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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패체결-71화 (71/680)

71화 마수 길들이기

남리산(南離山)은 봉명제국의 서남에 위치하여 있었는데 제도와 천팔백 리나 떨어져 있었다. 그곳은 첩첩산중으로 산세가 험준한 곳이었다. 이곳은 대하제국과 인접해 있기도 했다.

산맥 중에서는 하늘을 찌르는 커다란 나무도 많고 야수도 바글바글했으며 종종 마수가 출몰하기도 했다. 이곳은 인적이 드문 만황의 땅이었다.

남리산맥 중의 한 산골짜기는 양쪽이 모두 절벽이었는데 이곳은 대하제국으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이었다.

산맥의 깊은 곳의 조용한 못 옆.

용진은 거대한 바위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몸속에서 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열두 개의 기선이 탄생했다.

한 장 정도밖에 안 되는 기선이 순간적으로 열 장이 넘게 커졌다.

참 소름이 끼치는 모습이었다.

정상인의 기선은 주먹만 했는데 어떤 사람의 기선은 그릇만 하다고 했다.

전설 속의 천재는 기선이 무려 항아리만 하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용진의 기선은 그것보다 훨씬 컸다.

기선의 크기는 천지 영기의 속도와 수를 결정할 수 있었다. 무인이 취기경에서 응혈경에 발을 들이면 기선은 사라지지 않고 몸속에 남아 있게 된다.

기선은 천지 영기를 흡수하는 최종적 수단이라는 얘기였다.

기선이 커지는 것은 좋은 일이나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무시무시하게 확대되는 것은 무서운 일이었다.

용진은 단전 내부를 보았다. 정연하게 배열된 열두 개의 기선은 입을 쩍 벌린 것처럼 탐욕스럽게 천지 영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용진은 심장이 마구 뛰었다.

이곳의 천지 영기는 제도보다 훨씬 짙었다. 용진은 이곳에 온 지 이틀 만에 돌파했다.

그는 점점 자신이 없었다. 구성패체결은 너무너무 괴이했다.

‘이렇게 해서 언제야 끝이 난다는 거야?’

커다란 기선에 모습에 그는 더럭 겁이 났다.

"아우우!"

용진이 생각에 잠겨 있는데 온몸이 새하얀 녀석이 용진이 있는 바위 위로 뛰어올라오더니 그의 품에 안겼다.

귀여운 녀석을 본 용진은 방금 전의 생각을 내려놓고 녀석을 번쩍 안았다.

육방아가 가르쳐 준 마수 사육 방식을 용진은 그대로 따랐다.

이틀 동안 길에서 잡은 꿩 몇 마리의 신선한 피를 적염설랑에게 먹였다.

마수는 역시 마수였다. 피를 마신 적염설랑은 몸이 단단해지더니 더 이상 길을 걸을 때 휘청거리지 않았다.

가장 놀라운 것은 이 녀석이 아직 이도 자라지 않았지만 꿩을 꼭 물고 놓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입에 물고 꿩의 껍질 한 부분을 벗긴 뒤, 우물우물 씹어서 삼켰다.

하지만 삼키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설이는 목구멍이 너무 가늘었다. 그렇게 삼킨 꿩이 목에 걸려 한참이나 설이는 캑캑대며 고생을 했다.

용진은 깜짝 놀라 음식물을 목구멍에서 꺼내 주었다.

녀석은 본능적으로 용진이 꺼내 준 꿩 껍질을 다시 씹기 시작했다.

용진은 하는 수 없이 꿩고기를 직접 소분하여 조금씩 먹였다. 그 결과 용진은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깜짝 놀랐다.

손바닥만한 녀석이 꿩을 무려 반이나 먹어치웠던 것이다.

체구의 두 배나 되는 양이었다.

꿩 반 마리를 먹은 녀석은 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온 채, 용진의 옆에 엎드려서 쿨쿨 잠을 잤다. 자다 깨면 또 계속해서 먹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녀석은 원래 손바닥만 했던 설이는 일 척 정도로 컸고 이도 네 개나 자랐다. 아직도 앳된 티가 나는 것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나름의 위엄을 갖추었다.

