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화 지구 어플
점화루(拈花樓).
아름다운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임태허는 연회를 즐기고 있었다.
그는 웃옷을 벗은 채로 앉아있었는데, 약간 늘어진 그의 피부 위로는 은은하게 예전 그가 젊은 시절 가지고 있었던 우람한 근육의 흔적이 보여지고 있었다.
그는 달빛을 받아 윤기가 나는 하얀 머리를 풀어 헤치고 미모의 여성들에게 안마를 받고 있었다.
몇몇 이미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미녀들이 그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있었다.
그리고 연회장 안에 마련된 작은 무대 위에서는 미녀들이 '검신파진무(檢神破陳舞)'를 공연하고 있었다.
무대의 양측에도 십여 명의 미녀들이 앉아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맑은 달빛이 내리쬐는 가운데 하늘하늘 춤을 추는 미녀들의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 같이 보이고 있었다.
연회장 안에는 달콤한 술 향기가 가득했다.
"하하하! 인생은 무상한 것이니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 하는 법! 아이들아! 이쪽으로 와 이 임 노야와 함께 한 잔 더 마시자꾸나!"
임태허가 금으로 만들어진 술잔을 높이 들며 말했다.
주변에 있던 미녀들이 교태로운 웃음소리를 터뜨리며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야말로 신선놀음이었다.
그때.
휙-!
한 줄기 백색의 검광이 허공을 가르고 날아왔다.
임태허는 술에 취해 반쯤 풀린 눈으로 손을 들어 검광을 쥐었다.
곧 은색의 작은 검 하나가 그의 손에 쥐어졌다.
검 위에는 옅은 보랏빛 천이 감겨져 있었고, 천 위에서는 담담한 향기가 나고 있었다.
천을 풀어 내린 임태허가 천 위에 적힌 아름다운 필체로 쓰인 글씨를 바라보았다.
글을 읽은 임태허의 얼굴 위로 마치 수면 위에 작은 돌이 던져져 파문이 퍼져나가듯 미소가 천천히 번져나갔다.
잘생긴 노인의 매력이 극대화되는 순간이었다.
"이 꼬마 놈이……. 이런 한 수를 숨겨두고 있었군."
임태허가 보라색 천을 들어 코앞에 가져다 대고 천천히 향기를 음미했다. 그리고는 감탄한 말투로 말했다.
"확실히 몸에 지니고 다니던 손수건이 틀림없구나. 허허, 홍낭(紅娘)의 살 내음이라니……. 정말로 마음을 흔들어 놓는군."
그의 말을 들은 주변의 미녀들의 얼굴 위로 질투의 빛이 떠올랐다.
"어르신, 저도 살 내음이 얼마나 고운데요! 못 믿으시겠으면 한번 맡아보시겠어요?"
"저도요!"
그녀들은 모두 평소 수많은 유명한 귀족 손님들이 얼굴을 한 번 보기 위해, 손을 한 번 잡아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루에서 가장 뛰어난 기녀들이었다.
다른 손님 앞에서는 언제나 고고한 모습을 유지하는 구천 위에 존재하는 현녀와도 같은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들도 임태허의 앞에서는 귀엽고 어린 소녀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어르신이라고 부르면 내가 섭섭하지 않느냐!"
크게 웃음 임태허가 미녀들을 끌어안고 그녀들의 살 내음을 하나씩 맡았다.
그때,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누군가 싸우는 소리 같았다.
그리고 곧이어 난폭하면서도 방자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나 임낭(琳琅) 상회의 회장이 어떤 신분인 줄 아느냐? 내가 점화루에 방문한 것만으로 점화루의 체면이 살 일이다. 그런데 손님을 받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무슨 연유로 그런 거지? 너희가 감히 날 거절할 재량이 있느냐? 그게 하늘의 법이라도 되느냐?"
