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강적을 격파하다
후!
일장을 날리자 용진 손바닥의 열로 인해 대부분의 공간이 일그러졌다. 놀라운 기세와 함께 곧장 먼 곳에 있는 황상에게로 향했다.
황상은 속으로 크게 놀랐다. 용진 몸의 화염에 대해 말 못 할 공포감을 느꼈다. 용진이 공격하는 걸 본 황상은 다급하게 움직여 용진의 일장을 피했다.
다만 그가 갓 용진의 일장을 피했을 때 별안간 용진의 입가에 걸린 냉소를 발견했다.
이와 동시 매우 큰 위기감이 느껴졌다.
"낚였다."
황상의 낯빛이 크게 변했다. 용진의 기세가 대단했던 일장이 거짓 공격이었던 것이다.
진정한 공격은 소리 없이 다가온 발이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용진의 발이 그의 아랫배에 힘차게 내리꽂혔다.
"악!"
황상의 처참한 비명 소리가 광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용진의 일격에 중상을 입지 않았지만, 화염으로 인해 황상의 온몸에 난 솜털에 불이 붙었다.
"과연 짐승들은 모두 불을 무서워하는구나."
용진은 속으로 위안을 느꼈다. 황상의 수화는 비록 마수로서의 전투력을 가져왔지만, 마수의 약점도 빠짐없이 계승 받은 것이었다.
털이 있는 마수들은 모두 태생적으로 화염을 두려워한다.
그리하여 단화를 본 황상은 본능적으로 마음에 공포가 솟구친 것이다.
아까 용진은 발에 화염을 부착하여 황상의 몸에 불을 붙였다. 순간 짐승의 털이 불타는 강렬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용진은 황상이 미친 듯이 몸에 붙은 화염을 끄는 걸 바라보았다. 모든 화염이 꺼졌을 때 원래 황상의 몸을 뒤덮고 있던 황색 솜털이 거뭇거뭇하게 타버려 매우 처참했다. 마치 아궁이에서 기어 나온 쥐 꼴이었다.
이 장면을 보고 운기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용진이 이렇게 빨리 황상의 약점을 찾아내다니.
실로 보기 드문 인재였다.
가장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이 안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단화를 응집할 수 있는 용진이야말로 황상의 약점을 잡을 수 있었다.
"아!"
황상의 피부는 타서 까맣게 되었다. 비록 중상을 입지 않았지만, 몸에 솜털들이 순식간에 타버렸다. 결국, 황상은 화염에 대한 태생적인 공포심을 억제하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자 격렬한 전투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용진의 단화가 이미 황상을 미친 듯이 억제하고 있었다.
황상이 울부짖을 때 용진은 마치 인간 화염처럼 두 주먹을 날리며 황상을 향해 달려들었다.
웅. 웅. 웅!
용진의 속도는 매우 신속했다. 연속으로 삼장을 날렸다.
황상은 피할 수 없었고 이를 악물고 억지로 맞받아칠 수밖에 없었다.
황상은 용진의 힘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용진과 일장을 맞받아친 후 그의 날카로운 발톱은 마치 화로 속에서 데인 듯하였다.
삼장을 맞받아친 후 황상은 자신의 손바닥이 자신의 것이 아닌 듯하였다.
심지어 자신의 손바닥에서 나는 고기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아까는 용진이 피해 다녔었지만 지금 상황이 완전히 역전되었다. 황상은 용진의 단화 아래 머리를 쥐고 이리저리 피해 다닐 수밖에 없었다. 전혀 반격할 힘이 없었다.
우 뚱보 일행은 이를 보고 기쁨을 금치 못했다.
용진이 이대로만 한다면 승리는 반드시 용진의 것이었다.
"황상, 용진을 죽이거라."
하장풍이 몸을 일으키며 싸늘하게 말했다.
용진의 강대함은 그의 예상을 너무 벗어났다.
심지어 하장풍은 공포를 느끼기까지 하였다.
잠재력이 무한한 단사인 동시에 전투력이 무궁무진한 무도 천재라니.
이런 사람은 자신의 수하로 만들거나 완전히 죽여버려야 했다.
지금 하장풍과 용진은 이미 적이 되었으니 첫 번째 상황은 가능성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는 지금 그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용진을 죽여야 했다.
아니면 그는 평생을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화염에 싸여있는 용진을 보는 황상의 두 눈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는 살인 유희가 될 줄 알았던 이번 싸움이 이 정도로 변화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었다.
