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선재차-115화 (115/420)

115화 뭘 놓친 거지?

'메신저라니?'

북진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북진은 두 손으로 자신의 눈을 비비고 다시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틀림없이 [메신저]였다.

"이 세계에는 인터넷망도 없는데 메신저가 무슨 쓸모가 있다는 거지?"

북진은 잠시 황당해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스마트폰에 설치된 어플들은 모두 특별한 힘에 의해 상상을 초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메신저] 어플에도 특별한 기능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의외로 굉장히 좋은 어플 일지도?'

예를 들면…….

'지구에 있는 사람의 아이디를 추가해 차원을 뛰어넘는 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신신, [메신저]를 다운로드해 줘."

흥분한 북진이 급히 말했다.

그러자 AI신신의 대답이 들려왔다.

『[메신저] 다운로드를 하기 위해서는 30GB의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현재 주인님께서 보유하신 현기의 양을 데이터로 환산했을 때 약 30.5GB입니다. 앞서 시스템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이미 10GB를 사용하셨기 때문에 현재 21GB가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만약 지금 상태에서 [메신저]를 다운로드받으실 경우 치명적인 무리가 올 수 있습니다.』

북진이 되물었다.

"얼마나 치명적이지?"

AI 신신이 답했다.

『어쩌면 주인님의 생명을 잃으실 수도 있습니다.』

사실 북진은 이런 대답을 예상했다.

몸 안에 있는 모든 현기가 고갈되면 생명에 위협이 갈 거란 예상은 해왔지만 실제로 그것을 확인하게 되니 놀라운 마음도 있었다.

비록 '어쩌면'이라는 전제가 존재하긴 했지만, 북진은 모험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지구에 있을 때 [메신저]는 고작 200MB의 크기였는데 이 곳에서는 30GB나 되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군!"

북진이 불만스럽다는 듯 혼자 중얼거렸다.

하지만 앞서 북진은 어플의 용량이 크면 클수록 그 기능이 강력하다는 것을 충분히 체감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북진은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로 하며 일단은 [메신저] 어플의 다운로드를 잠시 미루기로 했다.

그리고 실행시켜 놓았던 다른 어플을 모두 종료시키고 [고등현기응련술] 어플 하나만을 실행시켜 체내의 현기를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반 시진이 흐른 뒤 북진의 체내의 현기가 마침내 최상의 상태로 회복되었다.

그리고 북진은 [메신저] 어플을 다운로드하기 시작했다.

"아……. 윽! 오……!"

방 안에 있던 북진은 몸에서 현기가 빠져나감에 따라 늑대가 울부짖는 듯한 기이한 신음 소리를 내질렀다.

밖에서 그 소리를 듣던 왕충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점점 굳어져 갔다.

"이제 막 반 시진 정도 쉬신 것 같은데 벌써 다시 시작하신 건가? 이렇게 가다가는 도련님의 발육에도 영향이 생기겠어! 안 되겠다! 언제 기회를 봐서 도련님께 너무 무리하시면 안 된다고 충고를 해 드려야겠어."

왕충의 마음속에 여러 가지 걱정이 떠올랐다.

그렇게 다시 반 시진이 흘러갔다.

방안에서 들려오던 북진의 신음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북진은 마치 격렬한 운동이라도 한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침대 위에 대(大)자로 뻗어 누워있었다.

그리고 마치 목욕이라도 한 듯 전신에는 땀이 흥건했고 안색은 매우 창백해져 있었다.

북진은 멍한 표정으로 입술을 떨고 있었는데, 이제는 조금도 움직일 힘이 남아 있지 않은 듯했다.

"시, 신신! [메신저]를 설치해."

북진이 명령을 내렸다.

『네, 주인님.』

세 번의 시스템 업데이트를 거친 후 AI 신신의 지능은 매우 똑똑해져 있었다.

이제는 북진의 의중을 매우 빠르게 파악했고, 덕분에 스마트폰의 조작도 훨씬 간단하고 수월해져 있었다.

약 이각의 시간이 흐른 뒤.

『띵! 설치가 완료되었습니다.』

익숙한 어플 아이콘 하나가 스마트폰 화면 위에 떠올랐다.

북진이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북진은 소진했던 현기를 이미 7할 정도 회복한 상황이었다.

북진은 마음이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지구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을 할 수 있을까?'

북진은 떨리는 마음으로 [메신저] 아이콘을 눌러보았다.

익숙한 화면이 펼쳐졌다.

"응? 이 메신저는 아이디나 비밀번호가 필요 없는 건가?"

북진은 시작 화면이 지나간 뒤 사용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화면이 나올 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화면 없이 바로 대화를 할 수 있는 화면으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메신저 안에 있는 연락처에는 그 어떤 친구도 추가되어 있지 않았다.

북진은 '친구추가' 버튼을 누른 뒤 검색 창에서 아버지의 아이디를 입력해 보았다.

그리고 돋보기 아이콘을 눌러 탐색을 시작하기 전 긴장한 듯 손을 가늘게 떨면서 잠시 동안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잠시 후, 북진이 천천히 검색 아이콘을 눌렀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바로 검색 결과가 화면에 떠올랐다.

『존재하지 않는 사용자입니다.』

북진이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비록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실망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북진은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어머니 그리고 좋아했던 여학생, 친한 친구들, 선생님, 익숙한 사람들의 아이디를 모두 검색해 보았다.

하지만 예외 없이 존재하지 않는 사용자라는 결과를 얻었을 뿐이었다.

