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선재차-305화 (305/420)

305화 무조건 조용히 지내야 해

응무기는 눈을 부릅뜨고 차가운 눈빛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

"임 현질. 자네는 전천후의 아들로서 아버지의 비호를 받으며 십사 년간 부귀영화를 누려왔네. 그것은 하늘에 닿을 만큼 큰 은혜이거늘 자네에게는 조금의 효심도 없는 것인가?

자네의 아버지는 현재 위기 속에서 천하를 떠돌며 생사도 불분명한 상황인데 자네를 길러주고 가르쳐 준 은혜를 모르지 않고서야 어찌 자네를 생각해주는 어른들 앞에서 그런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소망서가 손을 휘저으며 응무기의 말을 잘랐다.

나이가 지긋한 소망서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임 현질은 앞서 겪은 일로 인해 우리에게 앙금이 남아 있는 듯하군.

휴, 모두 임 현질을 잘 돌보지 못한 우리의 부덕함일세.

현질, 오늘은 푹 쉬게나. 하지만 모든 일은 감정에 휩싸여 처리해서는 안 되는 법. 만약 자네가 마음을 잡고 생각이 열린다면 언제든 행정청으로 노부를 찾아오게나. 교양쟁패전 시상식 전까지 우리는 모두 운몽성 안에서 자네의 소식을 기다릴 것이라네."

말을 마친 소망서가 천천히 일어나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응무기는 고개를 저으며 북진을 슬쩍 바라보고는 그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현질, 부디 우리의 고심을 알아주길 바라네."

"자네의 아버지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네. 자네는 아직 젊지 않나. 깊이 숙고해 보길 바라겠네."

"우리가 이렇게 하는 것도 모두 자네를 위함이기도 하네."

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관원들은 쓴웃음을 짓고 한숨을 내쉰 뒤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선물을 놓고 밖으로 향했다.

"아, 한 가지. 자네에게 말해주지 못한 것이 있군."

문을 나서던 소망서가 갑자기 몸을 돌리고 엄숙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번에 자네가 담고금과 백해금 등을 죽인 일이 비록 신의 의지를 받들어 행한 일이라고는 하나 그들과 이해관계 있는 사람들의 분노를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네. 물론 노부 등이 이미 이 일에 대해 처리를 하고 있어 이 일에 대해 자네에게 책임을 물을 사람은 없겠지만 말이네.

전천후부 안에서 발견된 사마의 제단은 이미 봉인된 상태라네. 하지만 백해금의 죽음은 백운성 사람들이 많은 불만을 품고 있다네. 게다가 백해금에게는 절세의 제자가 하나 있네. 그의 이름은 위명신이지. 그는 앞으로 이 주 안에 출관을 할 것인데, 만약 그가 자신의 스승의 죽음을 알게 된다면 분명 그 원한을 갚으려 할 것이라네……."

그의 말을 들은 북진은 마음속에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북진은 자신을 위협하는 그 어떤 사람과도 대적할 결단이 서 있었고, 오히려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자신을 찾아오라는 생각이었다.

소망서는 그런 북진의 마음가짐을 느낀 것인지 한마디 더 덧붙였다.

"그리고……. 위명신은 아주 특수한 신분을 가지고 있다네. 그 또한 신권자이지. 만약 그가 자네가 자신의 약혼녀인 임진을 유혹한 것을 이유로 들어 자네를 대적한다면 검의 주군 신전이라 해도 그 일에는 쉽게 개입할 수 없을 것이라네."

말을 마친 소망서가 밖으로 나가고 다른 사람들도 그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죽원 안에 남겨진 북진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굳어졌다.

'제기랄! 위명신의 실력은 백해금보다 더욱 강하다고 들었다! 게다가 신권자라고? 검의 주군은 도대체 일 처리를 어떻게 하는 것이지? 아무 범인에게나 접신하는 것을 즐기는 것인가?'

북진은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갑자기 일이 복잡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출신 성분이 고귀하고, 명문 검도성지의 제자이며, 재능 또한 따라올 사람이 없으며, 무도 수행은 동년배들 사이에서 최강이라…….'