음식을 보면 게걸스럽게 물어뜯기도 했다.

녀석은 아주 난폭했으나 용진에게만은 아주 다정했다. 녀석은 놀다가 지치면 용진의 품에 엎드려 잠을 자기도 하고 용진의 얼굴을 핥기도 했다.

하지만 용진은 더 이상 그러는 녀석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건 다름 아닌 지독한 입 냄새 때문이었다.

고기를 먹지 않았을 때는 괜찮았지만 녀석이 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입 냄새가 독해지기 시작했다.

용진은 적염설랑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녀석을 볼 때마다 용진은 몽기의 완벽한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뜨거워졌다.

웅!

먼 곳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소리를 들은 용진은 그곳을 바라보았다. 몇 리 밖의 밀림에서 나무 한 그루가 기합 소리와 함께 넘어지는 것을 보았다.

용진은 고개를 젓고는 녀석을 안고 그곳으로 뛰어갔다. 가까이 다가가 보자 무성한 밀림이었던 곳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나무들은 전부 부러져서 이리저리 쓰러져 있었다.

그곳의 중심에 몸집이 큰 사람이 키가 일 장이나 되는 만우(蠻牛)를 머리에 이고 나왔다.

"아만, 여러 번 말했잖아. 사냥을 할 때 기술을 사용해 가장 적은 힘을 들여서 목적을 이루라고. 그래야 잘하는 거라고."

용진은 아만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용 형, 사냥하기 전에는 형의 얘기가 떠오르지만, 사냥을 하다 보면 금세 잊어버려요."

아만은 멋쩍은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용진은 목이 비틀어져 죽은 만우(蠻牛)를 보더니 할 말을 잃었다.

아만의 힘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그냥 사람 모양을 한 마수 같았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힘이 강했지만, 그에게 기교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용진과 함께 길을 나선 뒤.

아만은 배불리 먹기 위해 이미 네 번째로 마수를 잡은 것이었다. 만우는 일급 마수였지만 힘이 워낙 세서 일반적인 응혈경 강자도 상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만은 만우를 병아리 잡듯 손쉽게 잡아서 목을 비틀었다.

아만은 이런 전투 방식을 좋아했다. 절대적인 힘으로 적을 압도하는 것. 그 자체로 아만은 희열을 느꼈다.

그런 아만의 모습에 용진은 골치가 아팠다.

아만은 마수처럼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다. 평소에는 용진이 가르쳐준 내용을 잘 기억하고 있었지만 싸움이 시작되면 새카맣게 잊어버렸다.

"그래, 우리 같이 이 만우를 처리하자.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제거한 뒤, 살만 남기자고."

용진은 날카로운 단도를 꺼내 만우의 가죽을 벗겼다. 이런 정교한 일을 아만에게 맡길 수 없었다. 도끼로 만우 고기를 짓이기는 거라면 몰라도.

마수의 피비린내는 멀리까지 퍼져서 수백 리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마수도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처리를 마친 다음 아만은 가죽과 내장을 제거한 만우를 둘러메고 주둔지로 돌아갔다.

용진은 주둔지를 폭포 뒤로 정했다. 그곳은 천연적인 동굴이 있었기 때문에 몸을 숨기기에 적합했다.

게다가 폭포가 흘러서 그들의 냄새가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을 막아 주었다. 이렇게 하면 다른 마수에게 발견되기 쉽지 않았다.

그들은 일반적인 마수를 두려워하지 않지만 마수에게 기습을 당하는 일은 귀찮은 일이었다. 마수에게 독이라도 있다면 치명적인 위협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동굴 안은 널찍했다. 용진은 불을 피우고 만우를 틀에 올려놓은 뒤, 굽기 시작했다.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향긋한 냄새가 동굴 전체에 가득 퍼졌다.

"아우……."

적염혈랑은 용진의 품에서 벗어나 맛있게 구워지고 있는 소고기에 달려들었다.

