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괴물 같은 성적
국립 황실 초급학원.
돌기둥 앞.
학생들이 술렁이고 있었다.
두 번째 필기시험을 마친 천재 학생들이 모두 고개를 들고 돌기둥 위로 떠오른 순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북진의 이름이 가장 높은 곳에 1등으로 떠올라 있었다.
100점이라는 엄청난 점수가 태산과도 같은 기세로 천재 학생들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번에도 북진이 유일한 1등은 아니었다.
야미앙과 임진 또한 북진과 마찬가지로 100점을 받아 공동 1위를 하였다.
사실 임진이 만점을 받은 것은 크게 놀랄 만한 일이 아니었다.
임진은 현재 운몽성에서 가장 뛰어난 천재라고 익히 알려져 있었고, 그것은 허명이 아니었다.
임진은 지금까지 운몽성에서 치러졌던 크고 작은 각종 대회와 시험에서 이미 동년배들을 아득히 뛰어넘는 엄청난 실력을 보여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야미앙의 경우 많은 사람들을 크게 놀래키고 있었다.
검의 주군 신전 출신의 소녀 사제 야미앙은 지금까지 그 이름이 알려진 적이 없던 갑자니 나타난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교양쟁패전에 참가한 적이 전혀 없는 인물이었는데, 갑자기 나타나 임진과 같은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자 많은 천재 학생들이 모두 충격을 받고 있었다.
학생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북진, 임진, 야미앙 세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학생들의 머릿속에는 도무지 현재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물음표가 끊임없이 떠오르고 있었다.
'저 괴물 같은 세 사람 중 누가 가장 뛰어난지 어떻게 가릴 수 있을까?'
다른 천재 학생인 임의, 소소연, 조파천 세 사람은 98점을 받아 2점 차로 순위 2등을 점하고 있었다.
점수가 가장 낮은 학생은 제6 학원의 정수채로, 78점이었다.
남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소녀 정수채는 이제 다른 학생들에게 멸시를 당하는 대상이 되어버렸다.
이젠 직접 입을 열어 그녀를 비웃는 학생은 없었지만, 그녀를 향한 다른 학생들의 눈빛에서 경멸이 느껴지고 있었다.
정수채는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우리 네 사람이 첫 번째 관문을 모두 통과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 같군!"
한불부가 흥분해서 말했다.
그는 제3 학원 3학년이 최근 몇 년 동안 배출했던 천재들 중 최고의 천재였다.
학원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던 한불부는 지금까지 교양쟁패전에서 홀로 고군분투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설마 자신 말고도 우수한 3명의 동창생들이 더 나타나 모두가 함께 교양쟁패전에서 함께 우수한 성적을 보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러한 남다른 감회는 평소 진중하고 과묵했던 한불부의 청춘을 끓어오르게 만들고 있었다.
악홍향은 84점이라는 자신의 성적을 보며 크게 만족했다.
그녀의 점수는 한불부의 89점보다는 낮았고, 백금운의 82점보다는 높았다.
72명의 대표 학생들 중 중하위권에 속한 성적이었지만, 그녀의 평소 실력을 뛰어넘은 훌륭한 성적이라 할 수 있었다.
제3 학원의 네 사람 중 북진만 울상을 짓고 있었다.
북진은 상금을 또 나눠 갖게 되자 가슴이 아파 왔다.
돈을 뺏기는 기분은 가족을 잃은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저 두 여자는 일부러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건가?'
북진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다시 한번 임진과 야미앙을 찾아갔다.
그리고는 10냥의 금전을 북진, 임진, 야미앙이 각각 4냥, 3냥, 3냥씩 나눠 갖는 방안을 또다시 제안했다.
북진의 제안을 듣게 된 두 미소녀는 돈만 밝히는 북진의 답답한 태도에 그 자리에서 북진의 머리를 후려갈기고 싶은 심정이었다.
"임 소저, 힘을 내야 해요! 절대로 먼저 탈락하면 안 됩니다!"