북진은 위명신이야 말로 영화에나 나오는 주인공 같은 인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설마 내가 이 세계의 진정한 주인공을 상대해야 되는 것은 아니겠지?'

"퉤! 쓸모없는 놈들!"

왕충이 떠나가는 소망서 등을 바라보며 침을 뱉고 깔보는 표정으로 말했다.

북진이 왕충을 흘겨보며 말했다.

"왕충. 방금 저들이 안에 있을 때 네 태도가 평소와는 다르더군."

왕충이 분기탱천하여 말했다.

"도련님께서는 잊으셨을지 모르지만 저는 저놈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놈들은 좋은 놈들이 아닙니다. 도련님을 자신의 아들처럼 아끼고 잘해주는 시늉을 하다가 전천후께서 일이 생기자마자 종적을 감춘 놈들입니다.

저의 이름에는 충(忠)자가 들어 있습니다. 저는 충의를 저버리는 놈들을 가장 싫어합니다."

"그들은 정말로 내 아버지의 친우들이 맞는 건가?"

북진이 물었다.

왕충이 인정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들이 감히 우리 어르신의 친우라 할 수 있겠습니까? 저들이 하는 일은 탁상공론뿐입니다. 겉으로는 나라와 백성을 걱정하는 척하지만 사실상 자신들의 배나 불리려는 자들일 뿐이죠.

예전에 어르신은 저들과 접촉을 한 적이 있긴 하지만 저들이 어떤 사람인지 진면목을 확인한 뒤 거리를 두셨었습니다……. 도련님, 사실 저는 처음부터 도련님께 저런 여우 같은 자들에게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왕충의 말을 들은 북진이 웃으며 말했다.

"설마 네놈에게 정말로 그런 충심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구나……."

북진의 말을 들은 왕충이 의기양양해져서 말했다.

"도련님,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제 이름에는 충……."

북진이 즉시 왕충을 걷어차며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가져와라!"

왕충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 뭘 가져오라는 것입니까?"

"돈."

북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멍청한 놈아. 내 앞에서 연기를 할 생각은 하지 말아라. 앞서 만승루에 갈 때 네가 네놈에게 백금운의 수정을 맡겼었지? 네놈이 만승루에서 곧이곧대로 음식값을 계산했을 리가 없다. 분명 중간에서 얼마를 떼어먹었겠지. 어서 돈을 가져와라."

북진의 말을 들은 왕충이 멍한 표정을 짓다가 급히 바지 주머니 안에서 금전 백 냥을 꺼내 건네주었다.

"더. 모두 꺼내라."

북진이 말했다.

북진의 말을 들은 왕충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역시 도련님의 혜안(慧眼)은 대단하십니다. 역시 도련님을 속일 수는 없군요……."

왕충이 신발을 벗고 그 안에서 금전 10냥을 더 꺼내 북진에게 건네주었다.

북진은 할 말을 잃었다.

돈에서는 왠지 모르게 이상한 냄새가 났다.

"이 금전 10냥은 가져가서 깨끗하게 세척하고 다시 가져와라."

왕충을 울상을 짓고 금전을 세척하러 주방으로 향했다.

'이상하잖아! 도련님은 정말로 술에 취하신 것이 맞는 건가? 방금 전 분명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고 관원들을 쫓아 보내셨는데, 어째서 연회 전에 있었던 일을 아직까지 선명하게 기억하고 계신 거지?'

* * *

북진은 침실로 돌아와 술에서 깨어났다.

북진은 오늘 있었던 연회에서 예전 지구에서 보냈던 대학 시절의 느낌을 받았다.

수능이 끝나고 동창생들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어른이 된 기념으로 술을 마시며 밤새 놀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립구나!'

침대 위에 누운 북진이 스마트폰을 꺼냈다.

현재 북진은 몸 안에 속성이 없는 현기가 늘어남에 따라 그 수행이 3급 무사경 정도까지 늘어나 있었다.

