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후회막심하겠지?
북진이 교무실을 나서려 했다.
그때, 초흔이 다시 한마디 거들었다.
"아, 비서를 다 고른 뒤에는 꼭 마검관(磨劍館)에 가서 보고를 하도록 해라."
초흔이 뒤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
"학원에서는 너희 두 사람의 전투력에 대해 전반적인 측정을 할 것이다. 모든 것은 이후 너희를 양성할 계획을 위한 것이니 걱정하지 말거라!"
"네! 알겠습니다!"
북진이 빠르게 걸음을 옮겨 교무실을 떠났다.
"녀석……."
초흔의 얼굴 위에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고 착생 위에 놓여 있는 한 서신을 보았을 때, 그의 얼굴에는 걱정이 떠올랐다.
그 서신 위에는 황실을 상징하는 천검(天劍)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 * *
수업이 막 진행되고 있던 시간.
북진이 8반 교실 문 앞에 도착해 교실 안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곧 교실 중앙 자리에 앉아있는 악홍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북진이 악홍향을 바라보며 밝게 웃고는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악 사매!"
그러자 8반의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졌다.
지금 2학년 학생 중에서 북진을 모르는 학생은 없었다.
예전에는 악명이 자자했지만, 지금은 그래도 악명이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선발전에서 제3 학원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하지만. 악명이 줄어드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역시나 북진의 수려한 외모였다.
현재 학원의 수많은 여학생은 모두 북진에게 깊이 빠져있는 상태였다.
심지어 남학생 중에서도 북진을 우상으로 여기는 학생이 있을 정도였다.
북진이 8반에 들어서자 8반 여학생들의 두 눈이 별처럼 반짝이기 시작했다.
여학생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새어 나오는 비명을 참고 있었다.
남학생들의 눈도 빛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때, 악홍향이 차분하게 앞으로 걸어 나와 말했다.
"임 사형, 저를 찾아오신 건가요?"
악홍향을 마주한 북진이 무공 비서를 고를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주었다.
"우리 같이 가서 비서를 골라보자."
악홍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도서관으로 향했다.
"와, 두 사람이 왜 같이 있는 거지?"
"임 사형과 악 사저 사이에 뭔가 있는 걸까?"
교실 안에 있던 8반 학생들의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학원 안에서 풍운을 몰고 다니는 북진이었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도서관은 제3 학원 3학년 학사 건물 뒤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도서관은 학원의 중지(重地)로 언제나 현문진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었으며, 20명의 교사가 돌아가며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초흔이 준 특별 통행 영패라면 출입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도서관의 관리원은 전설 속에 나올법한 수염이 긴 할아버지가 아니었다.
관리원이라고 나온 사람은 소려(邵麗)라는 이름의 실습 여교사였다.
그녀는 북진이 가지고 온 영패를 검사한 뒤, 두 사람을 데리고 경계 구역 안에 있는 책장 앞으로 갔다.
소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희 두 사람에게 적합한 무공은 이 구역 안에 있어. 편하게 고를 수 있도록 해. 한 명당 세 권을 고를 수 있어. 시간은 향 하나가 탈 정도면 충분하겠지?"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선생님."
두 사람은 감사 인사를 한 뒤 비서를 고르기 시작했다.
북진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만약 스마트폰을 이용해 이곳에 있는 모든 무공을 한 번씩만 촬영한다면 세 권뿐만 아니라 모든 무공을 다 익힐 수 있을 것이었다.
북진은 마치 토끼가 당근밭에 들어간 것처럼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던 북진은 방금 전의 흥분이 빠르게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왜냐하면 이곳에 있는 무공 비서는 대부분이 1성급 무공이었다.
물론 가끔 하나씩 2성급 무공이 있기는 했지만, 임태허가 건네준 '화전월하검' 이나 '투향절옥보'와 비교하면 익혀야 할 의의가 적은 것들뿐이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어플을 생성해 내도 전력 낭비일 뿐이었다.
