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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선재차-138화 (138/420)

138화 운이 좋았어

모든 이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동안 목이 잘린 사 맹주의 시체는 그때까지 땅바닥에 쓰러져 손발을 떨고 있었다.

"죽었겠지?"

북진이 자신의 검을 들고 사 맹주의 시체 옆으로 다가가 그의 심장에 검을 찔러넣었다.

확인 사살이었다.

곧 사 맹주의 시체가 천천히 움직임을 멈추고 완전히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북진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몸을 돌린 북진은 다시 다른 제자들의 시체 곁으로 다가가 그들의 심장을 한 번씩 검으로 찌르며 그들이 정말로 죽은 것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이가 어려 보이는 제자 하나가 아직 목숨을 잃지 않고 정신을 잃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실 북진은 출수할 때 일부러 한 사람을 살려둔 것이었다.

북진은 한 손으로 그 젊은 제자의 입을 틀어막고 정이검을 꺼내 그의 허벅지를 강하게 찔렀다.

"우욱! 욱!"

젊은 검사가 거대한 통증에 정신을 차리고 식은땀을 흘리며 팔다리를 떨었다.

그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북진에 의해 입이 틀어 막혀 큰 소리를 못 내고 있었다.

허리를 숙인 북진이 피가 묻은 검 날로 그의 뺨을 두드리며 냉혹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리 내지 마라.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면 될 것이다. 만약 네 놈이 다른 사람을 부른다면 너를 네 스승 곁으로 보내주겠다."

불쌍한 젊은 제자는 애써 통증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북진이 천천히 그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뗀 뒤 검을 그의 목에 가져다 대었다.

"앞서 잡혀 온 학원의 교사는 어디 있느냐? 아직 살아 있느냐?"

북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 저는……."

젊은 제자가 입을 연 뒤 고통에 숨을 들이켰다.

그는 북진의 사나운 눈빛을 마주하자 고통을 참으며 대답했다.

"다, 당신이 말한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이곳으로 끌려올 때 이미 두 팔이 잘려져 있었고, 현기가 모두 폐기된 상태였습니다……. 나의 스승님이 그 사람을 실험 재료로 사용했고…… 실패했습니다……. 아, 아직 살아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금 저, 저기에 있는 가옥 안에 있을 겁니다."

그가 애써 자신의 팔을 들어 올려 가옥 중간에 있는 한 방을 가리켰다.

북진이 물었다.

"가옥 안에는 어떤 함정과 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젊은 제자가 몸을 떨며 말했다.

"어, 없습니다……. 이곳은 사부님께서 독약을 제조할 때 사용하는 장소입니다. 우리 제자들 말고는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아무런 함정도 설치해 두지 않았습니다. 앞에 동굴 안에만 함정과 기관이 설치되어 있을 뿐입니다. 대, 대협! 모두 대답했습니다. 제, 제발 목숨만은……."

북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너는 너의 스승을 따라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문은 너의 집이나 다름없다. 같은 식구라면 같은 곳으로 가는 것이 이치겠지."

말을 마친 북진이 그의 머리를 베어냈다.

북진이 살육을 벌이고 싶어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지금 현재 북진이 처해있는 상황이 조금이라도 조심하지 않으면 자신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위험한 환경이었기 때문이었다.

악질 모험가연맹에 속한 모험가들은 하나같이 악당 중의 악당이었고, 이곳 만독동은 살아있는 사람을 재료로 독을 제조하는 곳이었다.

모두 죽어야 마땅했다.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장소였다.

북진이 검을 들고 가옥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북진이 가옥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가옥 안은 매우 어두웠고, 꽤 넓은 공간이 자리하고 있었다.

가옥 안의 벽에는 빽빽하게 찬장이 들어서 있었고, 그 안에는 각종 용도를 알 수 없는 물질이 가득 든 유리병이 놓아져 있었다.

