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선재차-198화 (198/420)

198화 해냈어……

"하하하하!"

조파천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네 행운의 두루마기도 너를 지켜주지는 못한 모양이구나. 임북진, 엉덩이나 잘 닦고 죽을 준비나 하고 있어라."

사실 엉덩이나 잘 닦고 죽을 준비를 하라는 말은 북진이 조파천에게 했던 말이었다.

조파천은 적이 자신에게 들이댄 칼로 적을 베어주고 있었다.

'응?'

북진이 조금 놀랐다.

'저놈이 곱상하게 생긴 얼굴로 나나 할 법한 저런 지저분한 말도 할 줄 알았던가?'

그때, 북진이 몸을 떨다가 피를 토해낸 장면은 이미 방송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목격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방금 방송된 장면으로 인해 운몽성 안에 있는 무수한 도박장에서는 북진의 배당률이 다시 한번 조정되고 있었다.

원래는 도박꾼들에게 가장 주목을 받던 북진이었지만 그 인기가 점차 식어가고 있었다.

북진의 배당률은 이미 10위권 밖으로 떨어져 있었다.

* * *

"신법 시험의 두 번째 항목은 폭우 협곡을 지나는 것이다!"

총감독관 매지원이 큰소리로 외쳤다.

"저곳을 보거라!"

그가 종이 다리와 그 아래 있는 깊은 뱀 소굴을 가리켰다.

그때, 한 보조 감독관 하나가 초록빛 피리를 하나 꺼내더니 입에 물고 불기 시작했다.

기이한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고, 뱀 소굴 안에 있던 사나운 독사들이 갑자기 잘 훈련을 받은 정예 병사와 같이 줄을 지어 도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질서 있게 움직이며 대전 위로 기어 올라왔다.

'소리로 뱀을 조종하는 건가?'

그 장면을 본 북진이 두 눈을 빛냈다.

'저런 기술은 배워두면 쓸 곳이 많을 것 같군! 나중에 지구에 돌아가서 뱀 공연장을 하나 차린다면 큰돈을 벌 수 있겠어!'

모든 독사들이 굴 밖으로 기어 나온 뒤 어디선가 나타난 수십 명의 교육청 작업자들이 도랑 안에서 무언가를 설치했다.

잠시 후. 모든 작업이 완료되었다.

"자세히 보거라!"

매지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때, 교육청의 작업자 중 한 사람이 직경이 반 장 정도 되는 재질을 알 수 없는 구체 하나를 도랑 안으로 밀어 넣었다.

구체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잠시 후 구체가 무슨 기관을 건드린 것인지 도랑의 벽면에서 엄청난 양의 화살이 쏘아져 나왔다.

구체가 도랑 안을 한 바퀴 구르고 밖으로 나왔을 때, 구체 위에는 빽빽하게 화살이 박혀있었다.

"이번 시험의 규칙은 아주 간단하다. 신법을 펼쳐 안전하게 이 화살의 폭우를 건너오는 것이다. 소요되는 시간이 적으면 적을수록! 적중된 화살의 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높은 성적을 받게 될 것이다!"

총감독관 매지원이 한 글자씩 또박또박 규칙을 설명해 주었다.

그의 말을 들은 학생들이 조용해졌다.

'이게 도대체…….'

'누가 이런 시험을…….'

독사가 득실거리는 도랑 위를 지나가는 것만 해도 이미 아주 잔인한 시험이었다.

그런데 이젠 화살의 비를 뚫고 지나가라고까지 하니 학생들은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었다.

'만약……. 화살에 맞아 벌집이 되면 어떡하지?'

'화살에는 눈이 없다고!'

'도대체 누가 이런 인성 말아먹은 시험을 준비한 것이지?'

북진도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출제자는 분명 변태가 틀림없다!'

북진이 고개를 숙이고 자신이 뽑은 번호표를 바라보았다.

36번이었다.

