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화 [쇼핑] 어플
약 삼 초 후.
'띵!'
스마트폰의 알림 음이 북진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한 것이었다.
북진이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북진은 이미 '검설무명'에게 차단을 당한 상태였고, [메신저] 어플의 친구 목록에는 아무도 없는 상태였다.
'어째서 갑자기 메시지가 도착한 것이지?'
북진이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해 보았다.
화면 위에는 새로운 친구 신청이 도착해있었다.
알림을 눌러보던 북진은 말문이 막혔다.
북진에게 친구신청을 한 이는 다름 아닌 '검설무명'이었다.
'그 사기꾼 신명이잖아!'
북진이 크게 놀랐다.
'이 신명은 나를 속여 4,000냥이나 가로챈 신명이다. 그리고 나를 차단 해 놓더니 감히 또 내 앞에 나타나? 내가 그렇게 속이기 쉬운 줄 아느냐! 나는 절대로 너를 용서할 수 없다!'
북진이 냉소를 머금었다.
'흥! 내가 용서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던 북진은 친구 신청을 수락해 주었다.
「내 돈을 돌려내라.」
북진이 사납게 메시지를 보내 추궁했다.
검설무명의 대답은 간단했다.
「이미 모두 써버렸다.」
북진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이 망할 여신이! 며칠 만에 4,000냥을 다 썼단 말이냐!'
「물어내라.」
북진은 화가 나서 메시지를 보냈다.
「좋아.」
검설무명이 아주 시원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북진에게 이름을 알 수 없는 파일이 하나 전송되어 왔다.
북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게 뭐지?」
검설무명이 답신했다.
「명세서다. 위에는 내가 너에게 배상할 수 있는 것들이 적혀있지. 스스로 선택해 보도록 해. 선택을 마치면 선택한 것으로 배상해줄게.」
'이렇게 일이 잘 풀린다고?'
북진은 순간 마음속으로 검설무명에 대해 재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북진에게는 검설무명의 프로필 사진에 드러난 길고 잘 빠진 허벅지보다 더욱 매혹적인 제안이었다.
하지만…….
'잠깐! 또다시 이 신명에게 속을 수는 없어!'
북진이 다시 물었다.
「저번에 내 돈을 가져간 뒤 왜 나를 차단한 것이지?」
「차단?」
검설무명이 이상하다는 듯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는 그저 급한 일이 있어 신전 밖으로 나갔을 뿐이야. 때문에 신념의 통로를 잠시 꺼두어 하계와의 연락을 끊어 놓았던 거야. 근데 차단이란 건 무슨 말이지?」
'응? 그렇게 된 일이었나? 그렇다면 신계에 있는 신명이 자신의 신념 통로를 꺼두면 메신저 어플 안에서는 차단으로 표현되는 것인가?'
북진은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보아하니 저번에 있었던 일은 오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진이 점차 냉정을 되찾아갔다.
일이 어떻게 되었든 상대는 신명이었다.
설사 능력이 대단하지 않은 견습 신명이라 해도 신명의 일원이었다.
보통 사람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배상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곰곰이 고민하던 북진은 [메신저] 어플을 통해 전송돼 온 파일을 열어보기로 했다.
북진이 파일을 연 순간, 북진에게 전신이 텅텅 비어가는 듯한 무력감이 몰려왔다.
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물 속성의 현기가 마치 둑이 무너진 저수지를 빠져나가는 물처럼 스마트폰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큰일이다. 메신저 어플로 전송되어 온 대용량의 파일을 열면 데이터가 소모되는 것이었어……."
북진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북진은 다른 어플을 다운받을 때와 달리 이름 없는 파일을 다운로드받기 전 어느 정도의 데이터가 소모되는지 확인을 못 했다.
만약 파일의 크기가 북진이 가지고 있는 현기의 양을 초월한다면 큰일이었다.
'설마 현기가 모두 빨려서 미라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
위험을 느낀 북진이 파일 다운로드를 취소하려 했다.
하지만.
