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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선재차-333화 (333/420)

333화 추잡한 놈이었군

"스승님, 저 늙은이를 해결해 주실 수 있습니까?"

북진이 우 노인을 슬쩍 바라보며 물었다.

정삼석이 말했다.

"죽여 달라는 것이냐?"

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 노인은 원래 모습을 드러낸 뒤 여만루를 데리고 자리를 벗어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방 안에 들어온 뒤로 복수라는 명목 아래 일의 시시비비는 따지지 않고 구실을 찾아 북진과 청청, 천천까지 살해하려 했다.

'저 늙은 놈은 절대로 좋은 녀석이 아니다. 저 눈 위로 떠올라 있는 흉악한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분명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을 것이다.'

검도 종사 한 사람이 가진 전투 능력과 파괴력은 매우 거대했다.

만약 그런 검도 종사가 뒤에서 암수까지 펼친다면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북진은 그런 면에서 지금 이 자리에서 그를 죽여 놓는 것이 뒤탈이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좋다."

정삼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힘이 드는 일이긴 하지만 대략 세 초식 정도면 될 것 같구나."

제자인 북진이 생각하고 느낀 점에 대해 강호에서 수년을 살아온 정삼석이 모를 리 없었다.

때문에, 그는 북진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세 초식? 스승님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닙니까?'

"너희 사제는 단단히 미친 것이 틀림없구나! 이 노부는 오늘의 수치를 반드시 기억할 것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우 노인은 상대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

그가 맹렬히 몸을 돌려 움직이며 말했다.

"기다려라. 해안왕께서 너희 사제를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펑-!

검도 종사의 강력한 힘이 뿜어져 나와 날카로운 검기를 형성한 뒤 그의 뒤에 있던 벽과 결계를 모두 잘라냈다.

우 노인이 잘려진 벽 틈새로 빠져나가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정삼석이 신형을 번쩍이고 그를 쫓기 시작했다.

검도 종사가 가진 전투력과 파괴력은 매우 거대했다.

만약 만승루 안에서 전투를 벌이면 만승루가 무너져 내릴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무고한 다른 사람들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었다.

정삼석은 일부러 우 노인이 도망가게 하여 멀리 한적한 장소에서 그에게 출수를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떠나가고 박살이 난 천자 1호실에 적막이 찾아왔다.

"이제 죽은 척은 그만해라."

북진이 바닥에 누워있던 섭지광을 발로 차며 말했다.

"으악! 나, 나를 죽이지 마시오!"

다리뼈가 부러져 있던 섭지광은 엄청난 고통을 느끼면서도 이를 악물고 죽은 척을 하고 있었는데 북진에게 들키게 되자 비명을 지르고 통증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눈물, 콧물을 흘리며 애걸복걸하기 시작했다.

섭지광은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을 알았다면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운몽성으로 오지 않았을 것이었다.

"잔말 말고 이쪽으로 와라. 그리고 청청과 천천에게 사과해라."

북진이 말했다.

"아, 알겠습니다!"

섭지광은 이미 앞서 일어난 일들로 인해 큰 충격을 받고 혼비백산한 상태였다.

그는 조금도 주저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두 시녀의 앞으로 가서 고개를 조아렸다.

"서, 선녀님들. 두 선녀님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는 사람도 아닙니다. 죽어 마땅한 놈이지요. 인자하신 선녀님들께서 오늘 저의 과오를 한 번 용서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는 청청과 천천을 가지고 놀려 하다가 오히려 자신이 그녀들 앞에서 처참한 꼴을 보이게 되었다.

천천과 청청은 그제서야 정신을 추스르고 있었다.

심하게 맞아 다리가 부러진 강아지 꼴을 하고서 바닥에 엎드려 비는 섭지광을 본 두 아름다운 소녀의 눈동자에는 경멸의 빛이 떠올라 있었다.

섭지광이 두 소녀에게 다져다 준 공포와 모욕감은 그녀들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만약 북진이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그녀들의 결말은 매우 참혹했을 것이었다.

