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화 이게 뭐지?
북진이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북진은 북황산의 일을 겪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치열한 삶을 살아오면서도 자신이 잔인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담고금, 백해금 등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음에도 마음에 조금의 동요도 생기지 않았다.
북진은 만약 오늘 자신이 돈을 모으지 못해 검의 주군의 힘을 얻지 못했다면 화형대 위에서 불에 타고 있는 사람이 자신 혹은 자신의 스승, 친구, 가족들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강철처럼 단단해졌다.
세상에는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강요하지 마라.'라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말도 있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화형대 위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도 차츰 줄어들었다.
실력이 가장 낮은 동방전, 모우촌, 정석은 이미 완전히 죽음을 맞이하여 재가 된 상황이었다.
조파천은 최후의 숨결만 남아 가늘게 몸을 꿈틀거리며 죽음을 마주하고 있었다.
백해금과 담고금.
실력이 가장 강한 두 사람은 실력만큼 생명력도 끈질겼다.
그들은 이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전신에 화상을 입었음에도 여전히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순간에 강한 생명력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실력이 낮아 빠르게 죽는 편이 고통에서 빠르게 해방되는 길이었다.
두 사람은 화염 속에서 원한에 가득 찬 눈으로 북진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북진은 조금의 동요도 없이 평온한 눈빛으로 그들을 마주하고 있었다.
향 하나가 탈 정도의 시간이 흘러갔다.
공기 중에는 고기가 타는 냄새와 불에 타고 남은 재 냄새가 퍼져나갔다.
화형대 위에 묶여있던 모든 죄인들은 마침내 모두 완전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났다.
북진은 자신의 몸 안에 자리하고 있던 신의 힘이 빠르게 흩어지는 것을 느꼈다.
북진이 시선을 돌려 조사단의 고수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모두 담고금과 한패였고, 좋은 사람들이라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담고금의 위세에 기대어 사람들에게 북진과 한패라는 누명을 씌우고 운몽성의 많은 시민들을 괴롭혔다.
"우리의 신이시여! 저희를 살려주세요!"
"우리에게……. 관용을!"
"아, 안 됩니다!"
북진이 그들에게 시선을 한 번 주었을 뿐임에도 조사단의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그들은 담고금 등 인물들이 얼마나 처참하게 죽어갔는지 모두 목격한 상황이었다.
그들은 이미 정신이 완전히 붕괴되어 있었으며, 담고금 등이 받을 혹형을 받아낼 자신이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 지금의 상황은 절대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악몽과도 같았다.
"그들을 베어라."
북진이 다시 한번 명령을 내렸다.
북진은 화형을 선택하지 않았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죄인들이 이미 죽었기 때문이었을까?
차원 이동을 한 자로서 너무나 가혹한 혹형을 바라보는 것에 거부감이 남아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검광이 번쩍였다.
형을 집행하는 자들의 검이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피가 뿜어져 나오고 죄인들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이번 사건에서 운몽성을 괴롭히고 어지럽혔던 조사단의 고수들은 단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모두 색출되어 머리가 잘리고 광장에서 죽어갔다.
만약 평소 같았으면 조사와 재판을 진행한 뒤 그들의 죄의 경중을 물어 심판을 하고 날짜를 잡아 형을 집행하는 여러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참수형을 면하는 죄인도 생길지 몰랐다.
하지만 오늘은 모든 것이 달랐다.
현재 북진은 모든 사람에게 있어 신의 사자라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검의 주군의 의지가 북진의 몸 위에 강림해 있는 것이었다.
때문에, 북진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지고 무상한 신을 대표했다.
북진이 하는 모든 말은 신의 명령이었으며, 북진이 내리는 모든 결정은 의심할 여지 없는 심판이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화형대 위에서 완전히 불에 타 재가 된 죄인들이 바람에 흩날렸다.
"퇴각하여 돌아가라."
북진이 맹북하를 바라보며 천천히 땅으로 내려와 섰다.
맹북하는 이천의 정예 병사들과 함께 북진을 향해 극진한 예를 갖춘 뒤 명령에 따라 운몽성을 떠나 해안령 주둔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북진이 땅에 내려왔다.
무수한 시선이 북진에게 집중되었다.
바로 그때.
띵동-!
익숙한 스마트폰의 알림음이 들려왔다.
「시간이 다 되었어.」
검설무명의 프로필 사진이 떠오르며 메시지가 전송되어왔다.
「일은 다 해결했어?」
북진이 눈을 가늘게 뜨고 답장을 보냈다.
「해결했어.」
「어때 동생? 이번 거래는 아주 대만족이지? 호호! 너는 모르겠지만 내가 검의 주군을 모시기 위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는지 알아? 어휴……. 하마터면 내 몸과 마음을 모두 바쳐 미인계를 펼쳐야 할 뻔했다니까!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어. 이 누님은 말이야 친절하고 의리가 있는 견습 여신이니까! 그러니까 너무 고마워할 필요 없고,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 누님을 찾으라고! 그럼 내가 어떤 게 진정으로 가치 있는 소비인지 알려주도록 할게!」
검설무명이 보내온 메시지 안에는 득의양양한 그녀의 태도가 가득 담겨 있었다.
'몸과 마음을 바쳐? 검의 주군은 여성의 미색을 즐기는 신이었나? 쯧쯧! 악취미가 있는 신이었군.'
