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2화 내 예상이 틀렸어
북진이 출현하자 주변에서 지금까지 들어볼 수 없었던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운몽성의 시민들은 자연히 운몽성의 대표인 북진을 가장 응원하고 있었다.
운몽성 안에서 북진은 의심할 여지 없는 가장 인기가 좋은 선수였다.
다른 선수들은 비교조차 될 수 없을 정도였다.
거의 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북진의 이름을 연호하는 장면은 장관이 따로 없었다.
일부 천재 학생들의 표정이 변했다.
'보아하니 저 망나니 신권자 놈의 인기가 상상 이상인가 보군.'
당연히 대다수의 천재 학생들의 얼굴에는 인정할 수 없다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운몽성은 그저 변방에 자리한 작은 도시일 뿐이었다.
그들은 북진이 고작 4급 무부경 정도의 수행임을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작은 촌에서 도대체 어떻게 진정한 천재가 나올 수 있겠냐고 생각하고 있었다.
"흥! 뭐가 잘났다고! 환영회에도 얼굴을 비추지 않은 놈 주제에!"
불처럼 붉은 머리칼을 가진 소년 하나가 북진을 바라보며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
"교육청의 관원들도 모두 너를 초대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허허, 우리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냐?"
"그렇게 말이다! 하하! 조그만 인기에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아나 보군!"
"지가 뭐라고 우리를 그렇게 깔보는 것이지?"
"망나니 주제에 신권자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주제 파악을 못 하는 놈이군."
"강자류 사형도 제시간에 출석을 했는데 자기가 얼마나 특별하길래 우리를 무시한 거야?"
몇몇 학생들이 계속해서 불만을 터뜨렸다.
단상 위에는 현문 진법이 설치되어 있었고 이런 천재 학생들의 발언은 매우 깨끗한 소리로 중계가 되며 관중들의 귀에도 들어가고 있었다.
다음 순간 무수한 사람들의 시선이 북진에게로 집중되었다.
북진은 닳고 닳은 늙은 여우와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똑똑한 놈들이라 이해가 빠르군! 맞다! 네놈들을 깔보고 있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래서 뭐? 나를 개처럼 물기라도 할 것이냐?"
몇몇 소년, 소녀 천재들이 발언을 한 것은 그저 북진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고 조롱하기 위함이었을 뿐이었다.
이번 교류전이 거행되는 주최지의 선수로서 북진이 환영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매우 거만한 태도라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그들이 북진을 향해 조롱의 말을 내뱉은 것은 그저 북진을 향한 작은 도발이라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만약 북진이 똑똑한 사람이라면 일이 있다거나 바쁘다는 이유를 들어 이번 환영회에 참석하지 못한 일을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방금 북진이 보여준 발언은…….
너무나도 오만방자했고 얼굴이 두꺼웠으며, 사람들의 비난을 받기 딱 좋았다.
북진의 발언을 들은 천재 학생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저런 건방진!'
'미친놈!'
'과연 명불허전이군!'
"흥! 연무대 위에서도 계속 저렇게 까불 수 있었으면 좋겠군."
붉은색 머리를 가진 소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의 말이 화를 불러온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다른 한쪽에서 옅은 노란색 머리를 가진 소녀가 말했다.
북진을 바라보는 천재 학생들의 두 눈에는 냉랭함이 가득 차 있었다.
북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어깨를 풀었다.
'내가 교류전에 참가한 것을 친구나 사귀기 위함이 아니다! 나는 10,000냥의 금전만 아니었으면 참가도 안 했을 것이다!'
"여기 누가 강자류냐!"
그때, 북진이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여전히 매우 거만한 목소리였다.
"내가 강자류요."
붉은색 장포를 입은 소년이 미소를 짓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키는 북진과 비슷했고, 몸매는 호리호리했으며 긴 다리를 가지고 있어 매우 좋은 신체 비율을 지니고 있었다.
머리는 흑발이었으며, 숱이 매우 많았으며, 이목구비가 굉장히 수려했다.
두 눈동자는 매우 깊어 은하수가 담겨있는 듯했고, 눈썹은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교과서적인 미남이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미소를 지을 때 마치 얼굴에서 태양 빛이 뿜어져 나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갈 정도의 환한 분위기를 가진 소년이었다.
'와! 저렇게 잘생겼어? 조금만 더 잘생겼으면 나를 따라잡을 뻔했군!'
북진이 자신도 모르게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북진이 지금까지 상상해 오던 4대 검노의 모습과는 뭔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진 주제에게 받았던 강자류와 관련된 자료에서 묘사된 모습과도 굉장히 달랐다.
북진이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네 그 얼굴은 진짜냐? 아니면 역변을 해서 만들어 낸 얼굴인가?"
강자류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천면(千面)이란 이름도 이제 과거가 되었을 뿐입니다. 이 얼굴이 내 원래 얼굴이죠.
임 학우, 그 명성을 익히 들어왔습니다. 실제로 보니 역시 명불허전이군요."
"너는 뭐 하러 그렇게 예를 갖춰서 말하는 거냐?"
북진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네가 먼저 그렇게 예를 차리고 나오면 내가 미리 준비해 둔 욕을 말하기 힘들잖아."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할 말을 잃었다.
그때, 붉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와서 고개를 숙여도 이미 늦었다."
북진이 고개를 돌려 붉은 머리 소년을 바라보며 말했다.
"좋다. 네 얼굴을 기억해 두었다. 너는 네 어머니도 못 알아볼 정도로 두들겨 패줄 거니 울지 말아라."