보기에는 꽤나 괜찮은 숫자 같아 보였다.

북진은 어쨌든 자신이 첫 번째가 아니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신법 시험의 마지막 항목.

이 항목의 성적은 매우 중요했다.

이 시험의 성적이야말로 북진의 집사 왕충이 계획대로 돈을 벌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북진은 더 이상 연기를 해서는 안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게다가 북진은 조파천과 목숨을 건 내기를 한 상황이었고, 앞으로 압도적인 성적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내기의 결과도 장담할 수 없었다.

조파천은 아무나 무시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게다가 도박꾼들과 도박장의 사장들도 바보가 아니었다.

잠깐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영원히 그들을 속일 수는 없었다.

때문에, 북진은 이번 폭우 협곡의 시험을 반드시 안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치러 1등을 사수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북진이 머릿속으로 각종 기관의 원리를 떠올렸다.

그때, 이미 시험은 시작된 상황이었다.

악홍향은 이번에도 운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이번 시험에서도 1번을 뽑아 첫 순서로 시험에 참가하게 되었다.

화살의 폭우가 내리는 협곡 입구에 선 악홍향은 자신의 검을 뽑아 꼭 쥐고 있었는데, 마음이 어지러운 듯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오히려 자신에게 다시 종이 다리를 건너라고 한다면 아까보다 더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닥쳐온 화살의 폭우는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이렇게 화살 비를 맞고 죽어가야 하나?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악홍향이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끊임없이 되물었다.

'이미 탈락이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는데……. 그냥 포기하는 것이 나을까?'

악홍향의 머릿속에는 복잡한 고민들이 쉴 새 없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누군가의 응원 소리가 들려왔다.

"악 사매! 힘내! 할 수 있어!"

학생들 사이에 서 있던 북진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저 화살의 폭우는 북황산에서 마주했던 위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북황산에서도 살아 돌아왔는데 저런 화살 비 따위는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포기해선 안 돼! 끝까지 가는 사람이야말로 강자라고!"

북진은 응원을 하면서도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악 사저 힘내세요!"

"홍향! 너는 해낼 수 있어!"

백금운과 한불부도 큰 목소리로 응원을 펼쳤다.

악홍향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세 동창을 바라보았다.

조용했던 대전 안에 울려 퍼지는 응원 소리가 악홍향의 마음에 커다란 힘과 따스함을 안겨다 주고 있었다.

'맞아! 임 사형의 말이 맞아! 저 화살 비는 북황산에서 우릴 추격해 오던 적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북황산에서 악홍향은 부상을 입은 채로 정신을 잃은 북진을 둘러업고는 악질 모험가들의 추격을 벗어났다.

참혹한 운명에서도 살아 돌아온 그녀였다.

북황산에서 그녀가 겪었던 일은 현재 마주하고 있는 위기의 백 배는 참혹했다.

'그래 나에게는 이 모든 일을 이겨낼 수 있는 신념이 있어! 나 자신을 믿어야 해!'

당시 북황산에서 악홍향은 두려움을 느끼기는 했지만 단 한 번도 포기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언제 이렇게 나약해졌지? 포기? 그건 있을 수 없어.'

그녀는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에게 응원을 해준 북진을 위해서 절대로 포기 할 수 없다고 마음먹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악홍향이 머릿속에 떠오른 잡념을 완전히 물리쳐냈다.

"준비……. 시작!"

총감독관이 큰소리로 외쳤다.

악홍향이 앞으로 빠르게 달려 나갔다.

그녀의 모습에서는 조금의 두려움이나 주저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가 막 일 장 정도 이동했을 때, 현문진법과 기관이 발동되었다.

슈슈슈슈슉-!

좌우 양쪽의 벽 안으로부터 쉴새 없이 화살이 날아왔다.

도랑의 폭은 약 이십 장이었다.

양쪽 벽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도량의 모든 범위 안을 뒤덮고도 남을 정도였다.