야미앙이 임진을 향해 미소를 지은 뒤 도발적으로 말했다.
임진은 몸을 돌려 시험장 쪽으로 걸어가며 대답했다.
"비록 네가 이런 대회에 처음 참가했다고는 하나 주인 된 나로서는 절대로 너에게 양보할 마음이 없다. 어디 온 힘을 다해 내 뒤를 쫓아봐라. 네 그 무료한 사제 생활에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겨주겠다."
그녀의 말을 들은 야미앙이 더욱 환한 미소를 떠올렸다.
잠시 후.
빠르게 세 번째 필기시험인 현문진법학 시험이 시작되었다.
북진은 여전히 일각 만에 시험지 제출이라는 기록을 세워나가고 있었다.
현문진법학 시험의 내용은 약초학보다 더욱 심오했다.
현문진법학은 학생들의 무도 이론에 대한 이해 능력을 시험하는 과목이었다.
때문에, 북진 바로 다음으로 시험지를 제출한 임진조차 북진이 시험지를 제출하고 이 각이나 시간이 더 지난 뒤에야 시험지를 제출할 수 있었다.
임진이 막 시험장을 빠져나왔을 때, 야미앙도 그녀 뒤를 바짝 쫓아 시험장을 빠져나왔다.
두 소녀의 눈빛이 허공에서 맞부딪히자 불꽃이 튀는 듯한 치열함이 느껴졌다.
먼저 시험을 마치고 나온 북진은 한 쪽 계단에 앉아 두 손으로 턱을 괴고 그런 두 소녀의 모습을 재미있게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저 두 여인이 서로를 적대시하고 있군. 휴, 이게 다 나라는 남자 때문인가. 아아! 나는 왜 이렇게 잘생기고 멋지게 태어났을까?'
너무 뛰어난 외모는 화를 불러온다는 말이 있었다.
북진은 그런 결말을 원하지 않았다.
'조금 자신을 낮추고 소극적으로 몸을 사릴 필요가 있겠어. 하지만 나의 뛰어난 실력이 과연 그것을 허락해 줄까?'
북진이 답답하다는 듯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약 반 시진 후.
세 번째 필기시험도 종료되었다.
이렇게 교양쟁패전의 첫 번째 순서인 필기시험 세 과목이 모두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돌기둥 위로 성적이 공개되었다.
북진은 여전히 의심할 여지 없는 1등이었다.
게다가 1등을 유지하는 북진의 점수는 단 1점도 떨어지지 않은 100점이었다!
말 그대로 신화와 같은 성적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모든 학생들이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던 나머지 두 사람의 점수가 달라졌다.
임진과 야미앙이 마침내 만점을 받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마치 서로 운명의 상대라도 되는 듯 모두 99점이라는 같은 점수를 받았다.
동시에 그녀들과 같이 99점을 받은 조파천은 함께 공동 2위가 되었다.
백금운은 78점으로 뒤에서 2등이었으며, 한불부는 86점으로 중상위권에 머물렀다.
악홍향은 여전히 제일 마지막으로 시험지를 제출했는데, 불가사의하게도 96점이라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녀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으로는 97점의 왕형여, 미여연, 98점의 창산설, 소소연, 그리고 98.5점의 임의 등이 있었다.
순위로 치면 악홍향은 6등이었다!
"와! 악 사매, 현문진법에 이렇게 뛰어난 재능이 있었단 말이야?"
한불부가 믿기 힘들다는 듯 말했다.
악홍향의 이번 성적은 북진과 백금운의 예상도 훨씬 뛰어넘은 성적이었다.
북진이 자신의 미간을 쓰다듬었다.
'이상한걸? 나야 스마트폰을 보고 답을 베껴 쓰니까 만점이 당연하지만 악 사매의 성적이 어떻게 이렇게 높게 나온 것이지? 저번에 학원의 연중 대회에서도 이런 두각은 나타내지 못했었는데?'
"그게……. 저 스스로도 제가 이런 성적을 받을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 믿어지시나요?"