다만 천천과 청청은 섭지광 앞에서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눈치였다.

"좋다. 말 한번 아주 잘했구나."

북진이 갑자기 만족했다는 듯 천천과 청청을 칭찬했다.

'응? 우리가 무슨 말을 했지?'

북진이 손가락을 튕겨 섭지광의 몸 위로 불을 붙였다.

그러자 순식간에 화염이 폭발했다.

섭지광의 실력은 여만루보다 한참이나 모자랐다.

거기가 진룡자염과 같은 특수한 현기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빨리 죽어갔다.

그는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완전히 불에 타 재가 되었다.

"이런 여자나 밝히는 양아치 같은 녀석은 빨리 죽여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 낫다. 용서할 가치가 없는 놈이지."

북진이 매우 만족스럽다는 듯 천천과 청청을 향해 말했다.

"비록 방금 너희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너희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북진은 죽은 척을 하고 있는 성천추 앞으로 가 그를 발로 차며 말했다.

"제, 제발 저를 죽이지 마세요……."

성천추가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악-!

불꽃이 번쩍였다.

또다시 한 줌의 재가 공중에 휘날렸다.

'11킬! Legendary!'

북진은 왠지 귓가에 이런 효과음이 들려오는 기분이었다.

북진이 이번에는 최명궤를 바라보았다.

'저 녀석까지 죽이면 이번 판의 에이스가 될 수 있을까?'

바로 그때, 청청이 입을 열었다.

"도련님, 저기를 좀 보세요! 저게 뭐죠?"

청청이 여만루가 타 죽고 난 뒤 남아있던 검은색 잔해를 가리키며 말했다.

검은 재만 남아있던 잔해 안에서는 옅은 불빛이 깜빡깜빡 빛나고 있었다.

'응? 저게 뭐지?'

북진의 마음이 움직였다.

북진은 이름을 알 수 없는 자신의 화염이 사람을 종이 태우듯 태운다는 것을 이번 일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 온도와 타는 속도는 용광로보다 더욱 빠를 정도였다.

때문에, 이런 고온 속에서 재가 되지 않고 남아있는 물건이라면 분명 귀하고 돈이 되는 물건일 것이라 생각했다.

발걸음을 움직인 북진이 여만루가 타고 남은 잿더미 속에서 옅은 붉은색의 작은 주머니를 발견했다.

'응? 보기에는 일종의 복주머니 같은데?'

북진이 자세히 관찰해보았다.

주머니의 재질은 매우 특수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붉은 비단 같았지만 손에 쥐고 보니 아주 가볍고 부드러웠으며 은은한 온기가 느껴졌다.

게다가 그 촉감은 마치 처녀의 살결처럼 부드러웠다.

북진이 손에 살짝 힘을 주어보았다.

주머니에는 매우 뛰어난 탄성이 있었다.

부드러움과 탄성, 그리고 강도가 평범한 비단을 월등히 뛰어넘는 가죽 재질이었다.

북진은 어떤 희귀한 재료를 사용해 제작한 것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북진이 주머니를 열어보려 했다.

하지만 곧 그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붉은 복주머니는 옅은 금색의 가느다란 줄로 묶여져 있었다.

그 가느다란 줄은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

황색 빛이 감도는 순금으로 제작되어 있었는데, 붉은색 복주머니보다 더욱 질기고 단단한 재질이었다.

촉감은 금속과 같았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특수한 매듭으로 강하게 묶여져 있었다.

줄은 총 10가닥의 금사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금사 한 가닥 한 가닥마다 봉인 진법이 담겨져 있는 듯했다.

10가닥의 금사이기 때문에 총 10개의 진법이 담겨져 있었다.

10개의 진법은 현묘한 힘으로 맞물려 복잡한 연계를 이루고 있었는데, 마치 회로기판의 전선처럼 서로 작용하며 복주머니가 열리지 않게 꽉 동여매고 있었다.

강제로 열려고 하면 복주머니에 담긴 특수한 힘도 함께 사라질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안에 담긴 내용물 또한 파괴될 것이었다.