잠시 동안 비서들을 살펴보던 북진은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 약 10권의 2성급 무공 비서를 촬영했다.
그리고 계속되는 탐색 중에 마침내 '악룡포효(惡龍咆哮)'라는 이름의 정신력 무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비서를 집어 들고 내용을 살폈다.
북진은 이 정신력 무공의 위력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악룡포효는 정신력을 하나의 충격파로 만들어 상대의 뇌리를 흔들어 놓는 공방일체의 무공이었다.
북진이 앞서 익혔던 기본적인 수준과는 차원이 다른 무공이었다.
"나에게 매우 적합한 무공이다. 하지만 무공이름이 조금 이상한데……."
고민하던 북진은 결국 '악룡포효'라는 무공을 선택했다.
그렇게 빠르게 향 하나가 모두 타 없어졌다.
시간이 다 되었고, 두 사람은 자신에게 맞는 무공 비서 선택을 끝냈다.
"제가 선택한 것은 '매화칠농검법(梅花七弄劍法)', '답연삼식(踏燕三式)' 신법, 그리고 '현기광용(玄氣狂涌)' 세 권입니다."
악홍향이 관리원 소려에게 자신이 고른 책을 보여주었다.
"응, 좋은 선택이구나."
소려가 고개를 끄덕이고 도서관 장부에 기록을 남겼다.
"이번에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비서 대여 기간은 3개월로 할게. 기간이 다 되기 전에 꼭 비서를 도서관에 반납해야 해."
"제가 고른 것입니다."
북진이 '광룡포효' 단 한 권의 비서를 소려 앞에 내려놓았다.
그것을 본 소려가 기이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응? 정신력 비서? 한 권만 고른 거니?"
북진이 말했다.
"이 한 권이면 충분합니다."
소려는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고 장부 위 대여목록에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한마디 보충해 주었다.
"만약 이것을 익히다가 후회하는 일이 생기면 다시 돌아와서 다른 책으로 바꿔도 좋아."
그렇게 북진과 악홍향은 감사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려 도서관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의 신형으로 먼 곳으로 사라지자 명랑했던 소려의 얼굴 위로 갑자기 무언가에 홀린 듯한 몽롱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녀는 붉게 물든 자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과연 선발전에서 기록을 세울 정도로 뛰어난 천재구나……. 게다가 너무 잘생겼잖아! 저 멋진 얼굴을 한 번만 끌어 안아보면 소원이 없겠어!"
마검관은 제3학원의 1급 무도시험관이었다.
학원 교사들의 무력을 측정할 때나 승급 시험 때 사용되는 장소였다.
평소에는 오직 학원의 교사만 드나들 수 있었으며, 학생들은 절대로 발을 들일 수 없는 금지였다.
북진과 악홍향이 마검관 문 앞에 도착하자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교사 하나가 마중을 나왔다.
여교사의 외모는 평범했지만 피부가 매우 곱고 풍만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 남자친구가 없었는데, 그녀의 시선이 걸어오는 북진에게서 한참을 머물렀다.
두 사람이 앞으로 다가오자 여교사는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매우 친절한 태도로 말했다.
"임북진 학생. 주임 교사 세 분이 관내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저를 따라오세요."
악홍향은 그녀의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하지만 악홍향은 이제 익숙하다는 듯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최근 북진의 잘생긴 외모는 교내에 있는 모든 여성들 사이에서 점점 더 유명해지고 있었다.
지금 두 사람을 안내하는 여교사나 도서관의 관리원인 실습 여교사나 모두 북진을 처음 보았을 때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마치 자신의 잘생긴 친동생이라도 마주한 듯 너무나도 친절한 태도로 북진을 대해 주었다.
교사들도 이정도인데, 여학생들의 반응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악홍향은 북진과 접촉이 제일 잦은 학생이었다.
북진과 사이가 가장 가까운 학생이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난 북진을 존중하고 감탄하는 자세로 북진과 교류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도 여성이었다.
