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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패체결-174화 (174/680)

174화 규칙을 어길 수는 없는 노릇

검기는 하늘을 가르는 동시에 사람들의 마음을 강하게 울렸다.

그 순간, 용진은 만물 위에 군림한 왕 같은 느낌이었다.

심지어 장로들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놀란 얼굴로 용진의 손에 든 칼을 바라보았다.

“베어라!”

용진은 소리를 지르며 귀사에게 칼을 휘둘렀다.

귀사는 깜짝 놀랐다. 그는 용진에게 이렇게 무시무시한 전기가 있을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전력을 다해 용진의 칼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쿠웅!

칼이 하늘에서 내려오자 돌 부스러기가 날아다니며 땅이 뒤흔들렸다.

충격파가 높게 일며 사방으로 날아갔다.

“큰일이야!”

도방의 안색이 변했다. 그가 손을 내밀자 보이지 않는 손이 나타나 싸움터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당완아와 엽지추를 보호했다.

“다들 조심하고 엎드려!”

도방은 두 여인을 보호한 뒤, 사람들에게 외쳤다.

사람들은 도방의 말을 듣고 영기로 몸을 보호하며 엎드렸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그저 싸움의 여파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조심할 필요가 있어?’

쿠웅!

무시무시한 바람이 불어오자 서 있던 사람은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광풍에 돌 부스러기도 섞여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순식간에 바람에 날려갔다.

처참한 비명 소리와 뼈가 부러진 이들이 피를 토하는 소리가 어우러졌다. 이 소리들은 기묘한 음악처럼 들렸다.

이 사람들은 자신의 몸과 피로 ‘숲보다 큰 나무는 바람이 쓰러뜨린다’라는 이치를 몸소 증명했다.

폭풍이 가라앉자 흙 속에서 나온 사람들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흙 속에서 기어 나왔다.

그들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하나같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휴.”

온몸에 묻은 흙을 턴 당완아와 엽지추는 전혀 다치지 않았고 먼지도 묻어 있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투명한 큰 손이 서서히 사라졌다.

둘은 도방에게 목숨을 살려줘서 고맙다고 인사할 겨를도 없이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너무 깊어 바닥이 보이지 않는 도랑이 먼 곳까지 이어져 있었다. 땅은 이미 변형되어 원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었다.

돌 부스러기와 흙은 사람들을 모두 뒤덮었다. 너비가 수 장에 달하는 거대한 도랑 앞에서 용진은 장칼로 땅을 짚은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와 멀지 않은 곳에서 귀사는 한쪽 팔과 허리 아래의 모든 부위가 사라진 채, 나무토막처럼 서 있었다.

“이겼어?”

당완아는 기쁘고 놀란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

“용진, 어서 저놈의 목을 잘라. 그럼 넌 핵심 제자야.”

귀사는 몸의 대부분이 사라져 이미 반항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당완아와 엽지추가 탈진한 상태가 아니라면 진작 뛰어가 귀사의 머리를 베었을 것이다.

도방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 시험의 난이도를 본 사람들은 모두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용진의 강한 실력은 더 말할 것이 없었다. 이런 인물에게 핵심 제자의 명패를 주지 않는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래도 이번 시험은 너무 어려웠다. 몇 번이나 도방은 그들이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다.

용진은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장칼을 이끈 채, 귀사에게 걸어갔다.

성과를 수확할 시간이 되었다.

“내 머리로 상을 바꾸려고? 꿈 깨!”

별안간 귀사는 고개를 쳐들고 휘파람을 불더니 난폭한 영혼지력을 미친 듯이 운행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도 반항을 하고 있다니. 귀사는 얼마나 대단한 괴물이라는 말인가!

용진도 깜짝 놀라서 다급히 소리를 질렀다.

“이봐, 잠깐, 우리 얘기 좀 하지.”

“얘기는 무슨, 너 이 나쁜 자식, 네가 곱게 죽지 못하게 저주할 테다.”