현재 북진이 가진 수행과 현문 진법에 대한 이해도로는 수일의 시간을 공들여도 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게다가 현재 북진이 가진 현문 진법에 대한 지식은 유치원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런 발견은 오히려 북진을 기쁘게 했다.

설치된 진법이 복잡하다는 것은 안에 담긴 물건이 값이 나간다는 의미였다.

여만루는 해안령의 소왕이었고, 몸에 지니고 있는 재보도 당연히 적지 않을 것이었다.

북진이 붉은 복주머니를 [저장소] 어플 안에 업로드하였다.

그리고 모름을 돌려 섭지광 등이 타고 남은 잿더미를 뒤지기 시작했다.

죽은 이들은 모두 귀족 청년이었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장비가 범상치 않을 것이었다.

과연 섭지광이 죽은 곳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녹색 주머니가 나왔다.

하지만 그 품질은 여만루의 잿더미 속에서 나온 것에 비하면 손색이 많았다.

겉은 이미 여기저기 검게 그을려 색이 바래있었고, 겨우 형태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북진을 역겹게 만든 것은 녹색 주머니 위에는 한 쌍의 원앙이 물가에서 놀고 있는 그림이 수놓아져 있다는 것이었다.

'퉤! 이런 후안무치한 양아치 같은 놈!'

주머니를 집어 든 북진은 주머니를 봉인하고 있던 진법이 이미 불에 타 파괴된 것을 발견했다.

북진이 주머니를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대략 부피가 1 평방 정도 될 법한 저장 공간이 존재했다.

그 안에서 황금색 무언가가 번쩍번쩍 빛냈다.

금전이었다.

북진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북진이 주머니를 든 손을 흔들어 보았다.

짤랑-! 짤랑-!

주머니 안에는 적지 않은 금전이 들어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한 무더기의 금전은 최소한 1,000냥은 되어 보였다.

그리고 몇 권의 책자도 들어있었는데 한눈에 보아도 수련 비급은 아닌 듯했다.

가장 위에 있던 책의 이름은 '편연술(騙姸術)'이었고, 또 다른 책의 이름은 '쇄양충자대법(鎖陽衝刺大法)'이었다.

그밖에 다른 책들의 이름은 불분명했지만 그 안에 담긴 글과 그림은 매우 사실적이었다.

특히 속표지에 그려진 나체 묘사는 너무 생동감 넘쳐서 눈이 따가울 정도였다.

"정말 추잡한 놈이었군."

북진이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모든 책을 [저장소] 어플 안에 업로드해 두었다.

그 밖에도 이상한 물건들이 많았는데 남사스러운 형태의 물건들도 많았다.

북진은 손에 잡히는 대로 그것들을 집어 들어 살펴보았다.

재질이나 제작 수준이 매우 정교했고, 그 위에 새겨진 무늬나 장착된 기관 장치도 대단했다.

예를 들면 긴 막대 모양의 물건은 손잡이를 돌리면 돌기가 튀어나오고 빠르게 진동을 하는 그런 물건이었다.

"보기에는 어떤 암기 종류인 것 같은데?"

하지만 이 물건들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북진은 잠시 살펴보다가 어디에 쓸모가 있는지 알아내지 못하고 모두 [저장소]에 수납했다.

나중에 천천히 연구해 볼 생각이었다.

그런 북진의 모습을 바라보던 청청과 천천의 얼굴이 홍시처럼 붉어졌다.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들은 방금 북진이 발견한 물건이 어디에 쓰는 것인지 알고 있었다.

예전 그녀들이 시녀 교육을 받을 때 '어머니'라 불리던 교육자가 물건들의 사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 주었었다.

북진이 발견한 기구들은 특별한 취미를 가진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기구였고, 그 용도는 설명하기 부끄러운 것들이었다.

북진은 그 기괴한 '암기'들 외에도 천검전장의 흑수정도 발견했다.

그리고 형태가 범상치 않는 장검도 몇 자루 있었다.

북진은 그 모든 물건을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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