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성패체결-108화 (108/680)

108화 의미 없는 일들

용진의 활검은 하늘을 가를 듯이 백의 남자에게 내리쳐졌다.

그 초식에 사방팔방이 뒤흔들렸다. 이 수는 이미 전기가 아니라 세상을 뒤엎는 천도의 법칙처럼 느껴졌다.

백의 남자는 용진의 검이 내리쳐지는 것을 보고 수중의 거북 등껍질을 날렸다.

손바닥만한 거북 등껍질은 백의 남자의 손바닥에서 벗어나자 순식간에 일 장 가까이로 커져 그의 앞을 막았다.

쿠웅!

검기가 거세게 거북 등껍질에 부딪혔다. 거북 등껍질에 있던 이상한 무늬는 번쩍이더니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용진의 검기가 거울에 비친 빛처럼 대부분의 힘이 반사되어 나갔던 것이다.

와장창!

거북 등껍질은 용진의 일격을 막은 뒤, 무시무시한 힘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고 말았다.

하얀색의 파편이 와르르 쏟아졌다.

거북 등껍질 뒤에 있던 백의 남자도 상황이 좋지 못했다. 그는 연속으로 피를 토했다. 거북 등껍질이 개천의 힘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던 것이다.

백의 남자는 거북 등껍질의 주인으로서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백의 남자는 이상한 거북 등껍질로 대부분의 힘을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심한 중상을 입었다. 용진의 일격이 얼마나 강했는지 사람들은 짐작할 수 있었다.

땅에 흩어진 거북 등껍질과 피를 토하고 있는 백의 남자를 보면서 사람들은 생각에 잠겼다.

다시 용진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에는 경외심이 담겼다.

찌직!

사람들은 소리를 듣고 바라보았다. 그러자 용진이 금이 잔뜩 난 활검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쨍그랑!

활검이 작은 파편으로 부서졌다.

용진은 부서진 활검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활검의 품질은 개천의 위력을 받아들일 정도가 못 되었던 것이다.

이때, 용진은 경락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불에 타는 것처럼 화끈거리는 통증이었다. 그건 개천을 시행한 뒤 남은 후유증이었다.

용진은 응혈경에 진급한 데다가 영계 강자의 도움을 받아서 경락이 많이 넓어졌지만, 여전히 개천의 무시무시한 충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저번보다 나았다. 경락은 경미한 손상만 입었을 뿐이지, 갈라지지 않았다.

며칠만 쉰다면 나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번에 시행한 개천은 위력이 전보다 훨씬 강했다. 그런데도 그의 경락은 무사했다.

용진은 이 발견에 아주 기뻤다.

용진은 전력을 사용해서 시행한 개천이 아직 그 한계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개천은 여전히 더 폭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지금 그저 개천의 변두리에서 맴돌 뿐이지, 진정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용진은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하지만 백의 남자를 죽이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누구도 그에게 이토록 이상한 방어 수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거북 등껍질은 속세에서 처음 보는 것으로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

'결국, 종문의 제자와는 비교가 안 되는군.'

용진은 온몸의 영기가 고갈되고 신환도 사라진 것을 느꼈다.

곧 죽을 것처럼 지친 그의 몸은 허약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용진은 백의 남자의 상황도 그보다 낫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백의 남자가 미친 듯이 피를 토하는 거로 봐서 그의 내상은 아주 심각해 보였다.

둘의 몸 상태는 비슷했지만, 용진에게는 큰 우세가 있었다. 그에게는 부상을 크게 입지 않은 역근경 강자 두 명과 설이, 초요가 있었다.

그들까지 합세하면 백의 남자는 분명 죽게 될 것이다.

쩌억!

갑자기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용진과 백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별다른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

쩌억!

그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사람들은 이 소리의 출처가 멀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성문이다!"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은 다급히 성문을 바라보았다.

높이가 십여 장에 달하는 웅장한 성문에 금이 잔뜩 간 것이 보였다.

"용진의 일격으로 성벽에 금이 생긴 거야."

누군가 소리를 지르자 사람들은 성문 앞으로부터 백의 남자 앞까지 기다란 도랑이 파인 것을 발견했다.

성문은 부서지지 않았으나 금이 갔다.

이를 본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힘이 얼마나 강하면 성문을 부술 수 있다는 말인가?

이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힘이란 말인가?

그것도 바로 명중한 게 아니라 반사된 힘이었다. 그중의 일부분 힘은 거북 등껍질에 의해 사라진 것이었다. 직접적으로 명중했다면 성문이 순식간에 무너졌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사람들은 입을 떡 벌리고 놀란 눈으로 성문을 바라보았다.

쩌억!

소리가 또 들렸다. 성벽은 계속 금이 가더니 결국 사람들의 놀란 시선을 받으며 무너졌다.

"안 돼!"

그런데 백의 남자가 당황한 얼굴로 성문을 바라보더니 울부짖는 게 아닌가?

쿠웅!

결국, 성문은 무너졌고 돌 부스러기가 흩날렸다. 놀라운 기세였다.

우우웅!

성문이 무너진 폐허에서 일 장 가까이 되는 빛기둥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와 동시에 짙은 영기가 사람들을 덮쳤다.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말이 안 되는 이 광경에 사람들의 입은 떡 벌어졌다.

용천소는 그 빛기둥을 바라보며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오랫동안 그를 괴롭히던 궁금증이 드디어 풀리는 순간이었다.

"영석광(靈石礦)이다. 성벽 아래에 영석광이 있었다니."

누군가 큰소리로 외쳤다. 그 바람에 제도 전체가 떠들썩해졌다.