때문에, 일정량의 데이터를 어찌어찌 사용할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스마트폰 안에 설치되어 있는 어플들을 다시 실행하여 무공을 수련할 수 있었다.

그중 어룡변 심법은 그 수련속도가 매우 느렸고, 수련의 효과도 예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적었다.

북진은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매직 카메라]는 수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부수적인 비용까지 발생하니……."

북진은 [매직 카메라]가 밑 빠진 독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설치해 본 어플들 중에 돈을 먹는 방면에서는 단연코 최고였다.

북진은 [매직 카메라] 어플을 종료시키고 더 이상 돌아보지 않았다.

"무상검체의 수련이 너무 오랫동안 정체되어있구나. 방법을 찾아 계속해서 수련해 나갈 수 있는 비급을 얻어야만 해. 그래야만 육신의 힘을 더 끌어올릴 수 있어.

정신력 방면도 수련이 모자라다. 더욱 높은 수준의 비술과 무공이 필요해. 하지만 다행히도 현기의 수준이 약간 올라와서 사월검법과 화전월하검, 그리고 몇몇 신법은 어떻게든 사용은 할 수 있겠군.

추후에 신력을 수련해 내면 진 주제가 나에게 어떤 신전 절학을 전수해 줄까? 야미앙이 사용하는 검의 날개는 그 효과가 대단하고 비행까지 할 수 있던데……. 만약 그 무공을 배울 수 있으면 정말 좋겠군."

북진은 스마트폰의 설정을 바꾸며 어플을 정리한 뒤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 세계는 정말로 도처에 위험이 가득하다!'

북진은 아무리 자신이 평소에 몸을 사리고 조심성 있게 행동하더라도 알 수 없는 곳곳에서 위험이 튀어나와 자신을 괴롭힌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튀지 않고 조용히 지내야 해. 그리고 위험이 닥치면 내 스스로의 힘이야말로 그것을 헤쳐나갈 수 있는 가장 큰 밑천이다.'

북진은 여전히 조심성 있게 조용히 지내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공의 중요성까지 잊은 것은 아니었다.

북진은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경각심을 일깨우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위명신의 일은…….'

사실 북진은 위명신의 약혼녀인 임진을 빼앗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심지어 임씨 가문에 임진과 엮이지 않겠다고 다짐까지 한 상황이었다.

북진은 최대한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충돌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백해금의 죽음에 대한 원한의 경우 모든 핑계를 검의 주군에게 돌리면 될 일이라 생각했다.

만약 백운성의 절세 천재 위명신이 끝까지 북진을 물고 늘어진다면 북진은 재벌 2세나 다름없는 백금운의 돈을 빌려 '수수료'를 지불하고 다시 한번 검의 주군의 힘을 빌려 위명신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북진은 조금도 겁을 먹지 않고 냉정하게 상황을 따져보고 있었다.

그렇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던 북진은 자연스레 잠에 빠져들었다.

* * *

죽원에서 연회가 있은 뒤, 한동안 운몽성 안은 매우 평온했다.

교양쟁패전의 시상식이 다시 준비를 마쳤고, 앞으로 이틀 뒷면 다시 거행될 것이었다.

운몽성의 모든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진은 가장 영광스런 자리에 오를 것이었다.

1등을 한 북진은 시상대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를 것이며, 가장 많은 상품을 수여 받을 예정이었다.

북진이 받게 될 상품은 천교영패와 4성급 검술인 '창궁낙(蒼穹落)', 그리고 현석 한 근, 금전 500냥이었다.

그리고 류채보석호의 다른 네 명의 조원들과 왕형여, 야미앙, 소병감, 창산설, 소소연 등 천재들도 각자 성적에 걸맞은 상품을 받을 예정이었다.

개인 대전에서 10위권 안에 들지 못한 학생들에게도 상품은 있었다.

'진보상', '의지상', '모범상' 등 여러 가지 항목에서 상품이 준비되어 있었다.

물론 정식으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사람들의 상품과는 차이가 있었지만, 여러 의미에서 상을 탄다는 것은 모두에게 기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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