쿠웅!

귀사가 욕을 퍼붓자 그의 몸이 폭발하며 살점이 사방으로 마구 튀었다.

그가 자폭했던 것이다.

순간, 사람들은 당황했다.

‘이 영혼은 참 강해. 마지막 순간에도 자폭할 기운이 남아 있다니.’

“이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용진도 당황했다. 머리가 없으니 뭐로 명패를 바꾸라는 말인가?

그는 다급히 귀사가 자폭한 곳으로 뛰어가 좀 큰 건더기라도 있는지 찾아보았다.

아쉽게도 아무것도 없었다.

귀사는 용진이 너무 미워 자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용진에게 아무런 이득을 남겨주지 않으려고 한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영혼이 사라지는 대가로 몸을 폭발시켰다.

가장 큰 살점이라고 해도 손가락만할 뿐이었다.

귀사는 자살할 필요가 없었다. 용진에게 머리가 베어도 그의 영혼은 다음 시체에 주입되기에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자신의 목숨을 아주 아끼는 사마가 이렇게까지 하다니.

그가 얼마나 용진을 증오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용진은 흩어진 시체 조각을 보자 울고 싶어졌다. 그는 도방에게 물었다.

“도방 장로님, 정 안되면 시체 무게로 명패를 바꾸면 안 될까요?”

그는 시체 조각을 붙여 온전한 머리 모양을 만들고 싶었지만 안 될 것이 뻔하자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이 시체 조각은 무게로는 충분할 것 같았다.

도방은 용진을 바라보며 한참이나 말을 하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이수의 운명이란 말인가? 분명 기회를 주었는데 왜 이렇게 된 거지?’

그와 동시에 그는 장문인의 당부가 떠올랐다.

장문인은 그더러 용진의 운명을 바꾸려고 시도하지 말라고 했다. 지금에야 그는 그 말을 믿을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억지로 용진에게 핵심 제자의 명패를 주려고 한다면 별원에 큰 재앙이 떨어질 것이다.

어쩌면 별원이 멸망할 수도 있었다.

“미안하지만 이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

도방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용진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용진에게 핵심 제자의 대우를 해 줄 수 없었다.

다른 장로들도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도 용진을 대신해 사정하고 싶었지만, 도방의 성격을 알기에 다들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고집이 센 도방의 성격을 별원의 사람 중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때로는 장문인도 그의 눈치를 보았다.

이 말을 들은 용진은 안색이 변하며 뭐라 말을 하려고 했지만, 도방이 손을 내저었다.

“먼저 내 말을 들어 보거라. 넌 성공하지 못했지만 실패한 것도 아니다. 당완아와 엽지추의 핵심 제자 신분은 여전하다. 너는…….”

“전 어떻게 됩니까?”

용진이 다급히 물었다.

“별원의 규정대로 너에게 외문 제자의 자리를 내어줄 수 있다.”

도방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는 이렇게 하는 것이 용진에게 아주 불공평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용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핵심 제자의 신분을 얻지 못한 것은 좀 아쉬웠으나 외문 제자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별원에 남아 있기만 한다면 기회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용진은 손해를 본 것도 없었다.

적어도 귀사의 손에서 유명귀영보를 얻어내지 않았는가?

귀사가 그것이 아깝다고 발악을 한 걸 보면 유명귀영보는 아주 큰 보물이었다.

모험 한 번에 강한 공법을 얻었으니 아주 값진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당완아와 엽지추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용진의 승리가 코 앞인데 이런 결말을 맞이했으니 안타까웠다.

하지만 뇌천상과 제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용진에게 크게 충격을 받았던 자신감도 서서히 회복되었다.

아무리 대단한 천재라도 자원의 공급이 없으면 곧 뒤떨어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용진, 속상해하지 마.”

당완아는 용진의 옆으로 걸어가서 낮은 목소리로 위로했다.

용진은 크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속상해할 사람으로 보여? 이렇게 작은 일로 속상해한다면 난 진작 슬퍼 죽었어.”

