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화 엄청난 기세
백의 남자는 용진의 일격을 피했지만 무시무시한 위력에 머리띠가 끊어지며 긴 머리가 흩날렸다. 그리고 피가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용진의 공격에 그가 타격을 입은 것이었다.
"허풍을 떨며 자신이 무슨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으스대더니 꼴좋네. 지금 보니 개미의 힘도 견디지 못하고 있군. 참 안됐어."
용진은 활검으로 백의 남자를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
용진이 신환을 소환하자 온몸의 힘이 솟구치며 미친 듯이 천지의 영기를 마구 흡수했다.
고갈 상태에 있던 그의 영기는 순식간에 차오르며 힘도 팔 할 이상 회복했다.
주변에 영기가 많지 않은 게 아쉬운 점이었다. 영기만 충분했다면 그는 순식간에 영기를 모두 채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정도로도 만족했다.
지금의 신환은 완벽에 가까웠다.
신환의 도움을 받은 용진은 온몸에 힘이 넘치며 전의가 들끓는 것을 느꼈다.
그는 신환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신환을 소환하면 힘이 몇 배나 강해진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신환을 소환해야 최강 상태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신환은 아주 놀라운 존재인지라 용진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신환을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상황이 위태로워서 신환을 소환한 것이었다.
시간을 더 끌다간 사람들이 모두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중상을 입은 걸 보고 그는 모든 고민을 내려놓고 신환을 소환했다.
신환은 그의 뒤에서 나타나 하늘을 찌를 듯이 커졌다.
그것은 전신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백의 남자의 실력은 사람들도 보아서 알고 있었다.
용천소 같은 강자도 그의 일격을 견디지 못했다.
하지만 용진은 검 하나로 백의 남자를 날려 보냈고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게 했다.
정말 놀라운 광경이었다.
"용 형 너무 대단해."
우 뚱보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그는 상처에서 전해지는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용천소도 놀란 얼굴로 용진을 바라보았다.
용진에게서 드러난 실력은 종문의 제자인 백의 남자에 못지않았다.
초요는 입술을 가볍게 깨문 채, 용진을 바라보았다.
용진은 그녀의 마음속에 영원히 존재하는 불패의 신이었다.
"이럴 수가? 이게 무슨 공법이냐?"
백의 남자는 머리의 상처도 잊은 채,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는 용진에게서 평생 느껴보지 못한 압력을 느꼈다.
이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다.
평범한 세상에서 어찌 이런 천재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인가?
한낱 응혈경이 어떻게 이렇게 무시무시한 실력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인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개미의 공법이다. 왜? 관심이 생기냐?"
용진의 얼굴에 비웃음이 서렸다.
백의 남자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우물 안의 개구리군. 너한테 비법이 있는 들 뭐가 달라질 것 같아? 네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냐? 넌 비천한 운명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죽어버려!"
그는 장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하늘을 뒤덮는 검망이 용진에게 날아왔다.
쿠웅쿠웅쿠웅!
용진은 활검을 들고 날아오르더니 백의 남자와 미친 듯이 검을 부딪쳤다.
연속된 폭발음에 땅이 끊임없이 흔들렸다.
사방 백 장 안에서는 모래와 돌이 사방으로 빠르게 퍼졌다.
"풉!"
운이 없는 한 사람은 백 장 밖에 서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날아오는 돌에 다리가 찔려 피를 흘렸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누구도 봉변을 당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사방 수십 리 안에는 두 곳만 여전히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운기 대사와 위창, 왕로양이 싸움을 벌이는 곳은 불길이 치솟고 뜨거운 열기가 넘쳤다.
사람들은 단수의 무시무시함을 처음 보았다.
그들의 단화는 아주 짙었는데 싸움을 오랫동안 지속해도 화염지력이 줄어들 줄 몰랐다.
단수들은 단약을 정련할 때, 단화를 소모해야 한다. 등급이 높은 단약일수록 정련하는 시간도 길었는데 어떨 때는 며칠이 걸리기도 했다.
그래서 짙은 단화를 갖추는 것은 단부의 필수적인 요구 조건이었다. 그러다 보니 단부가 싸울 수 있는 시간은 다른 무인들보다 훨씬 길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용진과 백의 남자가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전의가 들끓고 검기가 하늘을 가르는 광경은 사람들의 심장을 조였다.
"용진은 너무 강해. 이번에는 정말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사람들은 감탄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폐인 취급을 받던 용진이었다.
그런 그가 혜성처럼 다시 나타났다.
연무대에서 이호를 이긴 것부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성장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지금 그는 제국 최고의 강자인 역근경 강자를 연이어 죽이고 또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무시무시한 괴물과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용진을 우상으로 여기던 소년들은 주먹을 불끈 쥔 채, 속으로 꼭 용진 같은 강자로 되리라 다짐했다.
쿠웅!
용진과 백의 남자는 또 부딪혔다가 뒤로 십여 장 물러났다. 먼 거리를 사이 두고 둘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들이 있는 곳은 사방 천 장이 모두 난장판이었다. 밭을 간 것처럼 땅이 잔뜩 뒤집혀 있었는데 그것은 모두 검기에 의해 베어진 것이었다.
"개미의 힘이 어때?"
용진은 차가운 시선으로 백의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둘은 이미 천 수나 넘게 겨루었다.
용진은 신환의 도움을 받아도 체력이 떨어지고 영기도 부족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신환이 강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주변의 영기가 너무 희박하여 용진에게 보충해 줄 수 있는 영기가 부족했다.
"버르장머리 없는 놈!"