그 소리를 들은 임태허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술 좀 마시며 쉬려고 했더니 꼭 방해하는 놈들이 있군.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임태허의 등 뒤에서 어깨를 주무르던 19살 정도 된 아리따운 여성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르신, 그러면 제가 가서 저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을 좀 해결하고 올까요?"
"역시 내 의중을 제대로 아는 아름다운 꽃이로구나!"
임태허는 그 여성의 양쪽 볼을 잡고 쓰다듬고는 웃으며 말했다.
"가서 해결하고 오거라."
그 아리따운 여성이 임태허에게 교태로운 눈빛을 보낸 뒤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곧 아래층에서 노성과 비명이 들려왔다.
그리고 곧 다시 돌아온 아리따운 여성의 손 위에는 한 자루의 검이 들려있었다.
백옥 장식이 새겨진 손잡이를 가진 고풍스러운 검이었다.
달빛을 받은 검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검의 매끄러운 검날에서는 피가 한 방울 부드럽게 흘러내려 술잔에 떨어져 내렸다.
"죽였느냐?"
임태허가 자신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아직 나이도 어린데 살성이 그리 강해서야 쓰겠느냐?"
그 아리따운 여성은 손에 들고 있던 백옥 검을 아무렇게나 한쪽에 던져 놓고는 임태허의 곁으로 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르신의 흥을 깨는 놈은 천만번 죽어도 마땅하죠. 그 외지에서 온 촌뜨기 회장 놈이 우리 마마에게 상처를 입히고, 저희 언니의 얼굴에 상처를 남겼어요. 당연히 죽여서 혼내주어야죠."
"그렇군. 잘 죽였다."
임태허가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
"아래 것들에게 어서 뒷정리를 하도록 말을 전하거라. 조금 있으면 경무청의 사람들이 올 것이다. 그럼 잘 대접해 주도록……. 읍!"
임태허가 말을 하던 도중 그 아리따운 여성이 입 안에 술을 머금고 임태허에게 입을 맞추어 술을 전달해 주었다.
술을 받아 단숨에 삼킨 임태허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런데 요즘 보니 우리 꽃들의 살성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구나. 설마 우리 손녀사위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겠지?"
"우리 모두 중계를 보았어요."
"임 도련님은 정말로 대단해요."
"흥! 나만큼 대단하단 말이냐?"
"당연히 아니죠! 어르신이야말로 제일 대단하고 운몽성에서 제일 멋있는 남자예요!"
"그런데 임 도련님 오늘 밤에도 살인을 하신 거 들었어?"
"맞아! 그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 누구 소식을 아는 사람 있어?"
"어서 이야기해봐."
"너희는 어째서 그놈에게 관심이 이리도 많은 것이냐! 이 어르신이 질투가 다 나겠구나!"
점화루의 객실 안에는 술내음과 분내음이 가득했다.
아름다운 야경이 보는 이들을 취하게 만들고 있었다.
***
북진의 신음은 족히 두 시진 동안 지속되었다.
북진의 신음은 그 소리가 너무 컸기 때문에 죽원은 물론이고 제3 학원의 다른 건물들과 학원 주위에 거리에서도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소리는……."
"누가 감히 우리 신성한 제3 학원 안에서 이런 소리를……."
길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얼굴을 찌푸리며 욕을 했다.
하지만 조금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이 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제3 학원에서 절세의 망나니 북진을 제외하고는 이런 소리를 낼 사람이 없었다.
방 안에 있던 천천과 청청의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침실 안.
시스템 업데이트가 끝나며 현기 소모를 마친 북진이 땀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에 침대 위에 엎드린 북진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북진의 몸 안에 있던 불 속성 현기는 모두 고갈된 상황이었다.
"아…… 온몸이 텅 비어버린 기분이군!"
북진의 머리에서 땀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침상은 북진의 땀으로 모두 젖어있었다.
북진이 몸을 돌려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신신, 스마트폰 화면을 띄워줘."