영석은 천지 영물이었다. 땅속에서 억만 년 있으면서 수많은 영기를 흡수해야 광석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수행자의 목숨줄이라 불리는 이 영석광은 아주 희소하며 대부분은 대종문의 사람들이 차지했다.

영석의 지지가 있으면 종문 제자들의 수행은 빠른 발전을 가져올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종문도 강해지는 법이다.

용천소는 복잡한 얼굴로 먼 곳의 사황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 영석광 때문에 날 죽이고 입을 막으려고 했던 거야?"

사황자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는 자신이 곧 죽을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폐하께서 전에 술을 드시고 나한테 얘기하신 적이 있으셨지. 제도 근처에 광맥(礦脈)이 있는데 그걸 채굴할 수만 있다면 봉명제국이 모든 제국 위에서 군림하게 될 거라고. 그때는 그저 좋은 병기를 만들 수 있는 희소 철광인 줄 알고 웃고 넘겼지.

그런데 당신들은 내가 이 비밀을 알게 된 줄 알고 날 죽음으로 몰았던 것이군. 참 우스운 일이지."

용천소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뭐라고?"

사황자는 놀란 얼굴로 용천소를 바라보았다. 그는 용천소가 이 광맥에 대해 전혀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십여 년 전.

대하제국은 양국의 갈등을 잠재우려고 대하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주를 봉명제국에 시집 보내 사돈을 맺었다.

하지만 대하제국 공주의 사명은 평화가 아니라 봉명제국을 지배해 대하제국에 합병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 공주의 야심은 엄청났다. 봉명제국으로 시집온 그녀는 성심껏 황제의 시중을 들었다. 그녀의 잠자리 기술은 아주 뛰어나 황제의 큰 사랑을 받았다.

얼마 뒤, 그녀는 황자 한 명을 낳았는데 그 아이가 바로 사황자였다.

대하제국의 공주는 성미가 온화하여 후궁과도 다투지 않고 참기만 했다. 그리고 황후와는 친한 사이를 유지했다.

대하제국의 계획은 봉명제국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황자의 어머니는 아주 놀라운 비밀을 발견하게 되었다.

황제가 처음 술에 취한 날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대하제국의 공주에게 봉명제국이 역사상 최대의 제국이 될 거라고 말했다. 그 말에 의심을 품은 대하제국의 공주는 잠자리 기술로 황제를 꼬셔서 영석광의 비밀을 알아냈다.

봉명제국의 황제는 원래 비밀 통로를 개설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황제라도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 위험이 발생했을 때 그는 누구도 모르게 도망칠 통로가 필요했다.

그렇게 통로를 파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앞쪽의 암석이 점점 더 단단해지더니 고석(鈷石)이 발견된 것이다.

고석은 영석과 함께 나는 광석이었다. 고석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영석이 있는 것이었다!

이 발견에 황제는 아주 기뻤다.

그는 비밀 통로를 파는 데 참여했던 사람을 모조리 죽여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게 했다.

하지만 정작 황제인 그는 입이 무거운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는 목숨을 잃게 되었다.

황제는 황후의 황궁에서 죽었다. 그곳은 다름 아닌 황후의 침대였는데 죽은 시간도 바로 황후와 잠자리를 하고 있던 도중이었다.

황후는 너무 놀라 정신이 반쯤 나갔고 '마침' 그때 사황자의 생모와 마주치게 되었다.

황후는 당황한 나머지 '친한 친구'인 사황자 생모의 말을 들어 황제가 폐관 수련하고 있다고 다른 이들에게 둘러댔다.

사황자의 생모는 먼저 이렇게 소문을 낸 뒤, 황제가 주화입마에 빠져서 죽었다고 하면 사람들이 믿을 거라고 했다.

그러니 적절한 시기만 기다리자는 거였다.

그렇게 그녀의 말을 들은 황후는 아주 순조롭게 대권을 움켜쥐게 되었다.

황후는 황제가 폐관하고 있다고 외부에 말했다.

황후는 영석광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지라 어려운 문제에만 부딪히면 사황자의 생모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결국, 그녀는 그렇게 황후의 심복이 되었던 것이다.

사황자의 생모는 영석광에 대한 소식을 아버지에게 전했다.

너무 큰 사안이라 홀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마침 그때 하씨 가문에는 종문에 들어간 사람이 있었는데 제자가 아니라 잔심부름꾼이었다. 이 소식을 가지고 그 하씨 가문 사람은 종문으로 들어가 정식 제자로 될 생각을 했다.

종문에서도 그의 말을 듣고 정말 그곳에 영석광이 있는지 몰래 사람을 보내 지형을 확인하게 했다.

하지만 갑자기 광석을 채굴한다면 영기가 새어나갈 것이고 주변의 세력들도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은 다급히 봉명제국에 은령진(隱靈陣)을 세워 영석광의 기운이 완전히 차단하게 만들었다.

그 은령진이 바로 지금의 성문이었다.

그것은 지하의 영석광과 직결되어 있어 영석광의 기운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이렇게 되면 그들은 비밀리에 이곳을 채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종문의 사람인지라 세상에 마음대로 얼굴을 드러낼 수 없었다. 그렇게 하면 다른 세력들의 경계심을 살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속세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그들은 대하제국이 봉명제국을 삼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불필요한 소동을 피하려고 그들은 천천히 기다렸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라면 용천소가 이 일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용천소는 줄곧 걱정거리였다.

그래서 그들은 용천소를 비롯한 용씨 가문을 이렇게 억압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용천소는 영석광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그들은 사실 누구도 모르게 영석광을 채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으악… 너희들 죽어… 다 죽어버려!"

원한에 사무친 소리가 들려왔다. 백의 남자는 야수처럼 용진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는 짙은 살의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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