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여전한 복수심
그 사람은 바로 용진에게 하마터면 맞아 죽을 뻔한 주요양이었다.
불과 얼마 전에 얇은 종잇장처럼 깔렸었는데 지금 멀쩡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보아하니 주씨 가문에서 주요양에게 어마어마한 금폐를 들인 것 같았다.
실제로 주요양은 용진에게 얻어맞은 뒤 온몸에 뼈가 거의 다 부러졌다.
주씨 가문에서 대량의 금폐를 써서 겨우 그를 저승사자의 손에서 빼앗아온 것이다.
주씨 가문에 가산이 두둑하다 하여도 이번 일은 치명적이었다.
오늘 주요양은 이곳에 온 건 고본배원단(固本????元丹) 몇 알을 더 얻기 위함이었다.
지금의 그는 신체가 매우 허약했다. 또한, 한밤중이 되면 환각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무수한 귀신들이 주위를 맴돌았었다.
주요양은 너무 무서워 저녁에 잠을 잘 때도 등잔을 끄지 못했었다.
또한, 매일 아침마다 주요양은 자신의 영혼이 마치 수만 개의 침에 찔리는 듯한 고통을 느끼게 되었다. 그는 고통에 데굴데굴 구르곤 했었다.
연약사공회의 연약사가 몇 번이나 진찰해 보았지만 다들 이유를 밝히지 못했었다. 아마 신체가 허약하여 사기가 몸에 침입한 것 같다고 하면서 먼저 고본배원단을 먹으라고 하였었다.
그러나 보름이 지나도 전혀 호전되지 않았고 도리어 점점 심해졌다. 저녁에 잠을 자지 않아도 주요양은 무수히 많은 귀신들이 자신에게 들러붙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아침이 되면 영혼이 바늘에 찔리는 것이 아니라 뜨거운 불에 지지는 것 같아 주요양은 죽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지금의 주요양은 뼈만 앙상하고 얼굴이 노랗게 되었으며 예전에 멋스럽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때 시선을 느낀 용진도 주요양을 발견했다.
"주요양, 오랜만이오. 최근 잘 지냈소?"
용진은 햇살처럼 따뜻한 웃음을 짓더니 먼 곳에서부터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멍하니 용진을 쳐다보던 주요양은 용진이 자신을 알아보자 마치 백주 대낮에 귀신을 만난 것처럼 일순 얼굴이 창백해졌다.
"용진… 너… 당신 어떻게 할 생각이오?"
"그 표정은 참 나를 난감하게 만드는군. 난 그저 당신을 걱정하는 것이오. 당신 소식은 들었소. 당신에게 저녁에 귀신들이 찾아오고 아침에 불에 달궈지는 것 같은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고 싶었소."
용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당신… 당신이… 어떻게 알았소? 설마… 설마 당신이요?"
주요양의 두 눈에는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그는 별안간 떠올랐다. 그날 용진이 그를 때려 기절시킨 뒤 그에게 단약 한 알을 먹였었다.
연약사가 말하길 그 단약은 호장단(護臟丹)으로서 단시간 내에 오장육부가 망가지는 걸 방지하는 효능이 있다고 했었다.
다만 주요양은 계속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다. 오늘 용진이 이렇게 말하자 그는 곧바로 그 단약이 떠올랐다. 그는 순간 깨닫게 되었다.
"용진, 당신이 꾸민 짓이군. 당신이 나를 해하는 것이었소, 비열한 놈."
주요양의 두 눈에는 원망이 가득했다.
최근 며칠 동안 받은 고통을 생각하자 주요양은 눈이 새빨개졌다.
그는 고함을 지르며 용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퍽!
용진이 그의 얼굴에 향해 뺨을 날렸다. 힘이 세지 않아 그저 날아갔을 뿐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비열하다고? 나를 그렇게 형용하니 참 황송하군. 내가 아무리 비열해도 당신의 백 분의 일도 비하지 못할 것이오. 당신이 여태껏 얼마나 비열한 수단으로 나를 해하였었소?"
용진은 손을 툭툭 털고는 덤덤하게 말했다.
"아마 당신 스스로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지. 자기가 저지른 짓의 결과는 스스로 감당해야 하오. 지금 나 용진이 궐기하게 되었는데 당신에게 보답하지 않는다면 당신에게 얼마나 미안한 짓이오?"
뺨을 얻어맞은 주요양은 도리어 정신이 조금 맑아졌다.