『네, 주인님.』
AI 신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 북진의 눈앞으로 스마트폰 화면이 홀로그램으로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시스템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음성인식 AI의 시스템이 업데이트되었고, 설치된 어플도 새로운 버전으로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앱 스토어에서 무작위로 어플 3가지를 뽑을 수 있는 기회를 획득하였습니다. 지금 어플을 뽑아 보시겠습니까?』
북진이 예상했던 알림창이 떠올랐다.
'응? 음성인식 AI가 업데이트되었어?'
"신신, 시스템 업데이트가 되고 너에게 어떤 새로운 기능이 생겼지?"
『주인님, 이제 저는 더욱 많은 문제에 대해 답을 해 드릴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어떻게 하면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지도 여쭤보실 수 있어요.』
'뭐라고?!'
북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격동에 차올라 말했다.
"신신, 어떻게 하면 지구로 돌아갈 수 있지?"
『그 방법은……. 저도 모릅니다.』
'뭐?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건가?'
"모르면서 왜 물어보라고 한 거지?"
북진이 화를 참으며 말했다.
『그것은 그저 간단한 예시였을 뿐이에요.』
AI신신이 대답했다.
"이런 ㅆ……."
북진은 욕이 치밀어 올랐다.
북진은 확실히 AI신신이 전보다 똑똑해졌음을 느꼈다.
이제는 주인을 가지고 놀 줄도 알았다.
"그럼 너는 뭘 알지?"
북진이 물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그 밖에도 저는 예전보다 더욱 빠르고 합리적으로 주인님께서 스마트폰의 각종 어플을 사용하는 데 도움을 드릴 수 있게 되었으며, 여러 가지 연산을 통해 학습하고 더욱 좋은 대답을 해낼 수 있어요.』
AI신신이 대답했다.
북진이 예상한 대로였다.
'보아하니 연산 능력과 학습 능력이 더욱 증가했구나.'
잠시 고민하던 북진은 연산 능력과 학습 능력은 프로그램만 좋아져야 할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에서도 성능이 올라가야 가능하다는 것을 떠올렸다.
'설마 이번에 말한 업데이트라는 것이 내 상상을 뛰어넘은 큰 업데이트인가?'
북진이 다시 물었다.
"설치된 어플이 새로운 버전으로 업데이트되었다는 것이 무슨 말이지?"
『스마트폰에 기존에 설치되어 있던 어플이 개선되고 버전이 업데이트되었어요. 일부 기능이 더욱 완벽하게 다듬어 졌고, 수련 효과도 올라갔습니다.』
AI신신의 음성은 예전보다 더욱 생동감 넘치고 있었다.
『주인님, 현재 업데이트가 가능한 어플이 6개 있어요. 소모되는 데이터는 총 20GB입니다. 업데이트를 진행해 드릴까요?』
"당연히……. 음…….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북진은 원래 즉시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싶었지만 AI신신의 능력을 시험해 보기 위해 되물었다.
『저는 잠시 업데이트를 보류하는 쪽을 건의드립니다. 일상 임무로 설정을 해 놓고 천천히 업데이트를 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좋다."
북진이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던 참이다. 그럼 앱 스토어에서 무작위로 어플 세 가지를 먼저 뽑아 보도록 하지."
『네, 주인님.』
앱 스토어가 실행되고 북진의 눈앞에 화면이 떠올랐다.
이번에도 역시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추첨 돌림판이 나타났다.
연속으로 세 번 돌림판이 돌아갔다.
『띵동! 축하합니다. [KXEP] 어플의 한시 다운로드 기회를 얻으셨습니다!』
『띵동! 축하합니다. [알X익스프레스] 어플의 한시 다운로드 기회를 얻으셨습니다!』
『띵동! 축하합니다. [WXchat] 어플의 한시 다운로드 기회를 얻으셨습니다!』
알림음이 들려오고 세 개의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창을 바라보던 북진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모두 지구에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던 어플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