"용진, 그만 죽어."
아까 전 하장풍의 명령을 받자 황상은 야수와 같은 포효를 했다. 별안간 혈기가 하늘을 찌르는 듯하였고 황상은 마치 혈액에 쌓인 것처럼 온통 붉은색이 되어버렸다.
눈알까지도 예외가 아니었다.
"뭐?"
"폭혈대법(暴血大法)을 사용하다니?"
"미친 거 아니야?"
관람석에 있던 봉명제국의 후작들이 비명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황상의 공법을 눈치챈 것이다.
폭혈대법은 매우 공포스러운 비기다. 응혈경강자가 대적할 수 없는 강자를 만났을 때, 살아남지 못하는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공법이었다.
폭혈대법은 온몸에 기혈을 점화하는 대가로 잠시 동안 전투력이 제고된다. 이 공법을 사용한 자는 전투력이 곱절로 변하지만, 그 대가도 매우 참혹했다.
일단 폭혈대법을 사용하면 응집했던 혈액 정화가 모두 깨끗하게 태워지는 것이다.
살아남는다 하여도 경지가 떨어지고 평생 동안 승급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은 매우 드물었다.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누구도 이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위험한 비기를 지금 황상이 실행한 것이었다.
운기는 관람석에 목석처럼 앉아있는 봉명제국의 후작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탄식했다.
봉명제국은 정말 망할 징조였다.
이런 천재가 태어났는데 용진을 위해 나서는 사람 하나 없다니.
뭐라 하든 용진은 봉명제국의 사람이었고 큰 공적을 세운 진원후의 아들이었다.
비록 용진이 봉명제국에 대해 아무런 공헌을 하지 않았다 하여도 진원후는 변방을 십여 년 동안 지켰고 피를 흘리며 외족의 침략을 막았었다. 이에 봉명제국이 태평을 누릴 수 있는 것이었다.
만일 그의 아들이 이렇게 제도에서 죽는다면 황실은 천하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품을지 생각해보지 않는단 말인가.
운기는 사황자를 보고, 또 태후를 본 후 한탄을 금치 못했다.
몸을 조금 앞으로 숙이고는 언제든지 용진을 구할 준비를 해두었다.
오늘 용진의 능력은 이미 운기 대사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그는 절대 용진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게 할 것이다.
폭혈대법을 사용한 황상은 이미 피에 굶주린 맹수로 되어 두 눈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황상의 노호와 함께 별안간 온몸에 기혈들이 움찔거리더니 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것처럼 온몸에 기혈이 모두 오른손으로 응집되었다.
순식간에 오른손이 허벅지처럼 굵어졌고 위에 근육들이 얽히고설켰다.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내뿜으며 용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랑좌(魔狼爪)."
황상이 손을 내뻗은 동시 운기 대사의 몸이 흐릿해졌고 이미 장내로 곧장 튀어 나갔다.
"운기, 방해하지 말게."
운기 대사가 몸을 움직이자 일찍부터 준비를 하고 있던 위창이 냉소하며 따라왔다.
운기 대사의 앞을 가로막고 일장을 날렸다.
운기는 냉소하며 일장을 날리며 위창을 물러나게끔 하려고 했다.
퍽!
두 사람의 손바닥이 부딪히자 위창이 몸을 비틀거렸지만 결국 운기의 일장을 막아냈다.
이와 동시에 운기 대사의 낯빛이 변했다. 별안간 그는 손바닥이 서늘해짐을 느꼈고 손바닥이 순식간에 검은색으로 변하였다.
"운기, 내 음살장(陰殺掌)의 느낌이 어떤가? 내가 있으니 저쪽으로 갈 생각일랑 접게. 저 자식은 반드시 죽을 것이네, 하하."
위창이 냉소했다.
운기는 속으로 놀랐다. 그와 위창과의 은원은 몇십 년 동안 이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 위창이 이렇게 많이 진보한 줄 몰랐었다. 운기는 단시간 내에 위창의 봉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늙은 호색한이야말로 죽을 것 같은데."
조소 섞인 목소리가 용진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황상이 일장을 날리자 용진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온몸에 경지를 극도로 운행하면서 단화지력을 끌어올리자 그것이 화산처럼 폭발했다.
"화운장!"
용진 온몸에 화염이 전부 사라졌고 화염지력은 모두 손바닥에 응집되었다. 원래 옅은 황색이었던 화염이 고도의 응집 때문에 실처럼 가는 옅은 붉은빛이 조금 감돌았다.
