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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패체결-180화 (180/680)

180화 뭐라고? 만수 정혈?

사흘이 지났다. 사흘의 휴식시간을 가진 사람들은 원래의 기운을 회복했다.

죽음의 시험을 넘고 피와 불의 훈련을 거친 명문가 자제들은 드디어 자신만의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아직 정예병처럼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쓸모없는 폐물 같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고수의 풍채를 갖추기 시작했다.

현천 광장에는 수천 명의 제자가 모여 있었다. 사방이 수백 리나 되는 거대한 광장은 아주 떠들썩했다.

광장의 중심에는 높이가 백 장에 달하는 거대한 조각상이 우뚝 서 있었다.

그 조각상은 남자였는데 손에 장검을 든 채, 하늘을 짚고 있었다. 그 기세는 하늘을 뒤흔들 정도로 강했다.

이 조각상은 현천종의 창립 선조라고 했다.

하지만 이 조각상은 현천별원이 건립될 때부터 존재했던 것 같았다. 오랜 세월이 지나 조각상이 낡았지만, 세상을 굽어보는 기세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았다.

거대한 조각상 아래쪽에 녹색 장포를 입은 백여 명의 제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남자도 있었고 여인도 있었으나 여인의 수가 훨씬 많았다. 그녀들은 긴장한 얼굴로 가는 침으로 제자들의 팔을 찌른 뒤, 피 한 방울을 채취하여 금속 용기에 넣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기록했다.

작은 종이에는 그들의 이름, 성별, 나이 등 정보가 적혀 있었다.

광장의 변두리에는 큰 나무가 있었는데 그 아래에 두 소년이 앉아 있었다.

그중 한 소년은 실눈을 뜨고 멍하니 조각상을 바라보았다.

그 소년은 멍하니 앉아 있다가 입을 열었다.

“곽연, 정말 마지막에서야 갈 거야?”

곽연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대장, 절 믿으십시오.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지금 혈액을 채집하는 사람들은 모두 올해에 들어온 애송이들입니다.

그들더러 혈액을 채집하라고 한 건 그들을 훈련시키기 위해서이지요. 몇 번 찔러야 제대로 피를 뽑는다니까요.

저들의 긴장한 얼굴 좀 보십시오. 손도 떨고 있지 않습니까? 제 말을 믿어서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겁니다.”

용진이 보니 그들은 정말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피 한 방울 뽑는 일에 그렇게 진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곽연의 체면을 살려주려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용진은 또다시 조각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 조각상을 보고 있으면 왠지 조각상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스운 생각이었지만 정말 그랬다. 그것은 아주 이상한 느낌이었다.

“대장, 이제 다 됐습니다. 우리도 가요.”

용진은 조각상을 멍하니 바라보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다른 사람들은 어느새 채혈을 마쳤던 것이다.

용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한참을 보고 있는데 사람들 사이에 뇌천상과 제신이 보였다.

또 기세가 강한 몇몇 녀석도 눈에 들어왔다.

그가 곽연의 제안에 허락한 것은 그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들은 용진을 보기만 하면 미친 사람처럼 비웃기 때문이었다.

용진은 그런 수모를 겪고도 화를 안 낼 자신이 없어서 아예 그들과 마주치지 않기로 했다. 그는 다른 네 지역의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용진이 몰래 관찰해 보니 놀라운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들의 기운은 뇌천상이나 제신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방금 전에 뇌천상은 한 사람과 마찰이 생길 뻔했다. 그 사람도 핵심 제자인데 아주 도도했다. 둘은 가소로운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싸울 뻔한 것이다.

하지만 둘이 싸우려고 할 때, 현장의 질서를 관리하던 사형에게 쫓겨나고 말았다.

질서를 관리하는 사형은 익숙한 얼굴이었다.

바로 처음에 위엄이 넘치는 얼굴로 나타난 만 사형이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다 자리를 떠난 뒤에야 용진과 곽연이 나타났다. 만 사형은 용진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 아주 대단하더구나. 시험 때 있었던 일들을 전해 들었어.”

“하지만 결국 핵심 제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만 사형, 절 놀리지 마십시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직 안 끝났죠?”

용진이 웃으며 말했다.

용진의 머릿속에 이 만 사형은 고지식하고 잘 웃지 않는 사람으로 각인되었다.

하지만 보통 이런 사람들은 아주 정직하곤 했다.

그래서 용진은 만 사형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늦지 않았어. 얼른 가. 나는 이만 먼저 가볼게. 안녕!”

만 사형은 한숨을 내쉬고 몸을 돌렸다.

하지만 떠나기 전에 얼핏 본 그의 눈길은 좀 이상했다.

용진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등록하는 곳을 바라보았다.

십여 명의 소녀가 한 사저에게 혼나 빨개진 얼굴을 푹 숙이고 있었다.

용진은 그녀들이 뭘 하고 있는지 몰랐다. 등록하는 사람은 심심한 얼굴로 손에 든 붓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저기… 실례 좀 합시다.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저희도 등록할 수 있을까요?”

곽연이 예의 바르게 물었다.

그 사람은 고개를 들고 용진과 곽연을 보더니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생명의 은인을 만난 표정을 짓더니 뒤에 있는 사람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아까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사람들 얼른 와서 기회를 잡아. 여기 두 명 더 있어.”

고개를 숙인 채, 풀이 죽어 있던 소녀들은 순식간에 정신을 차리고 초롱초롱한 눈길로 용진과 곽연을 바라보았다.

용진과 곽연은 깜짝 놀랐다.