백의 남자의 여유로운 표정은 진작 자취를 감추었다. 그는 이 세상에 용진 같은 괴물이 있을 거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한낱 응혈경이 역근경 후기의 종문 제자와 싸울 수 있다니.
이 사실에 그는 화가 나는 동시에 질투도 났다.
그는 자신보다 더욱 젊고 잠재력이 뛰어난 천재를 보자 짙은 살의가 생겼다.
백의 남자는 소리를 질렀다. 그의 미간에서 빛이 나오더니 그가 들고 있는 장검에 쏘아졌다.
그러자 장검은 살아난 것처럼 소리를 내며 빛을 뿜었다.
장검의 검망은 용진에게 떨어졌다.
"유광검(流光劍)!"
백의 남자의 동작이 끝나자마자 검광(劍光)은 용진의 앞으로 다가왔다.
더할 나위 없이 빠른 속도였다.
용진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 빛은 용진의 몸을 베고 있었다. 용진은 깜짝 놀랐다.
그는 이토록 빠른 공격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쿠웅!
십여 장에 달하는 검광이 용진의 몸에 닿았다. 사람들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너무나 빠른 속도였다. 사람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모든 것이 끝난 뒤였다.
빛이 하늘을 뒤덮으며 용진을 삼켰다.
'아까까지도 실력이 엇비슷하더니 갑자기 이렇게 일격에 죽은 거야?'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백의 남자는 공격을 끝내자 얼굴이 창백해졌다.
방금 전의 것은 그의 필살기였다. 무시무시한 위력이 특징이었다.
그 전기의 위력은 속도에 있었다. 적수가 그의 동작을 본 뒤, 막으려 해도 때는 이미 늦었다. 속도가 빨라 막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 전기는 백의 남자가 소중히 간직해 온 필살기였다.
이 한 수로 그는 종문의 동급 제자들을 여러 명 이겼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소모도 아주 컸다. 그는 힘들었지만, 이걸로 용진을 죽일 수 있다면 사용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앞쪽에 깊은 구덩이가 파여진 것을 보고 백의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고 했다.
이때, 그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쿠웅!
땅이 갈라지며 한 사람이 그 안에서 날아올랐던 것이다.
"용진이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 사람은 바로 용진이었던 것이다.
용진은 온몸에 흙을 묻히고 있었는데 가슴팍에는 핏자국도 가득했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살아 있었다!
"이럴 수가?"
백의 남자는 믿을 수 없는 시선으로 용진을 바라보았다. 그는 용진이 그의 가장 강한 전기에 맞고도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용진은 몸의 흙을 툭툭 털며 속으로 감탄을 연발했다. 방금 전의 일격에 그도 깜짝 놀랐다.
속도가 너무 빨라 미처 막을 수 없었다.
위기의 순간에 그는 본능적으로 검을 들어 앞을 막은 뒤, 영기로 온몸을 보호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 죽은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그의 민감한 감각이 다시 한번 목숨을 구해 주었다.
목숨은 건졌지만 무시무시한 힘에 용진은 땅속에서 피를 세 번이나 토했다.
"받은 게 있으면 돌려주어야 예의이지. 나도 하나 돌려줄게."
용진은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손에 든 활검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용진의 동작과 함께 세상이 조용해졌다. 세상에는 용진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활검에 이상한 무늬가 나타나더니 굉음과 함께 공간이 끊임없이 흔들렸다.
무시무시한 살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백의 남자는 이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자신이 무시무시한 힘에 의해 고정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용진은 이제 겨우 응혈경에 들어선 애송이인지라 역근경 강자인 그를 고정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가 용진의 전기에 고정되었다는 것밖에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럴 리 없어. 절대 그럴 리 없어.'
백의 남자는 속으로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응혈경 무인이 역근경 강자를 고정시키려면 반드시 지급 중급 이상의 전기를 사용해야 가능했다.
속세에 유통되고 있는 지급 전기는 대부분 종문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가장 하급 전기였다.
종문에 있는 전기는 모두 정예품으로 같은 지급 초급이라고 해도 위력 차이가 아주 컸다.
바로 이것 때문에 백의 남자의 전기가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하지만 종문 제자인 그는 지급 중급의 전기를 배울 자격이 없었다.
그건 내문 제자들만 수행할 수 있는 초식이었다.
그런데 속세에 있는 용진이 어떻게 이렇게 강한 전기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인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무시무시한 기운이 그를 단단히 고정했다.
이 느낌은 틀릴 리 없었다. 백의 남자는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몸속의 영기를 난폭하게 운행하며 다음 일격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몸이 고정되었으니 그는 피할 수 없었다. 피한다면 죽음을 가속화할 뿐이었다.
이때, 백의 남자의 손에 손바닥 만한 거북 등껍질이 나타났다.
거북 등껍질은 새하얬는데 옥을 조각한 것처럼 위에 이상한 무늬가 있어 무시무시한 기운을 풍겼다.
용천소는 검을 든 채, 공간을 가르고 있는 용진을 보며 그에게서 엄청난 위압감을 느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엄청난 기세로군."
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용진을 바라보았다. 세상은 쥐 죽은 듯이 고용해졌다.
사람들의 눈에는 용진과 용진이 든 검밖에 보이지 않았다.
우웅!
용진 수중의 활검이 폭발음을 냈다. 그러자 천지를 갈라놓으려는 의지가 폭발하며 사방 수백 리 밖으로 뻗어 나갔다.
그 의지에 맞서자 사람들은 그 기세에 크게 눌려버렸다. 마치 세상이 멸망할 것만 같았다.
"개천!"
용진 수중의 활검은 천둥소리와 함께 아래로 내리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