우우웅!
모든 사람들이 커다래진 두 눈으로 바라보았다. 용진이 일장을 황상의 날카로운 발톱에 후려치자 폭음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
화염이 미친 듯이 흩날림에 따라 뜨거운 충격파가 솟아올랐다.
운기와 위창마저도 행동을 멈추고 놀란 얼굴로 장내를 바라보았다. 먼지가 사라진 후 시야가 회복되자 사람들이 눈에 먼저 안겨 온 건 원형의 커다란 구멍이었다.
커다란 구멍 양쪽에 두 사람이 널브러져 있었다.
장내는 물 뿌린 듯 조용했다.
투둑.
낮은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몸을 천천히 움직였다. 피범벅이 된 용진이 천천히 일어나는 게 보였다.
비록 머리가 산발이 되고 옷이 갈기갈기 찢어졌으며 숨을 헐떡이고 있지만, 지금의 용진은 의연히 강대해 보였다.
커다란 구멍을 돌아 용진은 황상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지금의 황상은 매우 처참했는데 온몸에 거뭇거뭇하게 타서 마치 미이라와 같았다. 또한, 많은 뼈가 밖에 드러나 있었다.
폭혈대법을 사용한 후 그의 방어력은 급속도로 하강했다.
그리하여 마지막 일격을 맞받아친 뒤 그의 부상은 용진보다 더욱 엄중했다.
"네가 내일의 해를 보지 못하게 해 준다고 내가 말하지 않았어?"
용진이 황상 앞에 서서 싸늘하게 말했다.
황상은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가슴팍이 움푹 파여있었다.
게다가 용진이 그의 허파를 짓누르고 있어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말을 내뱉을 수 없는 기분이 아주 비참하지? 인과응보가 참 빨리도 찾아왔구나. 다른 사람이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들더니 지금 너도 말을 내뱉지 못하게 되었네?"
용진의 입가에 조소의 미소가 걸렸다.
황상은 비열한 수단을 사용했다. 용진을 자극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석봉에게 중상을 입혔고 그의 호흡을 막아 패배했다는 말을 내뱉지 못하게 하였다.
이 모든 악랄한 행위를 용진은 간파하고 있었다.
용진의 싸늘한 눈빛을 본 황상의 두 눈에는 공포에 질린 빛이 어렸다.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황상은 두려웠다. 만일 몇 년 전의 그였다면 생사를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최근 몇 년 동안 하장풍과 함께 향락하면서 이 세상에 대해 미련이 생기게 되었다.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사죄 같은 건 넣어둬. 너와 같은 사람에게 연민 따윈 필요 없으니."
용진이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한쪽 다리를 들었다.
장내에 사람들은 조용히 바라보며 한 마디도 내뱉지 않았다.
이 파란만장한 용쟁호투에 그들은 정말 충격을 받았다.
"용진, 황상을 놓아주게. 내가 자네에게 커다란 보상을 주지."
하장풍은 당연히 내키지 않았다. 자신의 가장 유능한 수하가 곧 죽게 되자 뻔뻔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네? 저의 마음을 흔들만한 물건이 있습니까?"
용진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가능성이 있다는 걸 보고 하장풍은 매우 기뻐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직접적으로 말하게. 나에게 있는 것이면 절대 거절하지 않겠네."
용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 손가락을 뻗으며 말했다.
"당신이 이 정도로 의리를 지킬 줄 몰랐습니다. 그렇다면 기회를 한 번 드리죠. 당신의 목숨을 저에게 준다면 황상을 놓아주겠습니다."
원래 만면에 희색을 띠고 있던 하장풍은 마치 누군가에게 뺨을 얻어맞은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용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나를 가지고 노는 겐가?"
"당신을 가지고 노는 게 목적이 아니라 당신이 죽을 정도로 가지고 노는 것이 목적입니다."
용진의 얼굴에 음산한 미소가 걸렸다. 그가 이렇게 말하고는 한쪽 발을 들었다.
장내의 비명 소리 속에서 바닥에 있는 황상을 힘껏 밟았다.
용진의 발이 막 황상의 가슴팍에 닿으려고 할 때 용진은 별안간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서늘함 느꼈다. 이와 동시에 귓가에서 운기의 외침이 들려오자 생각하지도 않고 재빨리 옆으로 굴러갔다.
휘익!
한 화살이 용진의 허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