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화 소식통이라 자부하다
그 사람은 몸집이 그다지 건장하지 않고 외모도 평범했다.
하지만 옷을 반듯하게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은 어딘가 음흉한 느낌을 풍겼다.
"저는 현천별원의 소식통입니다. 궁금하신 게 있으시면 저한테 물어보셔도 됩니다. 이곳에는 제가 모르는 일이 없거든요."
그 사람은 자신의 가슴팍을 두드리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용진은 멍하니 있다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는 소식통이라 자부하는 사람이 뭘 원하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현천별원의 일이라면 다 안다고?"
용진이 물었다.
"물론입니다. 전 십 년 전부터 현천별원의 자료를 수집하여 별원 내부의 사정을 빠삭하게 연구했습니다. 심사 과정에 대해서도 잘 알지요. 만약 제가 알려드린 정보가 만족스러우시다면 약간의 상담료를 주십시오."
그 사람은 돈 얘기를 할 때, 좀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서 발하는 음흉한 눈빛 때문에 무슨 말을 하든 거짓으로 보였다.
"십 년 전부터 자료를 수집했다고? 현천별원에 들어갈 자신이 있었나 봐?"
용진이 물었다.
"물론이죠. 비 오기 전에 창문을 수선해야 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완벽한 준비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저것 좀 보세요. 막막한 표정으로 뭐든 신기하게만 보는 촌뜨기는 심사 과정을 모르니 큰코다칠 수밖에 없다고요. 어때요? 제 말에 관심이 좀 생기나요?"
그 사람은 뜨거운 시선으로 용진을 바라보았다.
용진은 그 사람이 무심결에 자신의 뒤에 있는 설이를 힐끔거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사람은 설이를 보고 자신에게 돈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설이는 삼급 중에서도 최고인 마수였다. 참가자들 모두 마수를 타고 왔지만, 대다수가 이급이어서 삼급 마수는 눈에 띄었다.
'음흉하게 생긴 녀석이 눈썰미 하나는 좋군. 설이의 위장을 꿰뚫어 보다니.'
다시 그의 경지를 감지해 보자 응혈경 후기는 아닌 듯했다. 그는 기본기가 탄탄했다. 눈빛이 마음에 걸렸지만, 실력을 숨기고 있는 고수인 것은 확실했다.
"얼마인데?"
용진도 심심하던 찰나에 물어봐도 손해 볼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공간 반지 안에는 돈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유용한 정보가 있다면 좀 사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저 곽연(郭然)은 정직하고 남을 절대 속이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문제는 이급 중품 이상의 단약 한 알이면 됩니다.
만약 시험에 관한 중요한 문제라면 가격이 좀 비싸지요. 이급 상품의 단약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저한테는 특별한 정보가 있는데 형님께서 별원에 들어간 뒤의 미래와 연관이 있습니다. 형님이 이 비밀을 아시게 된다면 현천별원에 들어가서 아주 손쉽게 출세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장담하지요.
형님의 인상이 좋으시니 특별히 싸게 드릴게요. 삼급 상품의 단약 열 알만 주신다면 제가 알고 있는 건 다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이건 절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닙니다. 단약 열 개로 뭘 하겠습니까? 단약 열 알만으로 출셋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단약 열 알은 비싸지도 않고 많은 양도 아닙니다. 단약 열 알로 부귀영화도 누릴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곽연이라는 사람은 말을 할수록 흥분되어 말이 점점 더 빨라지며 멈출 줄 몰랐다.
"잠깐, 멈춰. 너 혹시 장사꾼 출신이야?"
용진은 의아한 눈길로 곽연을 바라보았다.
곽연은 멋쩍은 얼굴로 씨익 웃었다.
"형님의 인상이 좋으셔서 그런 겁니다. 형님이 좋은 기회를 놓칠까 걱정이 되어서요. 그렇게 되면 좋은 앞날을 놓치는 게 아닙니까? 제가 다 형님을 위해서 하는 말입니다."
용진은 시야가 번쩍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세상에는 천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이상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도 있었다.
"정말 현천별원에 대해서 빠삭하게 알고 있다는 말이야?"
용진이 물었다.
"그럼요. 하나라도 거짓이면 열 배로 물어드리지요. 현천별원에 관한 문제를 대답하지 못한다면 제가 아는 모든 정보를 공짜로 넘기겠습니다."
곽연은 자신의 가슴팍을 두드리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럼 현천별원의 장문인이 대변을 볼 때 왼손으로 닦는지, 오른손으로 닦는지 알아?"
용진이 물었다.
곽연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용진을 바라보았다.
한참 뒤에야 그는 화를 내며 말했다.
"이봐요. 멀쩡하게 생겨서 왜 이런 걸 묻고 그럽니까? 이런 일을 누가 안다고?"
"네가 모른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소식통이라고 자부하지만 네 능력은 별로인 거 같네. 앞으로 더 열심히 해."
용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건 저에 대한 모욕입니다. 누가 이 비밀을 안다고 그럽니까?"
곽연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나."
용진은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 지금 저랑 장난하는 겁니까?"
곽연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는 자신이 놀림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내지 마. 난 정말 알아."
용진이 웃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만약 당신이 정답을 얘기한다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비밀을 다 공짜로 말하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얘기하지 못한다면 전 당신과 결투하겠습니다."
곽연은 화가 크게 난 듯했다.
'결투라고?'
용진은 미소를 짓고 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곽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넌 소식통이니 현천별원의 현재 장문인이 누구인지 알지?"
"물론입니다. 장문인은 능운자(淩雲子)라는 사람인데 절세 강자이지요. 그는 장검 한 자루로 세상을 뒤흔들어 삼백 년 전에 이미 이름을 떨쳤는데 누가 모르겠습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아까 말에 답이나 하세요!"
