서 맞부딪혔다.
그리고 심비의 안색이 점점 무거워졌다.
태아보검을 타고 거대한 반탄력이 계속해서 심비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게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전해지는 반탄력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이것이 설명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북진의 힘이 지금도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구천성운!"
심비가 다시 한 번 살초를 펼쳐냈다.
열화와 같은 고온의 검기가 다시 한 번 공간을 휘감았다.
심비의 손에 들린 태아보검의 검날이 불에 타는 듯 붉게 물들었다.
검날 위로 보이지 않는 투명한 아지랑이가 일렁이며 시야를 왜곡시키고 있었다.
심비는 전력을 다해 이번 초식을 시전한 것이었다.
조금의 기운도 남겨두지 않고 모든 힘을 발휘했다.
"좋구나!"
북진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눈을 더욱 똑바로 떴다.
그리고 자신의 정신력을 고도로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지만 북진의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맑았다.
시야는 매우 깨끗했고, 태아보검이 움직이는 궤도가 모두 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검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현기의 궤도까지 느껴졌다.
"기초검술 근신삼련!"
북진이 출수했다.
돌(突)!
파(破)!
북진이 펼친 두 초식이 구천성운의 검식을 막아냈다.
북진은 세 번째 초식을 건너뛰고 바로 숨겨진 살초 북두림을 시전했다.
휘이이익-!
"일검칠영(一劍七影)!"
검날이 충돌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갑자기 일어난 질풍이 몰고 온 번개와 같은 움직임이었다.
"사라져라!"
북진이 사자와 같이 포효했다.
북진의 목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검날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연속해서 들려왔다.
휘익-!
태아보검이 허공으로 날려가 빙글빙글 회전하다가 이도와 도만성이 서 있는 모래사장 위에 떨어지며 지면에 꽂혔다.
"크흑!"
심비가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심비의 얼굴에는 충격이 떠올라 있었다.
그는 자신의 왼손으로 오른팔을 움켜쥐고 있었다.
움켜쥔 오른팔 손아귀에서는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주위가 적막에 휩싸였다.
임진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의 얼굴에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특히, 이도와 도만성 두 사람은 손아귀가 찢어져 피가 흐르는 심비의 모습과 바닥에 꽂혀있는 태아보검을 번갈아 보며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악홍향은 비명이 튀어나올까 봐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불가사의했다.
그들이 보기에 이번 전투는 너무나도 불가사의했다.
북진의 두 팔 위에는 푸른 힘줄이 크게 돌출되어 있었다.
마치 밖으로 튀어나온 나무뿌리같이 사방으로 교차되어 힘줄이 불거져 나와 있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북진은 여전히 덕행검을 곧게 쥐고 놓치지 않고 있었다.
방금 전 충돌로 검에는 여전히 충격이 남아있었다.
마치 손아귀를 벗어나려는 뱀처럼 발버둥 치고 있었다.
"후욱, 후욱, 나는……."
북진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북진은 자신의 손에 들린 검과 먼 곳으로 날아가 바닥에 꽂혀버린 태아보검을 바라보며 잠시 당황하다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내가……. 내가 이긴 것인가!"
심비의 검은 깊게 박힌 못처럼 모래사장 위에 박혀있었다.
북진은 자신의 검이 심비의 검과 충돌한 순간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폭발시켜,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자신의 북두림으로 심비의 구천성운과 정면으로 맞섰다.
심비의 검과 마주했을 때 덕행검 위로 태산과 같은 거대한 압력이 가해졌고, 북진은 이를 악물고 장검을 놓치지 않기 위해 꽉 쥐며 버티었다.
심지어 검을 잡은 두 팔의 뼈가 부서지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북진은 팔은 물론이고 척추와 두 다리에도 격통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북진은 자신의 체내에 있던 어떤 족쇄와 같은 것이 완전히 깨지며 풀려나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북진은 굳건히 검을 쥐고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심비는 북진과는 다르게 검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승부가 명백하게 갈린 것이었다.
북진은 웃고 싶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웃고 싶었다.