어떤 병 안에는 투명한 액체가 가득했고, 또 다른 어떤 병 안에는 사람의 각종 인체 기관들이 들어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북진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방 안에는 바깥 정원 구석에 놓여있던 것과 같은 항아리 하나가 놓아져 있었다.

그 안에서 기이한 술 냄새 같은 것이 풍겨왔다.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보던 북진은 항아리 안에 술과 같은 액체와 함께 사람 하나가 담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몸이 둥둥 떠서 얼굴만 액체 밖으로 드러나 있었다.

북진이 급히 손을 뻗어 그 사람을 밖으로 끌어냈다.

"초 주임님……!"

북진이 슬픈 목소리로 외쳤다.

항아리 안 액체에 담겨 있던 사람은 바로 초흔이었다.

그는 이미 상상하기도 힘든 고문을 당한 모습이었다.

양팔은 이미 잘려 있었고, 현기는 완전히 폐기되어 있었으며, 몸 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구멍이 뚫려 상처가 모두 썩어가고 있었다.

몇몇 상처는 매우 깊어서 뼈가 다 보일 정도로 매우 참혹한 모습이었다.

초흔을 항아리 밖으로 꺼낸 북진이 손을 뻗어 그의 맥을 짚어 보았다.

아주 약하긴 했지만 아직 맥이 뛰고 있었다.

'아직 살아있다!'

북진이 크게 안도했다.

"초 주임님. 조금만 참으세요. 제가 반드시 구해드리겠습니다."

북진이 손을 들어 수환을 시전했다.

푸른빛의 고리가 초흔의 몸을 뒤덮었다.

초흔의 몸 위에 나 있던 상처가 아주 천천히 꿈틀거리며 치유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팔이 잘린 곳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초흔의 맥박이 처음보다는 약간 강해졌다.

북진은 연속해서 수환을 시전했다.

그리고 마침내…….

"으윽……."

초흔이 입을 열고 피를 토해낸 뒤 천천히 몸을 들썩였다.

그의 몸 위에 나 있던 상처는 거의 삼 분의 일 정도가 아문 상태였다.

북진은 셀 수 없이 많이 수환을 펼쳤지만 초흔의 몸 위에 난 상처를 완전히 치료할 수 없었다.

이 점만 보아도 초흔이 입은 상처가 얼마나 엄중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초 주임님, 제 말이 들리시나요? 접니다! 임북진……."

북진이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초흔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진은 초흔의 가슴이 약간 따뜻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북진이 계속해서 수환을 시전했다.

하지만 북진은 자신의 수환이 초흔의 전신을 감쌌음에도 점점 회복의 기미가 사라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설마…… 면역이 된 것인가?'

북진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콜록! 콜록!'

그때, 초흔이 기침을 하며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매우 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임북진, 이 못난 녀석……. 네, 네 녀석이 왜 이곳에 있는…… 것이냐?"

"초 주임님! 마침내 깨어나셨군요! 큰일 날 뻔했습니다!"

북진이 길게 한숨을 내 쉰 뒤 그의 곁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이곳은 악질 모험가연맹의 본거지 안에 있는 만독동입니다."

"마, 만독…… 동?"

초흔이 몸을 떨며 급히 물었다.

"너도 잡혀 온 것이냐? 악홍향은 어떻게 되었지?"

북진이 급히 설명하듯 대답했다.

"안심하세요. 그녀는 괜찮습니다. 제가 그녀를 성으로 보내 도움을 요청하게 했습니다. 초 주임님이 잡히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곳으로 숨어들어와 찾아온 것입니다……."

북진 대략적으로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이 망할 녀석이 여기가 어디라고 왔느냐! 가슴을 칼에 찔리고도 살아있었다니……."

초흔이 크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너, 너는 이곳에 와서는 안 되었다. 이 악질 모험가연맹의 몇몇 맹주들의 실력은 아주 강하다. 특히 이곳 만독동의 주인인 사 맹주 '만독노조(萬毒老祖)는 독을 아주 잘 사용해서 막을 수 없는 공격을 펼친다……. 어서 가거라. 저, 절대로 그놈에게……."