『취소하는 데 실패하였습니다.』
알림창이 떠올랐다.
'응? 이게 무슨 말이야!'
당황한 북진이 계속해서 취소를 시도했다.
하지만 '취소 실패'라는 알림만 떠오를 뿐이었다.
'신신, 방법을 찾아서 이 파일의 다운로드를 멈춰 줘!'
북진이 음성인식 AI 신신을 다급히 호출했다.
하지만 AI 신신은 마치 깊은 잠에라도 빠진 듯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북진이 크게 당황했다.
몸 안에 있던 물 속성 현기는 북진의 통제를 받지 않고 무섭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심지어 수환을 시전해 회복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북진은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리며 전신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
말을 꺼낼 힘도 들지 않았고, 입을 열어 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와, 기도하는 모습도 저렇게 멋있다니!"
소녀 사제 야미앙은 몰래 북진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감탄했다.
"저렇게 열심히 기도하다니! 너무나 대단한 정성이야! 얼마나 기도에 집중했으면 저렇게 땀이 날까?"
북진은 일분일초가 천년처럼 흐르는 기분이었다.
"으악!"
그때, 북진이 커다란 비명을 지르고 맹렬히 두 눈을 떴다.
현기가 빠져나가는 것이 마침내 멈춘 것이었다.
콰당-!
바닥에 강하게 쓰러진 북진이 검의 주군 신상 앞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임 학우님은 역시 검의 주군의 총애를 받는 신도답군요! 이렇게 정성을 다해 기도를 올리다니! 마치 치열한 전투라도 한 번 치른 듯한 모습입니다! 정말 감탄을 금할 수 없군요!"
소녀 사제 야미앙이 붉게 상기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북진은 대답할 힘도 없었다.
"두 분은 저를 따라오세요."
야미앙이 북진과 악홍향을 안내해 초흔 등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북진의 모든 정신은 완전히 스마트폰에 집중되어 있었다.
검설무명이 전송해 온 이름 없는 파일은 마침내 다운로드가 완료된 상태였다.
검설무명이 보내온 파일을 확인하던 북진이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왜냐하면 다운로드를 완료하자 이름이 없던 파일에 이름이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파일의 이름은…….
[쇼핑]이었다.
북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두 눈을 비볐다.
틀림없었다. [쇼핑] 어플의 설치 파일이었다.
'이게 무슨……? 설마 검설무명은 어플 개발자라도 되는 건가? 설마 이 세계는 복잡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거 아니야?'
"신신."
『네, 주인님.』
"방금 전까지 어디 있었지?"
『방금 스마트폰의 시스템이 과부하 상태에 놓여있어 나타날 수 없었어요. 방금 다운로드하신 [쇼핑] 어플은 시스템 구동력을 100% 다 사용해야만 다운로드가 진행되는 어플이었어요.』
"됐다. [쇼핑] 어플을 설치해 줘."
『네, 주인님.』
약 반 각의 시간이 흐르고 어플 설치가 완료되었다.
익숙한 쇼핑백 모양의 아이콘이 홈 화면에 떠올랐다.
북진은 주저하지 않고 어플을 실행시켰다.
펼쳐진 화면 또한 익숙한 화면이었다.
하지만 메인 화면에 펼쳐진 상품에 대한 분류나 종류는 지구에서 보았던 [쇼핑] 어플의 그것보다는 매우 단순하고 간략했다.
오직 단 하나의 상점 페이지만이 메인 화면에 떠올라 있을 뿐이었다.
그 상점의 이름은…….
'검설무명의 잡화점'이었다.
북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별 모양 인증 표시도 없는 상점이었다.
북진이 '검설무명의 잡화점'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상점 안에 있는 상품들은 모두 순 천연의 첨가물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무해하고 부작용이 없으며 인공적인 가공을 거치지 않은 것들뿐이었다.
예를 들면, 더러운 돌멩이, 마른 풀, 썩은 과일, 녹슨 철, 찢어진 옷 등이었다.