이번 전투는 북진에게 진정한 검사의 마음을 일깨워주고, 북진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앞서 북진이 처음 심비와 대적했을 때, 북진이 생각한 것은 그저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 임진이 상처를 회복할 시간을 벌어 주고, 임진이 전투력을 되찾게 하기 위함이었다.
북진은 자신이 심비와 같은 다른 차원이 천재를 격파할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북진은 전투하면 할수록 마음속에서 불이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계속해서 전투를 이어나간 끝에 승리를 거두었다.
전투를 치를 때 북진은 자신도 모르게 전투 상황에 도취되어 주변 상황을 잊었었다.
그 느낌은 마치…… 예전 지구에서 게임에 몰두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하다 보니 게임의 보스를 사냥해 낸 것과 같은 쾌감이었다.
"어떠냐? 내 실력이!"
호흡을 가다듬은 북진이 고개를 돌리고 임진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격렬한 전투로 인해 북진이 입고 있던 가죽 흉갑은 완전히 찢겨 있었고, 머리는 산발이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고 웃는 북진의 모습은 조금도 초라하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와 다른 흐트러진 잘생김이 느껴졌다.
북진의 수려한 외모에 독특한 느낌이 더해져 더욱 여심을 흔드는 모습이 되어있었다.
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주 좋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정말로 실력이 대단해서 나온 말이었다.
이번 전투에서 북진이 보여준 끈질김과 강인함은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할 만한 것이었다.
비록 북진이 어떻게 심비의 엄청난 검기를 받아내면서도 시종일관 쓰러지지 않고 버텼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소년이 혈혈단신으로 적을 막아서고 자신의 힘만으로 상대를 제압한 이번 일은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일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아니, 보통의 천재라도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운몽성 대마왕이라 불리는 임진에게서 보기 힘든 칭찬이었다.
"하하!"
북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때, 북진의 머릿속에서 돌연 맑은 알림음 하나가 들려왔다.
띵-!
스마트폰의 시스템 알림음이었다.
당황한 북진은 이내 기뻐했다.
'분명 스마트폰에 무언가 새로운 기능이 생긴 것이다!'
현재 북진은 막 전투를 끝내고 두 손이 가늘게 떨려오는 상황이라 스마트폰을 꺼내들기 적합한 상황은 아니었다.
북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심비를 향해 말했다.
"네가 졌다. 인정하겠느냐?"
심비의 안색은 매우 좋지 않았다.
북진에게 패배한 순간 심비의 기분은 마치 더러운 똥통에 빠진 듯한 기분이었다.
분노가 몰려오고, 심비의 자존심이 허락하는 범주를 넘어선 수치심이 몰려왔다.
심비는 만약 지금 자신에게 세계를 멸망시킬 힘이 있다면 수백 번이고 세계를 멸망시킬 것이라 생각했다.
심호흡한 심비가 억지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렸다.
하지만 고개를 들고 실실거리며 자신을 비웃는 북진과 마주하자 인내심이 무너져 내렸다.
'냉정하자! 냉정해야 한다!'
심비는 애써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혔다.
잠시 후.
심비는 거칠었던 호흡과 어지러운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심비는 무수한 시선들을 받으며 억지로 미소를 쥐어 짜냈다.
그는 딱딱하게 굳어진 말투로 말했다.
"허허, 정말 생각지도 못했군요. 임 학우의 잠재력이 이렇게 강했다니…….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몸을 강화하는 공법이라도 수련한 모양이군요."
그의 말을 들은 북진이 조소를 띠며 말했다.
"네가 상관할 바는 아니다."
심비는 하마터면 열받아서 욕을 내뱉을 뻔했다.
"만약 방금 제가 여러 차례 실수하며 당신에게 충분한 압력을 주지 않았다면 당신은 절대로 이렇게 짧은 시간 만에 돌파를 이루어 낼 수 없었겠지요? 조금 후회가 되는 일이 군요……."
심비가 자책하듯 말했다.
북진이 조소를 띠며 말했다.
"그건 내가 상관할 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