당완아는 그 말에 흠칫 놀랐다.

‘용진은 정말 흔하지 않은 일들을 겪었나 봐. 어쩌면 그가 강한 게 겪은 일과 상관이 있을 수도 있어.’

장내에 있는 사람들 중 오직 도방만 미소를 지었다.

용진이 얼마나 많은 괴롭힘과 억압을 당했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무인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억압 속에서 폭발하거나 억압 속에서 멸망하거나.

하지만 용진은 전자였다.

그는 억울하고 속상한 일을 수도 없이 겪어 이 정도 좌절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친구, 고맙소. 하지만 미안하오. 자네의 보물 칼이 망가지고 말았소.”

용진은 장칼을 남자에게 건네주며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사람들은 그제야 멀쩡하던 장칼에 엄지손가락만한 흠집이 잔뜩 생겼다는 것을 발견했다. 멀리서 보면 톱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지만, 또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괜찮소. 이 칼이 용 형에게 힘이 된 것만 해도 영광이오.”

남자는 장칼을 받아 들더니 공손하게 말했다.

그는 이 장칼을 잘 간직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것은 그와 용진의 우정을 나타내는 징표였다.

나중에 용진이 절세 강자가 되면 그는 자랑스럽게 이 칼을 내놓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것이다.

“이 칼은 나와 용진이 우정을 나눴다는 징표야. 봤어? 그가 나한테 칼을 빌려달라고 했거든.”

이렇게 말이다.

용진의 일은 이쯤에서 막을 내리게 되었다.

용진은 핵심 제자의 명패를 얻지 못하고 외문 제자가 되었다.

하지만 방금 전의 전쟁을 본 사람들은 그를 괴물급의 강자와 동일시했다.

심지어 그를 괴물보다 더 괴물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세력으로 돌아갔다.

도방은 사람들의 앞에 섰다.

그러자 장내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도방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선 우리 별원의 제자가 된 것을 축하한다. 앞으로 별원의 모든 자원은 너희들에게 활짝 열려 있다.

하지만 얼마나 가질 수 있을지는 개개인의 능력에 달렸다. 너희들이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 가질 수 있는 자원이 다르다.

그리고 잊지 말거라. 별원에 들어온 것은 너희의 수행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말이다. 별원의 모든 자원은 그에 대응하는 실력을 갖춘 자만이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최종 시험에 참가하지 못한 참가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들은 별원에 들어오지 못했지만, 헛걸음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험장 안에서 적지 않은 것을 얻었을 테니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그리고 별원에서도 너희들에게 길을 열어줄 것이다. 너희들은 남아도 된다.

하지만 너무 기뻐하지는 말거라. 너희는 별원에서 수행을 할 수 있지만, 제자급의 대우를 누리지 못한다. 너희는 매달 얄팍한 자원을 얻고 대량의 일을 해야 한다. 즉 허드렛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남아도 된다는 말만 듣고 기뻐했다가 뒤의 말까지 듣고 김빠진 고무공처럼 실망하고 말았다.

그들은 모두 곱게 자란 사람들인데 허드렛일을 하라니.

이건 그들더러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자신의 체면을 포기하고 진정한 강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이곳에서 더욱 넓은 세상을 보았기에 철없는 부잣집 자제로 돌아가기 싫었다.

강자가 되고 싶은 그들은 허드렛일을 하는 심부름꾼으로 시작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아주 적었다. 만 명이 넘는 사람들 중에서 오십여 명만 남고 다른 사람들은 다른 곳에 가거나 아예 별원을 나가버렸다.

가득하던 사람들이 떠나가자 칠백여 명밖에 남지 않았다. 도방은 손을 휘젓고 십여 명의 장로들은 돌기둥을 내리쳤다.

그러자 사람들의 몸이 가벼워지더니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용진은 아주 울적했다. 그러나 어디 말할 데도 없어 벙어리 냉가슴 앓듯 끙끙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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