곽연은 여전히 씩씩거리며 말했다.
곽연의 말이 맞았다. 현천별원의 장문인 능운자는 경지가 높고 현재 가장 대단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최근 삼백 년 동안 그가 싸우는 것을 본 사람이 없었다.
그에 관한 전설도 아주 많았다. 그리고 그의 모습을 담은 그림도 적지 않았는데 많은 집안에서 그의 그림을 고이 모시고 있었다.
그림은 능운자가 젊었을 때, 장검을 든 채, 서 있는 모습이었다.
용진은 오면서 일부러 알아보려고 한 적은 없지만 다른 사람이 얘기를 나누는 데서 정보를 듣고 속으로 기억해 두었다.
적어도 그는 현천별원의 장문인이 강한 검수(劍修, 검을 잘 다루는 사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것만 알고 있으면 충분했다.
"장문인이 검을 사용한다는 것을 안다면 검수의 오른손은 싸울 때를 제외하고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겠지?"
용진이 무덤덤하게 물었다.
곽연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검수는 다른 수행자와 달랐다. 다른 수행자는 무기를 공간 반지에 넣을 수 있었으나 검수는 항상 검을 등에 메고 다니거나 허리춤에 차고 다녔다. 이건 검수의 버릇으로 예외인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검을 자신의 무기로 여기지 않고 생명의 일부분으로 여기기에 장검은 항상 언제든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었다.
그들의 손은 검을 잡을 때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만지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검에 대한 모욕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용진은 어떤 참가자가 몰래 장문인의 그림을 꺼내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용진은 그 그림의 인물이 오른손으로 검을 잡은 것을 보고 장문인이 왼손으로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
용진의 말을 들은 곽연은 김빠진 고무공처럼 기운이 빠졌다. 그와 동시에 그는 자신이 졌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대단하네요. 제가 졌습니다. 전 패배를 인정하는 사람이니 알고 있는 것을 말해 드릴게요. 하지만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는 마세요. 저도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곽연이 말했다.
"됐어. 넌 네 장사나 계속해. 난 네가 말한 비밀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 내가 스스로 알아내는 게 더 재미있거든."
용진은 고개를 저었다.
곽연은 용진이 자신의 호의를 거절해서 깜짝 놀랐다.
그는 장사꾼이긴 했지만, 그동안 유용한 정보도 많이 알아냈다.
만약 사람들이 값을 지불하고도 유용한 정보를 듣지 못했다면 진작 그를 때려죽였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알고 있는 정보는 알짜배기였기에 지금까지 무사할 수 있었다.
용진이 떠나려는 것을 보고 곽연은 용진을 잡았다.
"안 됩니다. 장사는 공평해야 하지요. 이렇게 하시면 제가 신용을 지키지 않은 게 되지 않습니까?"
용진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음흉해 보이는 녀석이 신용을 중히 여기나 보네?'
"그럼 아까 실패한 녀석이 왜 가입을 포기하고 돌아갔는지 말해 줘."
한참 생각해 본 용진이 말했다.
"저 녀석은 기하곡(奇河谷)의 성(成)씨 가문 사람입니다. 응명양과는 원수이고요. 응명양이 전에 말로 그를 도발하여 둘이 맹세를 한 게 있는데요. 대결을 하여 진 사람이 현천별원에서 나가기로 했답니다. 이건 그저 시작에 불과할 뿐입니다. 원수를 진 가문의 자제들이 별원에 들어가면 볼거리가 많을 겁니다."
곽연이 말했다.
'현천별원에 들어가면 이런 싸움이 많겠구나. 이곳의 상황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네.'
"형님의 성함은 어떻게 되십니까? 어디에서 오셨고요?"
곽연은 자신의 머리를 탁, 치며 멋쩍은 얼굴로 물었다.
"난 용진이다. 어디에서 왔는지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군."
용진은 싱긋 웃으며 말했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내가 가난한 촌에서 왔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 이 명문 세가의 자제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겠지만.'
봉명제국은 외딴곳에 있었고 대세력도 없었다. 그는 현천별원으로 가는 도중, 많은 사람들이 뒷배가 든든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들 대단한 가문의 자제였다.
그들과 비교하니 용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격지심이 드는 건 아니었으나 누군가 고향을 물어본다면 어색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용진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지만, 곽연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삼급 마수인 적염설랑을 타고 다니는 사람의 신분이 낮을 리 있겠는가?
그는 용진이 말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배경으로 남의 기를 죽이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여겼다. 입만 열면 자신이 어디에서 왔다고 떠벌리며 기고만장한 사람들보다 훨씬 우아하고 품위 있다고 느껴졌다.
'이게 바로 진짜 자신이 있는 거지.'
곽연은 오히려 용진의 대답에 감탄했다.
장사를 하지 못하고 오히려 무안만 당했지만, 곽연은 전혀 풀이 죽지 않았다. 기분 좋게 장사해야 돈을 번다는 마음가짐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곽연은 용진에게 관심이 생겼다. 용진은 겸손하고 경지도 파악할 수 없었지만, 그의 눈은 호수처럼 잔잔하여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둘은 얘기를 나누었다. 용진은 곽연도 한 가문에서 온 자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곽연의 조건이 대다수 참가자보다 훨씬 못했다.
그래서 곽연은 현천별원에 들어오자마자 장사를 시작했다. 자신의 앞날에 대해 준비를 시작한 것이었다. 용진은 곽연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다.
"용 형, 어떤 세력에 기댈 건지 생각해 두었습니까?"
곽연은 주변에 사람이 없자 용진을 바라보며 몰래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