그는 몸조리를 하는 동안 용진에 대해 여전히 주시하고 있었다.
며칠 전에 용진은 대하제국 황자의 한 시위와 싸워 제도를 놀라게 했다. 그 사람은 명백한 응혈경 강자였다.
지금 무력상으로 주요양은 용진의 상대가 아니었다. 신분상으로도 용진은 고귀한 단도라 그가 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연약사의 말이 떠오르자 주요양은 의심을 금치 못했다.
그 연약사는 분명히 용진이 한 짓임을 알면서도 끝까지 자신을 치료해주지 않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가 공연히 고생을 했다는 생각이 들자 일시 이가 부득부득 갈렸다.
다만 주요양은 자신이 그 연약사를 오해하고 있다는 걸 몰랐다. 용진이 정련한 그 단약 위에 바른 추혼액(追魂液)은 운기 대사를 제외하고 누구도 알아볼 수 없었다.
지금의 만황후는 운기 대사를 초청할 수 있는 자격이 없었다.
만황후가 아니라 황자라도 안되었다.
"용진, 어떻게 해야 날 놓아줄 수 있겠소?"
주요양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주요양, 어찌 이렇게 기개가 없소? 내가 여태껏 당신의 괴롭힘을 받았지만 한 번도 굴복한 적이 없소. 내가 지금 막 반격을 시작하려 하는데 어찌 굴복을 하는 것이오? 참 맥이 빠지는구먼. 놀이의 규칙을 따라야 하오."
용진은 덤덤하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 떠났다.
"용진, 정말 나를 놓아주지 않겠소?"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아주 간단하오. 당신의 수중에 칼이 있으니 목을 슬쩍 그으면 찰나 간의 고통 후 행복을 되찾을 것이오. 굳이 나에게 사정할 필요가 있소?"
주요양은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귀신이 찾아오고 영혼이 불에 달궈질 때 그는 확실히 죽음으로 해탈하고 싶었었다.
그러나 그 시기가 지나면 그는 또 바로 정상인으로 변하게 되었다.
생활에 대한 미련이 너무 많았고 아쉽게 생명을 끊고 싶지 않았다.
살려고 하니 제대로 살 수 없었고, 죽으려고 하니 너무 아쉬웠다.
주요양은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그는 자결할 용기가 없었다. 다만 이렇게 지속하다가 그는 곧 미치광이가 될 것이다.
풀썩.
주요양은 이를 악물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용진, 제발 나를 놓아주오. 내가 졌소.“
사실 지금 주요양에 대한 용진의 원한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이미 용진의 신분은 이미 주요양과 전혀 다른 급이었다. 용진은 이젠 주요양과 같은 끄나풀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주요양의 지금 처참한 모습을 보니 용진의 원한도 많이 사그라들었다.
용진이 갓 그에게서 뭔가를 좀 알아내기 위해 손을 뻗어 반지를 만지려고 했다. 별안간 용진의 영혼지력은 주요양이 암암리에 꽉 움켜쥔 두 손과 그의 눈가에서 흘러나오는 악독함을 발견했다.
용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가에 냉소가 어렸다. 반지를 만지니 단약 한 알이 나타났다. 용진은 곧장 주요양에게 건져주며 말했다.
"이 단약을 당신에게 주겠소. 앞으로 나에게 맞서지 않기를 말거라. 아니면 평생 동안 후회할 것이오."
단약을 주요양에게 던져준 후 용진은 몸을 돌려 떠났다.
주요양은 단약을 받았다.
용진이 멀리 사라지고 나서야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는 용진이 뒷모습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용진, 내가 너를 반드시 참혹하게 죽이고야 말겠어."
그는 용진이 자신에게 독을 탈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아까의 광경을 먼 곳에 있는 대부분 사람들이 보았기 때문이었다. 만일 그가 이 단약을 먹고 독살된다면 용진은 혐의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리하여 주요양은 시름을 놓고 그 단약을 복용했다.
용진도 주요양이 그 단약을 복용하는 걸 본 후 입가에 냉소가 걸렸다. 그의 눈빛에서 복수심이 불타있는 것을 읽었기 때문이다.
'정말 자신이 만든 화는 피할 수 없구나. 원래 네 목숨을 살려두려고 했는데 네가 죽을 곳을 찾아가니 어쩔 수 없군.'
"용 형?"
