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화 깜짝 놀라게 하다
피가 빨간색 불꽃처럼 터지며 주변을 물들였다.
반짝이는 햇빛 아래에서 그것은 기괴한 빛을 흩뿌리다가 바람에 날려 사라졌다.
응혈경 후기의 천재가 이렇게 시체도 남기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피 안개는 사라졌지만 옅은 피비린내는 여전히 사람들의 코끝에 머물러 있었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평범해 보이는 사형들이 손쉽게 다른 사람을 죽일 정도로 독할 거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용진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는 참가자의 죽음을 보고 놀란 것이 아니라 공격을 가한 사형 때문에 놀랐다.
그 사형의 공격은 너무 기괴했다. 영기를 한계까지 운행한 다음 몸 밖으로 내보내어 먼 거리에서 사람을 죽였다. 게다가 전기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영기를 자유롭게 움직였을 뿐이었다.
영기를 몸속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기도 힘든데 몸 밖으로 내보내서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나게 놀라운 일이었다.
경지를 드러내지도 않고 아무런 징조 없이 한 천재를 죽이는 실력을 보고 용진은 소름이 끼쳤다.
그 사람이 죽임을 당하자 사람들은 떠들기 시작했다. 떠들썩해진 사람들 사이에서 세 명의 그림자가 빠른 속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어리둥절하다가 곧이어 이 셋도 같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도망치려는 게 분명했다.
사람들의 앞에 서 있던 남자는 비웃는 표정을 짓더니 손가락으로 허공을 짚었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바람이 날카로운 검처럼 날아가기 시작했다.
푹푹푹!
그 남자가 손가락으로 세 번 짚자 백 장 밖에 있던 세 명이 동시에 몸이 관통되며 즉사했다. 순간, 장내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아까까지 자신들을 밑바닥이라고 지칭한 사형들을 무시하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 특히 대놓고 비웃던 사람은 안색이 창백해지며 식은땀을 흘렸다.
"계속해서 신청서를 검사하거라."
자칭 교관이라고 한 남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신청서를 하나하나 검사하라고 했다.
뇌천상, 제신처럼 강한 사람들도 순순히 자신의 신청서를 바쳤다. 그들은 잘난 척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바보는 아니었다.
검사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밑바닥을 치는 사람이라도 사형인데다 현천별원에서 삼 년이나 수행을 했기에 그들이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두려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기대에 찼다. 밑바닥이라고 하는 인물들도 이렇게 강한데 현천별원의 실력은 얼마나 대단할 것인가?
용진은 교관이 공격할 때, 자세히 감지해 보았다.
그는 교관의 경지가 역근경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니까 백의 남자의 실력과 비슷하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둘의 실력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교관이 내보낸 공격은 전기였다. 어려운 전기도 아니라 지급 이하의 전기인 것 같았다.
교관은 일반적인 전기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운행하여 신기한 효과를 냈다.
그는 공격할 때, 호흡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잠시도 쉬지 않고 단숨에 세 번의 공격을 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공격을 한 번 마치고 난 뒤, 호흡을 고를 시간이 조금씩 필요했다. 그 과정을 거친 뒤에야 다음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이는 줄넘기와 마찬가지였다. 한 번 뛴 다음 발끝으로 땅을 밟아야 그 힘으로 다시 뛰어오를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연속 세 번의 공격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하면 속도가 아주 빨라야 했다. 다른 사람이 한 번에 줄넘기를 한 개 할 때, 그런 사람은 줄을 세 번 움직여 세 번 뛰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렵기는 하지만 할 수 있는 천재도 가끔 있었다.
교관의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롭고 느긋하기까지 했다. 이는 그의 수행 방법과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았다.
"오길 잘했어. 이 현천별원은 아주 보물이 가득한 곳이잖아."
용진은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바로 이때, 한 남자가 용진의 앞까지 다가왔다.
그는 용진의 신청서를 검사했다.
"어?"
그 사람은 용진의 신청서를 검사한 뒤, 안색이 변했다. 그리고 다시 자세히 살펴본 다음 의아한 얼굴로 용진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의 행동에 옆에 있던 곽연은 소리를 지를 뻔했다.
'대장의 신청서에도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
그의 행동에 많은 사람들은 시선을 돌렸다. 용진의 순서가 맨 마지막이라 검사를 마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쪽을 돌아보게 되었다.
당완아는 그 사람이 차가운 시선으로 용진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 녀석 설마 꼼수를 부려 들어온 거 아니야?'
용진의 뻔뻔스럽고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성격을 떠올리자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였다. 그녀는 용진이 죽임을 당할까 못내 걱정되었다.
뇌천상과 제신은 무덤덤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신은 웃으며 용진이 교관의 일장에 맞아 죽기를 바랐다.
"만(萬) 사형, 이 신청서를 좀 보십시오."
그 사람은 용진의 신청서를 교관에게 날려 보냈다.
교관은 신청서를 받아 들고 보더니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고 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용진이냐?"
용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도방 그 노인네는 나와 척을 진 적도 없는데 날 해치지는 않겠지?'
사실 그가 가지고 있던 신청서에는 특이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 그림을 알아볼 수 없었다.
모든 신청서에는 다 그림이 있었다. 얼핏 보면 다 같은 것으로 보이나 약간의 차이점이 있었다.