이것은 마치 굶주린 늑대들이 두 마리의 양에게 뛰어오는 광경을 보는 것 같았다.

일각 뒤.

용진과 곽연은 기운 빠진 얼굴로 광장을 나갔다. 둘의 팔은 하도 찔려 바늘구멍으로 가득했다.

용진은 여태까지 살면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실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불쌍한 얼굴의 소녀들을 보자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시험 관리인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그녀들은 탈락하여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그 결과 소녀들의 애원이 담긴 눈빛을 못 이겨 용진과 곽연은 팔을 내주고 말았다.

그래서 이런 결과가 생긴 것이다.

“곽연, 이게 바로 널 믿은 대가란 말이냐? 도대체 이게 뭐냐고?”

용진은 한숨을 내쉬며 비웃음이 담긴 마음을 티 내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게 잘되지 않았다.

“그게… 대장, 이번은 사고입니다.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저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곽연도 답답했다. 그도 일이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현천별원은 너무 컸다. 외곽에서 광장으로 들어가는 데만 한 시진이 넘게 걸렸다.

그들이 자신의 산으로 돌아오자 다들 모여 서 있었다.

당완아는 둘이 터덜터덜 걸어오자 화를 내며 말했다.

“너희 둘 어디 갔었어? 왜 이제야 오는 거야? 얼른 준비해. 상이 발급되었어.”

용진은 그제야 사람들의 앞에 작은 항아리가 하나씩 놓여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크기가 술 항아리만 했는데 안에 무엇이 담겼는지는 알 수 없었다.

곽연은 항아리를 얻었지만 당완아는 용진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항아리 안의 것은 만수 정혈이다. 안의 정혈을 흡수하면 너희 몸속의 혈액은 한계점에 도달할 것이다. 그리고 무결점으로 진급할 가능성도 아주 높다.”

사람들은 흥분한 얼굴로 수중의 항아리를 바라보았다.

다들 이 항아리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들이 경지를 응혈경에 멈추게 억누른 것은 만수 정혈을 얻게 될 이 날을 위해서였다.

무인이 진급하는 등급은 일반적으로 유결(有缺), 미녁(微惄), 무결점(無暇), 완벽(完美) 네 가지 단계로 나뉘었다.

속세에서 무인들은 기본상 유결하게 진급한다. 가장 낮은 등급의 진급이다.

이런 진급은 기본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며 앞으로의 수행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하지만 하는 수 없었다. 일반적인 무인에게는 기본을 공고히 다질 강한 자원이 없었다. 이것은 운명이라 바꾸기 어려웠다.

그리고 미녁 상태는 명문가 자제들에게 종종 일어나는 진급 상태였다.

기본을 탄탄히 다진 그들은 진급할 때 약간의 허점만 남긴다.

비록 나중의 수행에도 조금의 문제가 생길 수는 있지만, 그 영향이 유결 상태보다는 훨씬 작았다.

세 번째 상태인 무결점은 수많은 강자들이 꿈에도 그리는 진급 방식이었다.

만약 이 기준에 이른다면 나중의 수행에 끼치는 영향이 아주 작았다.

그리고 마지막 상태를 완벽이라고 하는데 가장 최선의 진급 방식이었다.

이런 진급 방식은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것이었다. 괴물급의 천재라도 운이 좋아야 완벽하게 진급할 수 있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완벽 상태를 바라지도 않았다.

그들에게는 무결점 진급도 아주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이런 진급 방식은 그들이 선천경에 진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아주 작기는 했다.

“그리고 외문 제자들은 자신의 신분 명패로 현천각(玄天閣)에 가서 영석 한 알과 오백 점을 받을 수 있어.

내문 제자들은 영석 두 개와 이천 점, 그리고 달마다 한 번씩 받을 수 있어. 봉급인 셈이지.

영석과 점수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하다면 거처로 돌아가면 돼. 너희의 방의 벽에 빼곡한 글자가 보일 거야. 그곳에 모든 것이 새겨져 있으니 자세히 읽어봐.

시간이 없으니 다들 돌아가서 얼른 돌파해. 곧 큰 도전이 닥쳐올 거야.”

당완아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완아 언니, 이번에는 어떤 도전이에요?”

한 소녀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당완아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먼저 말하지는 않을 거야. 실력이 강할수록 더욱 많은 자원을 얻을 수 있다는 것만 알아 두면 돼.

그와 반대로 실력이 약하면 별원에서 괴롭힘만 당할 거야. 그래서 강해지려면 우리는 반드시 노력해야 해.”

사람들은 수행하러 자신의 동굴로 돌아갔다. 당완아는 텅 빈 앞쪽을 바라보며 용진에게 말했다.

“왜 내가 하는 말은 너처럼 짙은 호소력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당완아는 그날 용진이 대충 둘러댄 몇 마디에 사람들이 열광하며 죽음에 대한 공포심도 잊은 것을 떠올렸다.

그녀도 사람들의 사기를 북돋고 싶었지만, 용진만큼 효과가 좋지 못했다.

이것은 참으로 기운 빠지는 일이었다.

용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네가 아직 얼굴이 두껍지 못해서 그래. 젊은이, 아직 연습이 부족하다고!”

당완아는 용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웃어, 웃어. 최정상의 만수 정혈을 가지고 싶지 않다면 웃어. 난 돌아갈 테니.”

당완아는 동굴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청옥은 옆에서 입을 가린 채, 웃고 있었다.

용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말을 했으면 끝까지 해야지! 뭐라고? 최정상의 만수 정혈?”

용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뒤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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