검설무명의 메시지를 보던 북진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검의 주군의 신전 사제들은 모두 여성이었어! 남자는 하나도 없고 모두 하나같이 예쁜 여자들만 사제를 하고 있었지! 진 주제 같은 성숙한 미녀부터 야미앙과 같은 청초한 소녀까지! 다 이유가 있었군!'
사실 북진은 검설무명이 말한 '친절'과 '의리'에 대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번에 북진은 검의 주군의 힘을 빌리기 위해 자그마치 300,000냥이라는 금전을 수수료로 지불했다.
그리고 북진이 생각할 때 그중 최소한 100,000냥은 검설무명의 주머니로 들어갔을 것이었다.
북진은 돈을 그렇게나 밝히는 검설무명이 자신의 몫으로 최소한 3할 이상은 챙겼을 것이란 것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자신이 있었다.
'이번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해서 달라는 대로 다 주었지만. 다음은 없을 것이다! 만약 내가 다음에도 검설무명에게 속아 큰돈을 넘긴다면……. 평생 라면을 사도 스프가 들어있지 않은 라면만 사게 될 것이다!'
다짐을 한 북진이 메시지를 보냈다.
「좋아. 다음에 또 일이 있으면 연락하지.」
그리고는 [메신저] 어플을 종료했다.
다음 순간 북진은 갑자기 자신의 영혼이 강제로 뽑혀 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으악! 어지러워! 어지럽다!'
북진이 크게 놀랐다.
'검설무명 이 망할 여신이! 접신이 끝날 때 이런 뇌진탕 같은 후유증이 있다고 말 안 해 줬잖아!'
참을 수 없는 어지러움이 몰려온 북진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바닥에 쓰러졌다.
북진의 귓가로 사람들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오고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북진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때 북진의 손바닥 위로 무언가 기묘하면서도 매우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졌다.
'이게 뭐지?'
북진이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주물렀다.
'반원형? 뭔가 한 손에 다 쥐어지지 않는…….'
정신이 아득해지던 북진은 두 손으로 만져보아야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 무언가 이상한 비명 소리와 누군가가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왠지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북진은 누군가에게 팔이 부축되어 일으켜진 뒤 어디로 이동하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북진의 코끝으로 은은하면서도 부드러운 향기가 느껴졌다.
'이 냄새는 어디서 맡아본 냄새 같은데……. 아 맞다! 진 주제님의 몸에서 비슷한 향기가 났던 것 같은데?'
이러한 깨달음을 얻던 북진의 정신이 점점 아득해졌다.
그리고 곧 북진이 완전히 정신을 잃고 무한한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 * *
북진이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삼 일이 지난 상황이었다.
북진이 천천히 눈을 떴을 때 북진은 또다시 부드러운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북진이 완전히 눈을 뜨고, 시야가 점점 밝아졌을 때, 북진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경국지색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진 주제의 얼굴이 보였다.
진 주제는 가볍게 몸을 술이고 북진의 몸 상태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녀의 긴 검은 머리칼 몇 가닥이 북진의 얼굴에 가볍게 닿았다.
그 부드러우면서도 간지러운 감각은 북진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북진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머리카락 한 올을 물었다.
진 주제는 북진을 슬쩍 한 번 바라보고는 담담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북진이 입에 물고 있던 머리카락이 뽑혀 나왔다.
북진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방금 행동은 좀 너무했나? 하지만 나는 이렇게 잘생겼으니 용서해 주겠지?'
"느낌이 어때요?"
진 주제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표정과 같이 매우 담담했다.
목소리 안에는 조금의 짜증이나 불쾌함도 들어있지 않았다.
북진이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자신의 몸 상태를 느껴보았다.
경맥은 텅텅 비어있었으며, 현기는 사라져서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북진은 자신의 단전 안에서 깊고 강한 힘 하나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그 힘은 북진이 수련했던 물 속성 현기의 느낌과 비슷했지만 약간 차이가 있었다.
북진은 은은하게 그 힘이 소용돌이 모양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수행이 부족하여 더욱 깊은 곳까지 느낄 수는 없어 구체적으로 그 힘의 형태가 어떤지는 알 수 없었다.
북진은 자신이 가진 정신력 부분에서도 깊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머리가 멍하고 무거운 느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지구에 있을 때 여자 친구에게 차인 뒤 밤새 울며 술을 거하게 마시고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느껴지는 강렬한 피로감과 숙취로 인한 어지러움과 같았다.
'접신이란 것은 쉬운 일이 아니군.'
북진이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아직 이렇게 젊고 잘생겼는데, 지금 내 나이에 겪기 힘든 일들만을 겪는구나.'
"괜찮습니다. 많이 좋아졌어요."
북진이 애써 미소를 쥐어 짜내 말했다.
"앞으로 하루, 이틀 정도만 더 쉬면 완전히 부활할 수 있어요."
진 주제가 고개를 끄덕이고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신의 사도가 되는 데는 아주 엄격한 조건이 필요해요. 당신의 육신은 매우 강하지만 현기의 수행과 정신력이 너무 약해요. 때문에 검의 주군께서 자신이 가진 힘의 만분의 일 정도만 내려주었음에도 겨우 감당할 수 있었던 상태이죠.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당신은 정식으로 신권자가 되었으니 앞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굉장할 거예요. 천천히 알게 될 거예요."
'앞으로 천천히 알게 된다고? 휴, 이렇게 보니 접신이라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군! 검설무명 이 망할 여신이 갑자기 계획을 수정해서는! 미리 말도 안 해주고 접신을 강행한 거야?! 역시 완전히 믿을 수 없는 여신이야.'
북진은 자신이 또다시 피해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검설무명을 원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