이런 상품들에 검설무명이 붙여놓은 상품명은 더욱 가관이었다.
패천석(覇天石), 용탄초(龍誕草), 천지과(天地果), 선혈금(仙血金), 예상선의(霓裳仙衣)…….
'어쩜 하나같이 이렇게 상식에 어긋나 있지?'
북진이 잠시 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
검설무명이란 신명이 어떤 신명인지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한 북진은 결국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완전히 한 놈만 걸려라는 식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악질이었군!'
북진은 조용히 [쇼핑] 어플을 종료시킨 뒤 [메신저] 어플을 통해 욕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사기꾼 같은! 네가 말한 배상이란 것이 이 말도 안 되는 패천석이니 용탄초니 하는 쓰레기였나? 귀신도 안 속겠다!」
「일단 진정해 봐.」
검설무명이 빠르게 답신을 보내왔다.
그리고는 억울한 표정의 이모티콘도 전송해 온 뒤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
「신계와 하계는 달라. 신계에서 쓰레기 같은 물건이라 해도 하계에서는 보물 중의 보물이라 할 수 있지. 내가 올려놓은 물건들은 모두 하계에서는 천하의 다시없을 보물급이야. 엄청난 가치가 있는 것들이라고!」
'응? 그런 건가?'
북진이 자신의 미간을 쓰다듬었다.
어딘가 일리가 있는 말 같기는 했다.
「잘생긴 오라버니, 나는 절대로 오라버니를 속이는 게 아니야. 다시 자세히 봐 봐. 가격도 모두 써놓았잖아.」
검설무명이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내왔다.
「상품 설명란을 보면 효과와 기능이 모두 상세하게 적혀있어. 나는 이번에 큰 대가를 치르고 이렇게 장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오라버니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두고 있는 거라고. 오라버니, 잘 보고 선택해 봐. 내가 오라버니가 선택한 물건을 보내줄게.」
북진이 답신했다.
「일단 한 번 보도록 하지.」
북진은 다시 [쇼핑] 어플을 실행해 '검설무명의 잡화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각 상품의 효과와 기능에 대한 설명을 쭉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북진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혹시 몸을 재생시킬 수 있는 단약 같은 것은 없나? 아니면 그런 방법이라도 없을까?」
북진이 메시지를 보냈다.
검설무명이 즉각 답신했다.
「뭐라고? 몸을 재생시켜? 어디 장애라도 생긴 거야?」
북진이 답신했다.
「그냥 있는지 없는지만 이야기해.」
검설무명이 바로 답신했다.
「없어.」
잠시 고민하던 북진이 다시 답신했다.
「아니면 얼굴이 망가진 사람의 얼굴을 고칠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없나?」
검성무명이 놀란 이모티콘과 함께 다시 메시지를 보내왔다.
「얼굴이 망가진 거야?」
짜증이 난 북진이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그딴 건 신경끄고! 있어, 없어!」
검설무명이 또다시 바로 답신했다.
「없어.」
북진은 큰 실망감이 몰려와 조금의 가식도 없이 메시지를 보냈다.
「보아하니 견습 여신이라는 존재는 참으로 무능한 것 같구나! 이런 작은 일도 해결하지 못하는 여신이라니!
됐어! 네가 올려놓은 그 쓸모없는 상품 중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없다! 네가 나에게 빚을 진 것은 기억해 두겠다! 나중에 네 능력이 지금보다 좋아지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
* * *
이름을 알 수 없는 세계.
허름하고 무너져가는 궁전 안.
검설무명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방금 막 낮잠을 자고 일어난 고양이와 같이 기지개를 편 뒤 오래된 담요 위에서 계속해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눈처럼 새하얗고 긴 그녀의 다리는 결점 하나 없는 깨끗한 상아를 조각해 만든 듯했고, 피부에서는 빛이 나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극히 아름다운 자태였다.
검설무명은 눈살을 찌푸리고 얼마 전 거대한 돈을 들여 사 온 수정 화면에 떠오른 메시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