북진이 다시 고개를 돌려 강자류를 바라보고 말했다.
"주벽석이 말하길 너는 이번에 나를 죽이러 왔다지?"
그러자 강자류가 더 이상 예를 차리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다. 나는 최대한 너를 죽일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말을 하는 그의 부드러운 말투와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마치 술자리에서 친구에게 술을 권하는 분위기와 같았다.
하지만 주변에서 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북진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를 갖추지 말라고 했더니 직설적으로도 말하는군.'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강자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너에게 그 어떤 원한이나 의견도 없다. 오히려 너를 굉장히 좋게 보고 있지. 그저 위에서 출수하라고 했을 뿐이다. 너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을 생각이니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군."
"내가 듣기로 더는 위명신한테 져서 그의 검노가 되었다던데 맞냐?"
북진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고 비웃듯이 말했다.
"그럼 만약에 나에게 지면 내 검노가 될 생각도 있느냐?"
강자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 세계는 넓고 크다. 나를 이기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지. 네가 나를 이겨도 그것은 별일 아니다. 내가 너의 힘이 되길 바란다면 위명신한테 도전해 그를 이기고 다시 이야기해라."
'흥! 가식은!'
북진이 자신의 미간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음, 너는 내가 상상하던 것과는 다르구나. 나에게 궁금한 문제가 하나 있다.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 테니 네가 내 의혹을 해소해 주었으면 좋겠군."
강자류가 말했다.
"내가 답할 수 있는 문제라면 대답해 주지."
북진이 물었다.
"독도는 어디 땅이지?"
강자류가 멍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저었다.
북진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떠올랐다.
북진이 다시 한번 물었다.
"6 곱하기 7은 몇이지?"
강자류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
북진은 할 말을 잃었다.
'차원 이동을 한 녀석은 아니었군. 내 예상이 틀렸어.'
"연무대에서 보도록 하자."
북진이 실망해서 몸을 돌렸다.
그때, 강자류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북진을 쫓아오며 물었다.
"네가 물어본 기이한 문제의 답은 뭐지?"
북진이 말했다.
"첫 번째 물음의 답은 한국 땅이다. 그리고 두 번째 물의 답은 42이다. 네가 이 문제들의 답을 모른다는 것은 너는 내가 찾는 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강자류는 답을 들은 뒤에도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북진이 말한 두 개의 문제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답은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해가 안 되면 안 될수록 더욱 궁금해졌고, 궁금하면 할수록 더욱 답답했다.
그리고 답답하면 답답할수록 이 두 개의 문제 안에 무언가 커다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지 않다면 북진이 신권자라는 신분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에게 기이한 문제를 던지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아이고."
무대 아래로 내려가던 북진이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때리며 무언가 중요한 일이 생각난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을 본 강자류는 마음이 흔들렸다.
북진이 자신에게 문제의 답에 대해 설명을 해주려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북진은 강자류를 그대로 지나치고 다른 천재 학생들도 지나친 뒤 무대의 중앙으로 가서 자신의 손바닥을 펼치고 작은 깃발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범 대사 무기점! 10월 1일 운몽성 대할인 행사가 개최됩니다! 모든 무기는 2할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보실 수 있으며……."
깃발 위에는 범 대사 무기점의 표식이 수놓아져 있었다.
크게 당황한 강자류가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
'과, 광고를 하려고 돌아온 거야? 정말로 일관되게 특이한 놈이군.'
강자류가 어이가 없다는 미소를 짓고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야. 내 손으로 직접 죽여야 한다는 것이 아쉽군."
광고를 하는 북진을 본 다른 수석 천재 학생들의 얼굴에는 더욱 북진을 깔보는 표정이 떠올랐다.
'재물을 밝히고 호색하며 게으른 녀석. 역시 망나니가 따로 없는 녀석일 뿐이군."
'이런 촌구석 운몽성은 잘도 저런 쓰레기 같은 놈을 수석이라고 내보냈군. 부끄러움도 모르는 족속들!'
그들은 북진과 같은 공간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 수치심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먼 곳에서 운몽성을 찾아온 많은 손님들과 관원들, 교사들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운몽성의 시민들은 잠시 침묵하다가 곧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장면이었으며, 지역 특색과 정감이 느껴지는 장면이라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역시 임북진은 임북진이란 생각을 했다.
수석 천재가 되었어도 여전히 변함이 없는 북진이 오히려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들에게 북진은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악동과도 같은 존재였다.
성주인 최호도 귀빈석에 앉아 모든 장면을 지켜보다가 옅은 미소를 떠올렸다.
응무기와 성 교육청에서 나온 관원들, 그리고 각 유명 학원에서 나온 교사들은 모두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다음 순서는 제비뽑기였다.
68명의 학생들이 각자 자신의 법호를 뽑고, 진법을 통해 무작위로 대진을 짜게 되어 있었다.
방식은 매우 간단하게 1대1 대결을 한 뒤 승자는 올라가고 패배자는 탈락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최후의 승자가 이번 교류전의 1등이 되는 것이었다.
교류전은 교양쟁패전과 같은 정식 대회가 아니었다.
그 규모나 명성이 거대하긴 했지만 교양쟁패전과 같은 많은 시험 항목을 가지고 장기간 진행할 수는 없는 종류의 행사였다.
북진이 뽑은 번호는 21번이었다.
북진은 다른 천재 학생들과 함께 대기 구역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곧 다른 지역에서 온 두 천재 학생이 연무대로 올라 1차전을 치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