때문에, 가끔씩은 자신도 모르게 북진과 같은 우수한 남자를 내친 만인의 공주라 불리는 목심월은 지금 기분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마 후회막심해서 하늘이라도 무너진 기분이겠지?'
마검관 안은 매우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였다.
북진과 악홍향이 들어서자 무수한 시선이 두 사람에게 향했다.
2학년의 학년 주임이 초흔 외에도 3학년의 학년 주임 반외민(潘巍閔), 1학년의 학년 주임 류계해(劉啓海)도 두 사람을 기다리는 무리 안에 있었다.
이 세 사람은 제3 학원의 3대 거두(巨頭)라 할 수 있었다.
그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평생을 바치고 있었다.
또한, 언제나 바른 정신으로 학원의 대소사를 이끌고 있어 명망이 매우 높은 인물들이었다.
세 학년 주임 외에 나머지 10명의 사람은 모두 각 학년의 뛰어난 교사들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수행이 탁월했으며, 운몽성 교육계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마검관 안에는 교사들 외에도 두 명의 학생이 대기하고 있었다.
한 명은 3학년 제일의 천재인 한불부.
다른 한 명은 1학년 제일의 천재인 백금운(白嶔云)이었다.
여기에 2학년인 북진과 악홍향까지.
이 네 학생이 바로 이번 운몽성 교양쟁패전 본선에 진출한 제3 학원의 4대 천재였다.
네 사람이 바르게 정렬해 섰다.
북진은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 한불부와 백금운을 살펴보았다.
한불부는 매우 바른 체형에 긴 얼굴을 가진 소년이었다.
그는 부리부리한 눈썹과 가는 눈, 얇은 입술, 높은 코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미간은 시종일관 찌푸려져 있었는데, 마치 무슨 고민이 있는 듯했다.
백금운의 경우 백색 검사복을 입은 여학생이었다.
그녀는 계란형 얼굴에 결점 하나 없는 흰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백금운은 아직 어려서인지 통통한 볼살이 매력이었다,
두 눈은 매우 곧은 성격을 지녔다는 인상을 주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는 붉은 포도주 빛이 감돌고 있었는데, 선천적인 것인지 염색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전체적으로 쉽게 볼 수 없는 미인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는 매우 차가운 분위기가 풍기고 있어서 멀리서도 싸늘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런 그녀의 분위기가 미모에 더해져 많은 남학생의 마음을 흔들고 있을 듯했다.
"오늘 여기 계신 세 분의 학년 주임 교사분들께서 직접 여러분을 위해 조를 구성해주셨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전문적인 교사분들이 여러분의 전면적인 실력을 정확하게 측정을 해 주실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앞으로 있을 특별 훈련에 있어 여러분이 최상의 훈련 효과를 얻어 최고의 실력 상승을 이루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니, 잘 협조해 주시길 바랍니다."
머리가 하얀 나이 많은 교사 한 명이 부드러우면서도 엄격한 얼굴로 말했다.
"앞에 있는 네 대표 학생 여러분. 이것은 모든 학생이 부러워하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 기회입니다. 이 자리에서 자신이 가진 실력을 정확하게 잘 발휘해 주길 바라겠습니다. 측정 항목은……."
나이 많은 교사의 설명을 듣던 네 학생은 이번 측정이 연중 대회의 시험보다 그 항목이 더욱 세분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현기 측정 하나만 해도 그랬다.
현기의 강도, 현기의 상승 빈도, 현기가 일주천 하는 데 걸리는 시간, 현기의 파동 폭, 현기의 회복 속도, 현기의 유지력 등등.
측정 항목이 무려 열 개나 되었다.
현기 측정 외에도 육체 능력 측정, 정신력 측정, 검술 측정, 이해력 측정, 의지력 측정 등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즉, 학생이 가지고 있는 모든 방면의 재능과 능력을 세분화하여 진행하는 종합 검사라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