악홍향의 얼굴에도 크게 의외라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악홍향은 시험을 보는 동안 시험 문제가 너무 어렵다고 느꼈으며, 그녀가 공부한 내용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문제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많은 문제들의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했으며 결국 자신이 추측하고 추리한 대로 자유롭게 답을 써 내려갔다.
때문에, 70점 정도의 점수만 나와도 굉장히 시험을 잘 본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녀의 예상과는 다르게 무려 96점이었다.
'설마 내가 생각한 대로 추리해서 적은 답이 다 맞는 답이었던 걸까?'
악홍향은 지금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교양쟁패전의 첫 번째 관문은 악홍향의 머릿속에 떠오른 물음표와 함께 끝나게 되었다.
잠시 후, 첫 번째 관문인 필기시험의 성적 순위가 발표되었다.
북진은 300점 만점이라는 점수로 1등에 올랐다.
북진이 보여준 성적은 가히 괴물이라 할 만한 것이었다.
북진은 제3 학원 연중 대회에서 보여주었던 기적을 이어나갔다.
임진과 야미앙 두 미소녀는 각각 국립 황실 초급학원과 검의 주군 신전을 대표하는 학생들이었고, 두 사람은 299점으로 공동 2위에 기록되었다.
3등을 한 학생은 제6 학원 대표로 등록되어 있는 조파천으로, 총점 296점이었다.
4등은 국립 황실 초급학원의 학생인 임의로, 295.5점이었다.
5등은 성립 제1 초급학원의 천재 소녀 소연연으로, 총점 295점을 받았고, 그녀의 동창생인 왕형여는 291점으로 6등에 기록되었다.
오늘 발표된 성적은 운몽성에 있는 유명한 도박꾼들이 예측했던 성적과는 크게 다른 결과였다.
많은 도박꾼들은 동방전에게 큰 기대를 걸었었는데, 그는 이번에 총점 254점으로 51등에 머물렀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라고는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교양쟁패전의 종합 성적에서 필기시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2할 정도일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동방전은 이번 필기시험에서 그의 위명에 비해선 다소 손색이 있는 활약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동방전이 가진 무공 실력은 절대로 약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일찍이 무부경에 올라있는 학생이었다.
예전 시검지약에서 동방전은 한 자루의 검으로 북진을 거칠게 몰아세운 전적이 있었다.
때문에, 그의 명성은 허명이 아니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필시 시험의 성적이 작은 파란을 몰고 오기는 했지만 교양쟁패전의 대국을 놓고 보았을 때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교양쟁패전에는 한 가지 불길한 전설이 있었다.
바로 역대 교양쟁패전 필기시험에서 1등을 한 학생은 실기시험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보여주어 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필기시험이 교양쟁패전에서의 운명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첫 번째 관문인 필기시험이 종료된 뒤, 성적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정수채를 비롯한 10여 명의 학생들이 무참히 탈락했다.
탈락한 학생들이 명단이 발표되고, 정수채를 비롯한 10여 명의 학생들은 커다란 실망감에 울음을 터뜨렸다.
탈락한 학생들은 앞으로 진행되는 교양쟁패전에 참가하지 못하고 그저 관전자의 신분으로 멀리서 다른 학생들의 활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을 동정하는 이는 없었다.
왜냐하면 약하다는 것은 곧 죄였기 때문이었다.
"오늘의 시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교육청의 청장인 이웅부가 단상 위에서 북진을 비롯한 우수한 성적을 낸 학생들에게 한 차례 칭잔을 해 주었다.
그리고 상금을 나눠주었다.
"내일부터 무공 실기시험이 진행됩니다. 교양쟁패전에 참가하는 모든 여러분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서 우리 운몽성 천재 학생들의 뛰어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해 줬으면 좋겠군요."
이렇게, 교양쟁패전의 첫날이 마무리되었고, 귀빈들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
각 학원과 기관의 인솔자들이 자신들의 학생들을 데리고 황실 초급학원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