긴 한숨을 내쉰 북진이 천천히 침대 위에 누웠다.

북진은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

희망이 모두 사라진 기분도 들었다.

잠시 간 지구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 해도 자신이 살아있다는 소식이라도 지구에 전할 수 있기를 바랬다.

반 시진 정도 누워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던 북진은 기분이 좀 나아졌다.

마음을 추스르고 자리에서 일어난 북진이 [메신저] 어플의 기능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메시지 발송, 친구 목록, 검색, 타임라인……. 모든 기능이 다 있구나. 친구 목록에서 지인들을 검색할 수 없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지구에서 사용하던 기능 그대로야. 메신저에 결제 기능도 있었던 것 같은데……. 돈은 없겠……. 응?"

북진이 결제 탭을 눌러보았다.

그리고 북진의 얼굴에 놀라운 표정이 떠올랐다.

결제 탭 안에 있는 북진의 지갑 안에는 4,110냥의 금전이 있었다.

"지갑 안에 충전되어 있는 금액이……. 지구에서 사용하던 화폐가 아니라 이곳의 금전이잖아?"

북진은 곧 [메신저] 어플의 지갑 안에 있는 금액이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금액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메신저] 어플 또한 다른 수련 어플과 같이 북진의 몸과 연동되어 스마트폰 주인의 각종 데이터가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제 기능은 사실상 별로 쓸모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북진은 이제 자신이 원하는 사진이나 상태 메시지를 게시물로 올려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타임라인 탭을 눌러보았다.

안에는 아무런 게시물도 없었다.

"타임라인이나 하나 올려볼까? 이 세계에서의 삶은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마음이 동한 북진은 스마트폰을 들고 셀카를 한 장 찍어보았다.

찰칵-!

사진이 찍혔다.

"와, 잘생기긴 정말 잘생겼구나."

사진을 보던 북진은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 몸의 뛰어난 외모에 감탄해 입에서 침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북진은 자신이 방금 촬영한 사진을 타임라인에 게시하며 글귀도 하나 남겨보았다.

"아침에 일어나 밝은 태양을 보니 마음속에 밝은 기운이 가득 차는구나. 세상에 정해진 길은 없고 모두 나의 노력으로 길을 개척해야 하니 나의 앞날이 계속해서 밝은 곳을 향해 나아가기를……."

북진은 원래 '이 세계에서의 첫날'이라는 제목도 적어볼까 했지만 곧 포기했다.

북진이 올리는 타임라인은 누구도 볼 수도 보아서도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 세계의 사람들이 북진이 차원을 이동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북진을 화형시켜 버릴 수도 있었다.

비밀은 자신의 마음속에만 간직하기로 했다.

타임라인 게시 글을 올린 북진은 계속해서 [메신저] 어플의 기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곧 북진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주변인물' 탭을 눌러보았다.

그리고 곧 북진은 앞선 상황과 마찬가지로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인물' 탭 안에도 역시나 아무도 검색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의 기능으로만 본다면 이 어플은 나에게 아무런 쓸모가 없구나. 하지만 어쩌면 아직 내가 많은 기능들의 정확한 사용법을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북진은 아직 완전히 낙담하지는 않았다.

30GB나 되는 데이터를 사용해 다운로드한 어플인 만큼 그 기능이 대단할 것이란 기대감이 아직 남아 있었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거지?'

그렇게 북진이 심각하게 고심하고 있던 무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도련님, 초 주임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왕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흔?'

북진이 함부로 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북진은 급히 옷을 걸쳐 입고 문을 열고 나가 1층으로 향했다.

"초 주임님, 어쩐 일이십니까?"

북진이 일부러 매우 기뻐하는 기색을 비추며 인사했다.

"왕충! 뭘 하느냐! 어서 좋은 차를 내오거라!"

북진이 왕충에게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의자에 앉은 초흔이 좋지 않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 녀석! 오늘 하루종일 모든 수업을 무단으로 빠졌다면서? 수업에 들어가는 선생님들마다 나에게 네가 교실에 없다고 보고를 올리더구나. 학년 주임으로서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파악하러 왔다."

그의 말을 들은 북진이 급히 대답했다.

"아, 다름이 아니고 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좋지 않아 조금 쉬었습니다……. 감기에 걸린 듯 합니다."

"감기?"

초흔이 당혹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북진은 자신이 단어 선택을 잘못했음을 깨달았다.

이 세계에는 감기라는 단어가 없었다.

"그, 그게 그러니까 찬바람을 많이 맞아 몸이 으슬으슬하고 열이 좀 나는 것 같습니다. 응? 왕충이 병가를 신청하지 않은 것입니까? 왕충! 왕충! 이 망할 녀석! 내가 분명 병가를 내라고 했는데 내 말을 뒷등으로 들은 것이냐!"

열심히 차를 준비해 내오던 왕충이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도련님! 저에게 그런 말씀은 하신 적이 없잖아요!'

하지만 왕충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는 듯 빠르게 반응했다.

"아! 도련님, 모든 것이 소인의 불찰입니다! 도련님의 병가를 내는 것을 깜박하고 말았군요!"

하지만 초흔은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었고, 단번에 상황을 이해했다.

그러나 초흔은 크게 뭐라고 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북진은 초흔에게 매우 아끼는 학생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북진이 제3 학원에 안겨다 준 커다란 영예로 따진다면 북진은 매일 수업을 빼먹어도 상관이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2학년 수업의 진도는 더 이상 북진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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