북진은 초흔이 흥분하는 것을 보며 다시 수환을 그에게 시전하며 말했다.

"안심하세요. 제가 이미 그놈을 처리했습니다."

그리고는 성안에 들어와 이곳까지 오는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초흔은 잠시 동안 침묵했다.

그리고 다시 북진을 나무라며 말했다.

"이, 이 멍청한 녀석! 그렇다면 왜 더 빨리 오지 않은 것이냐!"

"……."

"됐다. 내가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당했구나. 양팔이 잘려버리다니……."

초흔의 기운이 점차 나아지고 있었다.

"반외민이 너에게 수환을 전수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대라신선이 와도…… 콜록! 콜록! 이 노부를 살려낼 수 없었을 것이다."

"초 주임님, 일단 쉬면서 체력을 회복하세요! 그리고 다시 계획을 세워봅시다!'

북진이 말했다.

북진은 마침내 초흔을 구해 냈고, 작게나마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초흔의 얼굴 위에 피로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이 망할 녀석. 네 마음은 잘 받았다……. 만독노조를 주, 죽였다니……. 나의 복수를 네가 이루어 준 셈이구나……. 어서 자리를 떠나라. 더 이상 나에게 신경 쓰지 말거라……. 나,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살아있을 수 있을지 모르는 몸이다."

"그런 말을 하실 거면 그냥 조용히 휴식이나 취하십시오! 제가 계속해서 회복술을 펼치겠습니다."

북진이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제가 얼마나 힘겹게 당신을 죽음의 손아귀에서 다시 빼앗아 온 줄 아십니까? 저는 당신을 위해 처음으로 살계를 펼쳐 다른 이의 목숨을 빼앗았단 말입니다! 아, 아냐 이런 대화는 마치 안 좋을 결말일 때 나오는 대사 같잖아.

으윽! 소름이 돋았어……. 이런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어서 휴식을 취하십시오! 제가 지금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피로감이 극에 달한 초흔은 북진의 말을 듣다가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못난 놈. 경거망동하지 말아라. ……지금 뭘 하려는 것이냐?"

초흔이 물었다.

"당연히 복수지요! 저는 원래 인내심이 없는 사람이라 당한 일에 대한 복수는 하룻밤을 넘기지 않는 사람입니다. 반드시 그 자리에서 바로 복수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입니다."

말을 마친 북진이 다시 초흔에게 수환을 몇 번 펼쳤다.

그리고는 초흔을 들어 올려 가옥 안에 있는 침대에 눕힌 뒤 이불을 덮어 주었다.

초흔은 복수를 하겠다는 북진을 말리고 싶었지만, 피로가 극에 달해 눈앞이 아른거렸고, 그렇게 천천히 눈을 감았다.

북진은 아이를 재우듯 그의 등을 토닥여 주었고, 곧 초흔은 잠에 빠지게 되었다.

북진은 잠에 빠진 초흔을 향해 계속해서 몇 번이고 수환을 펼쳐주었고, 곧 초흔의 전신이 푸른빛에 휩싸이게 되었다.

북진은 초흔이 깊은 숙면에 빠진 것을 확인하고 그제서야 가옥을 나섰다.

정원 안에 놓여있던 만독노조 등의 시신은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지 오래였다.

북진은 만독노조의 시신을 뒤져보려다 독을 만지는 그의 시체에 독이 숨겨져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시신을 만지기 전에 직접적으로 손이 닿지 않게 할 장갑 같은 것이 필요했다.

북진은 다른 가옥 안으로 들어가 이곳저곳을 수색해 보았다.

그리고 곧 창고로 쓰이는 듯한 방 안에서 연금(鍊金)과 연독(練毒)을 할 때 사용하는 각종 도구를 발견했다.

그중에는 마수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방독 장갑도 있었다.

"운이 좋았어."

북진이 크게 기뻐했다.

북진은 장갑을 착용한 뒤 몸을 돌려 만독노조의 시신을 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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