챙-!

악홍향이 출검했다.

차가운 검광이 번쩍였다.

악홍향은 바쁘게 신법을 시전하며 화살을 피하고 검으로 화살을 쳐냈다.

그렇게 다시 일 장 정도를 이동했을 때, 온 사방이 화살로 뒤덮였고, 그녀는 더 이상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푹-! 푹-!

화살이 하나둘 악홍향에 몸 위에 날아와 꽂히기 시작했다.

피가 튀었다.

다행히도 화살은 그녀의 몸을 관통하지는 않고 그녀의 의복과 피부에 상처를 내고 땅으로 떨어져 내릴 뿐이었다.

하지만 계속된 상처로 인해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은 이미 피로 물든 상황이었다.

이를 악문 악홍향은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는 화살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마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과 같은 모습으로 계속해서 앞을 향해 질주했다.

그녀의 검은 머리칼이 강하게 휘날리고 있었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모든 학생들이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학생들은 설마 첫 번째 학생부터 이렇게 장렬하고 참혹한 장면이 연출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악홍향은 화살을 막거나 피하는 것을 완전히 포기하고 미친 사람처럼 앞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휙-! 휙-! 휙-!

화살이 계속해서 비처럼 쏟아졌다.

그 모습은 마치 빗속을 달리는 어린아이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금방이라도 화살 비에 휩쓸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끈질기게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삼 식이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보는 사람들에게는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잠시 후, 악홍향이 휘청거리며 도랑의 끝에 도달했고, 그 순간 화살 비도 멈춰졌다.

그녀의 푸른 검사복은 이미 피로 인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의 왼쪽 어깨, 오른쪽 다리 위에는 부러진 화살이 하나씩 꽂혀 있었다.

그녀가 들고 있던 장검에서는 팔을 타고 내려온 피가 한 방울씩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악홍향은 허리를 숙이고 땅에 꽂아 놓은 장검에 자신의 모든 체중을 맡기고 겨우 서 있었다.

"나는…… 해냈어……."

마구 헝클어진 그녀의 검은 머리칼이 가면 위로 흘러 내려와 있었다.

매우 처참한 모습이었지만 악홍향의 얼굴 위에는 자신감과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애벌레가 번데기를 뚫고 나와 나비가 된 것이었다.

이번 도전으로 인해 그녀는 아무리 어려운 길이라도 끝까지 도달할 수 있는 의지를 얻어냈다.

그때, 악홍향은 천천히 전신에 몰려오는 격통을 느낄 수 있었다.

"아프다……."

악홍향의 몸이 천천히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미리 준비되어 있던 의료진과 검의 주군 신전에서 파견 나온 사제들이 달려 나와 그녀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곧 악홍향은 치료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이번 시험의 총감독관이었던 매지원조차도 악홍향의 의기 어린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다.

"악홍향, 소요 시간 이십칠 식. 적중한 화살 41개, 폭우 협곡 통과. 성적은……. 병급, 상 등!"

상 등과 중 등 사이에서 고민하던 매지원은 결국 악홍향의 의지에 감탄해 상 등 성적을 공포해 주었다.

이때, 북진, 백금운, 한불부 등 세 사람은 이미 치료실로 달려가고 있었다.

악홍향은 임시로 마련된 침상 위에 눕혀져 있었는데, 매우 창백한 얼굴로 자신의 친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나……. 너희를 부끄럽게 만들지 않은 거지?"

그녀의 말을 들은 한불부과 백금운이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북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는 우리의 자랑이야."

"자랑?"

그때, 한쪽에서 조파천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실력이 모자라 몸으로 화살을 받아내며 달려 나간 것이 자랑이라고? 허허, 내가 다 부끄럽구나! 화살을 41개나 맞았다! 만약 전투 상황이었으면 이미 수십 번은 죽었을 터인데 뭐가 자랑이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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