특정된 부분에 그려진 선의 길이와 굵기는 다 달랐다. 그곳에는 참가자의 기본 정보가 적혀 있었다.
이는 현천별원의 내부 비밀로 외부인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신청서만 있으면 되는 줄 알고 여기까지 왔다가 죽임을 당한 것이었다.
용진의 신청서를 검사하던 사람은 신청서에서 믿을 수 없는 정보를 읽고 놀란 것이었다. 그래서 사형에게 이 문제를 넘겼다.
"네, 왜 그러십니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용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만 사형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넌 아주 훌륭하다."
만 사형의 대답을 들은 용진은 긴장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영웅이라 그런지 안목이 있으시군요. 저도 제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만 사형은 이상한 사람을 보듯 용진을 바라보았다. 그는 용진의 이런 화법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사람들 사이에 있던 당완아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참 뻔뻔스러워라. 칭찬 좀 했다고 덥석 받아들이네.'
다른 사람들은 만 사형이 말한 '훌륭하다'는 진정한 의미를 모르고 있었다. 만 사형은 용진의 신청서에서 믿을 수 없는 정보를 읽었던 것이다.
영근: 없음.
신청서에는 참가자의 키, 얼굴, 골격 나이, 영근, 천부적 재질 등 십여 가지의 정보가 적혀 있었다.
만 사형은 현천별원에서 삼 년 있었기에 별원의 규칙을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영근이 없는 사람도 신청서를 가지고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신청서의 아래쪽을 본 그는 문득 며칠 전에 집법 장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때 그는 한 소년에게 신청서를 주었으니 일을 망치지 말라고 했다.
만 사형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장로님이 신청서를 줬으면 준 거지, 내가 무슨 일을 망친다고 그래?'
그런데 오늘 용진을 직접 보자 그는 도방 장로의 뜻을 알 것 같았다. 만약 도방 장로가 미리 말을 해두지 않았다면 그는 다시 도방 장로에게 신청서를 확인했을 것이다.
속세에서 영근은 상, 품, 하 세 가지로 나뉘었다. 그리고 폐영근(廢靈根)도 있었다.
영근은 단전 안에 들어 있는 근기(根氣)로,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한 사람이 얼마나 성공할지는 영근의 품질을 보아야 했다.
종자가 얼마나 좋은 나무로 자랄지는 종자의 품질에 달린 것처럼 말이다. 쑥의 종자로 영원이 큰 나무가 자랄 수 없듯이 사람의 성장 한계도 영근에 달렸다.
하품 영근을 가진 사람은 일반적으로 응혈경이 한계였다. 중품 영근을 가진 사람은 역근경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오직 상품 영근을 가진 사람만이 역근경의 장벽을 돌파하고 단골경에 들어갈 수 있었다.
현천별원에서 제자를 뽑는 기준은 아주 까다로웠다.
상, 중, 하품의 영근을 가진 사람은 모두 제자로 받지 않았다.
그들은 영근이 청동급(青銅級) 이상인 사람만 제자로 받았다. 그것은 일반적인 범위를 벗어난 존재였다. 수행계에서 청동급 이상의 영근을 가진 사람만이 진정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청동급 영근의 위는 백은급(白銀級), 황금급(黃金級), 암금급(暗金級)이었다. 이 네 가지 등급의 영근을 가진 사람만이 종문의 전력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 있는 참가자들은 대부분 청동급 영근을 가지고 있었고 몇몇만 백은급의 영근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드물게도 황금급의 영근을 가진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만 사형은 그 사람의 신청서를 훑어보다가 깜짝 놀랐었다.
그런데 또 영근이 없는 사람을 보자 황금급의 영근을 본 것보다 더욱 놀라고 말았다.
현천별원에 오래 있은 그는 집법 장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도방은 아주 대단한 사람으로 장문인을 제외하고 종문에서 실력이 가장 강했다.
그리고 정직하고 공정하여 모든 제자의 존경을 받았다. 이런 인물이 이렇게 중요한 신청서를 아무에게나 줄 리 없었다.
만 사형은 몰래 용진을 감지해 보았다. 용진이 기운을 완벽하게 숨겨 일반인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만 사형은 여러 해 동안 열심히 수련하여 영기를 아주 잘 다룰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자신의 기운을 완벽하게 숨길 수 없었다.
그리고 용진은 일반인처럼 서 있어도 만 사형에게 약간의 압박감을 주었다.
그 말인 즉 용진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만 사형이 그렇게 칭찬한 것이었다.
신청서를 용진에게 돌려준 뒤, 만 사형은 인원수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바닥에 손바닥만한 옥패가 잔뜩 나타났다. 옥패 위에는 글도 새겨져 있었다.
"이 옥패를 나누어 주거라."
만 사형이 지시를 내리자 다른 사람들이 옥패를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용진이 옥패를 받아 들고 보니 손바닥만하고 네모난 옥패에는 '천(天)'자가 적혀 있었다.
옆에 있는 곽연을 보자 그의 옥패에는 '황(黃)'자가 적혀 있었다.
순간, 그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대장,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시험에 참가하는 옥패입니다. 곧 잔혹한 탈락전에 들어가게 될 텐데 제가 넘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곽연이 걱정 어린 얼굴로 말했다.
용진이 영문을 물으려는 순간, 만 사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 든 옥패를 잘 챙기거라. 다음 순서로 시험에 참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겠구나. 너희들 중 최소 사 분의 삼은 탈락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