용진이 걷고 있는데 별안간 누군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
고개를 돌려보니 우 뚱보였다. 용진은 우 뚱보가 이미 취기경 삼중천 경지가 되었다는 걸 발견했다. 수행을 시작했기 때문에 거대한 몸집에서 듬직한 듯한 분위기가 조금 풍겨왔다.
"뚱보, 오호. 이미 취기경 삼중천이 되었소?"
용진이 웃으며 말했다.
"헤헤, 이건 모두 용 형의 덕이지요."
우 뚱보가 조금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제가 마침 용 형의 저택에 찾아가려고 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소?"
"저도 취기경 삼중천이 되었으니 한 번 경축해야 하지 않겠어요? 석봉도 연회를 베풀었는데 저도 한번 그 정도 연회는 베풀어야지요."
우 뚱보가 말했다.
"석봉은 응혈경에 진입한 것이오. 당신이 이제서야 삼중천이 되었는데 이 정도로 축하할 필요가 있소?"
용진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에헴, 그건 다르지요. 전 예전에 수행을 할 수 없었으니 놀라움 정도는 절대 석봉보다 부족하지 않지요."
우 뚱보는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알겠소, 누군가가 술을 사겠다고 하면 난 거절하지 않소, 가세."
"헤헤, 알겠어요. 연회석도 이미 예약해 두었어요. 용 형만 가면 돼요."
우 뚱보가 언급한 주루는 제도 남쪽에 있었다.
비록 명성이 취영루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너무 구차하지는 않았다.
용진이 도착했을 때 과연 우 뚱보의 말처럼 석봉, 원숭이를 비롯한 사람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하하, 용 형, 드디어 왔군요."
용진도 하하 웃으며 그들과 인사를 나눴다. 자리에 앉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술과 안주들이 가득 올랐다.
"오늘 저 우 뚱보가 취기경 삼충전에 진입한 것을 경축합니다. 이로부터 수행 길에서의 큰 난관 중 하나를 넘게 되었으며 창창한 미래가 열린 겁니다. 첫 번째 잔은 용 형에게 권하겠습니다."
일행들은 맞장구를 쳤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 용진 때문에 운명을 바꿀 수 있었다. 그러니 용진이 그들 인생의 귀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용진도 사양하지 않고 술잔을 든 뒤 꿀꺽꿀꺽 들이부었다.
모두 친한 이들이라 너무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었다. 마음껏 마셔도 되었다.
다만 석봉과 우 뚱보를 제외한 그 외 사람들은 모두 취기경 일중천이라 기개는 호탕하여도 주량은 세지 않았다.
몇 잔을 마시니 어떤 이들은 허풍을 치기 시작했다.
"저희들은 용 형처럼 타고난 재지가 뛰어나고 자태가 늠름한 인물에게 어떤 여인이 어울릴지 고민했었습니다."
한 사람이 취기를 빌려 물었다.
용진이 답하기도 전에 곁의 다른 이가 답했다.
"헤헤, 말할 필요가 있겠어? 최소 신분이 공주는 되어야지. 또한, 용모는 절세미인 정도는 되어야 해. 그러나 경지는 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감히 용 형을 괴롭힐 사람은 없으니 말이야. 용 형은 대하제국의 황자도 안중에 두지 않잖아. 그러니 이후 형수님은 너무 강대할 필요가 없다고, 하하하."
"네 말이 옳다. 난 우리 봉명제국에서 이런 표준에 부합되는 건 삼공주마마 뿐이라고 생각해."
우 뚱보가 눈에 빛을 내며 말했다.
"난 삼공주마마를 본 적이 있어. 비록 용모는 아름답지만, 성격은 장난이 아니다. 일반인들은 감당하기 힘들어."
한 사람이 탄식하며 말했다.
"치, 그건 용 형을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용 형을 만난다면 호랑이도 고양이로 변할 것이야."
용진은 할 말을 잃었다.
왜 이야기가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인가.
다만 그들이 삼공주를 언급하자 용진의 머릿속에서도 초요의 얼굴이 떠올랐다.
용진은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초요는 사실 부드럽고 온화한 여인이었다.
다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억지로 방자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녀와 만나던 추억을 떠올리니 용진은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조금의 난처함을 느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몽기에게 미안한 일이 아닐까?'
용진이 고민하고 있을 때 별안간 어느 여인의 냉소가 들려왔다.
"천한 것들이 참 방자하게도 백일몽을 꾸는구나. 너희들이 감히 삼공주에 대해 논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