용진은 깜짝 놀라 다급히 손으로 녀석을 덥석 잡았다. 조금만 늦었어도 녀석은 불더미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불더미에 뛰어들어도 죽지는 않겠지만 새하얀 털이 타버릴 수 있었다.

"까불지 마."

용진은 눈을 부릅뜨고 짐짓 화난 얼굴로 적염설랑을 노려보았다.

녀석은 용진이 화가 났다는 것을 느낀 듯, 금세 고분고분해졌다. 커다란 눈으로 바닥만 바라보며 감히 용진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는 모습이 꼭 자신의 잘못을 아는 것 같았다.

용진은 육방아가 가르쳐준 마수와의 교류 기술을 이용해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었다.

물론 노인(奴印:마수를 노예와 같이 만드는 방법)을 심으면 마수를 굴복시킬 수 있었다.

다만 용진은 그런 방법까지 쓰고 싶지 않았다. 노인을 쓰게 되면 배신을 하게 되면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따르는 것일 뿐 진정으로 용진을 따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용진은 녀석을 노예로 부릴 생각이 없었다. 그는 설이를 친구로 데리고 있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적염설랑은 어린애와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해도 되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어야 했다.

녀석은 한동안 잠잠하게 있다가 힐끗 용진을 훔쳐보았다.

용진의 안색이 여전히 어두운 것을 보고 녀석은 가까이 다가오더니 용진의 턱에 고개를 비볐다. 애교를 부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용진은 웃고 싶었으나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그냥 넘어간다면 녀석이 다음번에는 더욱 위험한 짓을 벌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반드시 교육을 제대로 해줘야 했다.

적염설랑은 한참이나 애교를 부렸지만, 용진의 표정이 여전히 어두운 것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더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용진은 예상하지 못한 일에 깜짝 놀라 자세히 살펴보았다. 눈물이 맞았다.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흘리는 모양새가 꼭 마치 울먹이는 것 같았다.

"됐어, 다음에 이러면 안 돼. 이러면 위험해서 다칠 수 있어. 알겠지?"

용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적염설랑은 용진의 말뜻을 알아들은 것처럼 머리를 끄덕이더니 용진의 턱에 머리를 대고 비비며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용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녀석은 쉽게 길들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이뿐 만이 아니었다. 벌써 부터 옆에서 군침을 꿀꺽꿀꺽 삼키는 아만을 보자 머리가 아파 왔다. 지금 용진에게는 두 마리의 마수가 있는 것 같았다.

거의 구워진 것을 보고 용진은 크게 베어서 적염설랑에게 주었다. 녀석은 잘게 썰어준 것을 좋아하지 않고 스스로 물어뜯는 것을 원했다.

용진은 열 근이 넘는 고기를 베었다. 나머지는 용진의 것이 아니었다. 아만의 배는 밑 빠진 독처럼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만의 식사량을 진작 알고 있었지만 몇천 근이 되는 소고기를 깡그리 먹어치우는 것을 보고 용진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 널린 뼈와 부족한 듯 입을 다시는 아만을 보니 용진은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다.

아만은 마수의 고기가 아주 맛있고 먹고 나면 온몸에 힘이 샘솟는다고 했다. 소고기를 먹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아만이 말했다.

용진의 아만의 몸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잠자고 있던 그의 세포가 천천히 깨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좋은 현상이었다.

동시에 그도 깨달은 것이 있었다. 마수의 고기는 아만에게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힘이 강한 마수일수록 아만에게 더욱 큰 도움이 되었다.

고기를 다 먹은 녀석은 볼록한 배를 깔고 용진의 옆에서 쿨쿨 잤다. 용진도 수행할 준비를 했다. 응혈경에 진입할 수 없으니 지금은 기선을 모을 수밖에 없었다.

아만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용진이 그에게 준 도끼를 들고 사냥하러 나갔다.

벌써부터 배가 고파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튿날 점심이 되자 바람이 불면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용진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가 기다리던 사람이 드디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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